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9] 제27장. 춘하추동/ 12.삼합(三合)이 생기게 된 까닭

작성일
2021-02-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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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9]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12. 삼합(三合)이 생기게 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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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지막으로 축월(丑月)의 삼후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염재가 마지막에 해당하는 축월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먼저 소한(小寒)의 삼후를 말했다.

“축월의 절기(節氣)는 소한(小寒)이 되고, 중기(中氣)는 대한(大寒)이 됩니다. 대한이 지난 후 보름이 되면 입춘(立春)이 되니 여기에서 끝나게 되는데, 글자로는 조금 춥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춥기도 하고 많이춥기도 해서 가끔은 소한이 더 추울 때가 있다 보니까 ‘형인 대한이 동생인 소한 집에 놀러 왔다가 얼어 죽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합니다. 소한의 초후는 안북향(雁北鄕)이니 기러기가 북쪽의 고향으로 날아간다는 뜻인데, 아직 기러기가 날아가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지 않은가 싶기도 합니다. 뭔가 잘못된 것인가 싶습니다. 중후는 작시소(鵲始巢)라고 해서 까치가 둥지를 짓는답니다. 이 또한 앞의 안북향과 더불어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인가 싶습니다. 기록에서 뭔가 뒤섞인 것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봅니다. 말후는 치구(雉雊)이니 수꿩이 운다는데 먹을 것이 없어서 우는 것인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부분 이치와 자연의 흐름이 타당하다고 생각했는데 소한절에 와서는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기록이 그러하니 그런가보다 싶을 따름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려니 싶기도 합니다.”

염재의 말에 우창도 동의를 했다.

“그렇군. 누군가 이런 것도 바로잡으면 되겠지만, 특별한 자료가 나타나지 않은 까닭에 그냥 두고 있는 모양이네”

“스승님, 혹 견강부회(牽强附會)라도 좋으니까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요?”

“그럴까? 축월에는 이미 이양(二陽:䷒)이 생겼다는 것은 알고 있나?”

“예, 동지에 1양이 생겼으니 축월에는 2양이 생겼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인월에는 삼양(三陽)이 되어서 삼양개태(三陽開泰)라고 하거나, 건양다경(建陽多慶)이라고 하는 등의 말이 나오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네. 그러니 인간이 느끼기에는 아직도 춥기만 한 혹한(酷寒)이지만 자연의 영물인 기러기는 이미 그 기운을 알고서 원래의 둥지인 북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볼 수가 있다면 그것도 또한 일리가 있다고 할 수도 있지 싶네. 하하하~!”

“아, 그런 뜻이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자연을 알고 쓴 것이 아니라 날이 추우니까 책상머리에 앉아서 주역의 이치를 좇아서 궁리한 결과를 적어놓은 것으로 보면 혹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지만 실사구시(實事求是)가 되지 않는다면 또한 공론(空論)에 불과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왜 아니겠나. 그래서 그냥 웃어주면 된다네. 하하하~!”

“그렇다면 실제로 자연에서는 남향해서 겨울을 보낸 기러기나 고니가 언제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인지요?”

“내가 알기에는 우수(雨水)와 경칩(驚蟄)은 되어야 북향하는 기러기 떼를 볼 수가 있을 것이네. 그러니 소한에 북쪽 고향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일단 현실적으로는 매우 어려운 이야기인 걸로 생각하면 되겠네.”

우창의 말을 듣고 있던 춘매가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게으른 학자가 안방에서 글을 쓴 것이 맞네. 호호호~!”

“누이도 우습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을지 짐작이 되네. 하하하~!”

염재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분위기가 다시 차분해지자 물었다.

“스승님, 축월의 신계기(辛癸己)도 다른 토월(土月)과 마찬가지로, 신금(辛金)이 3할, 계수(癸水)가 2할, 기토(己土)가 5할이 맞는 것이지요? 그리고 금고(金庫)인 것도 틀림이 없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습니까?”

“맞아, 그렇게 알고 있으면 되네.”

“소한에 대해서는 특별히 추가로 이해할 내용이 없는지 궁금합니다.”

“이미, 진술축미(辰戌丑未)의 연관성을 논리적으로 이해하게 되면 특별한 것이 없다고 봐도 되겠네. 대한(大寒)에 대해서 생각해 보려나?”

