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5] 제22장. 연승점술관/ 4.재물에 대해 공부하는 춘매

작성일
2020-05-3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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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35] 제22장. 연승점술관(燕蠅占術館)


 

4. 재물에 대해 공부하는 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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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매는 새벽까지 어제 들은 이야기를 정리하느라고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날이 밝아오는 것을 보고서 일어났다. 오늘 아침에는 우창에게 고깃국이라도 끓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어제 늦게까지 열심히 가르쳐 준 스승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도 정성스럽게 육개장을 푹 끓여놓고는 우창을 데리러 갔다.

“뭐야 이 구수한 냄새는? 오늘은 과용했구나.”

“어제 밤늦도록 가르침을 주느라고 고단했지 싶어서 몸보신이라도 하시라고 끓였어. 내 형편이 이 정도는 되니까 맛나게 드시기만 해. 그럼 나는 열 배로 행복할 테니까. 호호~!”

“덕분에 포식했다. 고마워.”

우창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는 춘매도 즐거웠다. 설거지하는 동안에 우창은 차를 끓이겠노라고 돌아갔다. 춘매는 서둘러서 정리하고는 젖은 손을 닦고 건너갔더니 우창이 찻물 끓는 소리를 들으면서 명상에 잠겨 있었다.

“어? 오빠도 명상하는 거야?”

“내가 노산에서 뭘 했겠어? 그냥 이렇게 앉아서 조용히 자신을 살펴보는 거지.”

“그랬구나. 오늘도 아예 문을 닫고 오빠의 가르침을 받으면서 공부할 작정을 했어. 아무래도 어제 이야기를 다 듣지 못한 것도 같고 말이야. 이대로는 일이 손에 잡힐 것 같지도 않고 해서 손님에게는 기도한다고 팻말을 걸고 왔어. 호호~!”

“아니, 이 공부가 서두른다고 되나? 천천히 물이 흐르듯이 그렇게 하다가 보면 오행의 이치도 깨닫게 되고 하는 것이지.”

“무슨 소리야, 물이 항상 평탄하게만 흘러? 때로는 격랑(激浪)을 이루기도 하고 그러다가 폭포(瀑布)를 만나서는 벼락치는 소리를 하기도 하잖아. 지금이 바로 그 폭포 앞이거든. 호호호~!”

“그야 좋은 일이지. 그래 뭘 더 묻고 싶은지 맘대로 말해봐.”

“어제 이야기를 들었던 것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 봤는데, 부자를 이해하려면 가난한 자를 이해해야 하겠고, 부자와 가난한 자를 구분하다가 생각해 보니까 글자에 들어있는 뜻부터 좀 알아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글자의 뜻을 설명해 줘봐. 그동안에는 그냥 의미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까 그 뿌리인 글자에 관심이 생겼어.”

“아, 참 좋은 생각이군, 글자가 그렇게 생긴 것에는 또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 처음에 글자를 만들었을 적에는 얼마나 많은 고심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겠느냐는 생각을 하면 짐작이 되지. 그러니까 그냥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글자라도 그 의미를 생각하면 오히려 기억하기에 도움이 될 수 있지.”

우창이 먹을 찍어서 부(富)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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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바로 그거야. 그러니까 우선 부자의 부(富)에 대한 글자 풀이를 알고 싶어.”

“어렵지 않지. 우선 맨 위에 있는 것이 뭐야?”

“몰라. 쓰기는 해도 그것 하나의 의미까지는 모르지. 가(家)에서 맨 위의 것이라는 정도는 알지만. 호호~!”

“그러니까 집을 의미한다는 것은 안다는 거야. 이것은 글자로 집 면(宀)이야. 집이란 말이지. 일단 부자는 뭐가 있어야 한다는 말이야?”

“집이네. 집~!”

“맞아. 집 아래에 있는 건?”

“그야 알지 한일(一)이잖아.”

“그러니까 하나라는 뜻이네.”

“다시 그 아래는?”

“그것도 알지, 입구(口)네.”

“자, 다시 묶으면 집안에 한 사람이라는 뜻이지. 왜 사람을 입으로 표현했을까?”

“그야 먹어야 사는 거니까 그런 것이 아닐까?”

