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0] 제28장. 오행원/ 1.삼대독자의 궁합(宮合)

작성일
2021-03-0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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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0] 제28장. 오행원(五行院) 


1. 삼대독자의 궁합(宮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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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날은 더웠다. 그래도 중복은 지났으니 이제 가을도 멀지 않았으리라는 기대감도 생기지만, 막상 희망과 현실은 큰 차이가 있기도 했다.

오늘은 염재가 못 온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함께 하던 사람이 없으니 춘매는 왠지 허전했던 모양인지 과일을 들고 우창에게 건너오면서도 혹시라도 말의 울음소리가 들리나 싶어서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고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누이는 그사이에 염재랑 정이 들었구나. 어제 봤는데 그사이에 기다려지는 것을 보니까 말이야. 하하하~!”

“응, 그런가 보네. 야무지게 파고드는 모습에 반했나봐. 호호호~!”

“오늘은 못 온다고 하고 갔잖아.”

“알지, 대신 어제 찾아왔던 남자가 오려나 궁금하네. 점괘를 한 번 보면 어때?”

춘매는 그 사람에게 말한 수업비용이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 우창에게 점괘를 뽑아보자고 하자 우창이 말했다.

“점괘를 그렇게 뽑으면 영험이 떨어져. 하하하~!”

“그게 무슨 말이야? 궁금하면 물어보는 것이 점이잖아?”

“궁금하면 물어보는 것도 맞기는 하지만, 반드시 꼭 알고 싶은 것이 있을 적에 물어보는 것이 맞는 거야.”

“그러니깐, 나는 지금 그 남자가 공부하러 올 것인지가 반드시 꼭 궁금하단 말이야. 그럼 된 거 아냐?”

“그 사람이 안 오면 무슨 큰일이 일어날까?”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궁금하잖아.”

“궁금하다고 해서 점괘를 보고, 또 궁금하다고 해서 보기를 반복한다면 점괘의 늪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거야.”

“그럼 언제 점괘를 봐야 하지?”

춘매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이 다시 묻자 우창이 천천히 말했다.

“생각을 해봐, 누이는 누가 팔이 아프다고 하면 바로 만져주나?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또 얼른 만져주나? 아니면 여러 가지의 정황을 살펴보고 꼭 만져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이 되었을 적에야 비로소 만져주나?”

“우와~! 오빠가 정확하게 말했네. 당연히 정황을 보고서 판단해. 사람들이 내가 안마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멀쩡하던 사람도 여기저기 아프다고 말하지만 그런 것에는 못 들은 척하는 거야. 그리고 실제로 내 손이 필요해서 찾아온 사람에게만 그 상황을 살펴서 적당한 시술(施術)을 해 줄 따름이지.”

“이제 알겠지?”

“어? 뭘?”

“누이가 점괘를 보자고 한다고 해서 내가 얼른 ‘그래 보자.’하고 점괘를 뽑지 않는 이유를 알았느냔 말이야. 하하~!”

“아, 그렇구나. 호호호~!”

“점괘를 알려주는 자가 천지신명(天地神明)이라고 생각해 봐, 그렇게 목마를 적에 물을 마시듯이 쉽사리 물어볼 수가 있겠어?”

“그건 아니지. 내가 잘못 했어. 호호호~!”

“또, 검객(劍客)은 아무 때나 칼을 뽑지 않는다고 했잖아. 그리고 칼을 뽑게 되면 반드시 피를 보게 된다고도 했고. 아직도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르고 있는 거 아냐?”

“내가 아무래도 서둘러서 공부한 티가 나는가 봐. 다시 차근차근 공부해야 한다는 것도 깨달았어. 처음에는 오빠가 겨울만 지나면 또 어디론가 훌쩍 떠나갈 것만 같아서 조바심으로 서둘러서 용신도 공부했는데, 염재가 공부하는 것을 보면서 많이 느꼈어. 내가 너무 서둘러서 숨이 턱에 닿게 뛰어왔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다시 판을 짜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어젯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했네.”

“그건 참 잘했어. 때가 되면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것이 공부야. 앞으로는 더욱 견고하게 내실을 다지면서 발전하겠네.”

