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남지의 보라수련

작성일
2019-08-09 18:20
조회
696

궁남지의 보라 야개수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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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궁남지로 달려간 것은 모처럼 맑은 하늘로 인해서였다. 며칠간 구름만 가득했던 날들이었는데, 뜻밖에 하늘이 맑아졌으니 전에 '수련의 타임랩스가 맘에 들지 않아서 다시 찍어야 하겠다'는 마음의 숙제를 해결할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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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에서 건너다 본 노성산 자락에 구름띠가 예쁘다. 이른 아침의 풍경은 또 이런 맛이 있어서 좋다. 짙푸른 벼논의 싱그러움도 상쾌하다. 낮에는 폭염이 쏟아질테고, 벼는 무럭무럭 자라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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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사비문(泗沘門)의 풍경도 담아 본다. 사비문을 볼때마다 '사자문(泗泚門)'이 떠오른다. 과연 어느 것이 맞는 것인지 아직도 궁금한 까닭이다. '문자중독증의 나쁜 경우'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부소산에 올라갔다가 사자루(泗泚樓)를 보고 나서 생긴 의문증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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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의 타임랩스를 찍고서 그냥 떠나기 아쉬워서 야개연 주변을 서성이다가 청보라 야개연을 만났다. 여러 색깔의 야개연(夜開蓮)이 있는 중에 이 청보라색의 야개연이 특히 곱게 보이는 것은 개인의 취향일게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모습을 보여주니 고마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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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들은 벌써부터 먹거리를 챙기느라고 분주하다. 벌이란, 때론 있어줘서 고맙고, 또 때론 있어줘서 거리적거리기도 한다. 이건 어쩔 수가 없는 까닭에 '음양의 이치려니...' 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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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존재가 낭월을 위해서가 아니라, 벌을 부르기 위함임을 너무도 잘 알기에, 그들의 존재와 만남에 대해서 뭐라고 할 입장도 아닌, 그야말로 이방인의 방문에 대해서 전혀 반가워 할리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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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라와 진노랑의 오묘한 조화가 눈길을 끈다. 하얀 색이었을 경우를 생각해 보니 이 색을 선택한 것은 탁월했다는 생각이 든다. 물이 가로막아서 더 다가갈 수가 없음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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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왜 보지 못했을까? 야개연의 안쪽이 이렇게 생겼다는 것을 처음 보다니..... 그래서 항상 본다고 봐도 그것이 전부가 아님을 늘 생각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떠올려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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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을 들여다 보니 상당히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이미 손님이 찾아와서 자리를 깔고 꽃과 사랑에 빠진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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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갈 수가 있을 만큼 다가간 것이 이만큼이다. 아침의 찬란한 햇살이 부딪쳐서 황금빛으로 영롱한 모습이 아름답다. 날씨만 뜨겁지 않았으면 마냥 바라보고 앉아있고 싶은 마음이 일어나는 것을 눌러야 하는 것은 '온열질환을 주의하라'는 경고문자를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 녀석이 그만 놀고 자리를 비켜줬으면 좋으련만..... 꿈쩍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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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할수 없이....
라이트룸의 신세를 졌다. 그럭저럭 대충 봐서는 티가 안 나는 것 같기도 하고... ㅋㅋㅋ
그런데..... 자꾸만 눈에 아른거리는 녀석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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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통통한 빅토리아 봉오리를 만났기 때문에....
오늘 저녁에 새하얀 공주로 필어날텐데....
새벽에 연지님을 괴롭혔으니....
또 가자고 할 수도 없고.....
우짜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