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3] 제27장. 춘하추동/ 6.월기심천(月氣深淺)

작성일
2021-01-30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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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제27장. 춘하추동(春夏秋冬) 


6. 월기심천(月氣深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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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창이 잠시 생각한 후에 말했다.

“미월에는 소서(小暑)와 대서(大暑)가 있으니 참으로 더운 계절이라는 것을 알겠네. 미(未)에는 목(木)이 보이지?”

우창의 말에 춘매가 그 정도는 알고 있다는 듯이 자신있게 말했다.

“그야 당연하잖아. 그런데 글자를 보면 목(木)의 위쪽에 일(一)이 추가된 것도 의미가 있지 싶은데? 오빠의 풀이가 궁금하네.”

“어디, 누이가 말해 봐. 그건 무슨 의미일까?”

우창의 반문에 춘매가 다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오빠가 장 말하듯이 나무에 도가 생겼다는 뜻일까?”

“그보다도 아직은 도가 끝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뜻이야.”

“그래? 무슨 말이지? 이해가 좀 어렵네. 호호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염재가 말했다.

“스승님, 미(未)는 ‘아직~이다’의 뜻이 있습니다. 앞으로는 완성이 될것임을 전제하고서 지금은 덜 되었다는 뜻이니 도달하지 못했다는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옳지~! 맞는 말이네. 그런데 춘매는 이해가 되지 않는 모양인걸? 하하~!”

춘매의 표정이 아직 잘 모르겠다는 듯하자 우창이 다시 풀어서 설명했다.

“미월에는 들판에 벼가 자라고 있는 것은 알지?”

“그야 알지. 부지런히 자라야 가을에 수확해서 또 긴 겨울을 잘 살잖아.”

“그런데 아직은 벼가 더 자라야 하는 거야. 이삭이 나오려고 하는 상황이기도 하지.”

“미월에 벼 이삭이 나온다는 말이야? 그래서 일(一)이 이삭이 아직은 완전히 나오지 않았다는 뜻인 거야?”

“맞아. 벼의 줄기 속에 이삭이 만들어져서 출수(出穗)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은 더 자라야 해서 기다리고 있는 거지.”

“와우~! 그런 뜻이 있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 그런데 미(未)와 비슷한 글자도 있었잖아?”

“누이가 말하는 것은 혹 끝 말(末)을 말하는 건가?”

“아, 맞아~! 미나 말이나 뭐가 다르지?”

“미(未)는 아직 자라고 있는 것을 의미하지만 말(末)은 다 자라서 벼의 이삭을 칼로 자른다는 뜻이니까 달라도 많이 다르잖아? 하하하~!”

“그렇구나. 생긴 것이 비슷하다고 해서 뜻도 비슷한 것은 아니었네. 호호호~!”

춘매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짓고는 다시 물었다.

“와우~! 그런 뜻이 있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네.”

“생각해봐, 이삭이 다 나와서 여물게 되면 고개를 숙이겠지?”

“맞아, 벼가 익으면 고개를 숙인다고 하잖아.”

“그래서 고개를 숙인 모습을 벼화(禾)라고 하는거야. 어때?”

이렇게 말하면서 우창이 미(未)와 화(禾)를 나란히 썼다.

283 미화

“와우~! 오빠는 문자의 마법사 같아. 이렇게 이해가 잘 되게 해 주잖아. 멋져~! 호호호~!”

춘매가 사소한 것에도 감탄하는 것이 예뻤다. 감탄하고 감동하는 사람은 항상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한 까닭이다. 감정(感情)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창이 다시 물었다.

“가을이 되어서 벼를 거둬들인 다음에 식구(食口)들이 모여있으면 어떨까?”

“그야 먹을 것이 넉넉하니까 모두 흐뭇하지 않을까?”

“그래서 화목할 화(和)가 되는 거야.”

“아니, 거기까지도 생각한 거야? 놀랍다~!”

“그냥 문자놀이야. 아무리 공부가 좋아서 하는 사람들이지만 가끔은 싫증이 날 수도 있잖아? 그럴 적에는 이렇게 놀이를 하는 거지. 하하하~!”

