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0] 제29장. 물질오행관/ 5.육신(肉身)과 영혼(靈魂)

작성일
2021-06-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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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 제29장. 물질오행관(物質五行觀) 


5. 육신(肉身)과 영혼(靈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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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의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우창이 자원을 보면서 물었다.

“참으로 기이한 이야기로군. 이러한 이야기는 나도 처음 들었어. 그 여인이 단순히 자신의 음욕(淫慾)을 채우기 위해서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들어 본 적이 있어? 자원은 견문이 넓으니까 혹 보고 들었던 이야기가 있으면 설명을 부탁하네.”

우창의 말에 자원은 모두의 눈길을 보면서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우선 오광이 어려운 이야기를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우리를 위해서 말해줘서 고마워. 보통 그런 이야기는 마음속에 담아두고 혼자서 생각하기 마련인데 학문의 마음이 앞서니까 우리에게 간접적으로나마 좋은 경험을 얻도록 했으니 그것도 공덕이 되겠네.”

자원의 칭찬에 오광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실로 무한(武漢)에서 곡부(曲阜)까지 오면서도 그 이유가 늘 궁금했습니다. 과연 그 여인의 말이 맞는 것인지, 색녀(色女)에게 당한 것인지 혼자서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 호호호~!”

자원이 이렇게 한 번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서 웃은 다음에 설명했다.

“내가 알기에 그 여인의 몸에 붙은 신은 좌도의 선술(仙術)을 익혔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요. 선도(仙道)에는 좌도(左道)와 우도(右道)가 있어요. 우도는 청정(淸淨)하게 명상만을 통해서 수행하는 것이지만 좌도는 방중술(房中術)이라고 하는 독특한 기술을 이용해서 수련을 돕는다고 해요.”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아, 방중술이라는 것이 있었지? 그건 이름만 들어봤지만 모든 선술(仙術)이 다 그런 것인 줄로 알고 있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통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에요. 좌도라는 말은 아마도 우도를 수련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말일거에요. 어쩌면 우도의 입장에서는 좌도는 향락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여서 세간의 인식이 나쁘다는 것이 신경 쓰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럴 수도 있겠구나. 방중술은 여인과 동침하면서 수련해서 그 정기(精氣)를 흡수(吸收)해서 신선이 되려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 그러니까 오늘 또 선도에 대해서도 모르는 것을 한 수 배워야 하겠군.”

“맞아요. 방중술에는 또 두 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쌍수법(雙修法)이고, 또 다른 하나는 단수법(單修法)이에요.”

“그건 또 무슨 뜻이지? 한가지로 닦는 것과, 쌍으로 닦는 것이 있다니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는걸.”

우창이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서 다시 묻자 자원이 미소를 짓고는 설명했다.

“이치는 간단해요. 쌍수법은 남녀가 함께 선도를 수련할 적에 사용하는 방법이에요. 남녀가 모두 음양의 교류를 통해서 수행에 집중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것이 어쩌면 방중술의 시초였을 것으로 짐작이 돼요.”

“그것은 참 아름다운 것으로 생각이 되는걸. 그런데 단수법은 뭐지? 혼자서만 여인의 정기를 취하는 것인가?”

“이름에서도 느낌이 오죠? 대부분의 방중술이라고 하면 단수법을 말해요. 자신의 수련을 완성하기 위해서 여인의 음기를 흡수(吸收)해서 자신의 수련에 응용하는 방법이에요.”

“자원은 참으로 박물관이네. 모르는 것은 뭐든지 물어보면 해박한 지식을 꺼내서 가르쳐주니 고마울 따름이네. 하하하~!”

“도움이 된다니 고마울 따름이지요. 이렇게 쓸모가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제 꿈이죠. 호호호~!”

“흥미가 생기네. 알아둬야 할 공부라고 해도 되겠어. 어서 계속해 봐.”

“단수법을 수련하는 선도에서는 어린 소녀일수록 상품으로 논해요. 그리고 그들만의 기준도 있죠. 그리고 여성적인 면이 발달한 사람일수록 음기가 풍부해서 대부분은 홍등가에서 대상을 찾기도 해요. 어린 여자를 부담스럽지 않은 비용으로 확보할 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 포주(抱主)와 긴밀하게 교류하면서 처음으로 들어온 아이를 구하기도 해요. 아무래도 순수한 음기를 최상품으로 보는 관습으로 인해서라고 봐도 될 거에요.”

