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반달(83) 차귀도유람

작성일
2021-06-30 00:41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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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반달(83) [22일(추가6일)째 : 5월 30일(일)/ 2화]


드디어 차귀도(遮歸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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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의 풍만한 모습에 취해서 시간을 보내고는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목적지는 이미 정한대로 차귀도 유람선을 타는 것이고, 바람도 잔잔하여 멀미를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으니 또한 다행이라고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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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에서 차귀도포구는 39분 거리로구나. 2시까지 가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니 서두르지 않아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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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산방산의 구름이 발목을 잡는다. 그냥 갈 수 없지 않느냐는 거지. 실은 이 구름을 새별오름에서 멀찍이 바라다 봤었다. 그래서 혹 지나치는 길에 구름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 순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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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하필이면 차를 세워도 전기차 무덤이었구나. 제주도에서 도입한 비싼 전기차가 고장이 났는데 수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운행도 못하고 그냥 대어놓고 있다더니 여기가 그곳일 줄은 또 몰랐다. 아마도 이것을 구상한 사람은 편재(偏財)였을 게다. 결과만 보고서 과정은 안중에도 없이 일을 저질러 놓고는 이 지경이 되니까 손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봐서 능히 짐작이 된다. 그렇거나 말거나 그건 내 알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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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산에 백운이 살짝 앉아서 쉬는 것만 보고는 이내 길을 재촉했다. 상상으로야 바라는 바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지. 산방산과 구름의 만남을 절호의 포착을 한 사진을 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늘은 그러한 그림은 보여줄 상황이 아닌 것으로 빨리 판단하는 것도 괜한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지름길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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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에 원칙상으로는 고산 포구, 동네에선 자구네 포구이고 관용적으로 차귀도 포구에 도착을 했다. 어지간히 시간을 맞춘 셈이로군. 그저께 왔을 때는 그렇게도 몰아치던 파도가 오늘은 잔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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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등대가 곡민도등대였네? 이름이 특이하군. 무슨 사연이 있으려나 싶기도 하다. 앞에는 죽도 포구 쪽에는 와도가 있어서 세 개의 섬으로 이뤄진 차귀도라고도 하는 모양이다. 아니, 또 하나의 섬이 있다고 했지. 그것은 매바위라고도 부르는 지실이섬이란다. 그러니까 어디에서는 묶어서 모두 차귀도라고도 하는데 그건 아니잖은가 싶다. 차귀도와 더불어 함께 하는 세 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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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를 바라다보고는 주변을 배회한다. 시간활용법이다. 멍하니 앉아서 배가 출항하기를 기다릴 필요는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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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징어는 햇볕바라기를 하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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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는 어부가 해바라기를 할 오징어를 들고 와서 널어놓는 모습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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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는 무심코 지나쳤었는데 이것이 등대였구나. 자세히 보지 않으면 안 보이는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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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산 옛 등대구나.

한경면 고산리 자구내 포구에 새워진 이 옛 등대는 속칭 도대불이라 한다. 1941년 고산 목포간 화물선의 유도등으로 세워졌으나 바다에 나간 고기잡이 배가 무서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불을 밝히기도 하였다. 사다리를 이용해서 올라 다녔으며 꼭대기의 집모양은 근래에 만든 것으로 처음에는 유리로 된 등집에 석유등을 올려 놓았던 공간이다.

목포로 다니던 화물선이 여기에서 출항했던 것을 보면 자구내 포구의 규모도 꽤 있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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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반대 의사도 밝혀놓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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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다가오자 유람객들도 하나 둘 배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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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승객을 태우는 동안에 바다쪽 풍경도 한 장 담는다. 빨간 등대와 하얀 등대를 한 장의 사진에 담으려면 이렇게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바다에서 들어오는 배가 포구쪽을 봐서 오른쪽에는 빨간 등대이고 왼쪽은 하얀 등대이다.