“정말 선비는 놀아도 고상하게 노는구나. 골패나 마작을 하면서 노는 것이 아니고 말이야. 또 뭐 없어?”

“글자놀이만 하면 생기는 것이 없잖아? 지장간 공부를 해야 남는 것이 있지. 하하하~!”

“아, 맞다~! 삼복 이야기를 듣다가 보니까 미토(未土)의 지장간에 대한 이야기를 못 들었네. 실은 그 이야기가 더 중요하잖아? 이제 지장간 이야기를 들려줘. 그리고 염재도 그게 궁금할 테니까. 호호~!”

“예, 그렇습니다. 당연히 말씀해 주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우창은 미월(未月)의 지장간에 대해서 설명을 해 주기 위해서 잠시 생각을 정리한 다음에 말을 시작했다.

“미토(未土)는 무엇으로 구성(構成)되어 있지?”

우창은 그냥 나열해서 설명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 함께 궁리하도록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서이다. 이번엔 춘매를 끌어들여서 지장간의 이야기를 전개할 요량이었다. 춘매도 그 뜻을 알고는 얼른 대답했다.

“미(未)에는 을목(乙木)이 3할, 정화(丁火)가 2할 그리고 기토(己土)가 5할이지. 이것은 글자만 다르고 비율은 진토(辰土)나 완전히 같네?”

“맞아. 다만 비율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이렇게 대입하는 것만 사용하면 되니까 번거롭게 월률(月律)의 비율은 논외로 하는 거야. 다만 다른 명학자(命學者)들이 그러한 법술(法術)을 사용한다면 그것이 무슨 말인지는 알아들을 수 있으면 충분한 거야.”

그러자 염재가 다시 궁금해서 물었다.

“스승님, 그렇다면 비록 사용하지는 않더라도 알아두면 쓸 곳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 그럴까? 나도 배우기는 했지만 사용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것을 ‘월률분야(月律分野)’라고도 하고, ‘월기심천(月氣深淺)’이라고도 하는 것이 있는데 두 방법이 모두 지장간(支藏干)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다소 혼란스러울 수도 있다는 점은 미리 잘 알아두고 시작하면 되네.”

“그러니까 이름은 모두 같은 지장간을 사용하지만 의미하는 것이 다르다는 뜻입니까?”

“맞아, 다만 그것을 구분하기 위해서 월기심천을 의미할 적에는 지장간(地藏干)으로 따지(地)를 사용하는 것으로 구분하지. 물론 이것은 원래부터 써왔던 것이라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지장간(支藏干)은 그야말로 월지(月支)의 지지(地支)와 무관하게 모든 지지에 대입하면 되는 것이라네.”

“아니, 그런데 오빠, 땅지를 따지라고 하는 거야? 그건 틀렸잖아? 오빠도 잘 모르고 있는 것이 있었나 보네? 호호~!”

춘매가 모처럼 우창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는 재미있어서 말했다.

“아, 그건 따지가 맞아. 나도 남들이 땅지라고 하는 것을 알지만 그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땅지 대신에 따지라고 하는 거야.”

“뭐야? 그건 처음 듣네? 어쩐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해 줘봐.”

“그럴까? 남의 아들을 말할 적에 뭐라고 하지?”

“그야 아드님이라고 하잖아?”

“맞아, 그렇다면 남의 딸은?”

“따님이라고 하잖아.”

“알겠지?”

“뭘? 그게 뭐가 어떻다는 건지 모르겠잖아.”

춘매는 우창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우창이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아들은 아드님, 딸은 따님이라고 하는 그 따님이 바로 땅님이 변화한 거야.”

“뭐야? 그렇게 따지면 아들님은 하늘님에서 왔단 말이야?”

“물론이지. 원래는 하늘님이었는데 변해서 아들이 되었다는 설이 있기도 해. 하하하~!”

“아, 그런 말이 있다는 것은 오빠도 정확하게는 모른다는 말이구나. 그렇지?”

“맞아, 그래서 땅지는 따지로 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할 따름이야. 둘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더 맞는 말이 있으면 상대적으로 덜 맞는 말은 틀린 말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하하~!”

“아항~! 그래서 따지였구나. 잘 알았어. 호호~!”

춘매가 비로소 이해를 하자, 이번에는 염재를 향해서 물었다.

