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동결제(三冬結制)
작성일
2019-11-1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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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동결제(三冬結制)
"중이 결제 중에 돌아댕기다 맞아죽어도 할 말이 엄따 아이가~!"
오늘처럼 시월 보름달이 휘영청 떠오르는 날이면 행자시절 극락호국선원을 찾아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던 운수납자(雲水衲子)들을 보면서 침을 튀기던 선배 김행자의 말이 떠오른다.
경봉노사(鏡峰老師)의 거침없는 한 수를 배우고자 그렇게 제방의 선객(禪客)들이 모여들었고, 덩달아서 행자들은 분주하면서도 신명이 났다. 선객들의 풍모에서 느껴지는 그 엄숙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모습들의 매력에 끌려서이다. 오늘도 천하의 눈푸른 납자들이 어느 송림을 활보로 찾아들어서 장좌불와로 화두(話頭)와 씨름하겠구나.....
그래서 선방 물에 빠져든 김행자는 강원에도 가지 않고 선방으로 돌아다녔고, 해제를 한 다음에 바랑하나 의지하고 돌아와서는 신명나는 수행의 여적들을 나눠주곤 했었던 기억도 새롭다. 45년 전의 이야기이다.
오늘 문득.... 두둥실 떠오르는 달을 보며, 그 옛날 극락암의 송림 사이로 떠오르던 달을 생각한다. 나도 저 밝은 달이 어둠 속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빛을 뿌려주듯이 캄캄한 인생의 길에서 방황하다가 찾아오는 자에게 희망의 빛을 나눠주고 싶다는 가당찮은 생각을 품기고 했었지.....
이제 초로(初老)의 문턱에서 문득 뒤를 돌아다 본다.
"낭월아, 너의 결제는 언제이며 또 해제는 언제일테냐?"
저 달이 웃는다. 그리고 한 마디 던진다.
"日日是好日, 月月是好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