만약에 등대가 하나만 서 있는 경우라면 빨간 등대의 오른쪽은 위험하니 왼쪽으로 가란 말이고, 하얀 등대의 왼쪽은 위험하니까 오른쪽으로 가란 말이란다. 그러니까 이렇게 두 개의 등대가 나란히 있으면 그 중간으로 통행하라는 말이 되는 셈이로군. 그런데..... 바다에 보이는 저건 뭐지? 배인가? 배라기에는 너무 뭉퉁하고, 건물인가? 건물이라긴 쌩뚱맞지 않은가 말이지. 궁금한 것은 찾아봐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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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희한하게 생겼다. 그리고 낭궁금이는 이러한 것을 보면 그것이 도대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그래서 폭풍검색으로 들어가서 답을 찾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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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파력발전소(波力發電所)라는 것을 알고 나서도 참 신기했다. 어떻게 파도가 치는 것으로 전기를 만드는지 궁금한 생각도 들었지만 처음 보는 이름이고 구조물이어서 더욱 그렇다. 시화호에 있다는 조력발전소(潮力發電所)는 들어봐서 알고 있다. 조수의 간만차를 이용해서 전기를 얻는 것이라는 정도이긴 하지만.

 

차귀도 파력발전소[인터넷자료 : 파력발전의 원리]


그러니까 파도가 몰아치면 공기실로 바닷물이 들어가고, 그 바닷물이 들어가면 안에 있던 공기가 파도에 의해서 틈으로 밀려났다가 또 말려 들어오는데 그 과정에서 터빈을 돌려서 발전을 하는 원리로구나. 이것이 물속에서 일어나고 있으니까 겉으로 봐서는 커다란 기름탱크가 하나 떠있는 것처럼 보였던 모양이다.

자료에 의하면, 차귀도 해상의 파력발전소는 250kW급을 발전할 수 있는 터빈을 2기 장착해서 500kW의 전기를 만들어 낼 수가 있고, 형식은 착저식(着底式)의 진동수주형(振動水柱形) 모델이라는데 한자를 찾아보니까 착저식은 바닥에 고정시키는 것을 말하고 진동수주형은 물에 기둥처럼 세워놓은 형태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크기는 가로 37m, 세로 35.2m, 높이 29.5m의 콘크리트 케이슨 구조물이고 무게는 12,000톤이라고 한다.

파력을 이용한 공기발전이 되는 셈인가? 완전 친환경 발전인 것으로 봐서 바람직한 방향 중에 하니이겠거니 싶다. 풍차해안에서 봤듯이 풍력발전은 소음도 꽤 있던데 이것은 멀리 떨어져 있고 이나저나 들리는 파도소리이니 오히려 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왜 하나 밖에 없는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도 시험적으로 가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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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이 들어오고 잠시 후에 우리 유람선도 출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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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람선의 성능이 꽤 좋구나. 스크류가 쌍으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점점 멀어지는 포구를 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시선은 자연스럽게 차귀도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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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도 옆을 지나면서 보니 주상절리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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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도에 나무는 없고 풀만 자라고 있는 모양이다. 워낙 바람이 몰아치면 나무도 견디지 못하니까 결국 남는 것은 풀이나 조릿대 정도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면 외돌개에 나무가 자라고 있다는 것은 안으로 우묵하게 파인 곳에 자리를 잡아서 가능하다고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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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차귀도 선착장이다. 10분 정도 걸린 모양이다. 짧아서 좋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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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안내문이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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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크게 해서 읽어본다. 호종단 이야기도 언급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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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외길이다. 언덕을 올라가는 수밖에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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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내려놓은 유람선은 한 시간 후에 데리러 온다는 말을 남기고는 다시 자구내 포구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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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물어지다 만 담벼락이 있네. 사연이 있는 곳이겠거니....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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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구가 살았다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구나. 원래는 유인도였는데 지금은 무인도가 되었으니 여기에도 분명히 곡절이 있지 싶다. 물론 자연적으로 사람들이 불편하고 고생스러워서 나가게 되었을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는 하도 구석구석마다 사연이 깊어서 이러한 것을 봐도 그냥 자연스럽게 보이질 않으니 말이다.

