[373] 제32장. 장풍득수/ 11.화맥(火脈)과 수맥(水脈)

작성일
2022-04-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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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3]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11. 화맥(火脈)과 수맥(水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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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는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계속해서 이어갔다. 주인 부부는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이야기를 듣고자 하여 멀찍이 앉아있는 것을 본 우창이 말했다.

“아, 두 분께서도 우리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으신 듯하니 이리 오셔서 같이 들으셔도 됩니다. 아직은 이른 시간이라 손님도 없으니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소중한 아들이 좋아하는 데다가 이러한 풍경은 쉽사리 접할 수도 없기에 부모의 기쁜 마음은 두 배가 되었고 호기심도 저절로 생겼다.

“아우님의 말대로 지맥봉의 이름도 바꿔야겠네. 화맥봉으로 말이네.”

“그건 아니지요. 지맥봉이 화맥(火脈)만 보는 것입니까? 수맥(水脈)도 같이 보는 것입니까?”

“물론, 수맥과 화맥을 같이 보는 것이라네.”

“그렇다면 지맥봉이 맞습니다. 지맥 중에서 수화(水火)의 맥을 찾는 도구라는 의미가 되니까요.”

“오호~! 역시 아우님의 명석한 판단은 조금도 어긋남이 없구나. 그렇다면 이제 정리가 되었군. ‘지맥봉으로 찾는 것은 수맥과 화맥’이라고 말이네.”

“그렇습니다. 수맥과 화맥을 눈으로 볼 수가 있는 형님이시니 다시 여쭙습니다. 그것은 도대체 어떻게 생겼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거듭 묻자, 지광이 설명했다.

“그러니까, 화맥과 수맥이 얽혀있는 것은 흡사 거미줄과 같다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일정하게 한쪽으로만 흐르는 것도 아니고, 서로 교차하면서 얽혀있기 때문에 하천(河川)이 흐르면서 서로 갈라지기도 하고 또 합쳐지기도 하는 것과 같다고 이해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까 크게 본다면 가로줄과 세로줄로 볼 수가 있으나, 다시 더 확대해서 세밀하게 본다면 가로줄 사이에도 세로줄이 있고, 세로줄 사이에도 가로줄이 있는 것이네요. 정말 신기합니다.”

“맞아. 정확하게 이해했군.”

“그렇다면 그 선(線)의 형태는 직선(直線)이 아니라 곧게 뻗기도 하고, 또 굽어지기도 하는 것도 영락없는 강하(江河)의 모습과 비슷하겠지요?”

“그렇다네. 폭이 넓으면 많은 기가 흐르고, 좁으면 약한 기가 흐른다는 것도 같다고 봐도 되네. 그리고 축지법은 그 넓은 지맥(地脈)을, 아니 화맥(火脈)을 타고 다니는 것이라고 봐도 된다네. 습관이 되어서 자꾸만 지맥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군. 하하하~!”

“당연하지요. 오랫동안 사용하신 말이니까요. 그냥 편한 대로 말씀하셔도 우리는 다 알아들으니까 상관없습니다. 하하하~!”

“아니네. 몰랐을 적에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이제 그 올바른 이름을 얻었으니 바로 잡아야지. 하하~!”

“형님의 열정도 대단하십니다. 여태까지 익숙한 것을 고친다는 것도 정신이 굳어버린 사람은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하하~!”

“그런가? 몸은 비록 나이를 먹어가지만 정신은 어린아이처럼 호기심으로 가득하니까 말이지. 그야 아우님도 마찬가지잖은가? 하하~!”

우창이 미소로 답하고는 다시 물었다.

“화맥과 수맥이 흐르는 것을 지형(地形)에서 본다는 것은 어렵겠습니다. 그것을 구분할 방법이 있겠습니까?”

“아, 자세한 것은 몰라도 대략적인 것은 조금만 이해를 하면 바로 알아볼 수가 있는 것이라네.”

“그런 방법이 있었습니까? 어서 그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간단히 구결로 알려주지.”

