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8] 제29장. 물질오행관/ 13.불의 양면성(兩面性)

작성일
2021-07-3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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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8]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13. 불의 양면성(兩面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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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의 말을 듣고는 오광이 자원에게 먼저 물었다. 춘매는 불에 대해서 딱히 떠오르는 생각이 없다는 말을 했으니 오히려 자원에게 물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알았어. 호호호~!”

불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생각을 가다듬은 자원이 잠시 뜸을 들인 다음에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불은 두 가지야. 하늘의 불과 땅의 불이지. 하늘의 불은 태양이니까 인간의 손에서 벗어 난 곳에 있으니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지. 아침이 되면 떠오르고 저녁이 되면 서산으로 넘어갈 따름이야.”

“그렇습니다. 양중지양(陽中之陽)이어서 태양(太陽)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맞아, 여름에는 폭염(暴炎)으로 시달리고, 겨울에는 온기(溫氣)로 추위를 이기도록 도와주는 것이니 이것만으로도 자연의 신비한 조화라고 할 수가 있겠지. 다만 이것은 인간의 힘으로는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으므로 인간은 태양의 영향으로부터 스스로 적응하는 것만이 오행 중에서 오직 사행(四行)과 다른 화(火)의 의미라고 하겠네.”

“정말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천중화(天中火)는 인간의 손에서 벗어난 곳에 있으니 달리 어떻게 해 볼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중화(地中火)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해 볼 내용이 있겠습니다. 그 이치가 궁금합니다.”

그러자 구석기와 신석기에 대해서 설명했던 염재가 답변했다.

“오광의 생각에 대해서 내가 몇 가지를 거론해 볼까 싶네. 인간이 다른 동물과 최초로 갈라지는 시점에는 불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하는 것이라네.”

그러자 오광도 염재에게 말했다.

“아, 그렇지 않아도 형님의 설명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안목이 더욱 넓어질 것이 분명합니다.”

오광이 환영하는 말을 하자 염재가 말을 이었다.

“실로 오행에 불이 있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지만 하늘의 태양은 제외로 하더라도 인간에게 가장 큰 변화를 준 것으로 생각할 수가 있을 것이네.”

“불의 존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아득한 옛날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네. 생각해 보면 흙은 이미 삶을 살아가야 하는 바탕이니까 더 말을 할 것도 없고, 모든 동물과 식물도 필수적이라고 해야 하지 않겠나?”

“맞습니다. 그것이 당연합니다. 삶이 시작되면서부터 잠시도 떠날 수가 없는 것이 흙입니다.”

“물도 또한 삶을 유지하는데 무엇보다도 소중한 존재였으니까 당연히 잠시도 떠날 수가 없었기에 고대인들은 대부분 강을 끼고 무리를 지어서 살았다고 하는 흔적이 남아있다네. 최초의 인간은 황하(黃河)의 강변에서 움집을 짓고 살았다는 것이 바로 그러한 증거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아, 그렇군요. 강을 끼고서 문명이 발달했다는 것은 당연히 흙과 물의 존재가 절실하게 필요한 존재였기 때문이겠습니다.”

“여기에 풀과 나무를 이용해서 열매를 따 먹거나 음식의 재료를 구하게 되었을 테니까 또한 필요했을 것으로 보는 것에는 이의(異議)가 없지 않을까?”

“물론입니다. 당연하지요.”

“태양의 존재도 중요하나 인간의 손으로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존재라는 것으로 본다면 태양을 차라리 신(神)으로 대우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할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까 인간이 두려워하면서도 의지해야 하는 존재가 되었겠지.”

“이해가 됩니다. 아마도 그랬겠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불을 다루는 법을 터득하게 되면서부터 삶의 모습이 달라졌다고 보면 될 것이니 최초의 불은 화산(火山)에서 불씨를 가져다가 마을에서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도 있을 것이네. 그러한 증거로 100년을 꺼트리지 않고 불씨를 전해 왔다는 가문도 있는 것을 보면 미뤄서 짐작을 해 볼 수가 있을 것이네.”