영화에도 등장했다는데 「이어도」와 「공포의 외인구단」이었던 모양이다. 이어도를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일부러 네이버에서 영화를 봤는데 내용은 칙칙했지만 바로 이 건물이 등장해서 캡쳐해봤다.

 

20210623_175339[영화 이어도의 한 장면]


담벼락만 남은 집이지만 촬영을 할 당시에는 이렇게 모양이 번듯했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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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제주도의 옛 풍속의 일 부분을 참고할 수는 있지 싶었다. 그저께 이어도 촬영지라는 안내판을 봤기 때문에 뭔가 대단한 것이 나오나 싶어서 1,400원을 썼는데 막상 보니까 차귀도의 장면은 이 집과 해변의 바위풍경이었다. 그래도 우도의 「화엄경」에 나온 장면보다는 훨씬 길었다. ㅋㅋㅋ 아니 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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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그런 것이지 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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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치 위쪽에 보이는 것이 등대로군. 그렇다면 이름이.... 그래 '곡민도 등대'겠구나. 등대에 가면 그에 대한 설명이라도 있으려니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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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떠러지를 조심하라고 안전장치도 잘 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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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차귀도에서 가장 볼만한 지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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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이 좀 괴기스럽기도 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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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산방산의 실루엣이 더 예쁘게 보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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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설명문이 없으면 섭하지. 장군바위라네. 이름이야 뭐 그렇다 치고.  설명이라도 자세히 봐야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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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대 할망의 500아들이나 운운하는 것은 말고. 그러니까 원래 분화구에서 쌓인 암석들이 있었는데[연분홍 부분] 세월과 모진 파도에 깎여나가고 마그마의 통로였던 자리에는 장군바위가 남아있게 되었다는 추론이구나. 그래도 이런 안내문이 있어서 다행이로군. 그러니까 차귀도의 화산활동에 대한 역사를 알려 주는 그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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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그림이니까 그런가 보다 할 따름이고 실감은 나지 않는다. 그냥 육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인 것으로 판단해 버리는 발바닥같은 눈 탓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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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앞으로 가야지. 주어진 시간은 한 시간 뿐이라는 말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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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다음 배편이라도 있으면 천천히 돌아도 되겠지만 마지막 배라고도 했고, 유람선도 하루 1차만 운항한다고 했으니 하루에 유일한 여정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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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번한 초지를 보니까 농사를 지어도 될만한 공간이기는 했다. 그런데 왜 모두 섬을 떠났을까? 그것이 궁금하다.

자료마다. 다르다. 어떤 곳에선 7가구가 살았다고 하고 또 다른 자료에서는 8가구라고 하며, 다시 다른 자료는 3가구가 살았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조사를 한 시점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열 가구도 안 되는 것을 숫자상으로 혼란을 일으켰을리는 만무하다고 봐서이다.

