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 제18장 면상의 기본/ 4. 얼굴에서의 천지인(天地人)

작성일
2017-05-14 14:08
조회
2484
[204] 제18장 면상(面相)의 기본(基本)

4. 얼굴에서의 천지인(天地人)

 

“누님의 말씀이 일리가 있습니다. 면상(面相)에서 지상(地相)을 논하는 것은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알고 보면, 모든 학문의 뿌리에는 지상뿐이 아니라 천지인(天地人)이 있는 거야. 역경에서도 천지인으로 점괘를 보는걸.”

“역경에서는 상괘(上卦)와 하괘(下卦)만 있는 것인데 어떻게 천지인을 논하게 되는 거죠?”

“대성괘(大成卦)에서 논하는 이야기야. 전에 소성괘(小成卦)의 삼효(三爻)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지?”

“그야 잘 알고 있습니다. 소성괘를 겹쳐 놓은 것이 대성괘니까 기본형은 같은 것이고, 상괘와 하괘로 나뉘는 것까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단 상하괘를 겹쳐서 육효(六爻)가 얻어지고 나면 이번에는 천지인(天地人)으로 보게 되는 거야.”

“이야~! 처음 듣는 이야긴데 재미있습니다. 단지 여섯 개의 괘효에 어떻게 천지인을 부여하는 겁니까?”

204-1


 “간단해. 위의 두 괘는 천(天)의 음양(陰陽)이 되고, 가운데 두 괘는 인(人)의 음양이 되고, 아래의 두 괘는 지(地)의 음양이 되는 거야. 이렇게 해서 하나의 괘에서도 천지인으로 관하게 되는 거야.”

“아, 그렇군요. 듣고 보니 매우 타당하면서도 간단합니다.”

“참, 여기에 재미있는 속담(俗談)이 있는데 들어 볼 거야?”

“물론이죠. 어서 말씀해 주세요. 꼭 써먹어야 하겠습니다.”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을 뭐라고 하는지 알아?”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인(非人)’이죠. 아니면 불인(不人)이던가. 그것도 아니면 뭐라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인간 말종이라고 할까요?”

“그런 경우에 대놓고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잖아.”

“맞아요. 그렇게 말하다가 괜히 두들겨 맞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하~!”

“그래서 ‘불삼불사(不三不四)’라고 하는 거야.”

“예? 그게 무슨 말이지요? 사람 같지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 말을 한다는 것은 그 속에 깊은 뜻이 있는가 봅니다.”

“글자만 봐서는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

“전혀요. 아니, 근데 지금 육효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중이잖아요?”

“맞아, 느낌이 쫘악~ 왔어?”

“삼효(三爻)와 사효(四爻)를 혹시 말하는 거라면 느낌이 왔습니다.”

“바로 그 이야기야.”

“그렇다면 삼효와 사효는 천지인에서 인에 속하니까 ‘삼도 아니고 사도 아니다’라는 말은 ‘사람 같지 않은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겁니까?”

“이제는 말귀도 잘 알아들어~!”

“우와~! 고품격(高品格)의 욕설(辱說)이네요. 하하~!”

“그러니까 무슨 사자성어(四字成語)에서 삼사(三四)가 나오면 그것은 사람을 의미한다고 하면 되는 거야.”

“그렇군요. 역시 누님에게만 오면 한량없는 지식의 습득(拾得)이 이뤄진다니까요. 하하~!”

“혹시 장삼이사(張三李四)라고 들어봤어?”

“그것은 장씨 성을 가진 사람 세 명과, 이씨 성을 가진 사람 네 명을 말하잖아요?”

“여태 가르쳐 줘도 또 딴소리네.”

“예? 아하~! 삼사(三四)는 사람이랬죠? 그럼 수두룩한 사람들을 의미한다는 것이로군요. 에구~!”

자기 머리를 퍽퍽 쥐어박으면서 즐거워하는 우창을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는 상인화의 모습을 보면서 우창도 즐거웠다.

“사자성어에 삼사(三四)가 등장할 적에는 사람을 말한다는 걸 알겠지?”

“물론입니다. 그런데 일이(一二)나, 오륙(五六)에 대한 속담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혹 그런 것도 있나요?”

“그건 나도 모르겠네. 주로 속담은 사람에 대한 것이라서 생겨난 것이 아닐까 싶어.”