“염재, 월기심천의 지장간(地藏干)과 지지(地支)의 지장간(支藏干)에 대해서 정리가 되겠지?”

“잘 알겠습니다. 그렇게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월기심천(月氣深淺)이라는 이름에서도 짐작을 할 수가 있지. 매월의 기운이 절기에 따라서 삼후로 변화하듯이 지장간(地藏干)에서도 날짜의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으로 설명을 해 왔다네. 아마도 오랜 세월을 그렇게 했을 것으로 보이네만.”

“월기심천이라는 글자를 통해서 의미는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정확한 뜻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어떤 구조입니까?”

“월기심천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다면 가령, 인월(寅月)은 무병갑(戊丙甲)으로 7일, 7일, 16일로 합해서 30일이 된다고 하네. 그러니까 초기(初氣)가 7일간의 무토(戊土)이고, 중기도 7일간의 병화(丙火)로 이어지다가 본기(本氣)는 16일간 갑목(甲木)의 기운이 자리를 잡게 된다는 이론이라네.”

“말씀을 듣고 보니까 원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한 달의 기운이 그 흐름대로 변화한다는 의미가 아니겠습니까?”

“맞아, 언뜻 생각해 보면 일견(一見) 일리도 있어 보인다네.”

“그렇다면 초기라고 하는 무토(戊土)는 어디에서 온것입니까?”

“그야 인월(寅月)의 이전에서 왔으니 축월(丑月)이지. 그러니까 지난달의 기운이 아직은 남아있다는 의미로 여기(餘氣)라고도 하는 것이라네.”

“스승님의 말씀을 들어봐서는 축월의 지장간(地藏干)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아야 이해가 되겠습니다. 번거로우시겠지만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축월은 계신기(癸辛己)로 9일, 3일, 18일로 진행이 되는 구조라네.”

“예? 그런데 축월에는 무토(戊土)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떤 고서(古書)에서는 인월(寅月)의 지장간(地藏干)을 기무병갑(己戊丙甲)이라고 하기도 한다네. 다만 이것은 내가 보기에 염재와 같은 학자의 반론을 덮기 위해서 만든 임시방편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네. 하하하~!”

“그렇다면 기무병갑의 구조로 되었다고 하면 날짜는 또 어떻게 됩니까?”

“기무병갑의 날짜는 사실 명료하지 않다네. 억지로 무(戊)의 6일을 나눠서, 기(己)에게 3일, 무(戊)에게 3일을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지.”

“아, 그런 사정이 있었습니까? 스승님의 말씀은 명료한데 월기심천의 방법은 왠지 부연(敷衍)해서 설명하는 것이 얽히는 것 같아서 좀 복잡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내 생각도 그와 같다네.”

“그렇다면 왜 학자들이 간단한 방법을 버리고서 복잡한 이치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입니까?”

“공자님 때문이지 뭔가. 하하~!”

“예? 공자님께서 그렇게 하지 말라고 하셨습니까?”

“술이부작(述而不作).”

“아, 풀이는 하더라도 짓지는 말라는 뜻입니까? 그렇지만 지장간(支藏干)의 이치도 누군가 이미 지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스승님께서 만든 것입니까?”

“그건 아니네. 특히 내가 사용하는 방법은 하충(何忠)이라는 고인이 창안한 것을 반영한 것이니까 그 이전의 고법(古法)에서 본다면 또한 반발(反撥)할 수가 있을 것이네.”

“참으로 새로운 학설이 자리를 잡는데는 또 그만큼의 세월이 필요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고 하겠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자기의 기준으로 믿고 사용할 따름이라네. 그러니까 이러한 것으로 남들과 토론해서 합의(合意)로 도출(導出)해 낸다는 것은 애초에 포기하는 것이 좋을 것이네. 어차피 콩과 팥을 나누듯이 가려낼 수도 없는 존재들이니까 말이네. 하하~!”

“다시 궁금한 것을 여쭙겠습니다. 천기(天氣)가 계절을 타고 흐른다고 보면 인월(寅月)에는 무토(戊土)로 시작해서 병화(丙火)를 거친 다음에 갑목(甲木)이 된다는 뜻입니까?”