“옳지~! 그거야. 마지막으로 맨 아래에 있는 건?”

“밭 전(田)인가?”

“공부에 뜻을 둔 까닭에 웬만큼 쉬운 글자는 깨우쳤구나. 잘했다. 이제 이것을 묶어서 뜻으로 만들면 되겠군.”

“어떻게 묶는 거야? 궁금해.”

“집[宀]이 있고 한[一] 사람의 입[口]을 먹여 살릴 만큼의 농토[田]가 있으면 부자[富]이다.”

“와~! 깔끔하네. 그런데 그 뜻에 재물을 쌓아 놓는다는 의미는 없잖아?”

“없지, 그냥 먹고 살면 그게 부자인 거야. 누이의 생각에는 어때?”

“오빠의 설명을 들으니까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아마도 사람들이 그 정도로는 부자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아. 왜 글자의 뜻이랑 현실에 차이가 나는 걸까?”

“기본적인 출발점이 달라서 그래. 옛날에 부(富)는 딱 그만하면 되었지. 그런데 지금은 추가로 욕심(慾心)이 붙어버린 거야. 그래서 밥만 먹고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지.”

“그럼 뭘 해야 하나?”

“놀아야지. 여유(餘裕)가 있어야 놀이도 가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예쁜 옷도 사 입을 텐데 입만 먹어서는 그러한 여유가 없으니까 부(富)의 기준이 자연스럽게 환경에 따라서 높아졌다고 봐야지.”

“그럼 지금에서 다시 부(富)자를 만든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런 생각까지 해보는 거야? 참 대단하군. 글자를 상황에 따라서 계속 바꾼다면 나중에 글자를 읽는 사람들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까 글자는 그냥 두고 의미만 바꾸면 되는 거야. 요즘의 부에는 약간의 여유(餘裕)의 돈이 추가되면 좋다는 정도로 하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부유(富裕)라는 말을 또 만들어 내게 된 거지.”

“역시 내 생각이 짧았네. 나중에 글을 읽을 사람들이 어떻게 할 것인지까지도 생각하는 오빠의 혜안을 따라가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호호~!”

“혜안이랄 것까지도 없지 뭘. 그럼 다음엔 빈(貧)에 대해서 생각해 볼까? 이 글자는 어떻게 생겼는지 살펴봐. 이건 누이도 가능하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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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위의 글자는 나눌 분(分)이고 아래 자는 조개 패(貝)니까. 조개를 나눈다는 뜻인가? 글자는 알겠는데 뜻은 모르겠어. 풀이를 해 줘봐.”

“다시 분(分)을 나눠 볼래?”

“아, 그것도 나눌 수가 있네. 그럼 위는 팔(八)로 보고, 아래는 도(刀)로 보면 되려나? 그렇게 되면 ‘칼이 여덟 개’라는 말이야? 이건 또 무슨 뜻이야?”

“칼이 여덟 개란 말은 팔인(八人)이 칼을 들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지?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것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다는 뜻으로 해석을 할 수가 있겠네. 싸운다는 뜻이 보이진 않지만 여덟 사람이 칼을 들었다는 이야기는 결국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말일 테니까.”

“그렇겠네. 근데 에 꼭 여덟 명의 사람이지? 열 사람이 될 수도 있잖아?”

“아마도 팔(八)이 갖는 의미는 팔방(八方)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해도 될 거야. 사방팔방(四方八方)에서 조개를 보고 모여드는 거지. 그냥이 아니라 칼을 들고서 자신이 그 조개를 갖겠다는 작정을 하고서 칼을 뽑아 들고 말이야.”

“조개가 그렇게 중요한 거란 말이야?”

“아, 이것은 옛날의 화폐(貨幣)로 사용되었던 시절에 만들어진 글자라는 것을 알아야 하겠네. 그러니까 글자가 만들어진 시기를 이로 미뤄서 유추해 볼 수도 있는 거야. 요즘 같으면 금(金)이 되겠지? 모든 사람이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금이니까, 그리고 아득한 옛날에 글자를 만들었을 시절에는 조개가 돈의 역할을 했던 것이니까.”

우창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빈(貧)자와 함께 글자를 하나 썼다.

우창이 쓴 글자를 보던 춘매가 말했다.

