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9] 제32장. 장풍득수/ 7.기(氣)의 폭포(瀑布)

작성일
2022-04-10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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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7. 기(氣)의 폭포(瀑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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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광이 조용히 설명을 시작하자 세 사람은 일제히 숨을 죽이고 지광의 말에 집중했다. 소중한 말을 놓치지 않으려는 마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지형을 보면 알 것이네. 산맥을 타고 흐르는 용맥이 동굴 앞에서 끊긴 것이 보이나?”

우창에게 앞을 가리키면서 말하자 우창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답했다.

“예, 보입니다. 낭떠러지처럼 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네. 이렇게 되면 흐르던 기운이 멈추게 되는데 대체로 낭떠러지가 있으면 그 주변에는 강한 지기가 흐르게 될 가능성이 많다고 하겠네.”

“아하~! 그것은 매우 간단한 방법이지 않습니까?”

“알고 보면 간단하지. 다만 가끔은 형상만 있고 실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이로군.”

“그건 또 왜 그렇습니까?”

“쉽게 설명하면 지기(地氣)를 나무라고 생각해 보면, 살아있는 나무라고 할지라도 중간에는 죽은 가지도 있지 않겠나?”

“아, 그러니까 죽은 가지에는 지기가 흐르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당연하지.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실로 어려운 일이라네.”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노력을 하고 수련해서 직접 그것을 보는 수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고 봐야 하겠습니다.”

“맞아~! 다만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고 하지 않나? 상황이 급하고 현실적으로 명안종사(明眼宗師)를 만날 수가 없다면 부득이 이와 같은 형태라도 찾아서 모험하는 수밖에 없는 것이라네. 하하~!”

“이제야 이해가 됩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지기의 빛을 볼 수가 있는 능력을 얻는다면 그것도 일종의 천안통(天眼通)이라고 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무슨 천안통씩이나, 그냥 지기를 조금 본다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네. 그리고 여기 모인 세 사람은 일단 나를 만났으니 반드시 지기를 볼 수가 있을 것이네. 다만, 너무 급하게 마음먹지 않는다면 말이지. 하하~!”

“잘 알겠습니다. 그러한 경지에 오르도록 게으르지 않겠습니다.”

지광이 문득 방악을 보면서 물었다.

“악은 아호가 없나? 아호가 있으면 그것으로 불러주는 것이 좋을 테니 말이네.”

이야기에 빠져서 정신없이 듣고 있다가 자신에게 말하는 것을 듣고 흠칫 놀랐지만 바로 답했다.

“아호는 없습니다. 이 자리에서 스승님이 지어주시면 평생 그대로 지니고 열심히 수행하겠습니다.”

“아, 그런가?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산에 있으니 산에서 산다는 뜻으로 거산(居山)이 좋겠군. 어떤가?”

“아호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맘에 듭니다. 그럼 지금부터 거산으로 거듭 태어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한 방악이 지광을 향해서 절을 했다. 그것을 보면서 우창이 물었다.

“산(山)은 산이니까 그렇다고 하겠는데, 왜 거(居)를 택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묻자, 지광이 답했다.

“오호~! 아우님의 표정을 봐하니 이미 이에 대한 해석이 끝난 것으로 보이는걸. 어서 풀이해 주게.”

지광이 벌써 눈치를 채고는 도리어 우창에게 풀이를 청했다. 그러자 우창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풀이했다.

“형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생각한 바를 풀이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주검 거(居)의 시(尸)는 지게 호(戶)에서 윗 점이 사라진 것입니다. 이것은 추녀가 없는 집을 의미하니 바로 지금 이 자리가 되겠습니다. 어떻습니까?”

우창이 이렇게 말하면서 지광을 바라보자 지광이 무릎을 치면서 말했다.

“절묘(絶妙)~!”

지광이 감탄하는 것을 보고는 우창이 다시 글자를 풀었다.

“다음은 맨 아래의 입 구(口)를 봐야 하겠습니다. 글자의 뜻은 입을 의미하나 여기에서는 동굴(洞窟)의 입구(入口)로 보겠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세 사람은 모두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우창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제 가운데의 열 십(十)이 남았습니다. 이것은 음(一)과 양(丨)이 만나서 도를 이루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완전한 상황이 되면 닫힌 세상이 열린다는 의미에서도 열 십이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석하고 보니까, 절벽의 바위 석굴에서 도의 이치를 깨닫는다는 의미에다 산(山)을 포함하게 되면 과연 오늘의 이 풍경에 명료하게 부합하는 것으로 봐도 되겠습니다. 과연 형님께서 이러한 것을 전부 고려해서 거(居)를 선택하신 것은 아닐 텐데 놀랍게도 수만 글자의 가운데에서 딱 어울리는 한 글자를 선택했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합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말했다.