“그런데 명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용신이야? 아니면 오행이야?”

“그야 당연히 오행이지 뭘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 오행이 그렇게나 중요한 것인지를 시간이 흐르면서 알게 되니까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

“그래 깨달았으면 이제부터는 또 처음의 마음으로 공부하면 되는 거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밖에서 한 여인이 문 앞에서 기웃거리는 그림자가 보였다. 춘매가 우창을 바라보자 들어오라고 하라는 눈짓을 보냈고, 그래서 춘매가 밖으로 나갔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실은 도사님께 여쭙고 싶은 것이 있어서....”

“그러셨어요? 잘 오셨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춘매의 안내를 받으면서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중년의 기품(氣稟)이 있어 보이는 여인이었다. 방문자의 모습에서도 많은 정보를 읽어내는데, 이것은 경력(經歷)과 연결된다. 상담을 많이 한 고수는 그만큼의 더 깊은 통찰을 할 수가 있으니 하루아침에 얻어지는 것이 아님은 분명하다.

“여기 앉으세요. 무엇이 궁금해서 오셨는지 말씀하시면 돼요.”

춘매가 물을 한 잔 따라주고 말을 건넸다. 그러자 여인은 자신이 찾아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실은 3대 독자(獨子)가 있어요. 혼사를 앞두고 있는데, 듣는 것이 병이라고 해야 할지, 우연히 어느 지인이 두 사람의 궁합을 보고서는 매우 흉하여 패가망신(敗家亡身)할 인연이니까 절대로 혼인을 하면 안 된다고 하는데, 웬만큼 말리면 그런가 보다 하겠는데, 하도 강력하게 말을 하는 바람에 참으로 안 좋으면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고명하신 분께 정확하게 알아보고서 어떻게 하더라도 하자는 생각으로 수소문(搜所聞)을 했더니 마침 연승점술관의 도사께서 정확하게 풀이를 해 주신다는 말씀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어요. 부디 명쾌한 해석을 해 주신다면 그 결과를 깊이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이렇게 자신이 찾아온 목적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는 것으로 봐서 학식도 풍부하겠다는 짐작을 한 우창이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잘 오셨습니다. 소생의 헛된 소문을 듣고 오셨는데, 약간 이나마 도움이 되신다면 더 바랄 것이 없지요.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 양가(兩家)에서는 이미 혼인을 하기로 약속하신 것인지요?”

“그렇습니다. 혼인 날짜도 내년 봄에 하기로 잡았는데, 이것을 물리자는 말도 안 되지만 더 걱정스러운 것은 어느 댁이나 다 그렇겠으나 3대 독자라는 것으로 인해서 행여라도 자부(子婦)가 들어와서 가문이 흥성(興盛)하는 것이야 바라지도 않습니다만, 그 후로 가세가 기울어서 어렵게 되거나 혹은....”

이렇게 말을 하다가는 더 말을 잊지 못하는 것으로 봐서 아들이 단명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도 들었다는 것을 미뤄서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과연 그렇다면 참으로 걱정이 될만한 일이지 싶었다.

“과연 말씀을 듣고 보니 걱정이 될 만도 하겠습니다.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물론 소생이 살펴본다고 해서 특별한 재주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 혹시라도 도움을 드릴 것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선 두 사람의 생일을 말씀해 주시면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부(子婦)

이렇게 해서 여인이 말해 준 생일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사주를 적었다.

290 궁합

 

두 사람의 사주를 적어놓고 살펴본 우창은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이 정도의 인연을 만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왜 궁합이 나쁘다는 말이 나왔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서였다. 그래서 여인에게 물었다.

“혹시 궁합이 어떻다고 들었는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여인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어두워진 표정으로 말했다.