“어? 이건 분금(分金)이잖아? 조개 패(貝)를 쇠 금(金)으로 바꾸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런데 하나의 글자로 안 보이고 두 글자로 보여.”

“그건 습관이 안 되어서 그렇겠지. 이렇게 새로운 글자를 만들지 않아도 빈(貧)으로 대신해도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합의를 본다면 다시 추가로 글자를 하나 더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거지.”

“이제 무슨 뜻인지 잘 알았어. 보배 보(寶)자에 있는 패(貝)도 재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는 것이지? 그러니까 가난한 것은 밥이 없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 신기하네. 오늘 정말 대단한 이치를 배운 것 같아. 어쩜 이렇게 풀이를 해 주니까 사람의 마음이 왜 그렇게 돌아가는지를 알겠네.”

사소한 것에 대해서도 감동하는 춘매의 순수함에 우창의 기분도 흐뭇했다. 이렇게 때 묻지 않은 영혼을 만나서 학문을 논한다는 것이 다행스럽고 즐거웠다.

“다시 정리해 보면, 가난한 것은 재물을 추구하는 것이고, 부유함이란 먹거리가 있다는 것이네. 맞아?”

“어때? 그냥 생각하는 빈(貧)의 의미는 글자로 보니까 조금 다르지?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가난한 사람일까?”

“돈을 위해서 싸우는 사람이네?”

“그렇지? 먹을 것이 없다는 느낌보다는, 남보다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 가난하다는 것은 새롭잖아?”

“재물을 모으는 것은 결국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물을 빼앗는 것이라는 뜻을 글자를 만든 사람도 알았던 거지.”

“아마도 그랬으니까 글자가 이렇게 생겨서 오랜 세월을 전해지고 있는 것이겠지?”

“그런데, 재물과 밥이 서로 같은 것일까? 느끼기는 서로 다를 것 같은데....”

“돈이 있으면 그것으로 밥을 사 먹으니까 같은 것이 아니야?”

우창의 말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생각하던 춘매가 비로소 이해가 되었는지 말했다.

“아,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럼 돈을 모으기 위해서 열심히 싸우는 사람은 모두 가난한 사람이란 거지? 정말 맞는 말이네. 밥과 돈의 차이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되네.”

“그러니까 비록 쌓아놓은 재물이 없더라도 돈을 모으기 위해서 남들과 싸우지 않는다면 그는 가난한 사람이 아닌 거지. 아울러서 아무리 억만금을 쌓아놓은 사람이라도 아직도 돈이 부족하다는 마음으로 더 모으겠다고 애를 쓴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극빈자(極貧者)자라고 할 수 있는 거야.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고 생각하는 기준과는 달라도 상관없어. 철학자의 기준으로 살펴서 이해하면 되는 거니까.”

“철학자라고 하니까 뭔가 있어 보인다. 호호호~! 정말 신기하네. 때론 일상의 느낌보다도 글자에서 보여주는 것이 더욱 선명할 수도 있는 것을 알고 나니까 참으로 신기하다~! 나도 글자 하나라도 더 배워야지.”

“그래야지. 이제 빈부(貧富)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했으니까 다시 사주에서 재물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 봐야지?”

“참, 맞다. 글자공부에 취해서 정작 사주 공부는 또 잊어버렸잖아. 호호~!”

“어제 이야기한 발씨의 사주에서 재물이 많고 적고를 논할 수는 없지만, 그렇게 생긴 사주의 주인공은 평생을 재물로 인해서 항상 마음에 고통이 많았을 것이라는 짐작은 할 수가 있는데 어디에서 그것을 읽을 수가 있을까?”

그러면서 우창이 다시 발계추의 사주를 꺼냈다. 그것을 들여다보던 춘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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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답을 알려주고서 이유를 찾으라고 하니까 좀 쉽네. 재성(財星)은 술중정화(戌中丁火)인 것은 맞잖아?”

“맞아. 정화(丁火)가 이 사람에게는 재물이야.”

“그러니까 미중정화(未中丁火), 술중정화(戌中丁火) 모두 해서 넷이나 되네. 과연 전생에 지은 빚이 많았나 보다. 월간(月干)의 병화(丙火)까지 하니 오재(五財)나 되잖아? 다른 관점으로 보면 재물(財物)의 창고(倉庫)가 많아서 부자라고 하건 말건 오빠에게 배운 것으로만 생각한다면 항상 재물로 인해서 고뇌가 많았을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은데 맞아?”