“맞아.”

“그렇다면 병화(丙火)가 갑목(甲木)보다 차가운 것입니까?”

“어?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양중지양(陽中之陽)이 병화(丙火)라는 것은 알지 않나?”

“스승님의 월기심천에 대한 말씀에는 병화를 거치고 나야 갑목이 된다는 것이 이상해서 해본 생각입니다. 기온(氣溫)으로 말한다면 갑목을 거친 다음에 병화가 되어야 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아, 그 말이었나? 그것은 진월(辰月)을 생각해 보면 더욱 명료해진다네. 하하하~!”

“진월은 계을무(癸乙戊)가 3,2,5로 나뉜다고 이해했습니다만 그것도 월기심천에서는 달리 말하는가 봅니다.”

“그렇다네. 을(乙)이 9, 계(癸)가 3, 그리고 무(戊)가 18이라네. 그런데 여기에 계수(癸水)가 들어있다는 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더란 말이네. 오히려 진월이면 사월(巳月)의 앞이니 을계무가 아니라 을정무(乙丁戊)로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냔 말이지.”

“정말 그것을 보니 명쾌합니다. 그렇다면 지장간은 월지(月支)를 말하는 것만이 아니었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바로 그 말이라네. 천지사방을 누비고 다니는 지장간(支藏干)의 이치를 굳이 월지(月支)에 가둬놓고서 억지로 외워야 할 이치는 없다는 말이지.”

“저간(這間)의 사정이 있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스승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까 월률분야(月律分野)든 월기심천(月氣深淺)이든 공부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중에 참으로 심심해서 못 견딜 때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염재도 그렇게 생각이 되는가? 여하튼 그런 것도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도 공부니까.”

그러자 춘매가 말했다.

“오빠가 내게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아서 전혀 몰라서 다른 지장간이 있다는 말을 듣고는 사람을 가려가면서 가르쳐 주느냐고 할 참이었는데 지금 듣고 보니까 과연 오빠는 내게 꼭 필요한 것만 가르쳐줬다는 것을 알겠어. 호호호~!”

“알았으면 되었네. 하하~!”

춘매의 말을 듣고서 염재가 다시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럼 미월의 을정기(乙丁己)에 대해서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아,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는 것도 말해야 하겠네. 을정기를 미월이라고 제한(制限)하면 안 되네. 그냥 미토(未土)라고 하면 맞는 말이고, 미월(未月)이라고 하면 월률분야를 말하는 의미이므로 틀린 이야기가 된다네.”

“아, 그 차이만 여쭙겠습니다. 비율의 차이겠지요?”

“그렇다네. 미월은 정을기(丁乙己)로 9일, 3일, 18일로 기억해야 한다는 점만 말하고, 간단하게 생각하면 을정기(乙丁己)라고 하면 미토(未土)를 말하고, 정을기(丁乙己)라고 하면 미월(未月)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면 되겠네.”

그러자 춘매가 혼란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을정기(乙丁己)나 정을기(丁乙己)나 같은 말로 보이는데 의미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지? 정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호랑이가 물어가겠어. 글자가 같은데 순서에 의해서 의미가 달라진다니 말이야. 에구~!”

춘매의 말에 우창이 미소를 짓자 염재가 다시 말했다.

“스승님께서는 참으로 자상(仔詳)하십니다. 무엇을 가르쳐 주시려고 하는 것인지를 어리석은 제자지만 명료(明瞭)하게 깨달았습니다.”

“오호~! 그렇다면 다행이네. 하하하~!”

“오빠, 나도 을정기에 대해서는 설명을 할 수가 있을 것 같은데, 어디 염재를 위해서 내가 말해 볼까?”

“그래? 어디 염재를 위해서 잘 설명해봐.”

그러자 춘매는 염재에게 자신이 이해하고 있는 것을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토(未土)는 목고(木庫)라고 해. 나무를 저장해 놓는 창고라는 뜻이야, 이것은 진토(辰土)를 수고(水庫)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로 보면 되는 거야.”

“아, 그러니까 토(土)는 창고가 되는 것입니까?”

“맞아, 그래서 을목(乙木)의 3할은 창고에 넣어놓은 것이야. 언젠가 때가 되면 다시 꺼내어서 사용한다는 뜻이겠지?”

