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벗
작성일
2022-02-14 09:12
조회
525
길 벗
해걸음에 길을 나서 본다. 미세먼지는 좀 있어보이지만 그래도 한 바퀴 돌아보고 나면 운동을 했다는 위로가 된달까? 그래서 마음이 동하면 길을 나서 본다.
보통은 어쩌다 깜숙이가 따라 나서는데 오늘은 무슨 일로 깜숙이의 두 아이들도 따라 나선다. 엄마를 닮는다더니 산책길에 동행하는 것도 닮는 건가 보다. ㅎㅎ
"우리 사진 찍어주세요~!"
그래 바쁜 일도 없으니 찍어주마. 준비됐나? 하나, 둘, 셋!
앞서거니 뒤서거니 이렇게 석양을 받으며 천천히 걷는 산책길에 동행한다. 그래서 길 벗이다. 길 벗은 진로소주에서 만들었던 위스키의 이름이었고, 한자 도반(道伴)의 우리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호젓한 산길에 동행하니 도반까지는 아니고 길 벗이 적당하지 싶다.
흡사 모양새는 시바스 리갈을 닮았나 싶기도 하다. 어디.....
그려, 뭘 모델로 삼아서 만들었는지 대략 짐작이 되는군..... 상품이 사라졌다는 것은 실패했다는 뜻이겠거니..... 왜 사라졌는지 알아보는 것은 주당들에게 넘기는 걸로. ㅎㅎ
"산책가세요? 저는 잠자리에 들려고요. 잘 둘러 가세요."
직박구리도 아는 체 하는 것으로 접수했다. 빤히 바라보고 있어서다.
언제나처럼 포장길까지 나왔다가 돌아가는 것으로만 알고 있던 길 벗들이 잠시 당황하는 모양이다. 따라갈까 말까를 5초는 생각하는 듯하더니 이내 가는 데까지 가볼 요량인 모양이다. 그래 가보자.
양지바른 곳에서 석양을 지켜보는 고인이다. 처음에 터를 다듬고 있는데 배롱나무 묘목을 다섯 그루 들고 와서 심어주고 가셨던 인연이다. 꽃나무를 보시하셨으니 꽃밭 속에서 즐거운 사후의 풍경을 즐기실 게다.
"어디로 자꾸만 들어가세요?"
녀석들 그래도 꾸준히 따라온다.
이 길은 예전에 감로사로 다니던 유일한 길이었다.우물을 파야 하는데 콤프레셔를 실은 5톤 트럭이 들어오다가 소나무에 끼여서 잘라내면서 통과했던 그 길이다. 무척 오랜만에 찾아 온 고객은 길이 달라졌다고 한다. 지금 봐서는 이렇게 좁은 길로 많이도 실어 날랐구나 싶기도 하다.
공부하러 오던 학생이 차를 급하게 몰아서 마당에 흙먼지를 일으키면 할머니가 쫓아와서 호통을 치셨는데..... 그러면 또 얼른 나가서 양해 하시라고 하고 내달린 학생에게는 조심해서 다니라고 해줬다. 그 학생은 무당집이라는 선입견에 갈궜던 것도 같고. ㅋㅋㅋ
세월이 흐르니 주택은 의구한데 인걸은 떠났구나. 옛동산에 올라의 노랫말이 떠올랐다.
'내놀던 옛동산에 오늘와 다시 서니.... '
빈 집은 유쾌하지는 않다. 노인분들이 돌아가셨다면 이 집으로 와서 기거하실 것만 같은 생각도 슬며시 일어나고.....
얘들아 고마 가자.
녀석들은 처음 보는 것이 있으면 호기심이 발동한다. 그래서 꼭 냄새도 맡아보고 집적거리기도 해 본다.
해가 빠지기 전에 감로사 영역으로 들어왔다.
아기들은 빈집놀이에 빠져서 뒤처져 버리고 깜숙이만 앞장을 선다. 그래 놀다가 지루하면 오겠지.
"에고~ 되다~~~"
녀석 한바퀴 돌더니 힘든지 벌렁 누워버린다.
가자 밥 주꾸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