춘매가 비로소 이해한 것으로 보이자 우창이 다음의 이야기로 옮겨서 풀어갔다. 우창이 생각하는 명리학은 결국 마음을 살피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까닭이다. 그러한 이치를 춘매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발씨의 사주를 통해서 마음을 들여 본다면 내 생각에는 많이 외로웠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건 왜일까?”

“외로웠을 것이라고? 만약에 그랬다면 아마도 자신이 의지할 비겁(比劫)도 없고, 즐거운 재미를 찾을 상관(傷官)도 멀리 있어서가 아닐까? 그래도 그렇게나 대부호라고 하니까 왠지 부자가 외롭다는 말이 이해가 되지는 않는걸.”

여전히 춘매는 이해가 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우창이 그렇다고 하니까 동의는 하면서도 마음의 깊은 곳에서는 ‘재물이 넘치도록 많은데 외로울 까닭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었다. 춘매의 표정을 보고 우창이 다시 말했다.

“누이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려운가 보구나. 하하하~! 그럴 만도 하지. 아마도 보통 사람들의 생각이 모두 그렇지 않겠어? 문제는 이 사주를 부호의 사주라고 초점을 맞춰놓게 되면, 또 다른 사주를 보게 되면 다시 혼란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생각해 봐. 선입견(先入見)이 작용하게 되면 실체를 관찰하는데 방해가 되기도 하니까 말이야.”

“오빠의 말이 완전하게 이해되지는 않아도 믿고 들어갈게. 호호호~!”

“그렇지? 오행의 이치로 심리를 분석하게 되면 재물이 많은 사람은 외로울 까닭이 없다고 하는 말을 할 수가 없는 거야. 만약에 천하를 다 얻은 제왕(帝王)이 있다고 하면 그는 행복할까?”

“와~! 행복이라니 참 좋은 말이야.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져. 호호호~!”

“왕은 천하의 재물이 모두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있으니까 한 사람의 부호에 비할 바가 아니겠지?”

“그런데, 외로울 수도 있다는 거잖아? 왜 그렇지?”

우창은 춘매의 고정관념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고는 다시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을 할 방법을 생각하고는 말을 이었다.

“고독(孤獨)과 부유(富裕)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뜻이야. 손바닥으로 가릴 땅만 있어도 행복한 사람이 있고,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의 전토(田土)를 갖고 있어도 부족하다는 생각으로 헐떡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아,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발씨가 재물로는 남들이 모두 부러워할 만큼 갖고 있지만, 그 마음에서의 느끼는 만족감(滿足感)은 또 다를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맞아, 이제 누이가 이해를 했구나. 물질적으로 사주를 본다면, 재물이 많은 사람이 행복하겠지만, 정신적으로 본다면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만 깨달으면 되는 거야.”

“그건 맞아, 전에 일하던 안마소의 주인은 자기가 운영하는 곳이 다섯 군데가 있었는데도 항상 돈이 없다고 투덜대는 것이 문득 떠올랐어. 오빠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지?”

“옳지, 이제 이해가 되었구나. 하하하~!”

“알았어, 오빠. 오행의 이치는 균형(均衡)을 생(生)으로 삼고 편중(偏重)을 극(剋)으로 삼는다는 것만 잊지 않으면 되는 거지? 현실적으로 재물이 많고 적음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지 말고 사주의 오행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지 편중되어 있는지를 보고서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맞아, 이치(理致)에다가 기준(基準)을 맞추지 않고서, 겉으로 보이는 결과(結果)에다가 사주풀이를 맞추게 된다면, 사주 하나를 만날 때마다 그 사주에 맞는 풀이를 또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지. 그렇게 한다면 공부의 즐거움이 아니라 항상 삶에 맞는 사주풀이를 만드는 피곤함으로 지쳐버리게 될 것이란 말이지. 가령 대부호의 사주라고 할지라도 명전무인(命前無人)의 이치를 잊지 않는다면 이 사주의 주인공은 반드시 마음에 번뇌와 삶의 고통이 끊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해석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가 되는 거지.”