“아, 그렇겠습니다. 그러한 의미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사냥으로 잡은 고기를 익혀 먹고, 곡식을 삶아서 먹는 방법을 생각하면서 그릇도 필요했을 것으로 봐야 하겠지?”

“그릇이 등장하는 것은 불과 함께였다는 말씀입니까?”

“아마도 그렇지 않았을까? 그릇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

“처음의 그릇은 질그릇이 아니었을까요? 그러니까 토기(土器)가 되는 것으로 짐작을 해 봅니다.”

“토기를 처음에는 진흙으로 만들어서 햇볕에 말린 다음에 사용했을 것으로 짐작해 보네. 여기에서도 태양의 열은 큰 역할을 했겠군.”

“맞습니다. 햇볕에 그릇을 말리면 단단하게 된다는 것을 알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물을 담으면 허물어지는 것을 알고 나서는 더욱 단단한 그릇이 필요했을 것이고, 그릇을 햇볕에 말리는 것보다 불에 굽게 되면 더욱 단단해진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네.”

“그야말로 살아가면서 진화하는 과정을 밟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오광은 인류의 진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니 혼란스러웠던 생각들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을 보면서 염재가 말을 이었다.

“당연하지. 점차로 단단하게 그릇을 만들어서 물을 담아도 허물어지지 않는 토기를 얻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불의 존재가 더욱 소중하게 되었을 것으로 보겠네. 아마도 처음에는 추위를 막는 용도로 사용했겠으나 점차로 생활 도구를 만드는 데도 이용하게 되었을 것이니까 비로소 불의 의미를 알아가는 과정이었을 것으로 보게 된다네.”

“이해가 됩니다. 불의 역사를 보는 듯하여 재미있습니다.”

“재미가 있다니 다행이네. 그렇게 사용하게 된 불이 마침내 쇠를 녹이는 기능까지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은 그 후로도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이었을 것으로 짐작해 보겠네. 그러니까 금의 존재는 불을 자유롭게 다루게 되면서 얻어지게 된 것이니 오행 중에서는 가장 나중에 인간의 삶에 간여하게 되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네.”

“아하, 오행의 의미가 동시에 생긴 것이 아니라 이렇게 흐름에 따라서 생겼다는 것도 새삼스럽게 깨닫습니다. 놀라운 말씀이십니다.”

오광이 흥미를 갖고서 이야기에 몰입하는 것을 보면서 염재도 신명이 나서 물었다.

“어디, 재미 삼아 물어볼까? 오광이 생각하기에 이 땅의 최초 모습은 어떤 오행이었을까?”

“예? 최초의 오행이 무엇이었겠느냐고요? 글...쎄...요....”

“최초에는 땅이 아니었겠습니까? 당연한 질문을 하시는 의미를 모르겠어서 얼떨떨합니다. 하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지. 그런데 서양의 문헌(文獻)을 보고서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네.”

“아니, 그건 또 무슨 내용이 들어있기에 생각이 바뀌었을까요? 그것이 궁금합니다.”

“그 문헌을 보면, 이 땅의 최초에는 온통 불덩어리와 같은 존재였다는 거라네.”

“온통 불덩어리라면 사물(事物)이 존재할 수가 있겠습니까?”

“난들 알겠나. 최초에는 그렇게 불덩어리였다는 거야. 그러다가 점차로 식으면서 암석이 되고, 다시 암석의 틈 사이는 흙이 되면서 습기가 생기고, 그래서 물도 생기게 되었다는데 아직도 그 원리에 대해서는 모두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네.”

“그것은 믿기 어려운 말씀입니다. 어찌 그럴 수가 있단 말입니까?”

“지금도 땅은 불에서 왔다는 것을 보여주는 흔적을 발견할 수가 있지 않나? 화산(火山)이 무엇이겠느냔 말이네. 그래서 이 땅에 대해서는 아직도 다 안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라네. 하하하~!”

오광은 염재의 말에 반신반의(半信半疑)하면서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고개만 끄덕였다. 다만 염재의 말에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기조차 했다. 눈앞의 일들에 대해서만 생각하면서 살다가 이렇게 아득한 옛적에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물며 땅이 되기 이전의 이야기에 이러르서는 정리가 되어가던 생각이 오히려 혼란스럽기조차 했다. 조용히 염재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춘매가 물었다.

