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8] 제32장. 장풍득수/ 6.땅의 광채(光彩)

작성일
2022-04-05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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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 제32장. 장풍득수(藏風得水) 


6. 땅의 광채(光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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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나눠 먹고 나자 다시 방악이 깨끗하게 정리했다. 오늘따라 밖에 나와서 먹는 음식들이 더욱 맛있게 느껴졌다. 우창이 잘 먹었다는 의미로 방악에게 말했다.

“방악의 모친께서 수고롭게 챙겨주신 덕분에 매우 맛있는 만찬을 즐겼네. 그런데 오늘은 특별히 더 맛이 있는 것 같은 이유는 뭔지 모르겠네.”

“아마도 시장하셨던 까닭이 아닐까요?”

방악도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염재가 말을 받았다.

“제자가 생각하기에는 지기(地氣)가 충만한 곳이어서 음식의 맛도 더 좋게 느껴지는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지광을 바라봤다. 여기에 대해서 설명을 해 달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광이 염재의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이 말했다.

“당연하지, 기쁜 마음으로 챙겨 준 정성과, 뛰어난 지기에 감응한 육감(六感)으로 음식을 접하게 되었으니 말이네. 하하~!”

염재가 이번에는 우창에게 물었다.

“바람을 피하는 것에 대해 말씀을 듣고 보니까 가장 좋은 방법은 산의 능선으로 바람을 막는 방법이었군요. 그런데 산이 없다면 그러한 자리는 좋은 터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봐야 하겠지요?”

“당연하지. 같은 바람을 막는 것에 대해서도 겹겹으로 막아주면 더욱 좋으니까 말이네.”

“무슨 말씀이신지 느낌이 옵니다. 그러니까 그런 벽이 전혀 없다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을 고스란히 다 맞게 된다는 것이지 않습니까?”

우창이 다시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히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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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본 염재가 명료하게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맞습니다. 갑(甲)의 경우에는 뒤에서 오는 바람은 막을 수가 있겠으나 앞에서 들어오는 바람은 전혀 막을 수가 없지만 을(乙)은 바람을 어느 정도 막을 수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흡사 두 팔로 몸을 지키는 것과 팔이 없는 것과 같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러한 조건을 갖춘 자리는 참으로 좋은 자리라고 하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염재의 말에 지광이 다시 물었다.

“만약에 자리를 본다면 좋은 기운이 모여있는 땅인데 위에서 몰아치는 바람을 막을 수가 없는 것이 아쉽다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겠는가?”

지광의 말에 염재가 잠시 생각하더니 답을 했다.

“혹시 인공적(人工的)으로 바람을 막을 장치를 하는 것은 어떨까요? 석물(石物)로 담을 쌓거나 건물을 지어서 벽을 만드는 것과 같이 말입니다.”

“옳지~! 바로 그것도 해결책이 되지. 그래서 좋은 터에 집을 지으면 벽을 만들고 담장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하겠네.”

“아하~! 담장이 장풍(藏風)의 의미였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냥 도둑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는 용도인 줄로만 생각했지요.”

“그렇다네. 도둑을 막는 것이 맞네.”

“예? 도둑과 바람이 같은 것이라니요?”

“바람이 들어와서 좋은 기운을 흩어버린다면 결국은 도둑을 맞는 것과도 같은 셈이라고 본다면 같은 의미가 아니고 무엇이겠나. 하하하~!”

“아, 듣고 보니까 과연 그렇겠습니다. 담장이 없거나 있더라도 허물어진 곳이 있다면 허전한 것과도 같은 이치도 되겠습니다. 도둑이 지나가다가 그러한 곳을 발견한다면 도심(盜心)이 일어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기본적으로 기운이 좋아서 쓸만한 곳인데 아쉬운 점이 있으면 그것을 보완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시지요?”

“물론이네. 이러한 것을 비보(裨補)라고 하지. 부족한 것을 보완한다는 의미이니 비단 풍수에서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이치에서도 그대로 유용하다고 할 수가 있겠네.”

이렇게 말하던 지광이 우창에게 물었다.

“참, 항상 궁금하던 것이 있는데 이 기회에 물어볼까?”