“아들은 토인데, 며느릿감은 목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목극토(木剋土)가 되어서 혼인을 하게 되면 백년해로도 할 수가 없을뿐더러, 관재구설(官災口舌)이 끊이지 않으며, 재물은 흩어지고, 근심이 겹겹이 이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작은 벼슬이라고 하나 얻어서 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사람과 살게 되면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 보니까 모골이 송연해져서 잠을 이룰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고민을 하다가 과연 나쁘다면 왜 나쁜 것인지 이유라도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도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그러니까 이미 마음으로는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으니 허심탄회하게 나오는 그대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인은 체념한 듯이 이렇게 말하고는 우창의 말을 기다렸다. 우창의 머릿속에서는 갑자기 궁합이 나쁘다고 한 이유를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를 여쭙겠습니다.”

“예, 무엇이든 알고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겠어요.”

“혹 아드님은 대역토(大驛土)라고 하지 않던가요?”

“맞습니다. 큰 역사(驛舍)의 흙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대역토가 맞겠네요. 그래서 항상 많은 인마(人馬)가 밟고 다닌다고 했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리고 소생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면 자부가 될 사람은 상자목(桑柘木)이라고 했을 것입니다. 뽕나무가 되는 것이지요.”

“예~! 틀림없이 그렇게 말을 했습니다. 그래서 며느리는 나무가 되고, 아들은 땅이 되어서 항상 남편을 걸터앉아서 움켜쥐고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기 때문에 가정이 편할 날이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도사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으로 봐서 그게 틀림없는가 보군요. 일말의 희망이 사라지는 것 같네요. 무슨 운명이 그렇단 말인지요. 쯧쯧~!”

여인의 탄식(歎息)을 들으면서 우창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조용하고 힘찬 어투로 설명을 했다.

“잘 들으십시오. 소생이 확인한 것은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는데, 역시 그러한 관법(觀法)으로 궁합을 본 것이 틀림없었군요. 이제 의문이 풀렸습니다. 그리고 궁합에 대해서는 전혀 염려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 천생연분(天生緣分)으로 아름답게 만난 인연이니 축복해도 됩니다. 하하하~!”

우창이 명쾌하게 말하면서 밝게 웃는 소리를 듣자 여인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설마 그게 사실이냐’는 표정이 역력(歷歷)했다.

“도사님, 너무 위로하려고 애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있는 그대로 알고 대처를 하고자 하는 마음이니 편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우창의 말을 믿고 싶으면서도 어떻게 믿어야 할지 근거를 제시해 달라는 듯이 말하는 표정에서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이 느껴졌다. 우창이 더욱 소리에 힘을 주어서 말했다.

“자, 왜 이렇게 말씀을 드리는지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사주팔자는 연월일시의 네 간지를 조합해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궁합은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태어난 생일날의 천간(天干)을 바탕으로 해서 대입하게 됩니다. 이로 미뤄서 판단하게 되면, 아드님은 가을의 정화(丁火)로 태어났으니 불이 됩니다. 그리고 자부님은 봄날의 갑목(甲木)이니 기운도 왕성한 나무가 됩니다. 왕성한 봄날의 나무는 따뜻한 불기운을 받아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고, 가을의 불은 왕성한 목의 기운을 받아서 출세의 길을 힘차게 내달리게 될 것이니 이러한 궁합은 하늘이 내려 준 연분이라고 해석을 합니다. 제가 드리는 말씀에 오류가 있습니까?”

“오류라니요. 앞뒤가 딱 맞는 말씀이시네요. 그러한 이야기는 처음으로 듣습니다. 도사님의 판단은 역시 여느 곳에서 본 것과는 확실히 다릅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왜 그렇게 말을 했는지가 궁금합니다. 뭐가 잘못된 것일까요?”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그것도 궁합을 보는 한 방법이었을 뿐이지요. 다만 그 궁합법은 이미 500년 전에 있었던 것입니다. 지금은 그러한 궁합법은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상식은 쉽사리 바뀌는 것이 아닌 까닭에 여전히 시중(市中)에서는 그러한 방법으로 궁합을 보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도사님의 관법이 더욱 신빙성이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만약에 부인께서 소문으로 들으신 말씀에 소생의 판단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고 한다면 그대로 믿으셔도 됩니다. 물론 믿지 못하시는 것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만, 오행의 이치로 본다면 이렇게 판단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고 해석이 됩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도 오행의 이야기를 설명해 준 것이 아니었습니까? 목극토(木剋土)의 이치도 오행이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여인이 이렇게도 확인을 받으려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그만큼 마음에 짐이 컸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우창은 여인을 위해서 다시 설명해야만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가 없었다.