“그런가? 나는 오히려 그것을 읽어내는 아우님의 혜안이 놀라울 따름이네. 여하튼 아호를 지었으니 저녁에 귀가해서 호턱을 먹도록 하세. 하하하~!”

지광의 말에 방악도 답했다.

“당연합니다. 오늘의 영광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저녁에는 거하게 잔치를 하겠습니다. 정말이지 심오한 이치를 담아서 풀이해 주신 우창 스승님의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겨서 게으르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방악이 자신의 아호에 깊은 이치가 있음을 알고 흡족해하는 것을 보면서 우창이 다시 지광에게 물었다.

“형님께 다시 여쭙습니다. 우제(愚弟)가 볼 수 없는 지기를 형님은 손바닥처럼 보고 계신다는 것이 참으로 부럽기는 합니다만,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동굴의 기운의 세기라고 할까? 물로 친다면 수량(水量)이 얼마나 되는지가 궁금합니다. 기천(氣泉)의 기량(氣量)을 볼 수가 없어서 답답하니 형님께서 시원하게 알려 주시면 좋겠습니다.”

우창의 부탁에 지광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나 혼자서만 이것을 보고 느낄 수가 있어서 안타깝지만 언젠가는 아우님과 염재와 거산도 당연히 지기를 볼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니까 열심히 정진해 보세. 우선 대부분의 지기는 폭이 삼사척(三四尺:1m전후)라네. 이 정도에 묘를 쓴다면 부부의 유해를 봉안(奉安)할 수가 있고 집을 지어도 기운이 충만한 곳에 안방을 마련할 수가 있다고 하겠으니 전생에 큰 복을 짓지 않고서는 얻을 수가 없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네.”

“아, 그렇습니까?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의미로 봐서는 아무리 지기를 보는 눈이 밝아도 그것을 누릴 복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소유로 삼을 수가 없다는 뜻입니까?”

“물론이네. 그리고 명안종사가 터를 잡아준다고 해도 그것을 누릴 복이 되지 않으면 또한 소용이 없는 것도 많이 본다네. 하하하~!”

“정말 놀라운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분명히 천지자연의 운행에 개입하는 존재가 있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하하~!”

“맞아. 그래서 모쪼록 선심(善心)으로 베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깨닫게 된다네. 자연에 깃든 힘은 인력(引力)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아무리 강력한 탐욕이 엄습해도 그것을 물리칠 용기가 저절로 생기게 되지. 그리고 이렇게 자연의 이치와 하나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을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이란 말로 다 할 수가 없을 정도라네.”

우창은 지광의 말을 들으면서 등에서 소름이 돋아서 온몸으로 퍼져가는 것을 생생하게 느꼈다. 그리고 지기가 온몸을 감싸고 있다는 이상한 느낌도 받았다. 어쩌면 이러한 것이 기감일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지광을 바라봤다. 그러자 지광이 말없이 미소를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지금 이렇게 느끼는 것이 지기(地氣)입니까? 뭔가 이상한 감촉이 전해지는데 이것은 처음 느껴보는 것이라서 반신반의(半信半疑)합니다.”

“맞아, 지금 그대로 느끼면 된다네. 지금 내 이야기에 지기도 감응해서 우리 네 사람을 마치 기의 구름처럼 감싸고 있는 것이니까.”

지광이 이렇게 말하고는 가부좌를 하고는 조용히 명상으로 빠져들었다. 염재와 거산을 보자 그들도 매우 평안한 모습에 희열감에 잠긴 표정으로 눈을 지그시 감고는 이 순간의 희열감(喜悅(感)에 젖어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 시간에 머리로 이러한 상황을 분석하고 있는 것은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우창도 분석하려는 마음을 내려놓고 기의 덩어리가 몸을 감싸고 어루만지는 것을 가만히 느끼기로 했다.

그렇게 시간을 잊고 공간에서 지기와 함께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우님 이제 슬슬 움직여 볼까?”