“그렇겠습니다. 창고라면 언젠가 쓰일 것이 있겠네요. 그 언젠가는 때가 정해진 것입니까?”

“물론이야. 그것은 지지를 모두 정리하고 나서 이해하면 더 혼란이 없을 거야.”

“예,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정화(丁火)는 무슨 뜻입니까?”

“정화는 아직도 할 일이 남았기 때문에 잠시 쉬고 있는 것이야. 그래서 비율도 2할이 되는 거지. 할 일이 남았다는 것은 아직도 가을의 결실을 위해서 강력한 태양의 열기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해.”

“아, 그러니까 지장간(支藏干)이 월률분야의 지장간(地藏干)과 완전히 다른 것은 아니었네요. 그렇다면 더욱 월률분야까지 살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라도 버리고서 나중에 또 찾게 될까 봐서 약간의 염려하는 마음이 없지도 않았는데 이제 그러한 생각은 하지 않아도 되겠습니다.”

그러자 춘매는 뭐가 그리 복잡하냐는 듯이 말했다.

“뭐야?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나야 모르지. 오빠가 가르쳐 준 대로만 알고 있을 따름이니까. 마지막으로 기토(己土)는 미토(未土)의 본기니까 음토(陰土)라고 알고 있으면 되는 거야.”

“잘 알겠습니다. 계절로 봤을 적에 정화(丁火)는 가을의 결실을 돕기 위한 열기를 저장하는 것이라는 말씀이지요? 그렇다면 진중을목(辰中乙木)은 사오월(巳午月)의 화기(火氣)를 돕는 역할입니까?”

“정말 염재에게 무슨 말을 하려면 먼저 걱정이 앞선다니까. 무슨 질문을 받게 될지 몰라서 말이야.”

“아닙니다. 사저께서도 저의 이러한 질문으로 성장하시는 것이니 나쁠 것은 없습니다. 하하~!”

“옳지, 염재의 말은 그야말로 청산유수(靑山流水)네. 호호호~!”

“그렇다면 진월(辰月)의 을목(乙木)이 화기(火氣)가 발산하도록 마지막 힘을 다 소모하고서 목(木)의 기운을 저장하는 미월(未月)을 만나게 되는 것입니까?”

염재가 자꾸 파고들자 춘매는 오히려 답이 궁색해져서 우창을 보고 말했다.

“오빠~! 아무래도 이 부분은 내가 감당하기 힘들어. 도와줘~! 호호호~!”

“저런, 염재가 누이를 고통스럽게 하는구나? 하하하~!”

“죄송합니다. 스승님. 그래도 사저의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에구~ 짓궂기는~! 호호호~!”

“이해가 되시는대로만 설명해 주시면 됩니다. 진중을목(辰中乙木)과 미중을목(未中乙木)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정말 내가 미쳐~! 그렇게 물으면 내가 어떻게 말을 하나? 포기했어~!”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누이를 구해 줄 사람은 우창이지? 하하하~!”

우창이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을 알고 이렇게 말하자 염재도 다시 우창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다.

“스승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세상천지에 염재는 하나일까, 아니면 둘이 될 수도 있을까?”

“그야 당연히 둘일 수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라네 을(乙)도 어디에 있거나 하나일 따름이라네.”

“이 이치를 어떻게 이해하면 좋겠습니까?”

“간단한 이야기지. 어린아이가 어른이 되고 노인이 될 수는 있으나 막상 아이가 둘일 수는 없는 것과 같으니까.”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목(木)이 음양(陰陽)으로 변화할 수는 있지만 음목이나 양목이 다시 둘로 나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까?”

“맞아, 제대로 잘 이해했네. 하하~!”

“참으로 의미심장합니다. 그렇다면 진중(辰中)의 을목(乙木)은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진중을목은 묘중을목(卯中乙木)에서 온 것이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묘중을목은 또 어디에서 온 것입니까?”

“그야 인중갑목(寅中甲木)에서 왔지.”

“예? 그럼 인중갑목은요?”

“그야 해중갑목(亥中甲木)에서 왔고.”