“예, 형님. 무슨 말씀이든 하십시오.”

“풍수에는 이렇게 비보가 있는데 명리학에서도 비보가 있는지 궁금해서 말이네. 물론 그러한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이 되네만 어떤가? 혹 사주에서 오행으로 금(金)이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었을 적에 금붙이를 몸에 지니면 부족한 것을 보완할 수가 있다거나 그런 이치가 있나?”

“형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문득 명학에서도 그러한 이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애석하게도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형님.”

“어? 없어? 왜 그런가? 예전에 그런 말도 들어본 것 같은데 말이지.”

“말은 있으나 실효성은 없을 것으로 보는 까닭입니다. 그것은 마치 감나무의 가지를 밤나무의 둥치에 접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하하~!”

“그런가? 무슨 뜻인지는 알겠네만 왜 그런지도 조금만 설명해 주시려나?”

“예, 그 이치는 간단합니다. 금붙이는 몸과 연관된 것이고 명리학은 맘과 연결된 것이기 때문이지요.”

“그런가? 무슨 말인지 얼른 이해되지 않는군.”

“아, 간단합니다. 가령 영혼에게 금붙이는 도움이 될까요?”

“영혼에게? 일체 만물은 이 몸을 위해서 쓰이는 것이기는 하네만 그것이 영혼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세상의 무엇이라고 한들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은가?”

“바로 그러한 이치입니다. 풍수는 물질적인 땅을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보의 이치는 가능하다고 하겠습니다. 물질의 단점을 물질로 보완하는 까닭입니다. 다만 명리학은 정신을 논하는 학문인 까닭에 비록 오행으로는 오물(五物)과 오색(五色)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것은 물질에 속할 따름이므로 팔자에서 부족한 것을 채울 방법으로는 소용이 없다고 보는 것입니다.”

“오호~! 그렇게 심오한 이치가 있었더란 말인가? 아우님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과연 생각해 볼 점이 있겠네. 그렇다면 몸과 연관된 보완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것은 의원(醫員)의 영역에 해당한다고 보겠습니다. 간(干)의 기능이 허하면 그 기능을 도와줄 약을 써주고, 소화(消化)의 기능이 허하면 또한 그에 해당하는 약을 처방하면 되는 것입니다. 형님의 말씀을 듣다가 문득 든 생각입니다만, 풍수에서도 물질적인 것과 정신적인 것이 있을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어떻습니까?”

우창이 지광에게 되묻자 지광이 웃으면서 말했다.

“과연 예리한 아우님일세. 하하하~!”

“그렇다면 그에 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궁금합니다. 하하~!”

“세상의 삼라만상은 모두 체용(體用)이 있으니 당연히 풍수에도 체용이 있지 않겠는가? 풍수의 체는 지형(地形)이 될 것이고, 풍수의 용은 지기(地氣)가 될 것이니, 사람으로 비유한다면 인신(人身)은 지형이라고 할 것이고, 인심(人心)은 지기라고 할 수가 있겠군.”

지광이 이렇게 답하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과연 형님의 명쾌한 말씀이 가슴에 닿습니다. 명리학은 풍수와 달리 인심(人心)을 체로 삼고 인신(人身)을 용으로 삼는 것으로 봅니다. 풍수의 체용과 용법이 서로 같지 않더라도 아무런 문제는 없겠습니다만 이렇게 사소한 것도 탐구(探究)할 적에는 영향을 미칠 수가 있으니 살펴서 판단하시면 되겠습니다.”

“아, 그런가? 듣고 보니 과연 그렇게 보는 것이 타당하겠네. 역시 탁월한 관점이로군. 풍수학도 마찬가지라네 초학자는 지형을 체로 삼고 지기를 용으로 삼고 궁리를 하지만 고수는 항상 지기를 살피게 되는 것이 명학과 같다고 해도 되겠네. 명학도 처음에는 인신을 체로 삼았을 테니 말이네.”

“과연 형님의 통찰력은 감히 따를 수가 없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입니다. 우제(愚弟)도 처음에는 몸을 체로 놓고 관찰하다가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나서야 마음을 체로 삼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공감됩니다. 하하~!”