이야기를 하던 자원이 차를 한 모금 마셔서 입을 적신 다음에 이어서 말했다.

“방중술을 하는 고수를 만나면 상대했던 여인은 한동안 지쳐서 드러눕는다고도 해요. 아마도 침향선녀의 영혼도 그래서 오광에게 사후에 약을 먹도록 했을 것으로 짐작했어요.”

“그렇구나. 참 세상은 넓고 신기한 일도 많군. 선도가 그렇게 쾌락을 추구하면서 수행하는 것인 줄은 자세히 몰랐어.”

“선도를 수련하는 것이 쾌락을 추구하는 것일 수도 있고, 장생불사(長生不死)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일 수도 있어요. 결국 신선(神仙)이 된다는 것도 어쩌면 인간의 오욕락(五欲樂)을 오래도록 누리고자 하는 꿈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도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그렇지 않고 단순히 목숨만 붙어서 늙어가는 존재라면 그게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기도 하잖아요? 그리고 수행은 참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것도 있어요. 호호호~!”

“아니, 또 다른 것도 있다는 말인가? 이를테면 어떤 것이 특이한 거지?”

“천축(天竺)에서 수행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종일 한쪽 발만으로 서서 수행하는 사람도 있고, 물속에서 목만 내어놓고 수행하는 사람이며, 가시방석에 앉아서 명상하는 사람 등등 이루 말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온갖 고행(苦行)을 한다고 해요. 그에 비하면 성욕을 충족하면서 수행한다는 것은 환상적일 수도 있겠네요. 호호호~!”

“정말 별별 수행법이 다 있나 보구나.”

“맞아요. 방중술로 소녀의 정기를 흡수해서 몸의 기를 돌리는 원료(原料)로 사용하는데 그렇게 해서 대주천(大周天)을 하게 되면 우주의 이치를 깨닫는다고 하는데 특히 중요한 것은 접이불루(接而不淚)라고 해서 관계는 하되 사정(射精)은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그다음의 단계에 대해서는 저도 몰라요.”

“그렇다면 오광이 겪은 것은 뭐지? 그 이야기와 연관이 있는 거야?”

“제가 짐작하기에 그 여인의 몸에 실려있는 선녀라는 여인은 생전에 여선(女仙)이었을 거에요. 선녀라고 하는 호칭만 봐도 대략 짐작이 되거든요.”

“아니, 그런 이름은 무녀(巫女)가 제멋대로 붙이는 것이 아니었어?”

“아니에요. 그렇게 영계의 사정이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엄격하게 규칙을 준수해서 이름을 붙이고 따르는 거니까요.”

“그런가? 지나면서 본 이름들이 제각이던데?”

“맞아요. ○○도사, ○○보살, ○○선관, ○○선녀, ○○동자 등등 나름대로 나뉘는 기준이 있어요. 언뜻 보면 멋대로 붙어있는 이름처럼 보이지만 그 중에도 알고 보면 질서가 있는 것이죠.”

그러자 춘매가 신기해하면서 말했다.

“우와~! 정말 신기하네. 언니의 말을 듣고 보니까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해 졌어요. 조금만 설명해 주세요.”

춘매가 관심을 보이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응, 재미있다니까 조금 더 설명해 줄까?”

“처음 들어요. 그게 다 뜻이 있었던 거에요?”

“물론이야. 도사라는 이름이 붙어있으면 주로 앞에는 ○○산(山)이 붙어. 그 말은 생전에 산에서 도를 닦다가 죽은 할아버지가 주신(主神)으로 내린 것으로 보면 되지. 여기에는 불교적인 수행도 마찬가지야. 그런데 생전에 수련하지 않았던 조상도 이러한 이름을 붙이는 것을 보면 나이가 든 할아버지의 영혼이 가짜로 도사의 노릇을 하는 것으로 보면 될 거야.”