이렇게 말하고는 글씨를 썼다. 모두 무슨 글자인지 보려고 이목을 집중했다. 잠시 후에 지광이 써놓은 글은 단지 여섯 자였다.

373-3

지광이 쓴 글을 우창이 읽고서 풀이했다. 행여 주인 부부가 글자를 몰라서 답답할까 싶어서 배려한 것이기도 했다.

유산맥(流山脈)
봉수지(逢水止)

산의 맥이 흐르다가
물을 만나면 멈춘다

“형님, 이렇게 해석하면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비록 지맥의 흐름은 모르더라도 이러한 것을 알게 되면 큰 흐름은 파악할 수가 있는 것이라네. 어제 동굴의 화맥도 앞의 낭떠러지를 만나서 흐르지 못한 것도 같은 이치라네.”

지광의 설명을 듣자 우창도 눈앞이 시원스럽게 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지맥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지만 이렇게라도 대략적인 흐름을 볼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기뻤다.

“형님의 가르침으로 안목(眼目)이 더욱 깊어져 갑니다. 더구나 어제의 의문점도 말끔히 해소되었습니다. 지형(地形)과 지맥(地脈)의 연관성을 알면 대략적인 것을 살필 수가 있다는 것은 당달봉사에게는 다행이기도 하고요. 하하~!”

“당달봉사라니, 가당치 않네. 서로 능력이 다를 뿐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그나저나 의미는 다시 설명하지 않아도 되겠지?”

“물론입니다. 비로소 동굴에서 형님의 말씀을 들었던 방풍(防風)에 대해서 이해했습니다. 당시에는 산의 형태로만 말씀해 주셔서 그렇게 이해했는데 오늘에서야 지형(地形)의 구조에 대해서 확실하게 이해가 된 것 같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그림으로 이해한 것을 나타냈다.

373-4

우창의 그림을 보고서 지광이 말했다.

“아우님이 정확하게 이해했네. 화맥이 멈추는 곳은 수맥을 만나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잘 나타낸 것으로 봐도 되겠군. 실제로 지형을 보면서 이러한 구조가 있다면 비록 지기를 볼 수가 없다고 하더라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답을 찾을 수가 있을 것이네.”

“모두가 다 형님의 자상한 가르침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소위 말하는 명당(明堂)은 이렇게 화맥이 모여서 뭉친 곳을 말하는 것이겠습니다.”

“옳지! 정확히 이해했네.”

“그리고 화맥(火脈)은 바람을 맞으면 흩어지기 쉽기에 산맥이나 암석으로라도 감싸는 것이 좋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 못하면 담장이라도 높이 쌓는 것이란 말씀이고요?”

“그렇다네.”

“형님의 말씀으로 봐서는 반드시 지기를 보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지형을 잘 살필 수가 있다면 짐작을 할 수는 있겠습니다.”

“틀림없네. 다만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기에 가끔은 지형을 보다가 깜빡 속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달리 방법이 없다면 이러한 형태를 봐서 짐작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하겠네.”

“예? 속을 수도 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우창은 지광의 말에서 갑자기 혼란이 발생했다. 속을 수도 있다면 이것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우창의 말을 듣고 지광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니, 아우님도 생각해 보게. 하천으로 보이지만 물이 흐르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은가? 마찬가지로 화맥으로 보여도 불이 꺼진 상태일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말이네. 그러니까 다 믿지는 말고 그냥 참고나 한다는 의미로 본다면 괜찮다는 뜻이라네. 이해되셨는가?”

“아하~! 그렇겠습니다. 그러니까 참으로 중요한 자리라고 한다면 명안종사(明眼宗師)를 청해서 여쭙는 것이 상책이라는 의미였네요.”

“그렇지. 잘 이해하셨네. 하하하~!”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풍수의 공부는 절반이나 마쳤다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이 외에 무엇을 더 배워야 할 것인지 궁금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지광이 말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아직 1할(割)도 설명하지 못했는데 그것을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하하하~!”