비로소 춘매가 우창의 설명하려는 뜻을 깨닫게 되었는지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와우~! 이제 알았다. 재물보다 마음이 중요하다는 뜻이잖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오빠를 고생시켰네. 호호호~!”

춘매가 이해를 한 것이 기뻐서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춘매가 다시 말했다.

“근데 오빠, 만약에 이 사주가 재고(財庫)의 이치에 의해서 대부호가 된 것이 맞는다고 한다면, 이에 대해서는 어떤 답을 할 수가 있을까? 오빠의 주장을 의심하는 것은 조금도 없지만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말로 답을 해 줄 수가 있을 것인지는 궁금해. 왜냐면 분명히 이에 대해서도 답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만약에 이 사주가 부자로 살게 된 것이 사주에 수두룩한 재고(財庫)로 인해서 그렇게 되었다는 주장을 한다면, 이것을 증명(證明)하기 위해서 같은 날 같은 시각에 태어난 똑같은 다른 사람의 사주를 찾아야겠지? 만약에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조차도 부호로 잘살고 있다면 어쩔 수 없이 마음으로 동의(同意)를 하지 않더라고 현실적으로는 받아 들여놓고 왜 그렇게 된 것인지를 다시 찾아야 하겠지.”

“그런 사주를 찾아봤어? 똑같은 사주는 쉽지 않겠지만 혹 비슷한 사주라도 있으면 재미있겠다.”

“사주가 비슷한 것은 또 다른 이야기야. 완전히 똑같은 사주라야 다른 이론이 끼어들 틈을 주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물론 그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같은 사주를 찾아볼 필요도 없겠지만 언젠가 그러한 자료가 나타난다면 당연히 살펴볼 마음이야 있지. 물론 그 사람은 절대로 부호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뒤집힐 수가 있다면 그것조차도 새로운 연구를 할 고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사양을 할 일은 아니라고 봐. 다만, 발씨와 같은 시대에 그만큼의 부호는 있었지만 같은 사주를 갖고 있지는 않았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만약에 같은 사주로 태어난 두 사람의 부호(富豪)가 있었다면 그것이 명서(命書)에 기록되지 않았을 까닭이 없으니까 말이야. 하하~!”

“난 오빠의 그 유유자적(悠悠自適)하면서도 명료(明瞭)한 관점이 맘에 들어. 학문을 사랑하는 마음이 철철 넘쳐흐르는 것은 물론이고, 누구라도 학문을 하다가 묻는다면 있는 정성(精誠)을 다 쏟아서 바로 알려주려고 애쓰는 것은 내가 여태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접해 본 거야.”

춘매는 자신에게 무슨 복이 있어서 이렇게 친절하고도 명석한 스승님을 곁에 모실 수가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을 때가 많았다.

“참, 오빠는 아직 정혼(定婚)한 낭자는 없어? 이렇게 멋진 오빠를 여인들이 그냥 두는 게 참 이상하네.”

속내를 감출 수가 없어서 떠보는 마음을 담아서 물었다. 공부하다가 말고 뜬금없는 말에 우창도 얼떨떨했지만 무슨 뜻인지는 바로 알았는지 얼른 답을 했다.

“나 같이 생활능력이 안 되는 사람에게 오는 여인이라면 그 순간부터 팔자는 망한 것이겠지? 하하하~!”

“오빠가 왜? 얼마나 멋진 사람인 줄도 모르는구나!”

“그래? 그야 춘매의 눈이 정상이 아니어서겠지. 현실적으로 잘 판단을 하는 여인이라면 생계(生計)의 수단(手段)부터 보고서 함께 살 것인지 말 것인지를 생각하는 거야. 그냥 감정적으로만 생각하게 되면 바로 뒤따르는 것이 후회니까.”

우창의 진지한 설명을 듣고선 춘매의 마음이 출렁였다. 그런데 여태까지 우창이 자신의 생일도 물어보지 않았다. 왜지? 그만큼 한 상에서 밥을 먹었으면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자 괜히 서운한 마음이 일어났다.

“근데, 오빤 내 사주가 궁금하지도 않아?”

“그건 또 왜? 갑자기 무슨 소리야?”

