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감탄
작성일
2020-12-06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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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감탄
겨울이 다가온다.
12월이 되기 전에 방으로 이사했다.
연지님의 알뜰한 정성이다.
분위기도 화사한 카랑코에
정열적인 제라늄도 따라왔다.
이 알뿌리는 화분정리를 한 아마릴리스이다.
아마도 봄이 오기 전에 꽃을 피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감탄하게 만드는 것은 이 녀석들이다.
물론 앞으로 무엇이 될 존재들인지도 모른다.
추녀끝에 찾아 든 산고양이들처럼
화분에 묻어들어온 객일 따름이었다.
햇볕이 그리워서 남쪽으로 향한 애절함.....
밖에서 추위에 싹도 트지 못한 친구들보담은....
식물의 줄기가 낭창거리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태양을 향해서 빛의 샤워를 하기 위함이겠거니....
그러나 정작 감탄하는 것은 해가 진 다음이다.
짧은 초겨울의 태양이 어둠 속으로 잠기고
작은 방안에는 형광등 불이 어둠과 대항한다.
그런데....
무심고 지나쳤던 녀석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낮동안 밖을 향하던 떡잎들이 말이다....
서서히 머리를 돌려서 천정의 불빛을 향하고 있으니.
주연의 화려한 공연을 보다가 말고
조연의 애절한 표정에 마음을 온통 빼앗긴다.
이것을 알게 된 후로는...
잠을 자러 가려고 스위치로 가던 손길이
순간 멈칫해짐을 어쩔 수가 없구나.
너희들도 밤에는 휴식하는 것이 맞겠지....?
물어도 대답이 없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