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8] 제20장. 매화역수/ 2.까마귀가 세 번 운 뜻은?

작성일
2020-03-06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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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제20장. 매화역수(梅花易數)


 

2. 까마귀가 세 번 운 뜻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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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가 세 번 울었다는 것에서 숫자를 추출할 수 있을까?"
그러자 활발한 자원이 답을 했다.

“당연해요~! 3이 나오잖아요. 3은 리괘(離卦)이고 화(火)에 해당해요.”

“맞아, 그럼 화(火)는 확보 되었네. 또 하나는 뭘로 한다....”

“아, 혹시 까마귀로 하나를 만들 수는 없을까요?”

“안될 이유가 없지. 그것으로 어떻게 또 하나의 괘를 만들지?”

“음..... 한 마리니까 1로 하면 안 될까요?”

“오, 간단하네. 그럼 3과 1이 나왔어. 그 중에 어느 것으로 상괘를 하고 또 어느 것으로 하괘를 삼으면 될까?”

그러자 우창이 또 다른 생각을 말했다.

“그것도 되겠지만 까마귀는 검은 색이고 검은 색은 수(水)에 해당하므로 육감수(六坎水)의 의미를 부여한다면 6도 가능하겠습니다.”

우창의 말을 듣고는 상인화가 웃으면서 말했다.

“동생은 이미 한 발 늦었어. 대신 그것은 동효(動爻)로 삼도록 하면 되겠네.”

“아하, 그렇다면 생각을 하는 순서도 중요하단 뜻인가요?”

“물론이야. 모든 것이 다 점기(占幾)에 쓰이기 때문이지.”

“오호~! 매우 중요한 것을 배웠습니다.”

그러자 자원이 신나서 말했다.

“역시 먼저 말하는 것이 유효한 것이네요. 호호~! 그런데, 상괘와 하괘도 가려야 하는 거예요?”

“이왕지사(已往之事) 놀기로 했으니 그럴싸하게 놀아야 하지 않겠어? 가능하면 학자처럼 말이야.”

“그것도 그렇겠네요. 그럼 3을 위에 놓고, 1을 아래에 놓을래요.”

“그래? 그건 왜?”

“까마귀는 아래에 있고, 체(體)가 되는 형상이에요. 원래 괘는 아래에서 올라가는 것이 원칙이잖아요. 그리고 그 까마귀가 소리를 냈으니까 위에 놓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오호~! 그럴싸 한 걸. 그럼 무슨 괘가 되지?”

“그럼..... 화천..... 화천.... 진싸부 화천(火天)은 뭐예요?”

자원이 얼른 생각이 나지 않자, 우창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우창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고 있다가 질문을 받고서야 퍼뜩 생각이 났다.

“대유(大有䷍)인가?”

“아하~!, 맞아요. 화천대유(火天大有)예요.”

“맞아, 대유괘(大有卦)네. 다음에는 동효(動爻)를 찾아야 하는데, 이것도 생각이 나는 대로 하면 되는 거야. 3과 1을 더해서 4를 동효로 봐도 되고, 우리가 셋이서 그 소리를 들었으니까 3으로 동효를 해도 되지. 그렇지만 동생이 말한 대로 6이 나왔으니까 그걸로 동효로 삼으면 되겠어.”

“그렇다면 3이냐, 4이냐에 따라서 결과도 달라질 것이잖아요? 물론 6이 된다면 또 결과는 달라지겠네요. 그렇게 되면 맞는 경우와 틀린 경우가 생기겠는걸요? 이것은 어떻게 하죠?”

“맞고 말고는 점기(占幾)에 달렸다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리고 지금은 특별한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니까 3이든 4든 6이든 무슨 상관이겠어.”

“아, 그렇네요. 어서 풀어줘요.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 궁금해요.”

“그럼 우리 셋을 동효로 삼아서 ‘대유지육(大有之六)’으로 놓고 풀이를 살펴 볼까.”

“예? 대유지육이라뇨? 그건 무슨 뜻이예요. 언니?”