“아니, 그렇잖아. 사주만 연구하는 스승이 제자의 사주도 묻지 않는 것은 도대체 무슨 심사(心思)일까? 싶어서 말이야.”

“그야 뭐 때가 되면 알게 되겠지. 아, 지금이 그때인가 보구나. 어디 누이의 사주를 불러봐.”

우창은 춘매가 불러주는 대로 사주를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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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누이의 사주를 좀 들여다볼까?”

우창은 춘매의 사주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물었다.

“어디 그동안 배운 만큼의 공부로 풀이를 해봐. 그래야 공부가 되지.”

“당연히 풀이를 해 봤지. 그런데 아무리 들여다봐도 아무것도 안 보이니 이것은 또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어. 우선 강약부터 어려워서. 이렇게 보면 약해 보이고, 또 저렇게 보면 약하진 않아 보이고 그래서 언제 틈을 내어서 물어봐야 하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날이 오늘이었네. 호호~!”

“그럴 만도 하지? 월령(月令)은 술월(戌月)인 데다가 전체적으로 지지에 3토(土)잖아? 이 정도의 세력이면 약하지 않아, 그리고 약하지 않으면 어떻게 한다고 했지?”

“그야 약하지 않으면 강한 것으로 본다고 했잖아? 그럼 강한 사주로 봐야 하겠네?”

“물론이지.”

“용신은 가을이니까 임수(壬水)를 쓰면 되는 건가?”

“잘 생각했네. 그리고 토가 많으면 뭐가 좋을까?”

“토가 많으면? 음.... 목극토(木剋土)를 해서 목도 좋은 작용으로 볼 수가 있지 않을까?”

“맞아 잘 풀었어. 그러니까 용신격으로는?”

“상관(傷官)이 용신이면 상관격(傷官格)이 되나?”

“그럼 일단 방향은 나왔네. 수목(水木)으로 보면 되는 거지.”

“이제야 답을 얻었네, 그럼 무엇부터 풀이해?”

“그야 궁금한 것을 물어야지. 뭘. 하하하~!”

“그럼 남들처럼 재물을 물어야지. 밥이나 먹고 살 수는 있어?”

“재물을 물으려면 무엇부터 봐야 할까?”

“그야 재성을 봐야 하잖아?”

“당연하지, 재성이 어디 있는지부터 보고.”

“재성은 시간(時干)에 을목(乙木)이 있어. 연지(年支)에도 묘목(卯木)이 있는데 너무 멀다고 해야 하나? 그래도 시간의 을목(乙木)은 미토(未土)의 목고(木庫)에 통근(通根)도 하고 나름 살아있는 것으로 봐도 될 것 같은데 어때?”

“그래, 다행히 재물복을 타고났으니 구차하게 살지 않아도 되겠다. 뭐든 활동을 하면 밥이 따라오는 복이네.”

“놀아도 먹을 것이 생기면 더 좋잖아?”

“그게 망상을 부르는 지름길인 거야. 아침에 눈을 뜨면 일을 하고 먹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생각하면 그러한 망상은 버릴 수가 있지.”

“그렇긴 하지? 그냥 남들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나도 해본 생각이야. 일하고 밥을 먹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해.”

“재물복은 타고났으니 굶을 일은 없겠고, 또?”

“그러면 부모의 인연은 어떻게 해석하지?”

“부모의 자리는 어디라고 했더라?”

“연주(年柱)라고 했잖아?”

“물론이지, 연주(年柱)를 부모의 인연으로 보면 되고, 나눈다면 연간(年干)은 부친으로, 연지(年支)는 모친으로 나눠서 살펴볼 수도 있지.”

“그렇다면, 연주(年柱)는 희용신(喜用神)이 자리하고 있으니까 부모의 인연은 좋은 것으로 봐야 하는 거잖아? 그런데 막상 좋다고 할 것도 없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거야?”

춘매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우창에게 물었다. 우창도 곰곰 생각해 봤을 적에 사주에서의 암시로 봐서는 부모인연이 나쁘다고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래서 다시 차근차근 물었다.

“누이도 잘 생각해 봐. 나름대로 부모는 누이를 위해서 배려해주고 잘 해 주려고 노력했다고 봐도 되지 싶은데 무엇을 얼마나 도와줘야 좋은 부모라고 할 수가 있겠어?”

