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시장 구경

작성일
2021-12-29 06:24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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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시장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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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는 온갖 것이 다 있지만 농산물 시장에는 먹거리 재료만 있어서 볼만하다. 그냥 시장이라고 하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찐빵이나 식당에서 풍겨져 나오는 음식들의 냄새가 뒤범벅인 것과 달리 아무런 향취가 없는 것도 특징이라고 할만 하지. 문득 온갖에 대해서 읽었던 글귀가 떠오른다.

온-중심에 있는 것들
갖-그 바깥에 있는 것들
온갖-어디에나 있는 모든 것


그래서 농산물 시장에는 이 땅에서 자라고 수확한 모든 것들이 있다. 그야말로 땅의 에너지 덩어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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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가 앞장을 서는 곳은 대전의 노은동 농산물 시장이다. 감로사에서는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예전에는 오정동 농산물 시장을 다녔는데 더 가까운 곳에 생기는 바람에 이곳을 가끔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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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추위에는 어떤 먹거리가 나와있는지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다. 뿌리들만 파는 곳이로군. 그러고 보면, 뿌리를 팔기도 하고, 잎을 팔기도 하고 열매를 팔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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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매는 햇감자를 추천한다. 지금 제주도에서 올라온 감자란다. 보통 감자는 초여름이 제철이지만 제주도에서는 지금 캐는 모양이다. 그나저나 '햇'이라는 말은 어울리는 건가? 아리송하지만 그 뜻은 충분히 알듯 하다. 여름에 수확한 것은 묵은 감자라는 의미가 그 안에 깔려있으려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한 상자 샀다. 감자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먹거리다. 한겨울에 감자는 매력이 넘친다. 제철음식이 최고라고 하는데 또 혼란스럽기도 하다. 감자는 초여름이 제철인데 지금 캔 감자는 제철이냐 아니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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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재료를 보면서 상상하는 것이 좋다. 외국으로 여행을 갔을 적에 시장에서 보는 낯선 재료들을 보면서 상상이 되지 않는 안타까움을 경험했었지. 도대체 어떻게 해서 먹는 것인지, 그 맛은 어떨것이며, 그 영양성분은 또 몸의 어디로 들어가는 것인지 등등이 궁금해도 상상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은 상상도 경험을 바탕으로 해야만 이뤄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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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도라지.....
당근......
토란......
연근......
마.....

익숙해서 좋다. 얼마든지 상상이 가능한 식재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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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보다 주인이 더 많은 겨울 오후의 시장풍경이다. 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던 할머니가 반겨 맞는다. 손님이 뭘 원하는지 살피느라고 여념이 없다. 오늘 하루의 매출이 얼마나 되었을지는 몰라도 이렇게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할머니의 열정어린 모습이 또 감동이다. 젊은 여인이든 나이든 여인이든 시장을 지키는 사람은 왜 여인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은 것인지도 신기하기는 하다. 아무래도 남자는 점빵에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것이 적성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제일 많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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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란도 사고, 연근도 사고, 당근도 샀다. 사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산다. 겨울엔 잎보다 뿌리다. 이런 것이 제철에 맞는 식제료이기도 하다. 아무래도 하절기에는 잎에 기운이 모여 있고, 동절기에는 뿌리에 기운이 모여있기 때문이겠거니..... 할머니의 손길에 신명이 났다. 토란을 골라 담는 모습에서 최대한 좋은 품질을 선택해 주겠다는 마음이 보인다. 아무 것이나 팔아 치우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흠이 있는 것인지를 살피는 모습에서 할머니의 배려심이 느껴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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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저건 어떻게 해요?
할매 : 어머나~ 그것을 볼 줄 아시네요.
연지 : 귀한 씀바귀 뿌리가 다 나왔네요.
할매 : 맞아요. 보통은 그냥 지나치는데.

이렇게 말한 할머니가 낭월을 보면서 말한다.

할매 : 제대로 대접을 받으시는 분이시네요.
낭월 : (미소를 지을 뿐)

시장 바닥에서 살고 있는 사람도 장보러 오는 사람들의 눈길을 보면서 저울질을 한다. 씀바귀 뿌리를 받아서 놓고 누군가 사러 올 것임을 알았지만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았을 적에 오늘은 임자를 못 만나나보다..... 싶었을 수도 있겠지. 손님은 살 요량을 하지만 주인은 팔 요량을 한다. 그런데 요량이 맞지 않을 때도 있지. 남거나 못 팔거나..... 그래서 팔 물건을 사면서 자신의 욕망과 경험의 이성이 항상 부딪치게 될 밖에.

그런데, 그것을 딱 알아봐 주는 고객을 만났을 적에 그야말로 주객의 마음이 통하지 않았겠느냔 말이지. 다른 곳에서는 확률로 봐서 팔리지 않을 것으로 봐서 갖다 놓지 않았지만 이 할머니는 그 위험을 무릅쓰고 갖다 놓았다는 것이고, 그것을 연지님이 알아 봤다는 거지. 이렇게 주객의 수작을 보는 것도 시장구경의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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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것도 없이 샀다. 내일은 쌉싸름한 씀바귀 뿌리를 아삭아삭 씹을 수가 있겠다는 생각으로 군침이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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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욱이며, 마늘쫑이며, 방풍잎도 있고, 쑥갓에 달래까지 겨울의 진객들이 늘어벌여있다. 뭘 사느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그냥 알아서 사는 것을 지켜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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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 : 이제 다 되었어요. 얼마에요?
할매 : 삼천원에 2천원 하면 오천원.....

계산기는 정확하지만, 할매 계산은 정감이 간다. 주먹구구로 하는계산에는 기계가 들어올 자리가 없군. 며칠은 또 푸짐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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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낯선 것은 없었다. 모두가 익숙한 것들이다. 잠시 나들이에서 수확이 넉넉한 풍요로움을 느끼고 귀가하는 것도 농산물 시장의 즐거움이다. 원래 이름은 대전중앙청과였던가? 이름도 잘 몰랐구나. 그냥 노원동 농산물시장이라고만 했었군.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