차귀도가 무인도로 바뀌게 된 것에는 1968년도에 김신조 간첩 사건이 있고서 였더란다. 1974년 봄에 추자도에 간첩단이 들어와서 10가구도 안 되는 섬의 주민들에게 퇴거령이 내렸더란다. 그러니까 73년도까지는 유인도였다가 간첩단으로 인해서 강제로 무인도가 되었던 모양이구나. 국가에서 보상금을 줘서 자리는 잡았지만 그래도 고향에 대한 추억은 남아있으려니 싶기도 하다. 어쩌면 잘 된 일인가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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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다 보니 등대로구나. 하늘은 청청(靑靑)하고 등대는 백백(白白)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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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볼락볼락 쉬어서 볼래기 동산이라고? 그래서? 곡민도 등대는? 거 참.... 희한한 일일쎄.... 우째 이런 안내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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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으로 바라보는 해안에는 풍차마을과 그 뒤로 비양도가 손에 잡힐 듯하네. 신창풍자는 그제 둘러봤다. 한치도 구워먹은 추억도 한 자락 얹어놨으니 이제 이전에 보던 풍경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겠다. 어찌 생각해 보면 여정(旅程)은 스쳐간 곳에 추억을 흘려놓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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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쪽으로는 산방산과 수월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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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쪽으로는 망망대해인데 잘 보니까 상하이(上海)가 보이는 구나. 아니, 날이 좋으면. 어쩌면.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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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작년 1월에 상하이 푸동공항까지만 갔다가 돌아왔는데 언제 다시 여행길이 열려서 한바퀴 돌아보게 될랑강 싶기도 하다. 여행 경비의 일부는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단다. 여행사도 죽을 맛이었겠지. 동정호에서 낙조를 보면서 고량주 한 잔 들이켜야 하는데 말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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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등대를 뒤로 하고 차귀도의 정상을 향해서 걸음을 옮긴다. 방풍이 지천이다. 커다란 방풍 비슷한 것은 방풍이 아니고 땅에 바짝 엎드린 아이들이 방풍이다. 뒤쪽 벼랑은 계속 침식되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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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관리도 포기했는지 출입을 금하는 울타리도 없구나. 하긴 위험을 무릅쓰고 다가갈 사람이라면 울타리가 있다고 가지 않겠느냐만서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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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묘한 그림의 안내판은 또 무엇인가 싶어서 들여다 본다. 차귀도의 분화구를 추정해 본다고? 그러니까 말이지. 좀 복잡해 보이더라니깐. 이제 느낌으로도 알아보는 수준이 된 낭월인가?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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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는 2개의 응회구와 2개의 분석구로 이루어진 복잡한 화산섬이다. 차귀도의 동쪽(부둣가 인근)에 응회환과 분석구가 있고, 서쪽에도 응회환과 분석구가 각각 분포하고 있다. 동쪽과 서쪽의 화산은 형성 시기가 크게 다른데 동쪽은 약 40만 년 전 당산봉과 같이 형성되었고, 서쪽은 와도와 같이 25만 년 전에 형성되었다. 일반적으로 마그마가 분출하면 하나의 화산을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차귀도는 한 지점에서 분출 시기를 달리하여 총 4번에 걸쳐 만들어진 화산체가 포개진 형태를 보이고 있다. 이와 같은 형태를 보이는 화산체는 매우 드물어 국제학술지에도 소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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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또 공부하라고 응회구가 튀어 나온다. 응회구(凝灰丘)는 화산재가 쌓여서 만들어진 언덕을 말하고, 응회환(凝灰環)은 산굼부리처럼 낮은 형태로 된 것을 말하는 모양이다. 모두 화산재가 쌓여서 형성이 된 것으로 보면 되지 싶다. 또 분석구(噴石丘)는 원뿔형으로 높이 쌓인 화산쇄설물을 말하는 모양인데 설명을 봐서는 다랑쉬오름과 같은 구조를 말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놓고 보니까 대략 이해는 된다. 그냥 대략일 뿐이긴 하지만 형태를 두고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면 되겠다.(헐떡 헐떡~!)

