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만두

작성일
2022-01-07 17:51
조회
566

김치만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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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만두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아침에 논산에 나간다던 연지님이 만두피 200장을 사 왔다. 냉동피가 아니고 수제피란다. 여하튼 만두피는 만드는 것이 아니고 사다가 쓰는 것이라고 백종원 선생이 알려줬지. 만두피 만들다가 쌈난다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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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는 재료의 손질이 좀 많이 번거롭다. 그래도 만들어 먹고 싶었나 보다. 김치는 탈수기로 짜고, 숙주도 준비하고 차근차근 마련한다. 아무래도 오늘은 만두공사를 해야 할 모양임을 직감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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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도 한 근 갈아 온 모양이다.

사먹는 만두도 요즘은 꽤 먹을만 하다. '비비고'던가? 이게 또 맛이 괜찮더란 말이지. 그래도 가끔은 만들어 먹는 맛이 그리운 모양이다. 오늘같이 쌀랑한 겨울날에 김장김치도 맛이 들었겠다. 그야말로 딱 만두 만들어 먹기 좋은 시절임에 틀림이 없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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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면도 삶아 놨군. 두부도 짜 놓았고.... 그러니까 재료 준비는 다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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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 200개를 만들 소가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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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게 꽤 빠르다. 만두틀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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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소를 많이 넣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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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래요래 하면 만두 하나가 뚝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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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의 양을 조절할 수가 있는 장치가 있었으면 좋으련만.... 그게 없어서 좀 아쉽다. 한 숟가락을 넣으면 덮고 눌렀을 적에 밖으로 꿰져 나온다. 그게 문제라서 갯수만 늘어나고 소가 줄지 않는다. 아무래도 방법을 바꿔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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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틀은 금휘에게 넘기고 손기계를 대령했다. 손보다 더 좋은 것은 없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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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가 좀 많으면 피를 잡아당기면 된다. 비로소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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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게 만두지. 기계의 틀이 못하는 것도 있는 법이니까. 손으로 주무르니 진흙놀이를 하던 어린 시절의 정서도 확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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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재미있다. 서로 전혀 다른 성질의 재료를 이용해서 만드는 것도 재미있다. 두부, 돼지고기, 부추, 숙주, (잘 익은)김치, 당면까지 섞어서 꾹꾹 눌러 담는 재미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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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를 닫으면서 문득 우주가 하나 탄생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요즘 『퀀텀의 세계』를 읽고 있는 까닭이려니 싶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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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서로 다른 물질이 하나로 어우러져서 한 우주에 갇힌다. 우주인들 뭐가 다르겠느냔 말이지. 광활한 우주는 빈 공간이 너무 많아서 비효율적이라던가? 그러니까 내 만두 우주는 공간을 거의 없이 한다고 꾹꾹 눌러 담았을 뿐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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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그럴 줄 알았다. 200개의 만두피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여전히 남아있는 만두소는 어떻게 할 건데? 연지님이 묻는다.

연지 : 많이 남았네? 어떻게 해? 반죽을 조금 할까?
낭월 : 그러지 뭐, 까이꺼~!

빵가루를 묻혀서 대충 지지면 동그랑땡이 되는 줄이야 알지만 애써 만든 소가 아까워서 반죽을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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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만큼이면 남은 것을 대충 얼버무릴 수가 있을 상 싶기도 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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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국수 제조기도 등장했다. 산골 암자에도 있을 것은 다 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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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죽한 것을 금휘에게 뽑으라고 알려 주고는 주전자 뚜껑이 등장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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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놀면 놀이인 게다. 일삼아 하면 노동인 게고. 그래서 놀이로 선택했다. 꾹꾹 누를 때마다 피가 하나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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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고유의 통밀가루 색이다. 곱구나. 그 빛에 또 잠시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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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실통실하군, 맘에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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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다. 그냥 색(色)과 형(形)이 마음에 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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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았네. 마지막 소를 긁어서 반쪽자리 작은 만두 하나 만들고 났더니 보름달 하나가 남았다. 그럼 이게 맞는 거지. 소가 남으면 아깝지만 피가 남는 것은 별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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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가 잘 익었나 보다. 냉동실에 넣어놨다가 수시로 끓여먹으면 만두국, 쪄 먹으면 찐만두, 프라이팬에 올리면 군만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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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시간 잘 놀았다. 하루 해가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