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9] 제30장. 정신(精神)/ 1.오묘(奧妙)한 영역(領域)

작성일
2021-08-05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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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9] 제30장. 정신(精神) 


1. 오묘(奧妙)한 영역(領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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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잠시 분위기가 차분해지기를 기다려서 오광을 향해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모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에 집중했다.

“오광이 생각하기에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가장 큰 차이는 뭘까?”

대중의 시선이 일제히 오광을 향했다. 우창의 질문을 받은 오광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제자가 생각하기에는 인간과 다른 동물이 신체적으로는 모두 같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유는 오장육부는 모두 같은 것인 까닭입니다. 다만 가장 큰 차이라고 한다면 정신(精神)이지 싶습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사유하고 궁리하는 것에서는 확연(確然)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광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도 말했다.

“아니, 애초에 생긴 몸이 다른데 어떻게 신체조차도 같다고 말할 수가 있어? 생긴 모양이 다르잖아. 동생의 말에 동의하지 못하겠어.”

그러자 오광이 답했다.

“맞습니다. 누나의 말씀이 맞지만 크게 보자면 인간과 동물의 몸은 다 같이 이목구비(耳目口鼻)가 있고 음식을 하는데 공기와 물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물론이고 곡기(穀氣)도 마찬가지로 식물을 먹거나 동물을 먹거나 서로 다를 것이 없다고 봐서 짐승이나 사람이나 근본적인 부분은 같다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했습니다. 더구나 탐욕도 비슷하다고 생각되는 까닭입니다.”

오광의 말을 듣고 보니까 춘매도 그렇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고 보니까 인간이나 동물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네. 인간이라고 껍질만 쓰고 있을 뿐 금수(禽獸)만도 못한 것들도 수두룩하니까 말이야. 내가 생각을 너무 좁게 했어. 인정~! 호호호~!”

“스승님께서도 크게 다른 점을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만, 작게 다른 점을 생각한다면 두 발로 걷는 것부터가 다르니까 당연히 누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하하~!”

춘매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오광도 기분이 좋아서 밝게 웃었다. 그러자 우창이 말을 이었다.

“맞아, 오광이 정확하게 말했군. 그러니까 여태까지 우리가 논의한 물질의 오행에서 본다면 대체로 비슷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정신세계가 다른 동물과 크게 다르다는 것으로 정리를 할 수가 있을 테니까 이제부터 이것에 대해서 생각해볼까 하네.”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와~! 정말 기대가 되어요.”

춘매의 독촉을 받으면서 미소를 지은 우창이 설명했다.

“오행에서의 금(金)은 정신(精神)이라고도 하고, 마음이라고도 하고, 혼령(魂靈)이라고도 하고, 비슷한 말로 영혼(靈魂)이라고도 하지. 심지어 부처의 가르침으로는 자아(自我)라고도 하고, 더 나아가 무아(無我)라고도 해서 자기라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인데, 결국 이러한 것이 가리키는 것은 모두 같은 것의 다른 이름일 따름이야.”

“자아는 그래도 대충 알아듣겠는데 무아는 또 뭐에요? ‘내가 없다’는 말인가요? 내가 없다는 것이 뭔지 납득하기 어렵네요. 마치 땅을 짚고 헤엄치다가 갑자기 깊은 웅덩이에 빠진 느낌이에요. 물질의 오행은 쉬웠는데 정신으로 들어가자마자 이렇게 어려워지는 건가요?”

춘매가 의아해서 물었다.

“그렇게도 생각이 될 수가 있겠네. 무아로 들어가면 소아(小我)와 대아(大我)로 나누어지게 돼. 소아라는 것은 육신(肉身)에 집착하는 동물과 다를 바가 없는 자신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 그 단계를 벗어나면 자신과 자연이 둘이 아니라는 불이법(不二法)을 깨닫게 되고, 그렇게 되면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은 것을 알게 되니까 소아를 버리고 대아를 취하게 되는 거지.”

“에고, 참 어렵긴 해요. 소아든 대아든 결국은 그 사람이잖아요?”

춘매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말했다.

“하하~! 춘매가 제대로 핵심(核心)을 짚었구나. 과연 공부한 보람이 이런 곳에서 드러나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해. 하하하~!”

우창이 칭찬하는 소리를 듣자 춘매도 기분이 우쭐해졌다.

“아니, 그렇잖아요? 아마도 모르긴 해도 마음에도 여러 가지의 단계가 있다고 하지 싶은걸요? 어때요? 애초에 하나인 마음을 자꾸 나눠서 어렵게 만드는 것은 아닌가요?”