제주도의 오름들 중에서 높은 것은 응회구이고, 더 높은 것은 분석구가 되며, 낮은 것은 응회환인 것으로 구분해도 크게 틀리지 않지 싶다. 이름에 대한 의미는 이 정도로 보면 되겠는데, 알고 보니까 수월봉 일대의 응회환을 천천히 둘려봐도 재미있겠다. 다만 다 봐야 할 필요는 없지 싶다. 포구에서 봐도 바로 보이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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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재가 켜켜히 쌓여서 만들어 놓은 시루떡같은 형상이 일단 응회(凝灰)라는 것을 확실히 알았고, 이것이 다랑쉬나 어승생악처럼 높이 쌓이면 응회구이고 산굼부리나 이 차귀도처럼 낮게 쌓이면 응회환이라는 것으로 정리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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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 정상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니 오전과는 다르게 다시 구름속으로 잠기는 모습이다. 이제 배가 올 시간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그리고 다들 내려가고 우리만 뒤처져서 이러고 놀았던 모양이다. 사람들이 보이지 않아서야 그것을 깨닫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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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시간이면 다 둘러보는 차귀도였다는 것을 돌아보니 알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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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는 바쁘지 않았고, 바빠도 달리 방법이 없었지. 한 아제가 화장실을 들리는 바람에 아내 되는 분이 배를 잡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우리도 눈치 보지 않아도 되었더란 말이기도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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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타자 선장겸 가이드의 설명이 스피커를 통해서 울려나왔다. 그건 차귀도를 둘러보는 제대로의 유람선이 되는 셈이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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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바위다. 알고 보니 이 바위도 마그마가 솟아올라서 굳어진 것이란 말이었구나. 주변의 화신재들이 다 깎여나가고 속고갱이가 남은 것이란 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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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암괴석이 오묘하게 늘어져 있는 것으로 봐서 차귀도는 과연 명품 섬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차귀도의 진수는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래에 있었구나. 과연 멋지다. 위에서는 그런가보다 했는데 배를 타고 돌아보니까 용머리 해안은 저리가라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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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는 아니지만 반 바퀴 돌아주지 않았다면 유람선이라고 할 수가 없었지 싶다. 다른 곳의 유람선도 이렇게 운행을 하면 좋으련만 특히 범섬을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가을에는 부디 운항을 하게 되기만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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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아래에는 팔자 좋은 조사(釣士)가 물고기와 실갱이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낚시꾼들에게는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곳인가 싶기도 하다. 나름대로 이 순간을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워낙 바위와 암초들이 널려 있으니 고기들이 모일만도 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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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것이지만 조사(釣士)와 진사(眞士)는 많이 닮아있다. 진사는 사진사를 말하고 보통 그들끼리는 진사로 통한다. ㅋㅋㅋ

혼자서 놀아도 잘 놀고
남들이 가지 않는 곳도 좋아하고
새벽에도 건질 것이 없나 찾아 다니고
저녁에도 어둠이 덮히도록 물을 바라보고.

다만 진사의 활동폭이 더 넓다는 것이 한 수 위라고 여긴다. 그야 낭월의 맘이다. 왜냐면 조사는 물을 떠나서 존재할 수가 없지만 진사는 산과 들과 도심에서도 잘 놀 수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닮은 것은 때로는 잔챙이만을 건지기도 하지만 또 어쩌다가 월척을 건지기도 하는 것도 닮았고, 하늘과 물과 땅의 자연적인 요인이 무척이나 많이 작용하는 것이라는 점도 흡사하다. 그래서 서로 지나치다가 만나면 가볍게 목례라도 한다. 서로 어떻게든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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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또 있다. 조사는 낚싯대가 있고 진사는 삼각대가 있다. 넣었다 뺐다 하는 것도 흡사하지 않느냔 말이지. 예전에 바랑지고 다니던 20대 초반의 시절에 어느 시골에서 버스를 타던 60대쯤 되어 보이는 초로의 조사가 낭월에게 말을 건넸던 것이 떠오른다.

조사 : 스님, 수행 중이신데 저는 업을 쌓고 있답니다.
낭월 : 그야 저마다 살아가는 길이 다르지 않을까요?
조사 : 그렇긴 합니다만 우리들의 삶이 좋은 끝을 보지 못합니다.
낭월 : 왜 그렇습니까? 운동도 되고 좋지 싶은데요.
조사 : 아마도 살생을 많이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낭월 : 그럴까요? 그렇다고 다 그렇겠습니까?
조사 : (정색을 하고) 아닙니다. 우리끼리도 그렇게 말합니다.
낭월 : 그럼 그 일을 그만두면 되지 않습니까?
조사 : 그러게 말입니다. 그래서 어리석은 중생이지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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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도살업이나 어업을 하는 불자가 스님에게 하소연을 하면 대체로 스님들은 그렇게 말을 받아 준다.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은 부처님도 용서 하신답니다."