“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더더구나 다행입니다. 여기에 더 보탤 것이 없다면 섭섭하겠다는 생각을 막 하던 참이었거든요. 하하~!”

“혹 길을 가다가 갑자기 눈이 매워지는 현상을 겪어본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혹 누군가 불을 피워서 연기라도 났는가 싶은 생각만 했습니다만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갑자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설명해 주시지요.”

차를 한 모금 마신 지광이 설명을 이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많은 경우에는 음기에 해당하는 사기(邪氣)가 뭉쳐있는 지점을 지나치게 되면 그런 경우가 있다네. 이러한 것도 의미를 모르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하지만 알면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네.”

“그렇습니까? 말씀을 듣고 보니 참으로 우연인 것은 없나 봅니다. 몰라서 넘어가는 것도 알고 있으면 그 원인을 살펴볼 수가 있으니 말이지요. 그것은 왜 그런 것입니까? 물론 사기가 모여있어서 그렇다고 말씀하셨으니 아마도 바람도 불지 않는 곳인가 싶기도 합니다.”

“바람하고는 또 다른 문제라네. 대체로 음기(陰氣)와 유사하지만 실제로는 많이 다른 음귀(陰鬼)가 모여있을 가능성이 있은 곳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아니, 수맥과 화맥을 말씀하시다가 말고 갑자기 음귀라니요? 음귀는 귀신(鬼神)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또 무슨 의미인지 가늠이 되지 않습니다.”

“그럴 것이네. 어쩌면 그러한 생각을 해 본 적도 없었을 테지?”

“맞습니다. 귀신이 모여있는 곳이라고 한다면 소름이 돋을 일입니다. 과연 그러한 곳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아우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예전에 겪었던 이야기를 해 줄까?”

“직접 겪어보셨다니 더욱 기대됩니다. 어서 말씀해 주시지요.”

우창의 말을 들으면서 지광이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에 모두가 이야기를 궁금해한다는 것을 알고는 말을 꺼냈다.

“예전에 어느 마을의 어귀를 지나치는데 갑자기 눈에 고춧가루가 들어간 듯이 매워서 눈물이 쏟아지지 않겠나. 물론 그러한 경험을 이미 한 것이기 때문에 대략 짐작하고서는 가까운 곳에 있던 객잔에서 밥과 고기를 부탁해서 커다란 동네 어귀의 나무 아래에다가 한 상 차려놓고는 불경을 읽었다네. 그러자 지나가던 마을의 노인이 뭘 하느냐고 묻더군.”

“당연히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생면부지의 나그네가 갑자기 제사를 지낸다면 누구라도 궁금하겠습니다. 그래서 뭐라고 답을 하셨습니까?”

“그 말을 듣고서 내가 물었지. ‘혹 여기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까?’라고 말이지. 그러자 그 노인의 말에 그 자리에는 억울하게 마을 주민들이 전쟁하는 중에 몰살(沒殺)을 당했던 곳이라더군. 그러니까 원혼(寃魂)들이 지박령(地縛靈)이 되어서 고통스럽게 지내다가 나를 만나서 먹을 것을 달라고 했던 셈이지. 이런 경우가 가끔은 있다네.”

“아무리 그렇기로 그냥 지나치면 될 일을 어떻게 제사를 지낼 생각을 하셨습니까? 참으로 형님도 대단하십니다.”

“그야, 땅의 이치를 알고 있는 까닭이라네. 땅도 그러한 상황을 무척이나 짐스럽게 느낀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겠느냔 말이지. 그렇게 정화(淨化)하면 지신(地神)도 기뻐하시는 것이 느껴진다네. 물론 영혼이 있다면 또한 좋은 일이기도 할 테니 바쁘지 않으면 거절할 이치가 없지 않겠나? 하하~!”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그것도 보통의 정성이 아니겠습니다. 정말 형님은 특별하신 분이네요. 하하하~!”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칭찬을 듣자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경험한다면 지기와는 다른 영기(靈氣)라는 것도 알아두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은 것이라네.”