“그렇겠습니다. 64괘에서도 천지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 속담까지 배웠으니 수지맞았습니다. 하하~!”

“천지인은 항상 사유(思惟)의 기본(基本)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그래서 면상(面相)에서도 천지인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어서 설명해 줘 봐요. 천(天)이라면 얼굴의 모양이 어떻게 생긴 것을 말하죠?

“원형(圓形)이야.”

이렇게 말하면서 상인화는 동그라미를 하나 그렸다.

204-2


“천의 형태가 원형이라면… 동그란 얼굴의 형태(形態)를 말하는 것입니까?”

“동그란 형태의 얼굴을 천이라고 하는 것은 천원지방(天圓地方)에서 나온 거야.”

“그렇다면 모나게 생긴 얼굴은 지(地)가 되겠네요?”

“옳지, 맞아~!”

이렇게 말하면서 상인화는 다시 동그라미 옆에다 네모를 그렸다.

204-3


“알고 보면 참으로 쉽겠는걸요. 하하~!”

“원래 웃으면서 들어갔다가, 울면서 나오는 것이 상학(相學)이야.”

“그렇습니까? 공부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말씀이군요.”

“동그랗게 생긴 얼굴은 어떤 느낌이야?”

“두루 원만(圓滿)하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 듭니다.”

“맞아. 원만하지. 특별히 모나지 않고, 자기주장을 남들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둥글둥글하게 생각하고 흐름 따라 적응하니 이러한 것은 낙천적(樂天的)인 성향(性向)이 된다고 보는 거야.”

“하늘의 천성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것이 낙천(樂天)인가요? 이름도 참 재미있습니다. 누님.”

“눈치도 빠르네, 그래서 낙천적인 사람이 되는 거야. 모든 것은 운명에 의해서 정해진 것이니까 허둥댄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거야.”

“서두르지 않는 것만으로도 여유가 만만이겠네요.”

“그래서 일단 원형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을 만날 적에는 자신도 느긋해져야 한다는 걸 알아야 해.”

“그렇겠습니다. 하늘은 가만히 있는데 혼자서 허둥거려봐야 아무런 소득도 없겠네요.”

“이렇게 기본적인 형태만으로 상당한 통찰(洞察)이 가능하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걸요. 이건 아마도 누님의 식견(識見)이라고 봐도 되겠어요. 전체적으로 보는 것은 처음 듣거든요.”

“그런가? 이렇게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되어서 말해주는 거지 무슨 특별한 책에 나온 방법을 따른 것은 아니야.”

“역시 학문은 깨달은 사람에게서 배워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글만 전하는 것은 항상 한계(限界)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그렇다면, 지형(地形)으로 생긴 사람은 어떨까?”

“아니, 누님~! 지금 제게 질문을 하신 겁니까? 뭘 가르쳐 주셨다고 이렇게 물으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척하면 삼척(三尺)이고, 담 너머에서 툭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잖아. 뭘 다 배워야만 하나?”

“에구 참 누님도. 하하~!”

“그래서 지형의 얼굴을 한 사람에게서는 뭘 느낄 수가 있을까?”

“우직(愚直)한 느낌이 드는데 이게 맞는 걸까요?”

“맞아, 땅의 모습 그대로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런데, 땅을 사방(四方)으로 보면 되는 건가요?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그럼?”

“방(方)은 사방만 있는 것이 아니듯이, 땅도 두부를 자른 것처럼 네모가 아닌데 왜 당연한 듯이 생각하는 것일까요?”

“그게 바로 공감(共感)인 거야.”

“공감이 잘못되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동생이 생각하기에는 땅의 모양이 어떨까?”

“그야 울퉁불퉁하죠. 높고 낮고, 깊고 넓기도 하고 좁기도 하고…….”

“그러한 것을 얼굴에서 본다면 어떻게 될까?”

“육각(六角), 팔각(八角) 등등 다양하지 않을까요?”

“그렇겠지. 그것을 모두 표현하려면 정리를 해야 하지 않을까?”

“어떻게요?”

“사각(四角)으로.”

“무슨 뜻인지요?”

“사각 이상은 다각(多角)으로 보면 되는 거야. 고인들께서 땅은 사각으로 그려놓은 것은 다각이라는 의미가 함축(含蓄)되어 있음을 뜻하니까.”

“아하~! 그런 것이었어요? 그냥 동남서북의 사방을 생각해서 사각으로 표현하는 줄만 알았습니다.”