“대유(大有)는 화천대유이고, 지육은 여섯 번째 효가 동했다는 뜻이야. 그래서 주역의 해당 항목을 찾아 볼 적에 구체적으로 위치를 지정하는 것이지.”

“아하, 간단한 것을. 처음 들어서 생소했네요.”

“주역을 찾아 볼 적에는 맨 아래부터 1로 시작해서 6은 맨 위가 되는 것이라는 점도 알아 두고.”

“그건 알겠어요.”

“그리고 양괘(陽卦)는 구(九)로 표시되고 음괘(陰卦)는 육(六)으로 표시된다는 것도 알아 두고.”

“예, 잘 알았어요. 그럼 책을 어서 찾아 봐요. 내용이 궁금해요.”

자원의 채근을 받고서야 상인화는 주역의 책을 펼쳐서 해당 항목을 찾은 다음에 우창에게 내밀었다.

“어디 동생이 읽어볼까?”

“예, 누님 어디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대유(大有)는 원형(元亨)이니라」

“뭔가 좋은 뜻인가 봅니다.”

“그렇구나. 크게 형통한다고 했으니까 좋은 뜻이네. 그렇지만 이것은 마치 ‘큰 집에 사니까 좋겠다’는 의미와 같은 거야.”

“예? 그럼 좋은 것이지 않습니까?”

“물론이야. 다만 구체적인 변화를 읽으려면 이것만으로는 부족한 거야. 그래서 동효(動爻)를 찾아서 결과를 보게 되는 거야.”

“그렇다면, 동효가 육(六)이니까 여섯 번째를 봐야 하는 것이로군요?”

“맞아.”

“그럼 상구(上九)를 봐야 하는 거지요?”

“그래.”

「상구(上九)는

자천우지(自天祐之)라

길무불리(吉无不利)로다.」

해당 항목을 읽자 자원이 손뼉을 쳤다.

“와우~! 넘넘 좋은 점괘잖아요~!”

그러자 상인화도 동의했다.

“그렇구나. 하늘이 저절로 도와주고 있으니 무슨 일이거나 뜻대로 된다는 말이네.”

“누님, 아무리 재미로 보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좋은 해석이 되니까 기분이 좋습니다. 이러한 좋은 점괘를 그냥 버린다는 것은 아까운 걸요. 하하~!”

“이것이 하늘의 뜻이고, 공부하는 두 사람의 미래를 말하는 것인데 버리기는 뭘 버려?”

그러자 자원이 의아해서 물었다.

“예?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요?”

“하늘의 조짐은 묻거나 묻지 않거나 항상 그 속내를 보여주는 거야. 문득 까마귀 소리를 들었다는 것부터가 하늘의 조짐을 받았다는 것으로 보면 되는 거야.”

“이야~! 정말 신기해요. 언니의 가르침에 가슴이 마구 뛰어요. 흥분되었나 봐요. 노력을 한다고 하더라도 하늘이 돕는다면 얼마나 공부가 순일(純一)하겠느냔 말이죠. 호호~!”

“그렇다면 동효를 삼(三)으로 잡으면 어떤 해석이 나오는지도 볼까?”

그러자 우창이 다시 해당 항목을 찾았다.

「구삼(九三)은

공용형우천자(公用亨于天子)이니

소인(小人)은 불극(弗剋)이라.」

글을 읽고 난 우창이 상인화를 보면서 말했다.

“이게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분위기만 봐서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도를 닦는 수행자는 길하지만 소인은 탐욕을 앞세우기 때문에 해롭다는 뜻이네.”

“오호~! 그렇게 되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이것도 남의 점괘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였단 말이기도 하네요. 정말 까마귀가 제대로 알아 줬다는 이야기가 아닙니까? 참 신기합니다.”

“그러니까 조짐을 포착(捕捉)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보는 거야. 어떻게 점괘를 얻느냐에 따라서 해석은 또 전혀 달라지기도 하니까.”

“그렇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조짐을 깨닫기 까지는 또 많은 수행이 필요한 것이라고 봐야겠지요?”