“맞아, 틀림없는 이야기야. 하하하~!”

춘매의 말을 들은 우창은 기분이 좋았다. 정신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도 춘매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보니까 열심히 공부한 것으로 인해서 의식(意識)의 세계(世界)가 상당히 객관적(客觀的)인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춘매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말을 이었다.

“불경(佛經)에는 금강경(金剛經)이라는 것이 있어. 마음을 다루는 경인데, 여기에 보면 아상(我相) 인상(人相) 중생상(衆生相) 수자상(壽者相)을 네 개의 산(山)이라고 했어. 정신의 길을 가는데 장애물과 같다고 해서 험산(險山)이라는 의미로 말하는 거야.”

우창이 이렇게 말하자, 춘매는 무슨 뜻인지를 몰라서 눈만 멀뚱멀뚱하고 있었다. 그러자 염재가 바로 받아서 정리하면서 물었다.

“스승님의 말씀은 제자도 읽어봤습니다. 아상은 ‘나’라는 존재가 있다는 뜻이니까 소아(小我)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를 하면 되지 싶습니다. 인상(人相)은 나는 다른 동물과 다른 사람이라는 뜻이겠고, 중생상(衆生相)은 나는 중생이기 때문에 부처와는 다르다는 것으로 차별하여 우울하게 생각하는 것이고, 수자상(壽者相)은 나는 수명대로 살다가 죽게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니까 결국은 보통사람들이 갖고 있는 마음을 말하는 것으로 이해가 됩니다. 이 네 가지를 사상(四相)이라고 해서 생노병사(生老病死)를 벗어나지 못하는 고정관념(固定觀念)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러자 모두 염재의 설명에 감탄했다. 그 어려운 이야기를 이렇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설명해 주는 것을 들으니까 너무 신기했기 때문이다. 우창이 염재의 말에 기쁜 마음으로 답했다.

“과연, 염재는 관청에서 공무를 수행(隨行)하기에 아까운 인재네. 인류의 스승이 되어야지, 관청의 심부름꾼이 된다는 것은 옥잔(玉盞)에 구정물을 담은 것이나 같지 않느냔 말이야. 하하하~!”

“아닙니다. 제자도 공부가 더 깊어지면 어느 순간에 관리(官吏)를 그만두게 될지 모릅니다. 스승님처럼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이 꿈이기 때문입니다. 과분한 말씀에 감사드립니다. 더욱 분발하겠습니다.”

“사상(四相)에서 모양[相]이라고 말하는 것은 마음에 형상을 만들기 때문이라더군. 그러니까 나와 남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되면 비로소 소아(小我)를 벗어난 곳에 사상산(四相山)은 간 곳이 없고, 대신에 법성산(法性山)이 높고 높아서 산정(山頂)에 올라 피리를 빗겨불게 된다는 이야기네.”

“와, 정말 아름다운 풍경이 떠올라요. 스승님의 말씀이 머릿속에서 한 폭의 그림처럼 형상이 떠오르잖아요.”

춘매가 감탄하면서 말하자 우창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춘매도 법성(法性)의 맛을 알고 있는 거야. 속세(俗世)의 번뇌(煩惱)는 그렇게 구름처럼 둥둥 떠다니다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맑고 밝은 하늘만 남게 되는 거야. 그래서 소아(小我)를 벗어나서 대아(大我)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것이지. 하하하~!”

“그렇다면 소아에서 대아로 바뀌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요?”

비로소 복잡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이야기의 의미를 깨닫게 된 춘매가 급하게 물었다. 대아가 이렇게도 멋진 정신세계라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우창의 마음이야말로 나와 남을 구분하지 않고 가르침을 베풀고 있는 것이 흡사 사상을 떠난 대아의 마음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 이렇게 오행을 공부하면서 사유하다가 보면 자연스럽게 대아가 되어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거야. 하하하~!”

“와~! 그런거에요? 정말 다행이네요. 난 또 뭔가 특별한 것을 해야만 가능한 줄로 알았잖아요. 가령 스님들처럼 삭발하고 초식(草食)을 하면서 홀로 좌선(坐禪)이라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요. 호호호~!!”

“그렇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일 따름이야. 그렇게 수행하는 것을 참선(參禪)이라고도 하는데, 춘매가 알아들을 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선(禪)이란 터를 닦는다는 의미야. 글자를 생각해 볼까?”

그러면서 글자를 썼다. 모두 이목을 우창이 들고 있는 붓에 집중했다.