“보통은 그렇게 생각하잖아. 그래도 동생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되지. 제대로 이해를 하란 말이야.”

“오호~! 이제야 지방(地方)의 의미를 제대로 알았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땅이 네모로 생겨서 배를 타고 나가면 벼랑에 떨어진다는 생각을 했지 뭡니까. 에구~!”

“그건 동생만의 생각이 아니야. 대부분 그렇게 생각하기도 하니까. 다만 그것은 참으로 형편없는 오해일뿐더러 고인들의 견해를 지나치게 과소평가(過小評價)를 한 것이기도 한 거야.”

“알겠습니다. 명료하게 알았습니다. 하하~!”

“사람들은 고인들의 지혜를 너무 얕잡아 보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거든. 그건 참으로 어리석은 자기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고 봐야 할 거야.”

“아이쿠~! 너무 뭐하고 하지 마세요. 누님. 지금 참회(懺悔)하고 있습니다.”

“자기가 무식한 줄은 모르고 고인들을 비웃는 무리들을 보면 한심해서 그래. 동생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니까.”

“뭐 그 말씀이 그 뜻이죠. 그래도 좋습니다. 누님께 가르침을 받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거든요. 하하~!”

“천지(天地)에 대한 얼굴의 형상(形狀)은 잘 이해한 거야?”

“예, 누님. 너무나 잘 이해를 했습니다. 다음엔 인형(人形)에 대한 형상을 이해하면 되나요?”

“그것도 어렵지 않아. 삼각형(三角形)으로 생긴 것을 떠올리면 되니까.”

인상화는 두 개의 삼각형을 그렸다.

204-4


“이번에는 두 개의 삼각(三角)인가요?”

“인형(人形)은 각(角)이라고도 해. 그래서 천원(天圓), 지방(地方), 인각(人角)이라고 천지인을 표시하기도 하지.”

“그렇구나. 그럼 줄여서 원방각(圓方角)이네요?”

“맞아. 보통의 사람 모습은 이렇게 삼각형으로 생겼다고 보면 되겠지.”

“근데 왜 삼각형이 두 가지입니까?”

“방향만 다르지 같은 것으로 보면 되는 거야.”

“삼각형(三角形)은 틀림없는데 하나는 아래가 뾰족하고, 또 하나는 위가 뾰족하게 생겼습니다. 이것도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글쎄 그 차이가 뭘까?”

“누님은 알고 계신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러니까 맞춰보란 말씀이시지요?”

“가능하다면 맞춰보는 것도 좋겠네.”

“역삼각(▽)처럼 생긴 얼굴이라면 느낌에서는 매우 이지적(理智的)이고 총명한 사람일 것이라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실제로도 그럴 거야. 왜 그럴까?”

“글쎄 왜 그럴지는 누님이 알려줘야 되잖아요~!”

“동생도 참, 누나가 이렇게 물을 적에는 능히 답을 할 만하다고 생각되어서인데 그러게 모든 것을 다 내어놓으라고 할 거야?”

“아 참, 누님이 그렇게 호락호락 답을 내어놓을 분이 아니란 것을 깜빡했습니다. 천상 우둔한 머리를 쥐어짜서 답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그래봐.”

“인간은 하늘과 땅 사이에 있습니다.”

“그렇지. 매우 잘하네.”

“역삼각의 모습에서 드는 느낌은 하늘의 기운은 많이 받고, 땅의 기운은 적게 받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일리가 있는 관찰일까요?”

“당연해. 그것 봐, 궁리하니까 생각이 미치게 되잖아~!”

“오호~! 그럼 뭔가 알겠어요. 역삼각형(▽)은 하늘의 기운을 많이 받은 사람이고, 삼각형(△)은 땅의 기운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겠습니다.”

“어때? 쉽지?”

“정말입니까? 역시 누님은 우창의 조련사(操鍊師)가 확실합니다. 하하~!”

“뭘 그 정도 갖고서 그렇게 호들갑은~!”

이렇게 말을 하면서도 상인화의 얼굴은 즐거운 표정이 가득했다. 학문을 나누는 즐거움으로 인해서였다. 우창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누님.”

“응.”

“면상(面相)의 공부가 생각보다 쉬울 것 같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축하를 할 일이야.”

“왜요? 너무 쉽게 생각한단 말씀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