“왜 아니겠어. 그리고 그대로만 한다면 멀지 않아서 주역도 활용할 수가 있을 거야. 총명하게 공부하고 사욕(私慾)없이 수행하는데 무슨 어려움이 있겠어.”

“이렇게 자연에서 점괘를 얻는 것을 뭐라고 하는 말이 있습니까?”

“보통은 매화역수(梅花易數)라고 하지.”

“매화역수라니 무슨 뜻이지요?”

“아, 예전에 소강절(邵康節)이라는 역수(易數)의 명인이 있었는데, 그는 직접 점통(占筒)을 흔들지 않고서 점괘를 얻어서 해석하기로 유명했지.”

“그렇다면 그런 분은 참으로 대단한 실력자라고 해야 하겠습니다. 그야말로 역점(易占)의 절정고수(絶頂高手)라고 해도 되겠지요?”

“그렇긴 하지만 더 높은 고수도 있다고 들었어.”

“예? 더 높은 고수는 또 어떤 실력을 갖고 있단 말입니까?”

“심역(心易)이라지.”

“심역은 무슨 뜻입니까?”

“마음에서 괘를 얻는다는 수준이지. 까마귀가 울지 않아도 괘상이 떠오른다는 말인가 봐.”

“예? 그런 실력자도 있습니까? 그것이 점괘인지 그냥 자기 생각인지 어떻게 분간을 할 수가 있단 말입니까?”

“그러니까, 당연히 그러한 것을 구분할 수준이라야 심역을 운용하지 않을까?”

“정말 그렇겠습니다. 그러한 능력자는 거의 입신(入神)의 경지(境地)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꼭 그렇지도 않아. 이렇게 하다가 보면 문득 괘상이 떠오르기도 하거든.”

“그렇다면 누님도 이미 절정의 수준에 머물러 계신다는 말씀이잖습니까? 정말 대단하십니다.”

“그러한 영감(靈感)은 누구에게나 있는 거야. 다만 그것을 득괘(得卦)로 잡아서 조짐을 읽을 방법을 아느냐 모르냐는 차이일 뿐이지.”

“듣고 보니까 그런 때도 있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일단 심역(心易)은 나중에 생각해 보고, 매화역수(梅花易數)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해 주세요. 지금 당장 까마귀 울음소리로 점괘를 얻는 것과 연관이 되었다니까 더 궁금합니다.”

“그렇겠네. 그럼 어디 잘 들어봐.”

상인화가 두 사람을 보면서 이야기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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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겨울날 오후에 제자들이 소란을 피워서 소강절이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제자들이 스승에게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중에 한 제자가 정황을 설명했다.

“스승님. 참새 두 마리가 매화나무에서 싸우다가 한 마리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래? 매우 드문 일이구나.”

“그래서 저희들도 참 괴이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서로 왜 그런지를 궁금해 하고 있었습니다. 스승님께서 그 의미를 풀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잠시 눈을 지그시 감고 생각에 잠긴 소강절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든 제자들이 둘러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눈을 뜬 다음에 풀이를 했다.

“내일 저녁이 되면 어린 소녀가 매화나무에서 꽃을 꺾다가 놀라 땅에 떨어지겠구나. 그로 인해서 다리가 부러지겠지만 생명에 지장은 없겠다.”

“예, 과연 그러한지 지켜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다음날, 하루해가 뉘엿뉘엿 기울 무렵이 되었다. 그때까지도 아무런 일이 없자 제자들은 심드렁해졌다. 스승님의 점괘가 오늘은 아무래도 빗나간 모양이라고 수군거리면서 각기 흩어져서 저녁 공부를 준비하려는 참이었다.

갑자기 마당가에서 큰 소란이 일어났다. 사람이 나무에서 떨어졌다는 이야기에 제자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과연 그곳에는 10여 세쯤 되어 보이는 여아(女兒)가 매화꽃을 보고서 나무에 올라갔다가 미끄러져서 떨어진 모양인데 다리를 부여잡고 아파 죽는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엄마를 따라서 점을 보러 왔었는데 엄마가 상담을 하고 있는 사이에 혼자 마당에서 놀다가 나무의 꽃을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이끌려서 이러한 상황까지 전개되었던 것이다.