문득 잠결에 듣는 것과도 같은 지광의 음성에 눈을 뜨자 동굴은 이미 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아마도 두어 시진(時辰)을 그렇게 보냈던 모양이었다. 깜짝 놀라서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 사이에 편안하게 누워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아니, 어느 사이에 잠이 들었었나 봅니다.”

“잠이 아니라 지기로 목욕을 한 것이라네. 이곳의 기운은 다른 곳의 20배도 더 될 강력한 기의 소용돌이라서 아우님과 같이 둔감(鈍感)한 사람조차도 기운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게 하는가 보군. 그것 또한 지복(地福)일세. 하하하~!”

“정말 오늘은 형님 덕분에 팔자에 없는 호강을 누립니다. 여태까지도 그렇지만 앞으로도 제게는 기를 느끼는 인연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는데 이제부터는 그러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지광을 향해서 합장하자 두 사람도 동감이라는 듯이 우창을 따라서 지광을 향해서 합장했다. 지광도 흐뭇한 마음으로 세 사람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자, 더 어두워지기 전에 내려갔다가 내일 다시 오도록 하세. 오늘은 거산의 호턱도 먹어야 하고 이렇게 나눈 경험들도 이야기하면서 토론해 보는 시간이 필요할 듯싶으니 말이네. 하하하~!”

“정말입니다. 궁금한 것이 갑자기 엄청나게 많아졌습니다. 어서 내려가야 하겠습니다. 하하하~!”

네 삶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마차가 있는 곳까지 하산했다. 그런데 올라갈 때와는 전혀 다르게 이미 어둑해서 길이 잘 보이지도 않을 시간이었지만 마치 대낮에 평지(平地)를 걷듯이 편안하게 걷고 있는 것을 보면서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차를 타고 움직이기 시작하자 우창이 물었다.

“형님, 올라갈 때보다 내려올 적에 몸이 가벼워졌다는 것을 뚜렷하게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우창이 이렇게 묻자 염재도 같은 느낌이었던지 동조했다.

“진 사부께서도 그렇게 느끼셨습니까? 제자도 같은 기분이었는데 내려오는 길이라서 그렇게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만 말씀을 들어보니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 연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지기와 공감을 하는 바람에 땅의 기운을 얻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해 봤습니다. 이렇게 생각한 것이 타당한지도 궁금합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서 지광이 설명했다.

“그렇게 느낀 것이 맞을 것이네. 지기를 느꼈다는 것은 땅이 그대들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하나가 되었다는 것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네. 그러니까 당연히 발을 내려놓아도 푹신한 편안함을 느끼게 되고 몸도 구름을 탄 듯이 두둥실 떠오르는 가벼움을 실제로 느낄 수가 있으니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그러자 우창이 다시 물었다.

“그야 이해가 됩니다만,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그동안 살아오면서 잠시도 땅을 떠난 적이 없는데 이것은 어떻게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까?”

“오호~! 참으로 중요한 말을 했네. 비록 물질적으로는 땅과 더불어서 살아온 것은 맞겠지만, 과연 마음으로도 땅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일체감을 느꼈는지 생각해 보면 알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까 나는 나이고, 땅은 땅이라는 거리감은 없었을까?”

“틀림없는 말씀입니다. 땅은 내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했을 따름이지요.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생각까지 해 봤던 적은 없었습니다. 이러한 생각이 땅과 몸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든 것일까요?”

“아무렴! 당연하지 않고. 하하하~!”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야 분별심(分別心)으로 인해서이지. 다른 것이 뭐가 있겠나?”

“분별심이라고 하신다면.....?”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게. 흙구덩이에서 땅과 하나가 되어서 뒹굴면서도 땅은 땅이고 나는 나라는 생각이 있었던가? 그냥 땅을 엄마 품인양하고 즐겁게 놀이에 빠져들지 않았었나?”

“정말입니다. 그러다가 옷으로 인해서 점점 땅은 더럽고 나는 깨끗하다는 분별을 했을 것입니다. 어머니의 빨랫감을 줄여드리려는 효심도 조금은 있었겠고요. 하하~!”

“그렇다네. 땅바닥과 방바닥을 구분하지 않을 적에는 지칠 줄도 모르고 신나게 뛰어놀았는데 그것을 구분하고부터는 땅에 드러눕지도 못하고 그냥 앉는 것조차도 꺼리게 되지 않았나? 더구나 성장해서는 아예 의자에 앉으니 몸은 더욱 멀어지게 되었을 따름이라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과연 조금도 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점점 땅과는 멀어지게 되었던 것이군요.”