예전에 동해의 어느 암자에 있을 적에 주지 스님에게서 늘 듣던 말이다. 그러면서 그 신도가 가져온 오징어나 동태를 받아서는 저녁으로 푹 끓여서 몸보신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그 주지 스님은 기도를 했다. '이 중생들이 극락왕새하기를 빕니다.'라고 말이지. 그러면 괜히 멋적어서 같이 합장하고는 기도를 하는 척이라도 했지만 속으로는 웃었다.

업은 업이고
빚은 빚이고
공은 공이지

그 순간에도 그 시골 버스에서 만났던 조사의 말이 떠올랐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살아가면서 도처에서 선지식들의 법문을 만났다. 어쩌면 낭월이 낚시에 대한 취미가 없는 것은 그 처연하게 말하던 조사의 표정이 오래도록 남아있어서였을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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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물론 생각도 약간 달라졌지 싶다. 앞도 생각지 말고 뒤도 생각지 말고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이 많은 것을 보면 말이다. 예전에 부처가 이 몸의 덧없음을 설법하자 제자들이 허무주의가 되어서는 돌아가면서 서로를 죽여줬다는 이야기가 불경에 기록되어 전한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부처가 잘못 하셨지 싶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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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두 발을 붙이고 있을 만한 공간을 차지하고서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득의영양하는 조사도 있네. 하긴, 그 순간은 그곳이야 말로 세상의 전부이기도 하니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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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선 자리는 잊어버리고 낚싯대의 끝에만 정신을 집중하고 있는 명상가도 있구나. 저마다 자신의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아름답다. 그 끝에는 뭐가 달려 나올까...? 긴꼬리 뱅에돔? 아, 맞다. 이번에는 아무래도 호연이 그것을 먹고 가야 미련을 갖지 않을텐데 말이지. ㅎㅎㅎ

그 때 선장의 방송이 이어졌다.

"자, 왼쪽을 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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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바위입니다."

여기 저기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자연이 의도하지 않고서 빚어놓은 결과물에 우리는 종종 감동하고 감탄한다. 로뎅이 만들었다면 저보다는 낫게 만들었겠지만 우리는 그것을 인위적이라고 말하고, 자연적인 것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할 따름이다. 그래서 자연은 위대하고 조물주는 항상 존중을 받아 마땅하다.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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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마악 펼치려고 하는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바위섬이 바로 '지실이섬이로구나. 지실이의 뜻이 궁금하기는 하지만 쉽게 찾아지지 않는구나. 제주도 방언인가 싶기도 하고. 지실이섬에서 지실을 생각해 보면 그것은 지실(枳實)이다. 지실은 탱자나무 열매를 말하는데 이 섬에 탱자를 닮지는 않아서 그것과는 무관한 것도 같고... 여하튼 참 묘하게 생겼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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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멋진 풍경을 두러보고는 다시 배가 속도를 낸다. 이제 다 보여준 모양이다. 마음 같아서는 차귀도를 한바퀴 돌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배를 전세 낸 것도 아니니 어쩔 수가 없구나. 흐름에 따를 밖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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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귀도의 특이한 곡선을 다시 바라보면서 배는 포구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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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기는 와도의 안으로 들어가서 풍경을 보여줬으면 싶었지만 그것까지는 일정에 없었던 모양이다. 보여 주는 것만 보는 것이 유람선의 약속이니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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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별렀던 차귀도의 소원도 풀었고, 또한 대만족이라고 해도 되겠다. 시간도 그럭저럭 4시가 다 되었구나. 이제는 점심인지 저녁인지를 먹으러 가야 할 모양이다. 물론 그것은 호연의 몫인 걸로.