결과를 보고 나서야 스승이 아침에 이야기 한 그대로의 상황이 나타나자 황급히 응급조치를 해서 부러진 다리에 부목(副木)을 하고 침을 놓아서 진정시킨 다음에 스승에게 물었다.

“어제 스승님께서 말씀하실 적에는 반신반의 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결과가 여합부절(如合符節)로 딱 들어맞으니 이것은 무슨 신통력을 얻으셔서 알게 된 것입니까? 만약에 그러한 것이라면 저희들은 아무리 공부를 해도 그 기밀(機密)을 알아 낼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은 자연의 변화에서 조짐을 찾아서 대입하는 것이니 특별한 신통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느니라. 허허~!”

“그렇다면 희망이 생깁니다. 부디 그 이치를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알았다. 잘 들어 보거라.”

“예, 스승님~!”

제자들이 모두 이목(耳目)을 집중(集中)하고 무슨 말이 나오는지를 기다렸다. 그러자 소강절은 천천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너희들은 지지(地支)에도 숫자가 있음을 알고 있으렸다.”

그러자 제자 중에서도 수준이 최고(最高)의 정점(頂點)에 도달해 있는 화담(花潭)이라 불리는 서경덕(徐敬德)이 대표로 답했다.

“그러하옵니다. 자(子)는 1, 축(丑)은 2로 논하는 것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래, 화담은 어제의 그 시간이 어떻게 되었는지 말해 보게.”

“예, 스승님. 어제는 진년(辰年)의 12월 17일 신시(申時)였습니다.”

“그렇다면 그걸로 득괘(得卦)를 해 보게.”

“예, 우선 진년(辰年)은 자,축,인,묘,진에서 5번이 되었으니 5를 취합니다. 그리고 12월은 그대로 12를 취하고, 17일도 또한 그대로 17을 취합니다. 이것을 모두 합하면 34가 됩니다. 다시 8로 나누게 되면 2가 남으니 이것이 상괘(上卦)가 됩니다. 그러면 이태택(二兌澤)이므로 상괘는 태괘(兌卦☱)입니다.”

“오, 그렇구나. 그렇다면 하괘(下卦)는?”

“하괘(下卦)는 상괘의 숫자에 시지(時支)의 신시(申時)를 더합니다. 그러면 시(申時)는 9가 됩니다. 이것을 더하면 43이 되고, 다시 8로 나누면 3이 남으므로 이것은 삼리화(三離火)가 되므로 리괘(離卦☲)입니다.”

“옳지, 그래 정확하게 잘 이해하고 있었군. 그렇다면 화담은 이미 어제의 상황에서 점괘를 얻었단 말인가?”

“어찌 그러한 경지를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스승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뜻을 좆아서 설명을 할 뿐입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대성괘(大成卦)는 무엇인가?”

“택화혁(澤火革)이니 혁괘(革卦䷰)가 되었습니다. 다만 이것만으로 소녀가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것도 알 수가 없을 뿐더러 떨어져서 다리를 다친다는 이야기는 더욱 오리무중(五里霧中)이옵니다. 스승님.”

“아니, 소녀는 보일 텐데?”

“아, 그렇습니다. 태괘(兌卦)는 소녀(少女)가 되므로 그건 억지로라도 이해를 할 수가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 소녀에서 실제로 소녀가 등장을 하리라고는 어찌 생각이나 했겠습니까? 그냥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하~!”

“그렇다면 도반(道伴)들을 위해서 간단히 설명을 해 볼텐가?”

“뭘 말씀입니까?”

“뭐긴, 가족관계 말이네. 허허~!”

“아, 그야 대부분의 제자들도 알고 있으리라고 생각은 됩니다만, 기억을 상기(想起)하는 의미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화담은 차근차근 읊었다.