“그야 전문가들끼리 통하는 것이지 않은가. 하하하~!”

두 사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던 염재가 말했다.

“정(鄭) 사부와 진(陳) 사부께서 나누시는 대화를 통해서 참으로 많은 깨달음을 얻습니다. 가령 이 동굴을 놓고 생각해 보면, 동굴은 체가 되고 지기는 용이 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지금 나누시는 대화를 들으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까 동굴은 지기를 보호하는 용도로 쓰일 따름이니 마치 정신을 감싸고 있는 몸과 같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제자는 이 동굴에 대해서 더 궁금합니다. 정 사부께서 소상한 설명을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방악도 동의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지광을 바라봤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우창이 지광에게 물었다.

“형님, 이 동굴에는 무슨 조화(造化)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까?”

“지기용천(地氣湧泉)이라네.”

“예? 지기가 솟아 나는 우물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 의미는 지기가 샘처럼 솟아오른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그렇다네. 지기가 솟아오르는 곳이 많은데 어제 방악이 하는 말을 들으면서 특별히 강력한 지기천(地氣泉)이라는 것을 알아봤다네. 하하하~!”

“아무리 그렇지만 가벼운 솜털도 아니고 사람을 떠오르게 한다는 것은 참으로 놀랍습니다. 이렇게 지기가 강한 곳도 많이 있습니까?”

“많지는 않지. 그래서 아우님이 행운이라는 것이라네. 하하하~!”

“어제부터 지금까지 참으로 신기한 것들투성이입니다. 만약에 곡부에 있었다면 도저히 겪을 수가 없는 일들의 연속이라서 너무나 신명이 납니다. 하하~!”

“앉아서 깨달을 것도 있고, 이렇게 다니면서 깨달을 것도 있으니 말이네. 지기가 흐르는 것을 용맥(龍脈)이라고도 한다네. 그리고 흐르던 기운이 뭉쳐서 더 나가지 못하면 화산(火山)처럼 솟아오르지.”

“아, 그래서 절벽처럼 앞이 끊겨 있는 바람에 그 기운이 동굴로 솟아오른 것이었습니까?”

“물론이네. 아마도 이 동굴도 강력한 기운으로 인해서 오랜 세월을 두고 암벽들이 계속 떨어져 나가면서 생긴 것이라네. 마치 물가에 있는 바위가 물결에 의해서 깎이고 파이듯이 말이네. 하하~!”

“그런데 어제저녁에는 이미 어두워졌던 시간이었는데 어떻게 이곳을 찾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그야 지광(地光)을 보고 찾았지.”

“아, 그래서 형님의 아호(雅號)가 지광이십니까?”

“내 아호는 지광(地廣)이고, 어제는 지기(地氣)의 광채(光彩)를 봤단 말이네. 하하~!”

“과연 놀랍습니다. 어떻게 지기에서 빛이 보인단 말입니까?”

“아우님은 의원이 환자를 보면 기색(氣色)을 살핀다는 말을 못 들어 봤나?”

“아, 그 말은 들어 봤습니다. 기색은 누구라도 살피는 것이지 않습니까? 아내가 화가 났는지, 자식의 얼굴에 근심이 보이는지를 살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맞았네. 바로 그것과 이것이 실은 다를 것이 없단 말이네.”

“그렇긴 합니다만, 사람이야 살아있으니 표정에서 느낌을 살피는 것일 따름이지만 땅은 죽어있는데 어떻게 빛이나 색이 있단 말입니까?”

“어허~!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시나.”

“예?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어디 시험 삼아 아우님에게 물어볼까? 사주의 간지(干支)는 살아있나 죽어있나?”

“간지의 신묘(神妙)한 변화를 본다면 죽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 보게, 단순한 문자임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다고 느낀다면 이 거대한 대자연의 존재가 죽어있다는 말은 도대체 왜 나온단 말인가?”

“그....렇긴 합니다만....”

“아우님은 아직도 땅과 기감(氣感)을 나누지 못한 탓이니 서두르지 말게나. 앞으로 자연스럽게 땅이 하는 말과 나무가 하는 말을 보고 듣게 될 날이 있을 테니 말이네. 하하하~!”

