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老姑草)
작성일
2020-04-26 11:07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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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미꽃(老姑草)
추위도 지나가고.... 바람도 잠잠한 날에
잠시 할미꽃이랑 놀이에 빠져본다.
3월 31일에 피어난 할미꽃은 본동만동 했다.
좀더 왕성하게 피어나면 놀아주기로 하고...
가냘프게 핀 할미꽃은 한자로는 노고초(老姑草)란다.
늙은 시어머니도 된다. 그냥 할미꽃의 이름이기도 하겠군.
그로부터 25일이 지났다. 비로소 전성기를 맞이했군.
이제 놀아줄 때가 되었다. 아니 놀아주긴 뭘. 그냥 노는 거지.
중국의 이름은 백두옹(白頭翁)이란다.
할매꽃이 아니라 할배꽃이다.
중국이름이 의문의 1패이다.
이유는 꽃이기 때문이다.
뿌리의 약효는 진정과 진통의 효과이다.
꽃송이는 여태 들여다 본 적이 없었구나...
이제 비로소 꽃송이를 탐구해 보자꾸나.
가운데 모인 것은 암술이겠고,
그 주변의 노랑은 수술이로구나.
이렇게도 풍성한 모습일 줄은.....
뭐든 자세히 봐야 보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색도 참 곱다. 자줏빛이다.
자주색의 건강식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수분을 하라고 이렇게나 암술이 많다니...
보통 암술 하나가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호기심이 미안한 짓도 저지른다.
꽃잎을 두어 장 떼어내고 보고 싶어서이다.
그래서 인간이 가까이 가면 도움이 안 된다.
가뭄이 들 적에 물도 줬으니 그 정도는 봐줘라. ㅎㅎ
아무리 꽃을 다치지 않으려고 해도 보이질 않으니
부득이 이렇게 옆을 따고 들어가 본다.
이런 모습은 처음 보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이렇게 되겠구나.... 이것이 과정이다.
수술은 뒤로 묻히고 암술은 밖으로 드러난다.
원래 그것이 자연의 마음일테지.....
이렇게 가득 채웠구나.
놀라움이 그 언저리를 맴돈다.
이제야 비로소 뭔가를 본 것 같다.
할미꽃을 봤다고 해도 되겠다.
그 작은 한 송이의 꽃 속에서
또 우주를 만난다. 언제나 그렇듯이...
일을 마친 꽃잎이 떨어지고....
수분을 거든 수술이 떨어진다....
군더더기는 더이상 쓸모가 없는 까닭이다.
마침내 뜻을 다 이뤘나보다.
암술은 할머니의 머리가 되어서 이름값을 한다.
끝에서는 바람개비를 만들고 있다.
이제 바람이 불면 날아갈 모양이다.
가냘픈 실오라기에서 바람을 탈 날개가 나타난다.
이것은 정밀한 조물주의 설계도에 따른 것이다.
암술 하나하나에 알알이 박힌 씨앗유전자들
이제 마지막 결실을 앞두고 있다.
거기에도 먹을 것이 있었나보다.
진딧물들이 박혀서 즙을 빨고 있다.
어쩌면 허공으로 날아가는데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말하자면 다이어트 중이라는 이야기이다.
상부상조든, 공생이든 기생이든....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갈 따름이겠거니....
몸을 더욱 가볍게 하기 위해서
점점 수분도 거둔다.
날아갈 준비가 다 되면....
다시 새로운 미지의 땅을 찾아서
그렇게 길을 떠나겠구나.....
할미꽃 어디까지 봤더나?
나는 여기까지 봤다만....
보면 볼수록 감탄만 하게 되니...
오늘 할미꽃 놀이는 또 행복했노라고.
흡사 동물의 정자를 보는 것도 같고....
참 묘하게도 생겼다.
너는 준비가 다 되었구나.
이제 기다리는 것은 단 하나 뿐이로구나.
동남풍이 건듯 불면 이번 생의 일은 마무리가 되겠군.
제갈량이 기도했던 그 바람이 네게도 필요하구나.
기회는 기다리는 자에게 있는 것이겠거니.....
일진광풍이 건듯 불어 오길 기다려서
그렇게 다 떠나가고 나면....
비로소 일이 끝난다.....
그리고는 추억에 잠기겠지....
나도 한때는 꽃이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