“이해가 됩니다. 당연히 그렇게 생각하시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부인께서 들으셨던 오행도 분명히 오행입니다. 예를 들어서 콩을 말한다면, 색깔로는 검은 콩ㆍ푸른 콩ㆍ붉은 콩ㆍ하얀 콩ㆍ노랑 콩이 있고, 형태로는 쥐눈이콩, 강낭콩, 작두콩, 완두콩 땅콩 등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오행에도 일간오행, 납음오행, 천간오행, 지지오행, 행운오행 등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우창은 여인의 의혹을 풀어주기 위해서 다소 엉터리일 수도 있는 오행까지도 들먹이면서 안심을 시켰다. 그 말에 여인은 비로소 수긍하는 눈치였다.

“아, 그런 것이었나요? 오행은 한 가지만 있는 줄로 알았습니다. 그렇다면 먼저 본 곳에서는 어떤 오행법으로 설명을 한 것인지도 간파(看破)를 하셨다는 말씀이군요.”

“물론입니다. 그것은 바로 납음오행(納音五行)으로 궁합을 봤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납음오행은 양년(兩年)을 하나의 단위로 묶어서 보는 고대(古代)의 오행법인데, 지금 제가 풀이하는 오행관법에서는 모두 사라진 구닥다리입니다. 생각해 보시지요. 열흘마다 한 번씩 바뀌는 오행법으로 보는 궁합과,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오행법으로 보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욱 치밀하겠습니까?”

“그야 당연히 열흘에 바뀌는 것이 더 치밀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왜 예전에는 그러한 방법을 사용했을까요?”

“그 당시에는 사람의 궁합을 보려고 해도 태어난 날을 정확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혹 고관대작(高官大爵)은 모르겠지만 일반 백성들은 태어난 것도 정확히 무슨 달에 태어났는지조차도 명료하게 기억을 할 수가 없는데 하물며 태어난 날이겠습니까?”

“아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어요.”

여인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보면서 우창이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태어난 해는 모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확인이 가능한 방법으로밖에 볼 수가 없으니 그야말로 궁여지책(窮餘之策)이라고 할 밖에 달리 생각을 할 여지가 없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까 과연 도사님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겠습니다.”

“신뢰를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다시 조금 더 보충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흐르고 출생한 생일까지는 웬만하면 기록을 할 수가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서 궁합법도 2년씩 묶어서 보던 연지(年支)의 납음궁합에서 날 마다의 일진(日辰)을 적용해서 보게 되는 일간오행법(日干五行法)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이로 미뤄서 판단하건대, 당연히 구법(舊法)은 신법(新法)에게 밀려나게 되어있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본다면, 이제 어떤 오행법을 적용해서 판단해야 할 것인지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일이라고 하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마치고는 여인을 바라봤다. 더욱 큰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였다. 그래야만 마음의 짐을 모두 내려놓을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서였다. 비로소 여인은 눈에서 눈물이 고였다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그동안 혼사의 문제로 인해서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를 이해할 수가 있는 모습이었다. 그래서 가만히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에 여인이 입을 열었다.

“오늘에야 진정한 안내자를 만났습니다. 이제 아무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어느 누가 뭐라고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이치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가서 부군에게도 오늘 들었던 이야기를 그대로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모든 의혹이 해소되었습니다. 어리석은 아낙에게 귀찮다고 하지 않으시고 귀중한 말씀을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렇게 인사를 하고는 은자 두 냥을 조용히 내려놓고는 다시 허리를 굽혀서 인사를 하고는 조용히 일어나서 떠났다. 춘매가 뒤따라 나가서 배웅했다.

“안녕히 가세요.”

“예, 고마워요.”

춘매가 여인을 보내고는 부리나케 들어와서 우창에게 다그쳤다.