지광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것을 보면서도 우창은 머릿속이 아득했다. 지금 당장 알고 싶은데 차차로 알게 된다는 말에는 조바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을 무엇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바심이 나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형님, 그렇다면 기다려야 하겠습니다만, 방악이 기감에 대해서 민감한 것은 왜 그런지도 궁금합니다.”

“그야 순수한 상태에서 몸이 필요로 했기 때문이지.”

“순수함은 이해가 됩니다만, 몸이 필요로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요?”

“아니, 벌써 호두나무를 잊었단 말인가?”

“호두나무야 알겠습니다만 그것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그렇게 말씀하시는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쉽게 말씀해 주십시오.”

“호두나무는 바람이라네.”

“예? 나무가 바람이라니요?”

“아직 그 이치를 모른단 말인가? 풍목(風木)이라고 하지 않던가?”

“아, 그것은 알고 있지만, 나무도 바람이라고 하는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정말 오늘은 흡사 바보가 된 것만 같습니다. 하하~!”

“나무가 목(木)이고 목이 바람이라면 당연히 호두나무도 바람일밖에 달리 무엇이겠느냔 말이네.”

“그렇긴 합니다만.....”

“왜? 여전히 석연치 않은가?”

“나무에 바람이 지나가면 가지가 흔들리는 것은 생각이 나지만 나무 자체가 바람이라는 것에는 아무래도 선뜻 동의가 되지 않습니다. 혹 나무가 있으면 조용히 흐르던 기운이 나무에 부딪혀서 소용돌이가 일어나기라도 한다는 뜻입니까?”

“오호~! 그것도 일리가 있는걸. 하하하~!”

이렇게 말하자 조용히 듣고만 있던 염재가 방악에게 물었다.

“악이 생각하기에 호두나무를 보면 어떤 기분이 들든가?”

염재는 26세이고, 방악은 22세이니 네 살의 차이가 나기도 하거니와 후배로 들어온 인연도 감안해서 말은 편하게 했다. 방악도 그것이 자연스러워서 그대로 수용하고 답했다.

“형님의 말씀을 듣고서 생각해 보니까 나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마음이 흔들리고 불안정해지는 것이 나무 때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나무로 인해서 그럴 수도 있었겠다는 느낌이 드네요. 그렇다면 스승님의 말씀대로 나무도 안정된 마음을 흔드는 작용을 할 수가 있다고 봤을 적에는 바람이라고 해도 되지 싶습니다.”

방악의 말을 듣고는 다시 우창에게 생각을 말했다.

“악이 그렇게 말하니까 다시 생각해 보면 진 사부께서 나무를 베어야 한다고 하신 말씀은 마당에서 바람이 일어나니까 그 원인을 제거해서 바람을 없애고자 한 것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우창도 뭔가 석연치 않아서 찜찜하던 생각을 정리하는 염재의 말에 공감이 되었다.

“정말이로구나. 염재의 말을 듣고 생각해 보니까 비로소 장풍(藏風)의 의미가 서로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맞아 들어간다는 것을 알겠군. 역시 염재가 그 몫을 톡톡히 하고 있구나. 하하하~!”

“그야 스승님께서 항상 가르쳐 주신 덕분이 아니고서야 어찌 가능했겠습니까? 이렇게 부족하나마 스승님의 대화에 참여할 수가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할 따름입니다. 하하~!”

우창의 칭찬을 듣자 염재도 기분이 좋아져서 이렇게 답했다. 사제 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지광이 다시 말했다.

“학문에는 사제(師弟)도 없고 노소(老小)도 없다네. 더구나 직접 경험을 한 당사자인 방악이 함께 있으니 우리는 지금 생생한 공부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다행이냔 말이네. 이러한 것을 직접 겪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는 생생함이 이후에 누군가 이러한 것을 글로 적어서 전한다고 한들 이와 같은 느낌조차도 함께 전해 받기는 불가능할 터이니 말이지. 하하~!”

“정말입니다. 형님. 다시 동굴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이 동굴의 비밀에 대해서 더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미 다 이해했는데 무슨 이야기를 따로 더 해야 한단 말인가?”