319 글자 선

글자를 다 쓰고는 춘매에게 물었다.

“무슨 글자가 보여?”

그러자 춘매가 글자를 보면서 말했다.

“우선 시(示)가 보여요. 보여준다는 뜻이잖아요? 내가 보는 것은 견(見)인데 남에게 보여준다는 뜻이 되는 거죠? 이것은 신(神)에서의 시(示)와도 같은 것으로 봐도 될까요?”

춘매의 말을 들은 우창은 감탄했다. 열심히 공부한 보람이 이렇게 엉뚱한 곳에서 효과를 본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맞아, ‘보이는 것’과 ‘보는 것’은 주체(主體)가 다르다는 거야. 사람이 보이는 신(神)을 바라보는 것이지 신이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는 뜻도 되니까 말이지.”

“정말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뜻은 잘 몰랐는데 사람이 신을 본다는 것이 그런 뜻이었어요? 정말 뜻밖이에요. 항상 그러잖아요? ‘신이 내려다보고 있다’고 말이에요. 정말 신이 보는 것이 아니란 말이죠?”

“물론이야. 하하하~!”

“엄머~! 놀라워라. 그런데 신은 왜 보지 않죠? 그게 더 궁금해요.”

그러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춘매는 신에게 눈이 있다고 생각해?”

“그야 당연히 눈이 있죠. 신령은 도관(道觀)에 가도 있고, 사원(寺院)에 가도 얼마나 많은데요.”

“아, 그것을 떠올렸구나. 그것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예? 뭐라고 해요? 옥황상제님 일월성군님 아미타불님이라고 하잖아요?”

“에구~! 쯧쯧. 어째 제법 잘 궁리한다고 했더니만 거기까지였구나. 하하하~!”

춘매는 우창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눈만 동그랗게 뜨고 우창을 바라봤다. 그렇게 웃으면서 말하는 소리는 분명히 자신이 뭔가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뜻일 텐데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알기 쉽게 말씀해 주실 거잖아요. 그쵸? 호호호~!”

그러자 우창이 말없이 손을 들어서 자원을 가리켰다. 그러자 모두 무슨 뜻인가 싶어서 우창의 손끝을 따라서 자원을 바라봤다. 그러자 자원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자원은 우창이 하고자 하는 그 의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춘매는 무슨 뜻인지 몰라서 다시 우창의 얼굴만 바라볼 따름이었다.

“모르겠어?”

“예? 뭘요? 언니가 뭘 어쨌게요?”

그러자 우창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왜 내 손가락은 안 보고 자원을 바라보는 거야?”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이에요? 당연히 언니를 가리켰으니까 언니를 본 건데 왜 손가락을 보지 않느냐고 하시다니요?”

춘매는 아직도 우창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아서 되물었다. 그러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은 옥황상제만 보고 옥황상제가 의미하는 것을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을 싸부가 설명하고 있는 것을 모르는거야. 호호호~!”

“예? 그러니까.....”

“맞아, 옥황상제를 도관에 만들어 놓은 것은 그러한 존재가 보이지는 않지만 어딘가에서 내려다보고 있으니까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좋은 일을 하라는 의미인데 동생은 그것이 옥황상제인 줄로 알고 그것에 갖혀 있다는 거야. 호호호~!”

“어? 정말요?”

“정말이잖고. 옥황상제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그야 장인이 솜씨를 발휘해서 만들었잖아요?”

“만든 이는 사람일까? 옥황상제일까?”

“말해서 뭘 해요. 당연히 사람이죠.”

“사람이 왜 만들었을까?”

“그야 이러한 신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만든 것이잖아요?”

“신(神)에서 보일시(示)의 뜻을 이제 알겠어?”

자원의 말을 듣고서도 얼른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잠시 눈을 껌뻑이던 춘매가 비로소 그 뜻을 알게 되었다.

“아하~! 그 말씀이셨구나. 알았어요. 호호호~!”

“어디 알았으면 말을 해봐.”

자원이 춘매가 제대로 이해를 한 것인지를 확인하려고 다시 물었다. 그러자 춘매가 자신 있게 말했다.

“신은 보이는 존재에요. 신이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았어요. 그렇다면 선(禪)은 뭘 본다는 거죠?”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단(單)은 ‘하나’라는 뜻도 되지만, ‘오직’이라는 뜻도 되는 거야. 그러니까 오직 보일 뿐이라는 뜻이야. 보이기는 하지만 그 실체는 뭐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기도 해. 그러니까 다른 존재는 신(神)이고 나 자신은 선(禪)인 거야. 이 말의 뜻을 이해하기는 좀 어렵지 싶기는 하네만.”