“예, 스승님. 대한은 마지막 절기로 황도십이궁(黃道十二宮)에서는 보병궁(寶甁宮)을 지나고 있답니다. 이것은 보통 물병자리라고도 부릅니다. 대한의 초후는 계유(鷄乳)라고 하여, 닭이 알을 품는답니다. 그런데 닭은 연중에 언제라도 알을 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왜 이런 글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아마도 유축(酉丑)의 합을 의식하고 쓴 것일 수도 있겠네. 고서에는 사유축(巳酉丑)이 만나면 합이 된다고 했다네. 물론 명학에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고 봐서 언급하지 않지만, 많은 강호의 술사들은 여전히 그 이치도 사용한다네. 유(酉)는 닭이잖은가? 축(丑)은 금고(金庫)이면서 닭이 돌아가서 휴식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닭이 둥지에서 휴식한다는 것은 흡사 알을 품고 있는 것과 닮았다는 상상을 할 수도 있었지 싶네. 하하~!”

“아, 그런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습니다. 인오술(寅午戌)이 합하여 화국(火局)이 되고, 해묘미(亥卯未)가 합하여, 목국(木局)이 되고, 신자진(申子辰)이 합하여 수국(水局)이 되고, 사유축(巳酉丑)은 합하여 금국(金局)이 된다는 이야기가 맞습니까?”

“맞아, 바로 그 이야기라네.”

“그렇다면 논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말씀이신지요? 강호의 술사들이 모두 사용하는 것이라면, 혹여(或如) 나름의 이치가 있지는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오호~! 그것을 설명해 달란 말이지? 삼합의 이론은 평면(平面)을 전제(前提)로 생겨난 것이라네. 그래서 내 생각으로는 그 출처를 풍수지리에서 사용하는 나경(羅經)으로 보고 있다네.”

“아, 맞습니다. 풍수학에서도 그런 말이 있습니다. 그것도 매우 소중하게 다루고 있다는 것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삼합풍수(三合風水)를 논하는 것을 보면 말이지요.”

“염재도 잘 알고 있군. 합은 지지(地支)의 원반(圓盤)에서 삼각형(三角形)으로 위치하는 글자의 모임이라는 것도 알겠네?”

“예, 그렇습니다.”

“그것은 공간(空間)인가? 시간(時間)인가?”

“시공(時空)으로 논한다면 당연히 공간이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같은 면에서 나열되어 있으니까 말입니다.”

“또, 하필이면 정삼각(正三刻)으로 위치한 글자끼리 합한다는 이치도 믿을 수는 없지만, 서로 적당한 거리가 떨어지면 합력이 더 강하다는 말도 있고 보면 그것까지는 그렇다고 하겠네. 다만 그로 인해서 세 글자가 모이면 합국(合局)을 이룬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황당(荒唐)할 따름이지.”

“그러십니까? 스승님께서는 항상 합리적으로 생각하시는데 황당하다는 말씀을 하실 정도라면 과연 허무맹랑(虛無孟浪)하다고 판단하신 것으로 미뤄서 짐작을 해 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설(說)이 나오게 되었을지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물론이네. 그 원인은 이미 염재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네. 생왕고(生旺庫)의 이치 말이네.”

“아, 그러니까 해묘미(亥卯未)는 목의 일생인 해자축(亥子丑) 인묘진(寅卯辰) 사오미(巳午未)의 흐름에서 세 글자를 따와서 조합한 것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러자 우창이 염재가 말한 것을 종이에 그대로 썼다.

289 해묘미

“어디 염재가 주사로 표시한 것을 모아보게.”

“그렇게 하면 해묘미(亥卯未)가 됩니다.”

“아마도 고인이 목의 일생을 요약(要約)해서 이렇게 써놨을 것이네. 그런데 누군가 그것만 보고서 이치를 모른 채로 세 글자가 모이면 합이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도 해 봤다네. 하하하~!”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씀이십니다. 기록만 남고 설명이 없으면 충분히 그러한 오류(誤謬)가 일어날 수도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생각해 보면, 명학의 연월일시(年月日時)는 시간일까? 공간일까?”

“그야 시간이 아니겠습니까?”

“시간은 같은 월의 세 글자가 동시에 만날 수가 없지 않겠나?”