건(乾☰)은 부친(父親)

곤(坤☷)은 모친(母親)

진(辰☳)은 장남(長男)

손(巽☴)은 장녀(長女)

감(坎☵)은 중남(中男)

리(離☲)는 중녀(中女)

간(艮☶)은 소남(少男)

태(兌☱)는 소녀(少女)

“그래 이렇게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이지만 구태여 암송하라고 하는 것은 기본이 중요하고도 또 중요한 까닭이라네.”

“잘 알고 있습니다. 스승님.”

“그렇다면 소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겠지?”

“그렇습니다. 이렇게 간단한 구결(口訣)이 적중(的中)을 하리라고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원래 답은 늘 가까이에 있는 법이라네. 그것을 살피고 말고의 안목이 필요할 뿐이지.”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이 운집한 백여 명의 제자들은 숨소리도 내지 않고 귀를 기울였다. 좌중을 둘러본 소강절이 계속 말을 이었다.

“대성괘(大成卦)가 나왔으니 동효(動爻)를 잡아 볼텐가?”

“예. 동효는 전에 말씀하시기를 총 숫자를 6으로 나누고 남는 것으로 삼으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네.”

“그렇다면, 43을 6으로 나누면, 1이 남으니 동효는 1입니다.”

“그럼 지괘(之卦)는 어떻게 되는가?”

“1은 초효(初爻)가 바뀐 것이므로 혁괘에서 초효(初爻)의 이괘(離卦☲)에서 아래의 양효(陽爻⚊)가 음효(陰爻⚋)로 바뀌면 간괘(艮卦☶)가 됩니다. 그러면, 택산함(澤山咸)이니 지괘는 함괘(咸卦䷞)가 됩니다.”

“그래 정확히 잘 설명하셨네.”

“그렇다면 이제 그 조짐(兆朕)을 풀이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자들의 눈이 저리도 초롱초롱합니다. 하하~!”

“아니, 결과를 보는 것이 그리도 중요한가? 오히려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싶은데 안 그런가?”

“맞습니다. 저희들이 인내심이 부족하여 조바심이 하늘을 찌릅니다. 하하~!”

“본괘(本卦)에서 매화꽃은 보이는가?”

“예? 매화꽃이라고 하시면..... 하괘(下卦)의 리(離)를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그것은 삼리화(三離火)이니 불을 의미하지 않습니까?”

“어허, 아무리 후배들을 위해서 바보인 척을 한다지만 이건 좀 심한 걸. 허허허~!”

“아닙니다. 스승님. 풀이를 해 주셔야 알겠습니다.”

“생목화(生木花), 사목화(死木火)의 이치도 모른단 말인가?”

“아, 그 말씀이셨습니까? 말씀을 하시니 우둔한 머릿속에 깊숙이 들어있던 공부 자료를 찾을 수가 있겠습니다. 그래서 꽃은 생목(生木)에 핀 것이므로 리괘(離卦)가 된다는 말씀이지요?”

“이 두 괘를 엮으면 소녀가 나무에 올라간 것까지는 알 수가 있겠는가?”

“아하~! 맞습니다. 꽃이 아래에 있고 소녀가 위에 있으니 과연 기묘(奇妙)한 조짐이 드러났다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나무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어찌 알 수가 있는 것입니까?”

“호괘(互卦)를 찾아 보게나.”

“호괘라면.... 혁괘(革卦䷰)에서 3,4,5효로 다시 상괘(上卦)를 삼아서 건괘(乾卦☰)가 되고, 2,3,4효로 하괘(下卦)를 삼아서 손괘(巽卦☴)가 되는 것을 말씀하시는 거지요?”

“당연하지~!”

“그렇다면 호괘는 천풍구(天風姤)가 되어서 구괘(姤卦䷫)입니다.”

“옳지, 잘 살폈네. 그럼 한 걸음 더 들어가 볼까?”

“무모(無謀)하지만 일단 스승님의 격려를 받아서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래 보시게. 허허~!”