“물론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땅에서 느낄 수가 있는 조짐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정말 형님의 말씀을 들을 때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 자꾸만 생긴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것만이 아니라네.”

“또 어떤 것이 있습니까? 궁금합니다.”

“어떤 곳을 지나치다가 보면 갑자기 비린내가 나는 곳도 있다네. 그러한 곳도 좋지 않은 기운이 서려 있다고 봐야지. 이러한 것은 코로 느끼는 것이라고 하겠네. 그러니까 폐기(肺氣)가 강한 사람은 그러한 것에 대해서 민감하게 인식을 할 수도 있겠군.”

“어물전(魚物廛)이나 포구(浦口)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비린내가 난다면 그것도 불쾌할 일이겠습니다. 그러한 곳은 얼른 벗어나는 것이 상책이겠습니다. 아니면 그럴 경우도 제사를 지내주는 것이 좋을까요?”

“아, 비린내는 귀신과는 무관한 것으로 보네. 수맥이 유통되지 못하고 엉겨 있는 경우에도 해당하는데 물비린내와 같은 느낌의 거북한 냄새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네. 물론 절대로 좋은 의미의 땅이 아니므로 얼른 피하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겠지?”

“그렇겠습니다. 정말 땅을 공부하는 것이 이렇게도 무궁무진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럴 것이네. 명학을 공부하는 만큼이나 알아야 할 것이 많다고 하겠지?”

“당연합니다. 오히려 명학보다도 더 광범위(廣範圍)한 이치를 알아야만 비로소 이해할 수가 있지 싶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러게나. 하하하~!”

잠시 생각에 잠겼던 우창이 다시 지광에게 물었다.

“형님, 그러니까 눈이나 코로 지기에 대해서 감지하는 것이라면 소리로도 감지할 수가 있겠습니까? 여태까지 그러한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만, 형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그러한 이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인 오근(五根)이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어서 말이지요.”

“역시 아우님은 대단하군. 하나를 알게 되면 둘 셋을 생각하니 말이네. 당연히 그러한 현상도 있지. 다만 지금은 말을 해줘도 이해가 되지 않을 듯싶으니 훗날로 미뤄도 되지 싶네. 오히려 체감(體感)으로 느끼는 것은 어제도 경험했을 테지만 그것은 참으로 중요하다네. 몸이 느낀다면 다른 모든 기관이 느끼는 것보다도 더 정확할 테니까 말이지.”

“형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언제라도 화맥을 만나게 되면 다시 체험하고 싶습니다. 형님께서도 그러한 곳을 보시면 그냥 지나치지 마시고 꼭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하하~!”

우창의 말에 지광도 미소를 짓고는 말했다.

“다행이네. 그리고 화맥에서는 몸이 불처럼 붕붕 떠오른다고 하겠지만 반대로 수맥을 만나게 되면 몸의 기운이 빠지고 심하면 소름까지도 돋을 수가 있다는 것은 알아둬도 되지 싶군.”

“소름이 돋는다는 말씀은 무슨 뜻인지요?”

“길을 가다가 음침한 곳을 만나게 되면 나도 모르게 머리털이 쭈뼛해지면서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경험을 할 수가 있는데 그런 경험은 없었나 보군.”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오히려 기감(氣感)이 둔한 것이 그런 때는 유리한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 경험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그러자 거산이 생각난다는 듯이 말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제자도 경험한 바가 있습니다. 어떤 지역에서는 너무나 무서워서 내달렸던 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자가 지기에 민감하기는 한 것으로 봐야 할까 싶습니다. 지금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그때의 주변 분위기는 어땠는지 기억나는가?”

지광이 이렇게 묻자, 거산이 말했다.

“물론이지요. 문득 소름이 돋아서 주변을 둘러보니까 풍경은 별반 다르지 않은데 마치 도깨비의 계곡이 들어온 것처럼 기분이 매우 두려웠습니다. 담력이 없으면 혼비백산(魂飛魄散)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아마도 악귀가 그 자리에 도사리고 있어서 그런가 싶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오늘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다시 생각해 보니까 수맥이 응결되어 있었던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둘 다 맞는 말일 것이네.”