“당연합니다. 그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해년(亥年), 묘월(卯月), 미일(未日)이 나란히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이미 서로 다른 길에서 와서 잠시 모인 것일 뿐이라네. 그러니 합을 한다는 것은 의미가 있겠느냐는 생각을 해 봤다네.”

“그렇다면 이것은 어떤 작용으로 보게 됩니까?”

“그냥 있는 그대로 생극(生剋)의 이치를 대입하면 그만이지.”

“매우 단순합니다. 그렇게 쉬운 것을 괜히 복잡하게 얽어놓을 필요가 없겠다는 말씀인 거지요?”

“물론이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명학에서의 삼합이라네. 그러니까 다른 학문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사용하던 내가 알 바가 없지. 다만 자평명리학(子平命理學)에서 이것을 끌어다 쓸 필요는 없을뿐더러 그래 봐야 얻을 것은 없고, 오히려 혼란만 발생할 뿐이라는 것이라네.”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암탉이 알을 품는다는 것도 그냥 웃어버리면 되겠습니다.”

“아마도 그렇겠네. 하하하~!”

고개를 끄덕인 염재가 다시 말을 이었다.

“다시 중후를 보면 정조려질(征鳥厲疾)이라고 해서 새매가 빠르게 날아다닌다는 뜻입니다. 말후에는 수택복견(水澤腹堅)이라고 하여, 연못의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는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누가 봐도 자연의 이치에 부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해서 24절기에 따른 72절후의 의미를 전부 훑어봤습니다. 그 중에서도 대부분은 이해가 되고, 또 더러는 난해한 것도 있었습니다.”

“고생이 많았네. 염재의 연구 덕분에 더욱 깊은 이치를 알게 되었으니 고마워.”

“아닙니다. 이것을 핑계로 스승님의 가르침을 더 많이 얻었으니 실로 수확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춘매도 이참에 지지의 절기에 대해서 소상하게 알게 된 것이 염재의 덕분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리고는 다시 우창에게 물었다.

“하루 해의 길이는 동짓달이 가장 짧은데 왜 춥기는 섣달이 더 추운 거야? 그 이치는 알 수 있어?”

“누이가 참으로 어려운 것을 물었네. 하하하~!”

“그게 어려운 거였어? 그럼 취소할까?”

“어떻게든 답을 줘야지. 우선 기온(氣溫)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를 물어놓고 내가 궁리할 시간을 벌어야지. 하하하~!”

“음.... 기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햇볕이잖아?”

“그것만일까? 그렇다면 여름밤에는 햇볕이 없어도 푹푹 찌는 이유를 설명하려면 어쩌지?”

“아, 그것만이 아니라는 뜻이구나. 그렇다면 공기가 영향을 미치는 거네. 맞아?”

“그렇지, 겨울에도 바람이 불지 않으면 덜 추운 경험을 했지?”

“맞아~! 그래서였구나.”

“북쪽으로 많이 떨어진 곳에 서백리아(西伯利亚:시베리아)라는 고원(高原)이 있고, 그 고원에서 삭풍(朔風)이 남쪽으로 불어오는 때가 바로 축월(丑月)이야. 그래서 동지가 있는 자월(子月)보다도 축월(丑月)이 더 추워지는 것이라더군.”

“아하~! 기후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 것이었구나. 그렇다면 하지가 있는 오월보다 미월이 더 더운 것도 남쪽의 열풍(熱風)이 불어와서 그런 거란 말이지?”

“맞아.”

“이제 잘 이해했어. 그렇게 간단한 것도 까닭을 모르니까 왜 그런가 싶었잖아. 호호호~!”

“염재는 어떤가? 이렇게 춘하추동의 한 해를 생각해 봤는데 뭔가 이해에 도움이 되었나?”

“물론입니다. 이제 비로소 연월일시의 흐름에서 월에 대한 이해를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주라도 이렇게 계절의 영향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보니까 과연 공통적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한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럼 되었네. 이제 명학의 기초 중에 중요한 것을 이해한 셈이니까 기초공사를 잘한 셈이네.”

“그런데, 이런 것도 여쭤봐야 할 것인지 좀 망설여집니다.”

“뭔가? 궁금하면 물어야지. 어서 말해 보게. 답을 할 수가 있고 말고는 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이니까 말이네. 하하하~!”