“우스운 이야기를 해 줄까? 어려서 가난한 부모를 만났다는 것을 알았을 적에, 혹시 엄마가 다른 아버지를 만나서 나를 낳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어. 왜냐하면 나를 낳아준 생부(生父)가 부자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야. 그런 생각을 하면 안 되는 줄은 알았지만, 다른 아이들의 부모가 부자인 것을 알고 나니까 나도 모르게 그런 생각이 들더라. 호호호~!”

“보통 사람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이해가 되지 않겠지만, 누이가 그렇게 생각했다니가 이해가 된다. 하하하~!”

“그래? 왜?”

“신축(辛丑)이라서 그래. 하하하~!”

“신축이 왜?”

“신금(辛金)은 뭐라고 했지?”

“신금은 흑체(黑體)이고 욕심(慾心)이잖아. 그건 알지. 호호호~!”

“다음으로 축토(丑土)는”

“축토(丑土)는 금고(金庫)로 보면 되나? 그럼 부자인 건가?”

“그렇게나 부자가 되고 싶은 것도 누이의 팔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야 하겠네. 참 신기하구나. 하하하~!”

“왜? 내가 욕심이 많은 거였어? 신축일에 태어난 사람은 다 그런 거야?”

“어떻게 다 그렇다고 할 수가 있겠어? 다만 그러한 현상도 있을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지. 지금 누이가 말하는 것을 들어보니 딱 그런데 뭘. 하하하”

“왜? 내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좀 해 줘봐.”

“그럴까? 우선 천간의 신금(辛金)이 모든 것을 빨아들이면, 지지의 신금이 그것을 안으로 완벽하게 끌어들이지. 그다음에 계수(癸水)가 꽁꽁 뭉쳐서 깊숙하게 저장을 하게 되고, 기토(己土)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덮어버리니까 말이야.”

“어머나~! 어쩜, 오빠가 내 마음속에 들어와서 들여다보고 간 것처럼 들리네. 그래서 오빠가 여태까지 설명해줬던 대로 많은 재물이 마음을 만족시키는 것만은 아니라는 말에 대해서 이해를 못 했나 보다. 그렇지?”

“아마도~! 하하하~!”

“그랬었구나. 세상의 모든 것을 바라보는 것은, 그 사람의 사주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이지? 정말 재미있어. 내가 이만큼이라도 공부를 한 보람이 있네. 더욱 열심히 공부해야 하겠다는 것은 분명하네. 얼마나 공부를 해야 오빠처럼 쓱~ 살펴보면 그러한 것이 다 보이는 걸까?”

“사주를 본다고 하는 것은 그렇게 여덟 글자가 한눈에 다 들어올 때를 말하는 거야. 그러니까 사주를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지?”

“아, 그렇구나. 사람들이 사주를 보러 간다고 하는데 그냥 그런가 보다 했지. 이렇게 사주를 보면 그 사람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이 모두 보여야 보는 것인 줄은 몰랐지. 그리고 그게 무슨 뜻인지 생각도 해보지 않았는데 이제야 알겠네. 그러니까 사주를 읽는 사람도 있고, 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 바로 그 뜻이었구나.”

“맞아. 누구나 처음에 공부할 적에는 사주를 읽게 되지만 점차로 세월이 쌓이고 내공이 깊어지게 되면 나중엔 사주가 보이는 거야. 하하~!”

“나도 얼른 그렇게 되고 싶어. 호호~!”

춘매는 속에서 뜨거운 열정이 치밀어 오름을 느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사주에 대해서 좋은 이야기만 해 주는 우창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 고마움에 울컥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동안 아무도 자신을 이렇게 따뜻한 마음으로 위로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른 곳에서 사주를 보면 먹고 살기도 어려운 팔자라고만 해서 상처를 받기도 했었는데 우창의 말을 듣고 있으면 세상에 나쁜 사주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빠, 시장하겠다. 얼른 먹을 것을 준비할게, 반시진(半時辰:60분)만 있다가 우리 집으로 와.”

“그래.”

바삐 뛰어가는 춘매를 보면서 우창도 흐뭇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