“맞아, 그런데 오늘 우리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를 생각해 보게. 땅의 기운을 이해하고, 또 체감하면서 존재감을 느꼈을 뿐만 아니라 감사하는 마음을 넘어서 경이(驚異)롭게 생각하기조차 했잖은가? 그러니 땅에도 마음이 있다면 얼마나 즐거울 것이며 또한 몸을 떠받들어 주고 싶지 않겠는가?”

“오늘 아침에 형님의 말씀을 들었다면 그냥 관념적(觀念的)으로 그렇겠거니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과연 그렇게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으니까요.”

“그렇다네. 알면 보이고, 보이면 느끼는 것이라네. 모르면 손에 쥐어 줘도 모르는 이치라네. 하하하~!”

“듣고 보니, 과연 땅에 대해서 너무나 무심하게 살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땅도 마음이 있을진대 얼마나 서운했을 것인지를 짐작하고도 남겠습니다.”

“그것 보게. 이미 아우님의 말투 자체가 달라졌다네. 땅의 존재가 저 멀리 있다가 성큼 다가온 것처럼 인식하고 있으니 말이지.”

“정말 오늘 형님의 가르침으로 생각의 폭이 두 배는 커진 것만 같습니다. 그동안 사람의 희노애락(喜怒哀樂)에 대해서만 집착을 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작은 인간의 사주팔자에 대해서만 천착(穿鑿)했다는 것이 우습기조차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랬나? 물론 그 생각도 올바른 것이 아닐 것이네. 무엇이 우선(于先)이고 또 무엇이 차선(次先)이라는 생각조차도 의미가 없는 것이지. 모두가 동등하다고 부처가 말하지 않았던가?”

“그것은 축생(畜生)이라고 해서 사람과는 다르다는 차별을 두지 말라는 정도로만 생각했지요. 그런데 실제로도 차등이 없는 것이라는 말씀이십니까?”

“당연하지. 땅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이 인간보다 지렁이가 못하다고 할 수가 있을까?”

“와우~! 그렇게 생각하는 방법은 전혀 몰랐습니다.”

“그런가? 또 하늘의 기운을 감지하는 것이 참새보다 인간이 더 낫다고 할 수는 있을까?”

“그렇군요. 이제야 형님께서 말씀하시는 의미가 이해됩니다. 그야말로 토아불이(土我不二)였네요. 그렇다면 ‘세상만물(世上萬物)에 유인최귀(唯人最貴)라’는 말의 뜻은 무엇일까요?”

“그게 무슨 뜻이겠나? 그 정도는 우창도 알 텐데? 하하~!”

“아, 맞습니다. 인간의 기준으로 세상을 보려고 했던 것이었네요. 자연으로 본다면 ‘일체만물(一切萬物)이 개유불성(皆有佛性)이라’고 하는 것이 더 자연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맞아. 내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닌 자연의 눈으로 보는 이치를 깨닫는 것만으로도 천지합일(天地合一)은 더 가까이 다가올 테니 말이네. 하하하~!”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마차는 객잔에 도착했다. 집에서는 거산의 부모가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놓고 일행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가 반겨 맞아 줬다. 거산이 먼저 다녀왔음을 알렸다.

“부모님께서 기다리실 줄은 알았으나 스승님들과의 시간이 너무도 중요해서 이제야 왔습니다. 많이 기다리셨지요?”

아들이 기쁜 표정으로 돌아온 것을 본 부모의 마음은 한없이 충만 된 기쁨으로 가득했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식탁으로 안내했다.

“차린 음식은 변변치 않으나 모쪼록 편안한 시간을 즐겨 주시기 바랍니다.”

일행이 식탁에 앉기를 기다려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요리들이 속속 자리를 잡았다. 귀중한 재료들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할 수가 있는 한도에서 최대한 정성을 기울였다는 것이 느껴졌다. 우창이 손님들을 대표해서 인사했다.

“고맙습니다. 차리느라고 수고 많으셨네요. 잘 먹겠습니다.”

잠시 침묵이 흐르고 음식을 먹는 소리만 가득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자 비로소 적막을 깨고 우창이 말을 꺼냈다.

“형님, 좀 드셨는지요? 웬만큼 요기가 되셨다면 다시 궁금한 점을 여쭤보려고 합니다. 일 초 일 분도 아깝게 느껴져서 말입니다. 하하~!”