“아, 그러니까 이름만 도사인 경우도 있단 말이에요? 그것도 신기해요. 엄격하다면서 그렇게 마음대로 해도 된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욕심으로 거짓된 이름을 사용하면 벌을 받거나 오래 유지할 수가 없게 되는 거야. 다만 그렇게 해서라도 남에게 큰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신계(神界)에서도 어느 정도는 봐주는 것으로 보여. 그것은 마치 농부로 평생을 살았더라도 나이가 들면 첨지(僉知)라거나, 주사(主事)라고 해서 존칭을 붙여주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되겠지. 비록 이승의 인연이 남은 까닭에 도사 행세를 하지만 인간의 추길피흉(趨吉避凶)을 하느라고 고생이 많으시잖아? 호호호~!”

“그럼 이름에 보살(菩薩)이 붙은 것은 할머니겠네요?”

“맞아. 그렇게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거야.”

“전에 골목 입구에 선관도사(仙官道士)라고 쓴 것도 본 적이 있었어요. 좀 생소하게 보이기도 했는데 이것은 무슨 뜻이 있나요?”

“그랬구나, 그러니까 선관(仙官)은 선도 수련을 하다가 중년에 세상을 떠난 사람을 말하는 것이지만 그냥 중년에 죽은 영혼이 몸신으로 자손에게 내려도 그렇게 말해. 이와 짝을 이루는 것이 선녀(仙女)야. 오광이 겪은 일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면 되겠지?”

“오광이 겪은 것은 진짜 선녀로 수행하던 여인이었을 수도 있나요?”

춘매가 다시 묻자 자원이 답했다.

“적어도 방중술을 사용할 줄 아는 여자 선인이었다고 할 수가 있겠지. 물론 이름은 선인이지만 신선이 된 것은 아니고 그렇게 수행하다가 죽은 영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거지만.”

“아하, 그렇구나. 그냥 보통 젊어서 죽은 여인은 그렇게 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죠?”

“뭐, 그럴 수도 있고, 그 여인이 애욕이 넘쳐서 몸신을 핑계로 그것을 즐길 수도 있기는 해.”

“정말 알고 보니 그 세계도 복잡하네요. 배워야 할 것이 이렇게도 많을 줄은 미처 몰랐어요. 호호호~!”

“배우긴 뭘 배워. 그냥 상식으로 알아두면 되지. 그래야 오광처럼 경험을 한 사람이 왜 그런지를 물으면 답은 해 줄 수가 있으니까 말이야. 호호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오광이 말했다.

“제가 느끼기에 단순히 음탕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선도를 수련하던 여인이 공부를 마치지 못하고 접신이 되어서 길흉을 봐주면서 여인의 몸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면 적당하지 싶습니다.”

문득 우창이 궁금한 생각이 들어서 자원에게 물었다.

“자원은 도관(道觀)에서 수련했으니까 방중술과 같은 이야기도 듣거나 봤을 수가 있지 않을까 싶은데 혹 견문(見聞)이 있으면 우리를 위해서 들려줬으면 좋겠어.”

우창의 말에 춘매와 오광도 관심을 보였다. 자원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모두 듣고 싶어 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말을 꺼냈다.

“그들의 깨달음에 대한 열망은 참으로 대단해요. 좌도든 우도든 저마다의 인연에 따라서 맹렬하게 수행하죠.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위해서 음식을 취하거나 방중술과 같은 형식을 구하기도 해요.”

그러자 춘매가 궁금한 마음이 생겨서 물었다.

“아니, 방중술은 그렇다고 하더라도 음식을 통해서 선인이 될 수도 있다는거에요? 그건 또 뭐죠? 잘 먹고 신선이 되면 세상 좋겠잖아요? 호호~!”

“응, 연단술(煉丹術)을 말하거나 약초를 이용해서 몸을 선도에 맞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볼 수가 있지. 죽지 않는 방법을 찾다가 터득한 것이지. 무엇인가를 먹어서 선인이 되는 방법을 찾던 사람들의 방법이야.”

“먹어서 신선이 된다면 그거야말로 해볼 만한 것이잖아요? 뭘 먹으면 되는지 궁금해요. 호호호~!”

“궁극적으로는 이슬과 안개만 먹고 살아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하던데 실제로 그렇게만 먹고 살아있는 사람은 보지 못했어. 아마도 전설에는 그런 사람도 있나봐. 호호호~!”