“소녀인 태괘(兌卦)는 오행(五行)으로 금(金)입니다. 리괘(離卦)는 화(火)가 되므로 화극금(火剋金)을 하게 되니 소녀가 다치게 됩니다.”

“팔괘(八卦)의 오행은 어떻게 배치(配置)가 되는가?”

소강절이 다시 정리를 하라고 눈짓을 보내자 화담이 말했다.

건괘(乾卦)는 양금(陽金)

태괘(兌卦)는 음금(陰金)

간괘(艮卦)는 양토(陽土)

곤괘(坤卦)는 음토(陰土)

진괘(震卦)는 양목(陽木)

손괘(巽卦)는 음목(陰木)

감괘(坎卦)는 수(水)

리괘(離卦)는 화(火)

“옳지, 잘 하고 있네. 계속해 보게나.”

“이렇게 소녀가 불의 공격을 받는데, 동효(動爻)로 리괘(離卦)가 손괘(巽卦)로 변하게 되어서 불에 바람이 부는 형국이니 나무 위의 소녀가 떨어진다는 해석이 가능할까요?”

“오호~! 왜 안 되겠는가. 이제 거의 다 되었군. 허허~!”

“근데 다리가 부러진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습니다.”

“그것은 팔괘(八卦)와 인체(人體)를 대입하면 될 일이 아닌가?”

“아참, 그게 있었습니다. 하도 오래 전에 배운 것이라서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다시 외워 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한 화담이 기본적인 팔괘와 인체의 관계를 읊었다.

 건괘(乾卦)는 머리

태괘(兌卦)는 입

리괘(離卦)는 눈

진괘(震卦)는 다리

손괘(巽卦)는 허벅지

감괘(坎卦)는 귀

간괘(艮卦)는 손

곤괘(坤卦)는 배

“이제 다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그런데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은 아무래도 좀....”

“아, 그게 납득이 되지 않았는가?”

“예, 그렇습니다. 스승님.”

“호괘(互卦)인 천풍구(天風姤)에서 천(天)은 오행이 무엇인가?”

“건괘(乾卦)는 양금(陽金)이므로 금(金)입니다.”

“풍(風)은?”

“풍은 음목(陰木)이므로 목(木)입니다.”

“금이 위에 있고 목이 아래에 있으니 누가 손상을 입겠는가?”

“그야... 금극목(金剋木)이니까 목이 손상을 입겠습니다.”

“목이 아래에 있고, 풍(風)이면 다리이고 더 자세히는 허벅지가 되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허벅지에 금극목을 당해서 손상을 입었으니 골절(骨折)이 되는 것이라네.”

“아, 설명을 듣고 보니 과연 일리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의구심(疑懼心)이 들기도 합니다.”

“무엇이 말인가?”

“뭔가 결과에 맞춘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그게 역점(易占)이라네. 허허허~!”

“그렇다면 다음에도 같은 상황이 되었을 적에 해석은 같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겠습니다. 그렇습니까?”

“당연하다네. 항상 점기(占幾)와 계기(契機)가 서로 어우러져서 조짐(兆朕)을 만들고 읽어내게 되는 것이라네.”

“그러기 위해서는 학문(學問)을 더욱 열심히 연마해야 하겠습니다.”

“말이라고~!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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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야기를 마친 상인화과 두 사람을 보면서 말했다.

“그래서 그후로 심역(心易)이라고 하는 역괘를 운용할 적에는 ‘매화역수(梅花易數)’라고 하는 별명을 부르기도 했어.”

이야기를 듣고 난 자원이 감탄했다.

“과연 신기(神奇)예요. 어쩜 그렇게 귀신같이 알아 맞출 수가 있단 말이예요? 저도 공부를 많이 하면 그게 가능할까요?”

“왜 안 되겠어? 당연히 그보다 더 잘 할 수도 있을 거야.”

“정말이예요? 오늘부터 더욱 열심히 정진 할래요. 호호~!”

우창은 상인화의 이야기를 듣고서 깊은 생각에 빠셔서 말이 없었다. 문득 우창이 조용하다는 것을 알고 자원이 돌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