우창의 말에 지광도 젓가락을 멈추고 말했다.

“먹는다고 해서 귀까지 막는 것은 아니니 무엇을 기다릴 필요가 있겠는가? 뭐가 되었던 기탄없이 말씀하시게. 아우님이 궁금한 것은 두 제자도 궁금한 일이 분명할 테니까 말이네. 하하~!”

“실은 풍수(風水)에서 바람의 이야기는 이미 자세히 들었다고 여겨져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지도(地道)에 대해서 이해가 다 되지 않았나 싶은 생각조차 들 정도입니다. 그런데 풍수(風水)라는 이름에는 분명히 물 수(水)가 있는 것으로 봐서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바람과 물에 대해서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염재와 거산도 덩달아서 눈을 반짝이면서 관심을 보였다. 오늘을 함께 한 인연이라서 당연했다. 우창의 물음에 지광은 조금도 망설임이 없이 이야기를 풀어냈다.

“당연한 궁금증이지. 그런데 물에 대해서 말하기 전에 과연 바람에 대해서는 이해를 다 했는지는 또 생각해 봐야 하겠네. 왜냐면 바람은 지기(地氣)와 통하네. 그러니까 아무리 강력한 지기라고 하더라도 노풍(露風)이 되어서 바람을 맞으면 흩어져 버리지만, 또 바람을 타고 산천을 누비고 다니는 관계를 본다면 그야말로 불가불리(不可不離)의 관계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이 관계는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우창은 바람에 대해서는 대략 이해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지광은 아직도 바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더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바람 공부를 다 되었다고 생각하면 그 지점에서 공부도 멈추게 될 수가 있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바람을 더 깊이 풀어내고자 했다. 그리고 이러한 이치를 짐작한 우창이 다시 물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역시 우제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하나를 알아도 제대로 알고 넘어가야 하는데 괜히 마음만 급했네요. 다시 말씀해 주시기를 청합니다. 바람과 지기의 관계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 주십시오.”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지광이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었다.

“실로 그 동굴과 같이 강력한 지기라면 웬만한 바람이 불어도 그대로 보존이 된다고 봐야지. 그렇지만 대부분의 기운은 지표(地表)를 벗어나게 되면 아지랑이와 같고 안개와 같아서 바람을 타게 된다네. 만약에 지하에서 생활한다면 장풍(藏風)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겠지만 말이네.”

“아, 그렇겠습니다. 동물이나 식물은 모두 지상에서 생활하는 까닭에 바람의 영향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말씀이시네요.”

“그렇지. 바람은 검(劍)의 양면과 같다네. 적당하면 지기를 활발하게 해 주는데, 이것이 지나치게 되면 또 지기를 흩어버린다네.”

“그렇다면 바람은 없는 것이 가장 좋겠는지요?”

“물론이지. 지기만 생각한다면 말이네. 그러나 어디 만물이 지기만을 위해서 존재하느냐는 말이네. 하하하~!”

우창은 다 알았다고 생각했던 바람에 대한 이치에 대해서 오히려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님,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여쭤야 하겠습니다. 바람은 무엇입니까? 바람에 대해서 다 알았다고 여겼는데 지금 형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생각해 보니까 아직도 바람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가? 하하하~!”

우창이 생각해도 자신의 질문이 우습다고 생각했다. 바람이 무엇이냐고 묻다니 말이다. 그러나 지금이 마음은 틀림없이 그랬다. 이것에 대해서 제대로 알아야 다음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창의 물음에 유쾌하게 웃은 지광이 천천히 말했다.

“아우님이 이제야 제대로 물었네. 하하하~!”

“그렇습니까? 우제는 이렇게 말을 하고서도 무슨 물음이 이렇게밖에 안 되는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하~!”

“그렇다네. 가끔은 우둔한 질문이라고 생각한 것이 멋진 질문이 되기도 하고, 또 때로는 총명한 질문인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제로는 바보같은 질문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네. 하하하~!”

우창의 질문에 의아한 사람들은 오히려 염재와 거산이었다. 이야기를 잘 풀어가다가 갑자기 바람이 무엇이냐고 묻는 우창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동시에 우창을 보면서 왜 그런 질문을 한 것인지를 묻고 싶었다. 그 표정이 재미있어서 우창도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염재와 거산도 생각해 보니 참 우스운가?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