호연 : 오늘은 자리돔회를 먹으면 어떻겠습니까?
낭월 : 좋지~!
호연 : 그럼 다시 수눌음으로 가겠습니다.
낭월 : 좋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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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슬포항까지는 24분이 걸리는 구나. 그 사이에 좀 쉬면 되겠다. 이렇게 잠깐씩 쉬는 것이야말로 찐보약이다. 차를 타면 잠들고 차를 내리면 깨어나면 된다. 이것이야말로 낭월자이저의 비법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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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눌음 앞에 차를 댈 공간이 없어서 옆으로 돌아가서 차를 댄 호연이 눈에서 광채가 발하면서 자기도 모르게 수족관으로 달려가서는 움직일 줄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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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수족관에 가득한 자리돔을 보는 줄 알았는데 옆을 보고는 소리 질렀다.

호연 : 드디어 찾았습니다.
낭월 : 뭘 말여?
호연 : 긴꼬리 뱅에돔 말입니다. 오늘 소원 풀이 합니다.
낭월 : 그래? 축하하네. 당연히 풀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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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저건 분명히 긴꼬리 맞습니다. 와~! 여기에 있었네요.
낭월 : 내가 보긴 다 같아 보이는데....
호연 : 아닙니다. 아가미를 보면 다르다고 했습니다.
낭월 : 기다린 보람이 있었구먼. 들어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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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의 벽이 얼룩져서 자세히 담지는 못했지만 비슷해 보이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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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호연이 맞다면 맞는 걸로. 적어도 어류에 관해서는 낭월보다 서너 수 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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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시키는 것을 들으면서 주변을 둘러 봤다. 주인 아지매의 도도한 품성이 보였다. 호연과의 문답에서 그게 느껴졌다.

호연 : 긴꼬리는 양식이 아닌 것이 확실합니까?
주인 : 그런 말씀 하시려면 다른 곳으로 가세요.
호연 : 혹시나 하고 여쭤본 것입니다.
주인 : 혹시나도 안 되죠. 드시거나 말거나만 선택하세요.

찔끔했지 싶다. ㅋㅋㅋ 이렇게 당당한 모습이 아름다울 따름이다. 자신의 상품에 대해서 이 정도의 자부심이 없으면 장사를 말아야지.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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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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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저것 소박하게 차려 나온다. 다음에도 오고 싶은 집이 되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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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소라와 전복도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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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뿔소라도 하나씩 맛보라고 나왔다. 젓가락으로 하나를 뺐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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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이렇게 멋진 그림이 그 속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영락없는 소용돌이의 정교한 예술작품이었다. 어쩌면 이럴 수가 있을까? 이것도 자연이 만든 예술이라고 한다면 매바위보다 못하다고 하랴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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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성질머리는 더러운데 음식이 깔끔해서 용서가 됩니다.
낭월 : 원래 성깔 있는 사람의 음식이 맛있는겨.
호연 : 그런 것도 오행에 나옵니까?
낭월 : 그건 욕쟁이 할매에게서 나온다네. 
호연 : 아, 맞습니다. 욕을 먹으면서 찾아 간다 잖습니까.
낭월 : 대접을 받으려면 달콤한 말을 듣고 맛을 얻으려면 귀가 거슬린다네.
호연 : 정말 100% 공감입니다. 너무 맛있지 않습니까?
낭월 : 그래, 먹을만 하군.
호연 : 아니, 긴꼬리에게 그런 실례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낭월 : 오해 말게, 낭월의 극찬이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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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가 비워지자 이번에는 뽀얗게 우러난 맑은탕이 나온다. 밥을 한 공기 나눠서 마무리를 개운하게 잘 했다. 그래서 또 행복했다. 하긴 이 시간에 뭔들 맛이 없으랴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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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 커피를 꺼내서 활보로 가져다 주는 호연이다. 즐거우면 되었지 암.

화인 : 이제 어디로 갑니까?
낭월: 수월봉이나 들려보고 가세.

(여행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