“아득한 옛날에 이 땅이 불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염재의 말에는 불을 자유롭게 다루고 나서 인간의 삶이 달라졌고, 그렇게 하다가 생활의 도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쇠를 녹여서 농기구며 무기를 만들게 되었다는 이야기네?”

“맞습니다. 말씀하신 그대로 불과 쇠를 따로 생각할 수가 없을 정도로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음식을 만드는 것에서도 불의 역할은 지대하다고 하겠으니 오행에서 불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네.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에는 항상 오행이 함께 있었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말이네. 호호호~!”

“그렇습니다.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온통 오행으로 가득하게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맞아. 가구와 책상과 밥상은 나무이고, 칼과 문고리와 대야는 쇠이고, 차를 끓이려고 해도 찻잎은 나무, 화로불은 불, 찻물은 물이네, 그리고 차가 자라려면 흙이 있어야 하니 오행은 우리의 삶에서 잠시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겠어. 놀랍네.”

그러자 염재가 다시 말했다.

“실로 불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참으로 풍요롭게 살아갈 수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쇠를 녹여서 글자의 틀을 만들어서 책을 찍을 수도 있었으니까요. 처음에는 철판(鐵板)에 글자를 새겨서 종이에 찍어서 만든 책을 나중에는 활자(活字)를 발명해서 더욱 쉽게 책을 만들 수가 있게 되었으니까요.”

염재의 말에 다시 오광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물었다.

“아니, 글자가 살아있다는 뜻입니까? 활자란 무슨 의미입니까? 초목(草木)이나 동물(動物)이야 살아있다지만 글자가 살아있다는 것은 금시초문(今始初聞)입니다. 설명해 주시지요.”

“아, 그런가? 동물이 살아있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그야 동남서북으로 활동하는 것이기 때문이 아닙니까?”

“맞아, 글자도 그와 같이 돌아다닐 수가 있으면 활자가 아니겠나? 하하~!”

“그러니까 말입니다. 발도 없고 생명도 없는 글자가 살아있다니 그건 무슨 까닭인지.....”

염재의 설명에도 오광은 이해가 되지 않는 다는 듯이 말하자 염재가 다시 설명을 이었다.

“철판에 글자를 새겨서 먹물을 발라서 인쇄(印刷)한다면 그것은 고정되어서 모든 글자가 움직일 수가 없으니 활자라고 하지 않는다네. 그런데 글자를 하나씩 따로 만들어 놓는다면 어떻게 되겠나? 가령 오(五)라는 글자를 쇠로 만들었다면, 이것은 오인(五人)으로도 쓸 수가 있고, 오목(五目)으로 쓸 수도 있고, 또 우리가 공부하는 책을 만들 때는 오행(五行)이라고 쓸 수도 있지 않겠나? 이렇게 상황에 따라서 쓰임새가 달라지니 활자(活字)라고 할 밖에. 하하~!”

염재가 이렇게 설명을 하자 비로소 오광도 이해가 되었다는 듯이 말했다.

“아하~! 이제 알겠습니다. 활자가 맞습니다. 하하~!”

오광이 이해한 것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는 다시 춘매를 향해서 말을 이었다.

“그러나 불이 좋은 일만 한 것은 아닙니다. 매사에 양이 있으면 음이 있는 이치라고 하겠습니다.”

“어? 그런가? 무슨 의미인지 설명을 해 줘봐.”

“우선 불이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화재(火災)로 집이 불타버리기도 하고, 전쟁이 일어나면 군졸들이 마을에 불을 지르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화약(火藥)을 사용해서 사람을 대량으로 살상하기도 합니다. 이 모두는 불이 갖는 음적인 면이라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오호~! 듣고 보니까 그렇게도 볼 수가 있는 것이었구나. 불은 무섭네.”

“그뿐이 아닙니다. 폭염이 내리쪼이면 만물이 말라 죽는 것도 불의 재앙입니다. 화산이 폭발해서 인근 수백 리의 사람들이 모두 죽음에 이르는 것도 불의 재앙이지요. 그런가 하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 것도 원인은 불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정말이네. 그래서 항상 불은 조심해서 다루라는 말을 하는구나. 잘 사용하면 고마운 불이지만 자칫하면 흉악한 재앙이 되어버리니까 말이야.”

