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老姑草)

작성일
2020-04-26 11:07
조회
668

할미꽃(老姑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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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도 지나가고.... 바람도 잠잠한 날에
잠시 할미꽃이랑 놀이에 빠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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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1일에 피어난 할미꽃은 본동만동 했다.
좀더 왕성하게 피어나면 놀아주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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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프게 핀 할미꽃은 한자로는 노고초(老姑草)란다.
늙은 시어머니도 된다. 그냥 할미꽃의 이름이기도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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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25일이 지났다.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군.
이제 놀아줄 때가 되었다. 아니 놀아주긴 뭘. 그냥 노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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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이름은 백두옹(白頭翁)이란다.
할매꽃이 아니라 할배꽃이다.
중국이름이 의문의 1패이다.
이유는 꽃이기 때문이다.
뿌리의 약효는 진정과 진통의 효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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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송이는 여태 들여다 본 적이 없었구나...
이제 비로소 꽃송이를 탐구해 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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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모인 것은 암술이겠고,
그 주변의 노랑은 수술이로구나.
이렇게도 풍성한 모습일 줄은.....
뭐든 자세히 봐야 보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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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도 참 곱다. 자줏빛이다.
자주색의 건강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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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분을 하라고 이렇게나 암술이 많다니...
보통 암술 하나가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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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이 미안한 짓도 저지른다.
꽃잎을 두어 장 떼어내고 보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인간이 가까이 가면 도움이 안 된다.
가뭄이 들 적에 물도 줬으니 그 정도는 봐줘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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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꽃을 다치지 않으려고 해도 보이질 않으니
부득이 이렇게 옆을 따고 들어가 본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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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되겠구나.... 이것이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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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은 뒤로 묻히고 암술은 밖으로 드러난다.
원래 그것이 자연의 마음일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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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득 채웠구나.
놀라움이 그 언저리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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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비로소 뭔가를 본 것 같다.
할미꽃을 봤다고 해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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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한 송이의 꽃 속에서
또 우주를 만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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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마친 꽃잎이 떨어지고....
수분을 거든 수술이 떨어진다....
군더더기는 더이상 쓸모가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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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뜻을 다 이뤘나보다.
암술은 할머니의 머리가 되어서 이름값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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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에서는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다.
이제 바람이 불면 날아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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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냘픈 실오라기에서 바람을 탈 날개가 나타난다.
이것은 정밀한 조물주의 설계도에 따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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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술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힌 씨앗유전자들
이제 마지막 결실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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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도 먹을 것이 있었나보다.
진딧물들이 박혀서 즙을 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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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허공으로 날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말하자면 다이어트 중이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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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부상조든, 공생이든 기생이든....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갈 따름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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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더욱 가볍게 하기 위해서
점점 수분도 거둔다.
날아갈 준비가 다 되면....
다시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서
그렇게 길을 떠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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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 어디까지 봤더나?
나는 여기까지 봤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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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감탄만 하게 되니...
오늘 할미꽃 놀이는 또 행복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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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사 동물의 정자를 보는 것도 같고....
참 묘하게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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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준비가 다 되었구나.
이제 기다리는 것은 단 하나 뿐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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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풍이 건듯 불면 이번 생의 일은 마무리가 되겠군.
제갈량이 기도했던 그 바람이 네게도 필요하구나.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있는 것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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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진광풍이 건듯 불어 오길 기다려서
그렇게 다 떠나가고 나면....
비로소 일이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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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추억에 잠기겠지....
나도 한때는 꽃이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