“신과 선이 같은 말이라고요? 정말 어려워요. 신에 대해서는 알았어요. 인간이 바라보는 존재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내가 선이라는 것은 무슨 뜻이죠? 물질에 대해서는 너무 쉬웠는데 정신으로 들어가니까 왜 이렇게 이해하지 못할 이야기들투성이죠?”

“맞아, 바로 그 말이야. 내가 나를 보는 거야.”

“내가 나를 어떻게 봐요?”

“나의 주체가 내 마음의 소용돌이를 지켜보는 거지. 그게 선(禪)이야. 하하하~!”

“정말 알쏭달쏭해요. 명확하게 설명해 주셔봐요.”

“그렇지? 나를 따라서 해봐. 오른쪽 다리 위에 왼쪽 다리를 얹어. 아 그러자면 의자가 아니라 바닥에 앉아야겠구나. 모두 바닥에 앉아서 같이 해봅시다.”

우창의 말에 다들 바닥으로 앉아서 오른 다리 위에 왼 다리를 얹고 책상다리를 했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했다.

“이것을 반가부좌(半跏趺坐)라고 합니다. 가부좌(跏趺坐)는 다시 왼쪽 다리 위에 오른쪽 다리를 올리면 됩니다.”

그러자 춘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와~ 다리가 터질 것 같아요. 아파요~!”

“그래서 가부좌를 하기 힘들면 반가부좌만 해도 되는 거야. 오늘은 반가부좌만 하는 것으로 하지. 그리고 오른손 위에 왼손을 펴서 올려놓고, 엄지손가락을 마주 댑니다.”

모두 우창이 시키는 대로 반가부좌에 손바닥을 겹쳐서 놓고는 다시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의 다음 말을 듣기 위해서였다. 모두를 둘러보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자, 모두 잘하셨습니다. 다음에는 귀를 어깨와 나란히 되도록 머리를 세웁니다. 코는 배꼽과 나란히 되도록 턱을 살짝 당깁니다. 눈은 반쯤 떠서 무엇을 보려고 하지 말고 코끝 부근을 응시하면 됩니다.”

춘매도 재미있는지 따라 하면서 말했다.

“이건 쉬워요. 이렇게 하니까 스님들처럼 자세가 되었어요. 호호호~!”

그러자 우창이 다시 말을 이었다.

“다음에는 호흡하는 존재를 바라봅니다. 들숨과 날숨을 지켜보면 됩니다. 그리고 숨이 점점 깊어져서 들이쉴 적에는 아랫배까지 도달한다는 마음으로 깊이 쉽니다. 내 쉴 때는 몸 안에 들어있는 모든 공기를 빼낸다는 느낌으로 내쉽니다. 이렇게 일각(一刻:15분)만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숨을 쉬면서 숨을 쉬는 것을 보란 말이죠?”

춘매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도 답을 했다.

“그래,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이 있는데,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앞니를 지그시 무는 거야. 물론 입술은 붙여야지. 이것이 바로 좌선(坐禪)이라고 하는 거야.”

춘매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다가 말을 멈췄다. 혀를 입천장에 붙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방안에서는 침묵이 흐르고 숨소리만 간간이 들렸다. 우창은 생각하는 것을 돕기 위해서 조용히 말했다.

“아마도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떠오를 것입니다. 그냥 둡니다. 하늘에 구름이 지나간다고 해서 참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생각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대로 두면 됩니다. 안개가 사라진다고 해서 안타까워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게 조용하게 숨을 쉬고 있는 자신을 관조(觀照)하면 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관조가 됩니다. 밝게 자신을 관찰(觀察)하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잠시 집중이 되지만 조금 지나면 별별 생각이 다 떠오릅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좇아가기도 합니다. 그렇게 생각을 좇아가는 놈을 그냥 바라보면 됩니다. 이것이 보일시(示)입니다. 보이는 그대로 보고 있으면 됩니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눈을 감을 필요도 없습니다. 눈을 감으면 이번에는 잠이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는 우창도 입을 다물었다. 자신도 좌선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일각이 한 시진처럼 흘러갔다. 그러자 우창이 손뼉을 쳤다.

“짝,짝,짝!”

모두 눈을 뜨고 우창을 바라봤다.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자, 다시 의자에 앉으시지요. 고생하셨습니다. 하하하~!”