“그런가 하면 불은 형벌(刑罰)로도 사용됩니다. 불에 달군 쇠로 지지거나 심지어는 화형(火刑)으로 태워죽이기도 합니다. 밤에 학자의 눈을 밝혀주는 고마운 불이기도 하지만, 역모(逆謀)를 꾀했다면서 학자를 고문(拷問)하는 것도 또한 불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 그렇구나. 염재의 말을 듣고 보니까 오행의 존재는 저마다 음양이 있다고 봐야 하겠네. 우선 불은 농작물을 길러주는 태양을 포함해서 추위를 막아주고 요리를 도와주고 차를 마시게 해 주는 고마운 불이지만, 전쟁의 참화(慘禍)에서 화마(火魔)가 되기도 하고, 책을 읽다가 잠이 들어서 켜놓은 촛불이 화재를 일으키기도 하니 이것은 재앙의 불이잖아?”

“맞습니다. 잘 정리하셨습니다. 비록 누구나 알고 있는 이야기지만 이렇게 정리를 해 봄으로 해서 기억의 창고에 차곡차곡 들어차게 됩니다. 그래야 언제라도 필요할 적에 바로 꺼내어 쓸 수가 있거든요. 이것이 학문의 공덕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다면 물의 좋은 점이야 더 말을 할 필요도 없겠지만 물의 부작용은 홍수가 일어나거나 물에 빠져서 소중한 생명을 잃게 하는 것도 물이니까 이러한 것은 물의 흉한 작용이라고 해야 하겠네.”

“잘 정리하셨습니다. 흙의 나쁜 점도 있겠습니까?”

“흙은 어떻게 나쁜 짓을 하지? 항상 고맙기만 한 흙인걸. 나쁜 일이라고 한다면 바람이 불어서 흙먼지가 날려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요? 지진이라도 난다면 나쁘다고 할 수가 있겠습니다. 산도 무너지고 집도 무너지게 되어서 생명이 위태롭게 되니까요?”

“아, 그렇네. 지진도 일어날 수가 있으니 땅의 흉한 작용은 보통은 없다고 하더라도 일단 흉하게 작용하여 지진이라도 일어나거나 산사태가 난다면 참혹한 재앙이 되기도 하는 것이었네.”

“쇠는 어떨까요?”

“쇠? 아무래도 도구가 되었을 적에는 그보다 고마운 것이 없겠지만, 흉기가 되어서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가 된다면 모든 사람은 두려움으로 벌벌 떨겠지? 정말 극명하게 길흉으로 나뉘는 것을 알겠네.”

“그렇다면 나무도 길흉이 있을까요?”

“나무의 소중한 점은 초목(草木)을 먹고 살아가는 것으로 봐서 식량이 된다는 점에서 더 말을 할 나위가 없겠는데, 흉한 작용도 있나? 나무의 흉한 작용이 뭐지? 생각이 나지 않는걸.”

“우선은 그렇습니다. 다만 나무를 넘어서 목(木)을 생각하게 되면 태풍(颱風)이 있습니다. 지수화풍의 풍(風)이 나무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짐작을 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아, 그건 스승님께 들어봤어. 그러니까 나무로 칼이나 화살을 만들어서 무기로 삼을 수도 있고, 몽둥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고 보면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렸으나 또한 나무의 흉작용이라고 할 수도 있을까?”

“물론입니다. 그것도 가능한 관찰입니다. 이렇게 모든 오행의 길흉을 살펴보면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것은 없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길도 되고 흉도 된다는 것을 알 수가 있겠습니다.”

그러자 이야기를 다 듣고 난 우창이 말했다.

“실로 명학(命學)은 오행학(五行學)이기도 하다네. 사주의 간지(干支)는 결국 오행의 의미 안에 존재하니까 말이지. 그래서 어떤 오행은 길작용을 하게 되지만, 또 어떤 오행은 흉작용도 하게 되므로 그것을 가리는 것이 또한 명학의 핵심이기도 하다네.”