“그럼 걱정을 들을 작정을 하고서 여쭙겠습니다.”

“어서 말해 보게.”

“적도의 이북(以北)을 북반구(北半球)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렇지.”

“그렇다면 적도의 이남(以南)은 남반구(南半球)가 되는 것은 당연하겠습니다.”

“물론이네.”

“그리고 남반구를 생각해 보면, 북반구에서 가장 추운 계절인 동지가 남반구에서는 오히려 하지에 속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랬나? 참 생각의 갈래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염재로군. 하하~!”

“제자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면, 스승님께서도 분명히 이점에 대해서 궁리를 해 보셨으리라고 믿어집니다.”

“그렇다네. 당연히 생각을 해 봤지. 궁금한 것이 무엇인가?”

“절기는 천체에서 태양과 지구의 관계로 형성이 되는데 그 의미는 지구의 변화를 적어놓은 것이지 않습니까? 이러한 점에 대해서 아무런 고려를 하지 않아도 될 것인지가 궁금합니다.”

“그러니까 염재가 걱정하는 것은, 어떤 사람이 축월에 태어났다고 하면 따뜻한 화(火)가 필요하다고 할 텐데, 남반구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면 이미 여름의 미월(未月)에 상응하는 기후일 테니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가 궁금하다는 말이지?”

“예, 스승님. 바로 그 점이 궁금합니다.”

“그게 무슨 걱정거리가 된단 말인가. 아무런 염려를 하지 않아도 된다네.”

“그렇다면 해결책도 이미 마련되어 있다는 말씀이시네요. 궁금합니다.”

“어려울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출생할 당시의 기온(氣溫)을 보면 될 일인데 말이네. 하하하~!”

“예? 절기를 거꾸로 뒤집어서 봐야 하는 것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전혀~!”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가 잘....”

“생각해 보게. 황도12궁이나, 24절기나 모두가 천체(天體)의 상황으로 마련되는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절기는 그대로 둬도 된다네. 다만 같은 북반구에서 태어났다고 한들 적도 부근과 북방의 만년설이 있는 지역이 어찌 같단 말인가? 같은 시간에 태어났다고 해서 그대고 적용을 시켜야 하겠는가? 아니면 출생한 곳의 환경을 고려해서 판단해야 하겠는가?”

“그야 당연히 출생지의 상황을 고려해야 하겠습니다.”

“맞았네. 그러므로 남반구이든 북반구이든 적도이든 북극이든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네. 그냥 주어진 사주의 조합을 고려해서 오행의 균형을 찾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라네.”

“말씀을 들으니까 마음은 놓입니다만, 과연 그래도 될지 조금은 염려스럽기도 합니다.”

“염재가 참으로 솔직하여 맘에 드네. 그렇게 모르겠는 것은 모르겠다고 해야 정확한 답을 얻을 수가 있는 까닭이지. 내가 한 말이 이치에 어긋남이 있는지 생각해 보려나?”

“우선 들어봐서는 이치에 부합(符合)합니다. 실로 남쪽 해안에 태어난 사람과, 곤륜산 자락에 태어난 사람은 같을 수가 없으니, 태어난 시기가 어떻다고 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해결책은 참으로 간명(簡明)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그러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는가?”

“예, 스승님.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도 불구하고 문제가 된다고 해도 해결책을 찾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그래? 그게 뭐지?”

“그것은 스승님께서 운용하시는 오주괘입니다. 어디에서 태어났더라도 조짐은 오주에서 나오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어서 돌아가서 회중시계를 구할 방법에 대해서 소상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것만 해결되면 제자도 신속하게 점괘를 운용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리고 어서 그러한 경지에서 자유로움을 맛보고 싶기도 합니다.”

그러자 춘매가 웃으면서 말했다.

“호호~! 아니, 무슨 말들을 그렇게 어렵게 하나 했더니 별것도 아니잖아. 호호호~!”

“그야 사저께서는 별것이 아니라고 하시더라도 저에게는 또 중요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왜냐면 궁금한 것을 못 참기 때문이지요. 이제 스승님 덕분으로 그것이 해소되었으니 마음도 가볍게 귀가할 수가 있겠습니다. 오늘도 사저께 신세가 많았습니다.”

“신세는 뭘. 나도 즐거웠지.”