“예? 그렇다면 악귀도 그 자리에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까?”

“당연하지.”

우창이 문득 궁금해져서 물었다.

“형님의 말씀대로라면 혹 동기감응(同氣感應)과 같은 현상이 있는 것은 아닙니까? 양기(陽氣)에는 선신(善神)이 어리고, 음기(陰氣)에는 악령(惡靈)이 엉켜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려 봤습니다.”

“맞는 말이네.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수도 있겠네. 음습한 곳에는 벌레가 꼬이는 것과도 같은 현상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참으로 오묘한 말씀입니다. 그러니까 잘은 몰라도 음침(陰沈)한 기분이 드는 곳은 오래 머물지 말고 빨리 피하는 것이 상책이란 말씀이지요?”

“그렇다네. 호랑이가 도사리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보시게. 하하하~!”

“과연 그렇겠습니다. 악귀(惡鬼)나 떠돌이 영혼들이 머물기 좋은 곳은 습한 곳에 모기가 꼬여 들 듯이 그렇게 된다는 것은 공감되고도 남습니다. 그러니 그러한 곳은 피하면 되겠습니다. 하하하~!”

“아무렴 여부가 있겠나. 그나저나 이제 바람에 대해서는 더 궁금한 것이 없나 보군. 어떤가?”

“아, 형님의 말씀을 듣다가 보니 바람을 잊어버렸나 봅니다. 장풍(藏風)을 여쭸다가 바람에 대한 모든 이치를 다 알게 되었으니 참으로 복이 넘칩니다. 그 외에도 더해줄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장풍득수(藏風得水)는 그대로 이해가 되었나?”

“가만, 장풍으로 인해서 바람을 공부했는데, 미쳐 득수(得水)에 대해서는 여쭙지도 못했으니 이미 그 절반은 이해가 된 듯 싶습니다.”

“어디 그렇다면 설명해 보실텐가?”

“예, 그러겠습니다. 가령 화맥이 흐르다가 수맥을 만나면 흐름을 멈추게 되는데, 흐름을 멈추는 곳을 기운이 서려 있는 곳이 된다면 반드시 물을 만나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득수(得水)라고 한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일까요?”

“거의 정답을 얻었다고 해도 되겠네. 다만 조금 더 보탠다면, 반드시 물이 흐르는 강이나 하천을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네.”

“말하자면 절벽이나 낭떠러지와 같은 것도 득수(得水)가 된다는 말씀이신지요?”

“물론이지. 더구나 바위가 쌓여 있어도 득수가 된다네.”

“예? 그건 의외입니다.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바위가 입안의 치아처럼 둘려져 있다면 그 땅속의 풍경도 그렇다고 이해할 수가 있지 않겠는가?”

“그렇겠습니다.”

“땅속에서도 바위가 울타리처럼 쳐져 있다면 화맥은 물과 같으니 흘러가다가 제방에 물이 막히는 것과 같은 현상이 된다네.”

“아하~! 알겠습니다. 그러한 곳에는 움막을 치고 살아도 좋은 기운을 얻을 수가 있다는 말씀이지요? 산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그러한 곳은 저절로 알지 싶습니다.”

우창은 가슴 속에 가득하게 차오르는 뜨거운 기운이 느껴졌다. 새로운 공부가 몸을 날아갈 듯이 상쾌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 잠시 생각하다가 지광에게 다시 물었다.

“형님, 지학(地學)의 다른 이름으로 풍수지리(風水地理)가 아닙니까? 그런데 이것은 본래 의미로 본다면, 풍리(風理)ㆍ수리(水理)ㆍ지리(地理)의 이치라고 이해하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에 풍리(風理)에는 화리(火理)도 포함해서 목화(木火)는 같이 간다고 이해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그리고 수리(水理)에는 금리(金理)를 포함해서 금수(金水)도 뜻을 같이하는 것으로 보면 또한 타당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지광도 잠시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