“아하~! 흐름이 일정하게 뚜렷한 이치네요. 그러니까, 처음에는 양목(陽木)이었는데 절정기를 지나면서 음목(陰木)이 된다는 것입니까?”

“맞아.”

“그것은 또 무슨 이치입니까?”

“어린아이는 양이고 중년 어른은 음인 것과 같은 이치라네.”

“과연~! 오묘한 조화입니다. 감탄했습니다. 그렇다면 꼭 알아야 할 지장간(支藏干)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염재가 이렇게 말하자 우창이 지지(地支)에 해당하는 지장간(支藏干)을 썼다.

283 지장간

우창이 쓴 것을 본 염재가 그대로 배끼는 것을 보면서 말했다.

“염재는 틀림없는 학자로군. 하하하~!”

“스승님의 가르침이 훌륭하고도 참으로 멋있고도 맛있는 가르침입니다. 공부가 맛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기는 또 처음입니다. 무엇을 전할지 무엇을 끊을지를 생각하시면서 가르침을 주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 이치를 하나 깨닫기 위해서 깊이 사무쳐서 깨닫기 전에는 누구라도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이 일반인데 스승님께서 얼마나 고뇌를 하셨을지 짐작을 해보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염재가 진심으로 감동했다는 듯이 말하는 것을 보며 우창도 뭉클했다.

“염재가 알아들으니 고마울 따름이네.”

“아닙니다, 스승님. 이렇게까지 가르쳐 주시는데도 알아듣지 못한다면 오히려 공부하지 말아야지요. 지장간(支藏干)과 지장간(地藏干)을 구분해서 전달해 주시는 것만으로도 이미 염재의 학문에 대한 복은 태산만큼이나 이뤘다고 해도 되겠습니다.”

염재가 이렇게도 감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춘매는 더욱 뿌듯해서 말했다.

“정말 아는 만큼만 보인다더니, 염재가 그렇게 말을 하니까 나는 그것이 고마운 줄도 모르고 넙죽넙죽 받아먹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네. 밥값치고는 너무 후하게 받았는걸. 호호호~!”

“스승님, 약간의 미진한 것이 있어서 다시 여쭙겠습니다. 진중계수(辰中癸水)는 인묘(寅卯)월의 수생목(水生木)을 위해서 노력한 것과 같이, 미중정화(未中丁火)도 신유(申酉)월의 화생금(火生金)을 하고서 다음에 고(庫)에 들어갑니까? 그렇다면 술(戌)이 화고(火庫)가 되는지요?”

염재의 말에 춘매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역시~! 염재는 생각하는 차원이 달라. 그러니까 내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니까. 호호~!”

춘매가 감탄하자, 염재의 물음에 우창이 답을 했다.

“염재는 참으로 궁리가 체질이로군. 이렇게 되면 술토(戌土)와 축토(丑土)에 대해서도 이미 8할은 공부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네. 실로 지지를 궁리함에 진술축미(辰戌丑未)보다 오묘한 것이 없기도 하다네. 하하~!”

“스승님의 심오(深奧)한 가르침에 제자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정확한 이치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미 펼쳐진 이야기만 생각해도 솜씨가 뛰어난 목수가 깎아놓은 조각을 하나씩 끼워 맞춰서 멋진 집을 짓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통쾌하고 명료한 이야기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느끼는 것입니다만, 간지의 공부가 이런 것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오빠, 나도 동감이야. 염재로 인해서 지지의 공부가 더욱 풍요로워지는 것이 고맙고도 즐겁잖아. 가르치는 사람은 받아들이는 제자의 소화(消化)하는 능력에 따라서 주는 것이 다른 거였어?”

춘매의 물음에 우창이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 그야 당연하지. 어리석은 엄마는 몸에 좋은 것이라고 자식에게 주지만, 지혜로운 엄마는 자식이 소화를 시킬 수가 있는지를 봐 가면서 아무리 좋은 것도 조금씩 나눠서 준다잖아. 내가 비록 엄마는 될 수가 없지만, 그 마음만은 엄마처럼 나름대로 노력을 한다네. 하하하~!”

우창의 말에 춘매와 염재는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러한 열정을 갖고있는 스승을 만난 것에 대한 저마다의 감상에 젖어 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