“와우~! 그렇게 되면 끼니때마다 음식을 만드느라고 수고롭게 할 필요도 없잖아요? 그럴 수가 있다면 그것도 좋겠는걸요. 호호호~!”

“그렇겠지? 처음에는 선인이 되는 것에 효과가 있는 음식을 추구했지. 동물을 먹으면 몸에 독소가 쌓인다는 것을 깨닫고는 채식(菜食)으로 바꾸고, 또 화식(火食)을 하면 과식(過食)하게 된다는 것을 알고는 생식(生食)을 하기도 해.”

“듣고 보니까 음식이 그렇게나 중요한 거네요? 미처 생각도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오늘 언니에게 듣네요. 신기해요.”

춘매가 재미있어하자 자원도 흥이 나서 이야기를 계속 했다.

“동생이 재미있다니까 다행이네. 이야기를 좀 더 해줘도 되겠어.”

“맞아요. 이런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어요. 어서 더 해 주세요. 호호~!”

“선도수련을 하는데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천지(天地)의 기운을 자신의 몸에 축적하려는 노력하는 거야. 그래서 코로는 천기(天氣)를 흡입(吸入)하려고 호흡법(呼吸法)을 연구하고, 입으로는 약이 되는 음식을 넘어서 신선이 되는 음식을 찾아다니게 되었지.”

“아하~! 호흡도 있었구나. 정말 글자만 배우는 것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이러한 것은 스승님에게서 배우지 못한 이야기잖아요. 호호호~!”

춘매가 우창을 보면서 웃자 우창도 미소로 답했다. 자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수련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타고 난 육근(六根)을 통해서 자연과 하나가 되고자 노력하는 거야. 그러니까 귀로는 자연의 소리를 듣고 깨닫고자 하다가 이보통령(耳報通靈)도 하게 되고, 눈으로는 변화하는 풍경을 통해서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자 하다가 천리안(千里眼)을 얻기도 한다지, 더구나 몸으로는 경락을 유통시켜서 초능력을 얻고자 한 것에서 의술(醫術)이 발달하게 되었던 거야. 그중에서도 침구(鍼灸)는 입신(入神)의 경지에 도달했고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선인들은 모두 대의(大醫)라고 해도 좋을 정도야. 그래서 무당산(武當山)의 도사들은 침만으로도 고치지 못하는 병이 없을 정도야.”

“과연, 멋지네요. 신선은 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건강한 몸을 얻을 수만 있어도 수련을 한 보람이 있다고 하겠어요.”

춘매가 재미있어하면서 말하자 자원이 다시 말을 이었다.

“몸으로 수련하는 법을 찾다가 좌선(坐禪)도 하고, 각종 동작을 연구하다가 나온 것이 소림사(小林寺)의 무공(武功)이 되었다고도 해.”

“그러니까 모든 것이 선도수련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도 되겠네요?”

“연금술(鍊金術)이라고 들어봤어?”

“들어 본 것 같기는 한데 무슨 뜻인지는 몰라요. 설명해 주세요.”

“응, 고대인들이 각종의 금속을 녹이고 섞어서 황금을 만들려고 했던 것에서 나온 말인데, 이러한 것을 응용해서 연단술(煉丹術)을 연마했던 거야. 그렇게 하다가 납이나 수은에 중독이 되어서 불구자가 되거나 심하면 죽음에 이르기도 했지만 그들의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지.”

“와, 정말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수련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성욕(性慾)을 사용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해도 되겠어요.”

“맞아, 상상할 수가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고, 그러한 전적(典籍)을 찾아서 천하를 누볐지. 그러다가 천축(天竺)의 밀교(密敎:탄트라)를 접하게 된 거야.”

“밀교는 또 무슨 종교에요?”

“처음에는 불교에서 수행을 목적으로 궁리하면서 생기게 되었다는데 나중에는 부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삼고 전혀 다른 모습의 종교로 바뀌었다고 하는데, 인도교(印度敎:힌두교)라고 하는 것과 뒤섞였고, 여기에 다시 도교(道敎)까지 범벅이 되었다고 봐야지. 장생불사만 얻을 수 있다면 동서고금(東西古今)이 없어.”

그러자 오광이 놀라워하면서 말했다.

“대단합니다. 저마다의 목적이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을 오늘에 새삼 깨닫습니다. 문자로 깨달음에 도달하려는 학자만 있는 것이 아니었네요.”