“오빠~! 어떻게 된 거야? 아무리 위로를 한다고 해도 그렇게 감쪽같이 연기하다니 정말 놀랐잖아. 어떻게 그런 능청이 나오는 거야?”

“어? 누이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네?”

“내게는 안 그래도 되잖아. 망한 궁합을 좋다고 하다니.”

“아니, 누이도 나를 믿지 못한 거였나?”

“천간오행이니 지지오행을 들먹거릴 적에 이미 간파했어. 그래서 부인에게 들통이 날까 봐서 조마조마했잖아. 위로는 한다고 하더라도 너무 지나쳤던 것이잖아? 나중에 그들 부부가 정말로 잘 살지 못하게 되었을 적에 오빠는 어디론가 떠나버리면 그만이지만 남은 나는 또 얼마나 당황스러운 장면을 만나게 될 것인지를 걱정된단 말이야.”

“그랬어? 하하하하~!”

“괜히 우스운 척하지 말아. 아무리 좋은 말로 위로를 하는 것이 상담이라지만 이건 아니잖아? 이미 마음으로 포기하고 왔는데 그렇게까지 거짓말로 다시 희망을 줄 필요는 없었잖아?”

“그만! 그만하게나. 하하하~!”

“아니, 그래도 웃음이 나와?”

“누이는 여태 내가 한 말을 도대체 어떻게 들었던 거야?”

“너무나 똑똑히 잘도 들었지. 무슨 오행? 붉은 콩? 푸른 콩? 정말 가관이더라. 오빠가 말을 잘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렇게도 황당한 이유 같지 않은 이유를 붙여서 여인의 마음을 홀릴 줄이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잖아.”

춘매는 진심으로 우창을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라서 우창도 내심으로 감동을 했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서 말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얼마나 복이 많은지를 새삼 느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얼굴이 상기된 춘매를 바라보면서 미소를 지었다.

“누이가 그렇게도 나를 생각해 주니 감동이야. 하하~!”

“난, 지금 심각한데, 오빠는 장난으로 받아들이는 거야?”

“원, 그럴 리가. 하하하~!”

“아무래도 그런 것 같은데? 그렇다면 내게도 다시 설명해봐. 물론 얼렁뚱땅으로 콩타령 오행타령일랑 일체 말고 말이야. 그러면 내가 오빠의 말을 믿어 줄 것인지 판단해 볼 테니까.”

“누이~!”

“응?”

“따라서 해 봐.”

“뭘?”

“갑자을축해중금(甲子乙丑海中金)”

“갑자 을축 해중금~! 따라 하라니까 한다만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 이야기했지? 납음오행이라고.”

“그래 납음오행, 그게 도대체 뭐야?”

“갑자년에 태어난 사람과, 을축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해중금이라는 말이야. 그러니까 바닷속의 금이란 말이지.”

“바닷속의 금이라니? 갑(甲)은 목이고, 자(子)는 수이고, 을(乙)도 목이고, 축(丑)은 토(土)이면서 금고(金庫)인데, 왜 바닷속의 금이라는 거지?”

“자, 또 따라서 해. 병인정묘노중화(丙寅丁卯盧中火).”

“병인 정묘 노중화, 그러니까 병인년과 정묘년에 태어난 사람은 화로(火爐) 가운데 불이라는 말이야? 화롯불이네?”

우창은 그 말에는 답하지 않고 다시 한 구절 읊었다.

“무진기사대림목(戊辰己巳大林木)~!”

“무진 기사 대림목~! 엉? 병인과 정묘는 그래도 불이라서 말이 된다고 생각했더니 무진과 기사에는 목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잖아?”

“누이야~!”

“응?”

“이제 알겠어?”

“뭘?”

“이것이 바로 납음오행이야.”

“납음오행인지는 몰라도 좀 괴이하기는 하네.”

“더 계속할까? 아니면 그만해도 되겠어?”

“그만해도 되겠어. 이런 것이 있었다는 것을 왜 나는 몰랐지? 내게는 말을 해 주지 않았잖아?”

“안 했지. 왜 이런 말까지 해야 하느냔 말이야. 하하하~!”