이제 물질적인 오행에 대해서 어느 정도 정리되자 우창이 은근슬쩍 명학의 이야기로 마무리를 할 요량으로 말을 꺼냈다. 그러자 오광이 바로 말을 했다.

“스승님의 인내심에 경탄(驚歎)하면서 감사드립니다. 빤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인내심으로 들어주시고 말씀해 주셔서 이렇게도 깔끔하게 물질적인 오행부터 살펴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에는 그대로 명학으로 끌어들여서 사주에서 오행의 길흉도 그대로 작용한다는 말씀을 주시니 어렴풋이나마 그 의미가 이해됩니다. 이제부터 천천히 더욱 깊은 오행을 공부하도록 해야겠습니다.”

오광이 이렇게 고마워하는 말을 하자 춘매가 한마디 거들었다.

“아니야. 오광의 질문으로 인해서 나도 대충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었는지를 깨달았잖아. 이러한 것이 모두 오광의 덕이라는 것을 잊지 못할 거야. 정말 고마워해야 할 사람은 나네. 호호호~!”

“아, 그러시다면 더욱 영광입니다. 학문에는 시작과 끝이 없다는 말은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80세의 노인도 3세의 손자에게 배운다는 말이 있다는 것도 들었습니다. 이렇게 청정(淸淨)한 대중 속에서 함께 공부하고 생각을 할 수가 있는 복을 누린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를 알겠습니다. 더구나 누나의 멋진 솜씨로 끼니마다 만들어 주신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서 공부하는 행복감이라니요. 일찍이 이렇게 살았던 적은 없었습니다. 오행에 대한 기초적인 이치를 배우면서도 아득한 옛날부터 오늘날의 삶에 대해서까지도 모두 섭렵(涉獵)을 한 느낌이니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말하면서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표정으로 모두를 향해서 공수하고 감사하는 오광이었다. 그러자 자원도 한마디 했다.

“나도 오광을 통해서 배운 것이 많아. 이제 오행원은 세상에 둘도 없는 공부터라고 할 수가 있겠어.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 처음부터 공부하는 마음으로 다시 정리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지 뭐야. 싸부로부터 오광까지 서로를 존중하면서 자연의 이치를 배우고 가르치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는 없지. 정말로 노산에서 내려오기를 백번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 호호호~!”

노산이라는 말에 오광이 물었다.

“노산이라면 동해가 보인다는 그 절경의 명산에서 지내셨다는 말씀입니까? 참으로 복이 많으십니다. 저도 언젠가는 한 번 가보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다음에 시간이 되시면 그곳의 이야기도 들려주시기 바랍니다.”

“맞아. 참 좋은 곳이야. 물론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가볼 수가 있는 곳이니까 어렵지 않지. 가끔 이야기해줄게.”

“고맙습니다. 산천의 경계(境界)를 유람하는 것도 참으로 행복한 것 같습니다. 스승님처럼 자연의 이치를 다 통달하시고는 허허롭게 빈 배처럼 강호를 유람하면서 길을 찾지 못하여 고뇌하는 사람들에게 단비를 내려 주신다면 그야말로 감로법문(甘露法門)이 아니고 무엇이겠나 싶습니다. 오광도 그렇게 되는 것이 소원입니다.”

오광의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말했다.

“정말 동생은 말도 품위가 있게 하네. 나는 그렇게 멋진 말은 할 줄 모르고, 용렬하고 견문도 좁지만 그래도 공부하는 재미는 알 것 같단 말이야. 나중에 나도 강호가 얼마나 넓은지 구경을 가보고 싶어. 호호호~!”

“그때가 오면 같이 다녀도 좋겠습니다. 길동무도 마음이 맞아야 즐거운 길이 되니까요.”

“동행이 되어 준다면 얼마나 든든하겠어. 그럼 미리 부탁해 둘게. 호호호~!”

모두 화기만당(和氣滿堂)의 분위기에서 즐거운 순간을 보내는 것을 보면서 흐뭇해진 우창은 이들에게 어떤 공부가 가장 소중한 시간으로 채워줄 수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물질에 대한 오행을 이해한 김에 정신적인 오행에 대해서 설명하는 것이 좋을지, 아니면 아예 천간(天干)에 대한 이야기로 뛰어넘어가도 좋을지를 생각했는데도 선뜻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것을 본 춘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서 물었다.

