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
작성일
2022-02-22 07:10
조회
505
새벽 달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다. 그래서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새벽에 저절로 잠이 깨는 것도 감사하다. 자연성(自然醒)이다. 중국어 배우면서 알게 된 단어다. 젊어서는 자명성(自鳴醒)이 었는데 이제는 그것이 필요 없어졌다. 밤이 되면 잠이 오고 새벽이 되면 잠이 깬다. 그러면 일어나서 물을 끓이면서 하루를 시작하면 된다.
요즘은 새벽 차가 달라졌다. 전에는 보이차였는데 지금은 약차이다. 봉지로 된 것을 넣고 물을 부으면 된다. 오늘은 당귀2개 두충2개 그리고 오미자1개로 조합했다. 그리고 오마자가 왜 매운맛이 있는지를 또 깨닫는다.
누군가 재미있다고 소개하는 바람에 팔랑귀가 되어서 또 책을 주문하고 말았다. 『엔드 오브 타임』이란다. 이름이 어렵다. 그래서 이것이 무슨 뜻인지를 찾았다. 최후의 순간이라고 해 놓고 보니 그것도 자연스럽지 않았다. 다시 금휘에게 물었다.
낭월 : Till the End of Time이게 무슨 뜻이고?
금휘 : (검색해보고) 숙어로 나오네요.
낭월 : 한글제목도 영어를 제대로 다 쓰지 않았잖아.
금휘 : '이 세상 끝까지'라고 보면 되겠어요.
낭월 : 그래....? 좀 어색하긴 하다만.....
금휘 : 그래서 제목을 영어 스럽게 했나 보죠.
브라이언 그린은 구면이다.
한참 초끈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했을 적에 만난 책이었는데 실은 어느 지인이 낭월이 농땡이 부릴까 봐서 선물을 해 주신 책이기도 했구나. 여튼 재미있게 읽으면서 저자의 폭넓은 사색을 접했었는데 이번에도 또 누군가의 추천을 받아서 손에 잡았다.
엇저녁부터 손에 잡기 시작했는데 1장에서 완전히 집중시키는 필력을 구사한다. 철학하는 과학자의 본색을 소상하게 드러내고 있으니 말이다. 스타벅스에서 얼그레이가 뭔진 몰라도 그걸 마시면서 한 생각이 일어났다는 것이잖은가? 원래 자연의 모습은 그렇게 순식간에 깨달음을 주고는 유유히 사라지곤 하지. ㅎㅎ
두어 시간 읽고 나면 좀 쉬는 것도 좋다. 그래서 어슴프레하게 밝아올 새벽을 생각하면서 밖으로 나섰는데 허공에 매달린 쪽달이 반긴다. 그래서 얼른 폰을 들고 다시 나갔다. 이런 고요한 풍경이 좋다. 이 시간에 탑정호의 데크를 걸어도 좋겠다만서도.....
동녘이 푸른 빛으로 물들고 있는 이 시간이 좋은 게다. 벚나무의 꽃 눈이 제법 커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느낌만이려나.....
흰발이가 문안한다. 모양이 얄궂은 것은 폰이 어둡다고 저속으로 찍어서다.
그래 오늘도 재미있게 잘 살아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