춘매가 웃음으로 답례를 하자, 염재가 다시 우창에게 말했다.

“스승님, 당분간은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시 연구하다가 시간이 되면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지지(地支)에 대해서 복습을 열심히 하고 있겠습니다.”

“그러시게. 잘 정리하고 다음에 또 연구하도록 하세.”

공수의 인사를 하고는 염재가 총총히 돌아가자 다시 예전처럼 둘이서만 남게 되었다.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오빠, 둘이 있으니 오붓하네. 그렇지?”

“항상 둘이 있었는데 뭘, 그래도 셋이 있다가 한 사람이 가니까 조용한 느낌이 새삼스럽긴 하네. 어느 사이에 누이도 공부가 나날이 깊어지는 것이 보여서 참 좋아. 하하~!”

“그나저나 내일 공부하러 온다는 사람은 올까?”

“아, 안산 선생?”

“응, 수업료를 너무 많이 불러서 안 오면 어쩌지?”

“원, 별걱정을 다 하네. 안 오면 인연이 아닌것이지 그런 걱정을 왜 해? 하하하~!”

“그래도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의 길을 막을 수도 있잖아. 그렇게 되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라서 그렇지. 오빠가 말을 했으면 될 것을 비용이 부담되어서 못 오면 어떡해?”

“누이는 인연이라는 말을 믿어?”

“그야 믿지.”

“그럼 가만히 지켜봐.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나도 왜 갑자기 그렇게 말을 했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누이는 조짐(兆朕)을 알아?”

“알지. 뭔가 모르게 일어나는 미래의 징조를 말하잖아.”

“물론이야. 그 조짐이 누이에게 일어났던 거야. 그러니까 지난 일은 조금도 생각지 말고 오늘 공부한 내용이나 잘 정리해놔. 만만치 않을 텐데.”

“맞아, 벌써 머리가 지끈거려. 호호호~!”

“또 누가 알아? 어쩌면 공부한다고 붙어 앉아서는 애먹일 사람이라서 애초에 그 끝을 잘라버리느라고 그렇게 말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하~!”

“정말? 그럴 수도 있을까?”

“물론이야. 춘매가 다른 악의로 말한 것도 아니고, 이미 염재가 은자 30냥을 갖고 왔다는 것을 생각하고 말한 건데 뭘.”

“하긴, 그렇기는 해. 오빠가 받은 수업료나 상담료는 알뜰히 모았다가 오빠가 떠날 때 챙겨 줄 거야.”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오빠는 밥값이라고 하지만, 나는 이미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밥값을 제하고도 남으니까. 호호호~!”

“어허~! 안 되겠구나. 그럼 염재에게서 받은 돈도 내일 저잣거리에 나가서 오가는 사람들에게 나눠줘야겠다.”

우창의 말에 춘매가 깜짝 놀라서 말했다.

“아니, 그게 무슨 말이야?”

“돈은 돌아다녀야 생동감이 드는 물건인데 쌓아놓겠다고 하니까 말이지. 누이가 안마하지 않고도 공부에 전념하면서 먹거리를 챙기는 것만으로 사용하라고 들어온 것을 사용하지 않겠다니까 그건 잘못된 것이란 말이지. 아니면 더 넓은 상담실을 마련하던가.”

“그건 아니야. 지금 이대로 연승점술관과 양생안마소가 딱 좋아.”

“알았어. 재물은 절대로 남겨두지 않는다는 것을 약속하지 않으면 내일 새벽에는 내가 없을 줄 알아. 약속할 거야?”

“알았어. 약속해야지. 오빠가 시키는 대로 뭐든지 할거니까.”

“그래야지. 하하하~!”

“그런데 오늘 저녁에는 뭘 해 줄까?”

“뭐든 좋지만, 날이 더우니까 시원한 국수를 해 주면 더 좋겠네.”

“그래 고단할 테니 조금 쉬고 있어. 얼른 만들어 놓고 부르면 와.”

그렇게 말하고는 춘매가 집으로 돌아가고 우창은 조용히 오늘 이야기한 것들을 정리했다. 염재가 말해 준 것에 대해서도 생각할 점이 있어서 시간이 걸렸다. 춘매가 마련해준 저녁을 먹고서도 밤이 깊도록 정리하고서야 비로소 잠자리에 들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