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까치들의 만찬
작성일
2020-04-2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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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까치들의 만찬
오늘은 먼길 떠나신 할아버지를 전송했다.
49재를 봉행했고, 헌식대(献食臺)에서 마무리했다.
바람이 하도 불어서 불관리를 마치고서 뒤돌아 섰을 때
생각도 못한 손님들이 몰려들었다.
항상 주변을 배회하는 물까치들이었다.
한바탕 소란이 일어나는 것을 보고서야 카메라를 챙겼다.
이런 장면을 놓치면 후유증이 3일은 간다. ㅋㅋㅋ
그래서 점잖은 체면은 오간데 없이 뛰어야 한다.
먹을 것이 없는 마른 봄판인 것이 분명하다.
돌아가면서 한번씩 찾아와서 저마다 맘에 드는 걸로 찜한다.
처음에는 눈밝은 까마귀 부부가 방문했었다.
그렇지만 같은 까마귀과이면서 떼거지로 행세하는 물까치들
중과부적이다. 어쩔 수가 없다.
남겨주기를 바라는 것은 언감생심....
서글픈 마음은 기쁨의 상대적인 현상이려니.....
연사를 날려야 한다. 하도 바쁘게 움직이는 녀석들이라서
어느 샷에 그림이 나올지 모르는 까닭이다.
위에 있는 것은 먼저 다녀간 녀석들의 차지가 되었고
아마도 마땅한 먹거리가 보이지 않는지 갸우뚱....
그릇이 불편하지 싶어서 바닥에 쏟아줬다.
이나저나 먹을 것이니까 편안하게 집어 먹으라고...
열심히 뒤지는 녀석....
맘에 드는 것이 없는지... 냉큼 물어내지 못한다.
그래, 찾아봐라. 그것도 모처럼 주어진 고인의 보시려니...
만만한 것은 이미 다 물고 달아난 다음이다.
그래서 경쟁에서는 신속한 겁재가 최우선이다.
어? 뭐냐? 하나 찾았구나.
어쨌든 뭐라도 찾았으니 다행이다.
아하~! 인절미잖여?
수지 맞았네. 오늘은 배불리 보내겠다. 축하혀~!
그렇게 흐뭇한 마음으로 자리를 뜨는 녀석.
셔속이 1/1250인데도 날개를 제대로 담지 못했군.
고인의 마음이나 인절미 하나에 담아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