지광이 이렇게 묻자 염재가 궁금했던 것을 지광에게 물었다.

“정 사부께서 말씀하시기로는 땅에서 풍기는 빛을 보셨다는데 그 빛은 어떤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등불처럼 빛나는 것인지, 아니면 반딧불이처럼 미약한 것인지, 그도 아니라면 대낮처럼 밝게 빛나는 것인지 말입니다.”

“오호~! 염재가 의외로 큰 관심을 보이는구나. 그 빛을 직접 봐야지 내가 아무리 설명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나?”

“물론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그렇게 될 수가 없으니 스승님께서 느끼신 대로 표현해 주시면 대략이나마 짐작을 할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 여쭤봅니다.”

“하긴, 그 빛을 설명한다면, 뭐랄까... 마치 빛의 줄기가 도로가 뻗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나 할까? 말하자면 빛으로 된 도로라고 해도 되겠군. 지기를 느끼는 사람은 몸으로 감지할 수가 있지만 조금 더 수련이 쌓이게 되면 그 지기를 빛으로 보게 되는데 저녁에 해가 땅으로 떨어질 무렵에 산 위에서 아래의 길을 보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가 있겠네.”

“와~! 정말 신기합니다.”

염재가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그러자 지광이 다시 말을 이었다.

“어제저녁에 어둠이 내렸을 적에 나가 본 것은 어두울 적에는 더욱 잘 보이기 때문이라네. 흡사 산속에 불을 켜놓은 것처럼 밝은 광채가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이 마치 번갯불이 번쩍이는 모양과 같다고 할 수가 있지. 그래서 밤이었지만 하늘로 솟구쳤을 적에 단번에 이 동굴의 위치를 볼 수가 있었다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염재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들으면서 아무리 상상을 하려고 해도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그럴 것이네. 가령 음식으로 예를 든다면, 자신이 과거에 먹어 본 것은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맡아 본 향기도 이름만 들어도 기억이 나면서 향기조차도 느껴지기 마련이지만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것은 상상한다고 하더라도 사실과 같기는 어려울 것이네. 그렇지만 나도 이것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네. 왜냐면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에게 상황을 설명한다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말이네. 하하하~!”

지광이 이렇게 말하자 잠자코 듣던 우창이 말했다.

“형님, 그렇다면 지기가 그렇게 모여서 소용돌이치는 자리를 일반인의 육안(肉眼)으로는 가늠하기 어렵습니까? 오랜 수련을 거쳐서만 볼 수가 있다면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만, 혹 지형이 어떻게 생기면 그러한 형태의 기가 모일 수 있는 곳이라는 방법이 있다면 누구라도 형상을 보고서라도 짐작은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으로 좋은 말이네. 과연 아우님은 천부적으로 스승의 운명을 타고났던가 보군. 누구라도 형상을 보면 그곳에 어떤 기운이 흐르고 있는지를 알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것을 보면 말이네. 하하하~!”

“실로 무척이나 답답합니다. 어쩌면 우창의 기감이 가장 무딘 것도 이렇게 분석하는 습관으로 인해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어차피 직접 보고 느낀 것이라도 문자로 담아야 전할 수가 있으니 전해 듣는 것을 통해서라도 문자로 가장 사실에 가깝게 기록을 한다면 누군가에게는 큰 안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좋은 생각이로군. 그렇게 기록을 하지 않으면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와 느낀 경험을 어찌 후세에 전할 수가 있겠는가. 내가 장담하건대, 아우님은 후대에 반드시 이 학문의 종사(宗師)로 추앙(推仰)을 받게 될 것이 틀림없을 것이네. 그리고 그러한 가르침에 내 작은 능력이 포함된다는 것에서도 큰 보람을 느끼겠네. 또한 얼마나 다행이냔 말이지. 하하하~!”

“예, 내일의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지형을 통해서 기운이 모여있는 것을 알 방법이 있는지만 궁금할 따름입니다. 하하~!”

“알겠네. 헛소리는 집어치우고 어서 핵심을 말하라고 윽박지르는구나. 하하~!”

염재와 방악이 우창을 보면서 동조(同調)하는 눈빛을 보내자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지광이 다시 말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