우창의 말에 따라서 몸을 풀고 의자에 편안하게 앉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비록 잠깐의 체험입니다만 좌선(坐禪)의 요령은 이와 같습니다. 이렇게 해서 자신의 마음이 차분하게 되면 태산이 무너져도 흔들리지 않게 됩니다. 하물며 주변에서 일어나는 희노애락(喜怒哀樂)이겠습니까? 그래서 마음은 부동심(不動心)이 됩니다. 이것이 입선(入禪)이라고 합니다. 선으로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묵묵히 우창의 말을 따라서 체험을 한 안산이 말했다.

“정말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선(禪)의 의미에 대해서 이렇게 직접 체험하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음이 산란(散亂)할 적에도 이렇게 반 시진만 하면 안정이 되지 싶습니다. 공부하는데 참으로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습니다. 어떻게 활용하더라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사용할 수가 있는 방법입니다. 가끔 활용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서 입선(入禪)이 잘 되면 그다음에는 돌아다니면서도 마음이 흐트러지지 않으면 행선(行禪)이라고 하고, 누워서도 그 마음을 집중할 수가 있으면 와선(臥禪)이라고 합니다. 물론 어떻게 행동하던지 모두 선이 되므로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어묵동정(語黙動靜)에서 항상 선을 수행할 수가 있다고 합니다. 걷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는 것은 물론이고, 말을 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적에도 한결같이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자 춘매가 우창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말했다.

“정말 오늘 특별한 것을 배웠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배울 수가 있다는 것도 참 신기하고요. 그러니까 이렇게 해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선이라는 말이지요? 단독(單獨)의 의미가 다른 무엇도 생각하지 말고 오직 자신에 대해서만 바라본다는 의미도 있지 싶어요. 재미있어요.”

춘매가 좋아하자 우창도 즐거웠다. 이것을 이해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마울 따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말을 이었다.

“맞아, 이것이 바로 정신세계의 출발점(出發點)이야. 그러니까 금(金)은 이렇게 앉아있는 것을 나타낸 글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제 말할 수가 있겠네. 어떻게 보여?”

우창의 말에 춘매가 잠시 생각하더니 감탄을 하면서 말했다.

“와우~! 정말이네요. 토(土)는 오히려 역동적(力動的)인 느낌이 들어요. 목(木)도 어디론가 움직이려는 모습이에요. 화(火)는 정신없이 타오르는 불길이 느껴져요. 물은 잠시도 가만히 있지않고 어디론가 흘러가는 느낌인데 유독 금(金)은 가만히 앉아있는 모습이네요. 그야말로 좌선(坐禪)을 하고 있어요. 호호호~!”

춘매는 신기한 것을 발견한 것처럼 재미있어했다. 우창이 붓을 들었다.

319 글자 금

“어때? 사람이 앉아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처럼 보여?”

춘매가 우창이 그린 그림을 보면서 말했다.

“틀림없이 그 모습이네요. 와우~! 글자만 써놓아도 좌선하는 모습을 말씀해 주시면 떠오를 수가 있었는데 간단하게 그림까지 곁들여서 설명해 주니까 그야말로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를 알겠어요. 금(金)에서 두 점은 손을 마주 잡는 것이며, 도(十)는 가슴에서 호흡하고 있는 모습이 떠올라요. 더구나 맨 아래의 일(一)은 책상다리를 하는 모습과 완전히 일치해요. 물론 머리에서 어깨까지의 선은 그야말로 인(人)이네요. 호호호~!”

춘매는 신명이 난다는 듯이 그림을 보면서 글자를 대입해서 설명했다. 춘매의 말에 모두 공감하면서 참선하는 모습과 겹쳐서 금(金)이 의미하는 바가 참으로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춘매의 말을 듣고 우창이 다시 보충해서 설명했다.

“설명을 매우 잘했어. 이제 비로소 금(金)을 공부할 준비가 되었다고 봐도 되겠네. 그러니까 대아(大我)든 소아(小我)든 모두 자신의 일념(一念)에 따라서 결정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그 소소영령(昭昭靈靈)한 존재에 대해서 알아보는 여행을 시작해도 되겠네. 하하하~!”

“와우~! 너무 기대되고 재미있어요. 마음을 공부한다는 것이 이렇게 설렐까요? 물질을 이해하고 났으니까 오히려 더 깊은 관찰을 할 수가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제 그 마음을 찾으러 가봐요. 호호호~!”

춘매의 말에 우창도 웃으면서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이제부터 본격적(本格的)으로 정신세계를 탐색(探索)할 것이라는 마음의 표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