“스승님은 또 무슨 생각을 그렇게 깊이 하시나요? 우리가 너무 한가롭게 희희낙락(喜喜樂樂)하는 것을 보니까 근심이라도 되신 건 아니지요? 호호호~!”

춘매가 일깨워주자 비로소 퍼뜩 정신이 들었다.

“응? 아, 아니야. 그냥 뭣 좀 생각하느라고. 하하하~!”

그러자 춘매가 문득 생각이 났다는 듯이 말했다.

“아까 말씀하신 것 중에서 정신(精神)이 금이라고 하셨잖아요? 호흡(呼吸)이 쇠라고도 하셨고요. 여기에 대해서 설명을 들으면 어떨까요? 중간중간에 대충 생각은 나지만 오광이나 안산 선생을 위해서 정리 삼아 다시 말씀해 주신다면 머리가 나쁜 제자도 복습하면서 더욱 깊은 이치를 맛볼 수가 있을 것도 같은데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는 춘매가 무척이나 예뻐 보였다. 왜냐면 방향이 잡히지 않던 차에 정확하게 길을 찾아주니 이보다 고마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행의 마음에 대해서 설명한다면 또 자신이 가장 관심갖고서 궁리하는 하충(何忠) 스승님의 가르침에 한 걸음 더 다가가는 것이기도 한 까닭이었다.

“오호~! 춘매의 말을 듣고 보니까 무엇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인지 방향이 딱 나오는구나. 그렇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혹시라도 너무 어렵지는 않을까 싶어서 망설였는데 오광이나 안산 선생이 미처 이해하지 못한다면 자원이나 춘매가 도와주면 될 것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싶기는 하군.”

“당연하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깨닫는 것보다 더 재미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물질적인 오행에 대해서 배운 다음이라서 정신적인 오행을 배우는 것이 정말 멋지잖아요? 호호호호~!”

그러자 안산도 한마디 했다.

“스승님, 안산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노력해서 이해하도록 힘쓰겠습니다. 그리고 쉬운 것은 또 쉬운 대로 내공을 다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부는 결국은 반복적으로 벽지(壁紙)가 세월을 먹으면서 점점 두꺼워지듯이 그렇게 익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무엇이 되었던지 가르침을 내려 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받아들이도록 하겠습니다.”

안산의 말에 우창도 동의하면서 말했다.

“옳으신 말씀입니다. 결국은 오행으로 시작해서 오행으로 마치는 것이 이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봐서 머지않아서 오행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자유롭게 굴리게 되실 것은 분명하지 싶습니다.”

안산은 우창의 말에 더욱 힘이 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정신적인 오행에 대해서 공부할 생각을 하니까 벌써부터 마음이 설레는 것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부귀공명(富貴功名)을 이루려면 반드시 사서삼경(四書三經)을 공부해야 한다는 세상의 이치는 아무리 배워도 시시해서 공부하면서도 더욱 심오한 세계가 있을 것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상의 이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었는데 이제 바로 눈앞에서 전개될 마음의 오행에 대한 변화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잠을 이룰 수가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배우고자 했던 것이기도 합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스승님의 가르침을 모두 깨닫기만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안산은 그렇게 말을 하면서 끝부분에서는 감격스러운 마음이 복받쳐 올라서인지 살짝 떨렸다. 모두가 그것을 느낄 수가 있었지만 차마 그것에 대해서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다만 모두가 공감할 수가 있었기 때문에 결코 안산 혼자만의 꿈이 아니라 자신들의 일처럼 느꼈다.

“자, 그렇다면 이제부터 마음의 여행을 떠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 보따리를 단단히 싸서 짊어지고 따라나서 보십시다. 하하하~!”

“옙~~!!!”

모두들 힘차게 대답하자 밖에 매어놓은 말이 깜짝 놀랐는지 말도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히히힝~~!!!”

그러자 모두 얼굴을 바라보면서 한바탕 웃었다.

“하하하하~!”

“호호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