“쳇~! 뭐든지 다 알려줘야 이렇게 오빠를 의심하는 생각조차도 하지 않잖아. 이건 내 탓이 아니고 오빠의 잘못이야~!”

“뭐가?”

“아니, 진작에 오빠가 내게 ‘납음오행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러이러하게 생겨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마디만 했으면 오늘 내가 왜 이렇게 오빠를 잠시나마 의심을 했겠느냔 말이야. 괜히 오빠를 의심했다는 것이 미안하잖아.”

“미안할 것도 없어. 오히려 그게 춘매다워. 하하하~!”

“정말? 오빠 화를 내는건 아니지?”

“화를 왜 내나. 오히려 재미가 있는 일이지. 하하~!”

“정말이야? 그렇담 다행이네. 호호호~!”

비로소 웃음을 띤 춘매를 보면서 우창이 말했다.

“누이의 마음이야 내가 왜 모르겠어?”

그러자 어느 사이에 지난 일은 다 잊어버렸다는 듯이 두 사람의 사주를 들여다보던 춘매가 물었다.

“그런데, 오빠, 두 사람의 궁합은 좋은 것이 맞아? 궁합을 보는 방법은 내가 특별히 배운 것 같지 않은데?”

“궁합이야 참 좋지. 점수로 말하면 9할이라고 해도 될 정도야.”

“왜?”

“첫째로 여자가 남자를 생하고, 둘째로 남자의 사주에 처복이 있고, 셋째로 남편을 자식처럼 잘 돌봐 줄 여인인 까닭이지.”

“아니, 그렇게 상세한 것도 알 수가 있어?”

“물론이야. 열심히 공부하면 손바닥을 들여다 보는 듯하게 될 거야.”

“뭐야~!”

“응? 왜?”

“그렇게 어물쩡 넘어가려고? 왜 그런지를 알려줘야지.”

“아, 그럴까? 여인이 남자를 생하는 것은 보이지?”

“보여.”

“남자의 일주(日柱)가 정묘(丁卯)인 것도 보이지?”

“그것도 보여.”

“일지가 배우자의 궁이라는 것을 몰랐나?”

“그건 왜 내게 말을 안 해줬지?”

“지금 말 해 줄게. 일지는 배우자가 머무는 인연처야.”

“그래.....?”

춘매가 잠시 뭘 생각하는 듯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자 우창이 말했다.

“왜? 누이의 배우자 인연을 보는 거야?”

“응? 아~! 호호호~!”

“원, 급하기는 서두르지 않아도 천천히 공부하게 될 테니까 열심히 공부나 하면 되는 거야. 하하하~!”

“알았어. 그런데 남자는 목생화(木生火)로 처궁에서 생하니까 좋은데, 여자의 갑오(甲午)는 남편궁을 여자가 생하는 것이잖아?”

“그게 운명인 거야.”

“아무리 그래도 여자가 손해를 보는 것이잖아?”

“어쩌겠어? 그것이 인연이니까.”

“불공평하단 말이지 뭘.”

“물어보러 온 사람이 누구야?”

“아들의 모친이잖아?”

“그렇다면 내가 누구를 기준으로 설명을 해 줬어야 할까?”

“어? 아하~! 물어보러 온 사람의 입장에서 봐야 한단 말이지? 왜?”

“그야 상담비용을 냈으니까 그렇지 뭘 왜야? 하하하~!”

“정말이네. 부인의 형편은 여유가 있어 보여. 대뜸 은자 두 냥을 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었을 텐데 말이야.”

“마음의 짐을 내려 준 값으로는 적당하다고 봐도 될 거야. 하하~!”

“이제 오빠도 좀 뻔뻔해졌어. 알아? 호호호~!”

“다 누이 덕분이지 뭐. 그나저나 어제 왔던 안산 선생이 소식이 없네? 형편이 어려워서 못 오는 건가?”

“정말? 그렇다면 걱정이네. 어쩌지?”

“어쩌긴 뭘 어째. 누이 걱정만 하면 된다니까. 하하하~!”

춘매는 괜히 마음이 쓰여서 문밖을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