오광의 말을 듣고서 자원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그렇지? 명학(命學)은 지식(知識)을 바탕으로 삼아서 지혜(智慧)를 얻는 것이 목적이라고 한다면, 선도에서는 몸을 도구로 삼아서 불사신(不死身)을 얻는 것이 목적이기도 해.”

“그렇다면 정신적(精神的)인 수행과, 육체적(肉體的)인 수행으로 나뉠 수도 있겠습니까?”

오광이 다시 묻자 자원이 오광에게 설명했다.

“맞아, 몸은 정신의 안락(安樂)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데 필요한 도구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을 우선하는 관점이라면, 몸이 없으면 아무것도 없다고 하는 생각으로 오로지 정신의 모든 기운을 완전체(完全體)를 만드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야말로 신체를 우선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지.”

“심신을 수련하는 관점이 많이 다른가 봅니다.”

“맞아, 신체를 단련하는 관점에서는 신외무일물(身外無一物)이라고 하니까, 몸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인 것과 정신을 연마하는 관점에서는 또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해서 마음 밖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하잖아.”

“이해가 됩니다. 그러니까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어쩌면 몸과 마음의 기준이 이렇게도 상반될까요?”

“그렇지? 몸 밖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선도(仙道)라면, 마음밖에는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불도(佛道)이기도 해. 다시 말하면, 선도는 몸을 통해서 해탈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불도는 정신을 통해서 자유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봐도 될 거야.”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와우~! 그렇구나. 그렇다면 불도와 선도는 서로 상극인 거네요?”

“그렇게 볼 수도 있겠네. 상극이라기보다는 상대적(相對的)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몸은 하찮은 쓰레기라고 말하고, 심지어 고름이 가득 들어있는 주머니라고 생각하면서 오로지 정신을 위해서만 수련하는 불도는 수행하다가 몸이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면 연비(燃臂)도 서슴없이 하는 거야.”

“연비라뇨? 그게 뭐죠?”

“자신의 팔을 불로 태우는 거야. 작게는 손가락을 태우고 크게는 팔을 태우면서 해탈(解脫)을 추구하는 거야.”

“아니, 그렇게 잔인할 수가 있어요?”

춘매가 놀라서 비명을 지르듯이 말했다. 그러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뭐가 대수겠어? 어차피 몸은 죽으면 불에 태울 존재이므로 그 몸이 타들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부질없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자 하는 것이니까 수행에 도움이 된다면 몸은 하찮은 도구일 뿐이라는 거야.”

춘매는 놀라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 듯이 말했다.

“아니, 대자대비(大慈大悲)라고 하는 불문(佛門)에서 어쩌면 그렇게도 악랄한 방법을 쓴단 말이에요? 완전히 상상을 초월하네요. 끔찍해라.”

“부처도 과거에 수행하던 시절에 온갖 고행을 했다고 하니까 그 제자들도 몸에 대해서는 초개(草芥)같이 여기게 되었지 싶어.”

“아무리 그래도....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요. 몸이 온전치 못하면 어떻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가 있단 말이에요? 상상이 되지 않아요.”

“그래서 겨울이 되면 불타서 없어진 팔이 시려서 큰 고통을 받기도 하잖아.”

“어?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없어진 팔이 시리다뇨?”

“참 신기하지? 몸은 불타서 없어 졌는데도 없어진 부분의 고통은 느낀다는 것이 말이야.”

“그게 사실이에요? 그렇다면 눈에 보이는 몸이 아니라 잘려나간 몸도 느낀단 말이에요?”

“그것을 영체(靈體)라고 하는 거야. 몸이 없어도 느끼는 존재가 있다면 육신을 떠나도 그것을 느끼는 존재가 있을 수 있겠지?”

그러자 오광이 동의할 수가 없다는 듯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건 좀 다른 것이 아닐까요?”

“왜?”

자원이 되묻자 오광이 말했다.

“제 생각에는 몸의 일부분이 손괴(損壞)된 것은 태어나면서 갖춰진 계통이 있으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완전히 육신이 사라진 다음에도 그것을 느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런가? 무한에서 겪었다는 그 침향선녀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뭔가 집히는 바가 있을 텐데?”

자원이 그 이야기를 하자 오광이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렇게 잠시 생각하던 오광이 느낀 바가 있었던지 말했다.

“육신이 없어도 오욕칠정(五慾七情)을 느낄 수가 있다면 모든 사람이 육신을 버리고 난 다음에는 그러한 고통을 겪는다는 말씀입니까?”

“그야 나도 모르지. 다만 드러난 현상을 통해서 짐작해 볼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무녀가 접신(接神)이 된 다음에 제일 먼저 하는 말이 뭔지 알아?”

“그게 뭐죠?”

“처음에는 추위를 말해. 육신이 느꼈던 것과, 팔을 잃은 사람이 느끼는 그 추위를 영혼도 느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는 근거가 되기도 하지.”

“그게 정말입니까? 말씀을 듣다가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렇다면 영혼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육신을 잃고 난 영혼은 고통을 이루 말할 수도 없겠습니다. 이러한 세상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않는다면 공부를 해야 할 것은 무궁무진(無窮無盡)하고 깨달아야 할 이치는 광활(廣闊)하다고 봐야겠지? 호호호~!”

“맞습니다. 참으로 놀라울 일입니다. 추위를 제일 먼저 말하고 그다음에는 또 무엇을 말합니까? 설마 굶주림을 말하진 않겠지요?”

“맞았어. 바로 배고픔을 말해. ‘춥고 배고프다’는 말은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거야. ‘배고프고 춥다’는 말은 없어도, ‘춥고 배고프다’는 말이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면 이렇게 재미있는 현상과 연결이 되지.”

그러자 이번에는 춘매가 말했다.

“맞아요~! 춥고 배고프다고 해요. 그런데 영혼이 느끼는 것이 가장 먼저 춥다는 것을 말하고, 다음으로 배고프다는 것을 말한다면 그들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춘매의 말에 자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따뜻하고 온전한 몸을 얻는 것이지. 호호호~!”

“어머나~! 어떻게 그런 몸을 얻을 수가 있어요?”

“그래서 빙의(憑依)가 되는 거야.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거나, 혼령(魂靈)과 연결이 잘 되는 체질을 타고나면 항상 귀신들이 노리는 목표물의 제일호(第一號)가 되는 거야. 호호호~!”

“엄머~! 무셔라~! 진짜로요?”

“그러나 동생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건 왜요? 엄청 무서운데?”

“그야 정신이 똑바로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야.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몸을 노리는 것이 귀신들의 목표거든. 호호호~!”

“아, 그래요? 그렇다면 몸도 잘 지켜야 하겠네요? 몸은 치한(癡漢)들로부터 지키면 되는 줄 알았는데, 귀신들로부터도 지켜야 한다는 것이 참으로 놀라워요. 정말이죠?”

“물론이야. 그리고 일단 귀신에게 점령이 된 몸은 다시 자유로워지기까지는 참으로 엄청난 노력이 필요해. 심지어는 퇴마사(退魔師)의 도움이 필요할 수도 있어. 왜냐면 육신을 잃은 영혼이 몸의 달콤한 맛을 보게 되면 그것을 잃고 싶지 않은 까닭이야.”

“듣고 보니까 끔찍하긴 하지만 이해가 되네요. 모를 적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상 알고 나면 이전의 모르던 상태로 돌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를 알 수 있겠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항상 올바르게 공부하는 것이 중요한 거야. 영매자(靈媒者)들이 주로 여인이라는 것도 생각해 볼 점이 있는 거야.”

“맞아요. 그건 왜 그런가요?”

“여인은 자기를 신뢰하는 자의식(自意識)을 제대로 교육받지 못했기 때문에 혼령들로부터 장애를 받게 되는 상황이 되면 어느 정도까지는 버티더라도 더욱 고통이 심해지면 수용하려는 태도를 취하기 쉬워지는 거야. 그러니까 영혼이 육신을 괴롭히거나, 악몽을 꾸게 되면 스스로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보다는 남에게 물어서 해결하려고 하지. 그러다가 무녀에게 가서 물어보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빙의된 영혼이 원하는 바지.”

오광과 춘매는 자원의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우면서도 궁금한 것이 쌓여갔다. 더구나 자원의 이야기도 끝날 줄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