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의 기적

작성일
2021-02-20 08:12
조회
683

백제보(百濟堡)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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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奇跡)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다를 가르고,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만이 기적도 아니다.
그냥 일상에서 항상 접하는 놀라운 일들 모두가 기적이다.
그리고 백제보에서 기적을 만났다.
낭월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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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람을 쐬러 백제보로 나들이했다.
저녁에 노을진 백제보는 어떨까 싶은 생각도 얹었다.
언제나처럼 백제보는 그 자리에 그렇게 버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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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어쩌면 분주하게 먹거리를 챙기는 녀석도 보이고,
근데.... 왜가리인가? 봐도 잘 모르겠군. 안면인식장애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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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알겠다. 청둥오리로군.
백제보를 개방했다더니 겨울을 보내러 왔구나.
자연의 오묘한 이치를 누가 노력으로 대신한단 말이냐.
이러한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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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많이 풀렸다.
이제 봄이 성큼 다가왔다는 것이 느껴진다.
머지 않아서 다시 먼 길을 돌아가겠구나....
부디 조류독감을 만나지 말고 잘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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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서산에 걸린다.
강변을 산책하는 것도 오랜만이구나.
날씨가 차갑지 않아서 걸을만 하다.
운동삼아서 강변에 가면 또 다른 물새를 만날지도...
항상 걸음의 앞은 미지의 세계가 펼쳐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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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갑자기 드론이 수십 대가 날아오르는 듯한 소리.
아니, 여긴 금강하구둑도 아니고, 주남저수지도 아닌데?
얼른 강변으로 뛰어가야 하는데....
갑자기 마음은 바빠지고 걸음은 느려진다.
나뭇가지에 가려서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아쉬워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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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 상류, 백제보에는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다.
세상에~! 갑자기 심장이 쿵쿵 뛴다. 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어서 강변을 찾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조금 전엔 없었다.
그래서 한 발 앞을 모른다고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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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둥대는 사이에 가창(街唱)오리는 점점 멀어졌다.
길가에서 아름답게 꾸미고 한량들을 유혹한다고 가창이란다.
경상북도 가창인 줄만 알았었지. 모르면 그렇지 뭘.
학명은 Anas formosa라네. 포모사? 대만이 포모사인데?
포모사라고 쓰고 보도(寶島)라고 부르지.
그런데 가창오리에게 포모사가 붙어있을 줄은 몰랐다.
여하튼, 가창오리가 아름답다는 것이잖여? ㅎㅎㅎ

그러나 어쩌랴~! 길이 없으니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 할 따름이다.
이렇게라도 겨울이 가기 전에 가창오리의 군무를 봤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인데, 여기는 금강이라는 것이다.
금강이 살아났고, 철새들이 돌아오고 있다는 것이 감동이다.
언젠가 짙은 녹색의 물빛을 봤던 것을 이제는 맑은 물로 바꾼다.
녹조라떼는 옛날의 이야기였음을 가창오리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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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라~!
이러한 장면을 금강에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으니.
금강이 돌아오고 있었다. 이것은 기적이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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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들이 날아오르기만 바랬는데...
그냥 저공비행을 하고 있다.
나뭇가지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있는 법이다.
아무리 둘러보고 지도앱을 확대시켜봐도
접근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해는 넘어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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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덤불을 헤치고 강변쪽으로 더듬었다.
지난 여름의 흔적들이 나뭇가지에 걸려있다.
해도 서산에 걸려있다. 주위는 점차로 어둑어둑....
날아간 철새가 다시 돌아올리는 만무하지만...
그래도 그냥 돌아갈 수는 없잖아?
몰랐으면 몰라도 알고서야 더 지켜봐야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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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나무들로부터 자유로워졌다.
몇 마리의 가창오리? 아니면 청둥오리?
바빠서 망원렌즈를 챙길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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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진교를 바라보면서 아쉬워한다.
조금만 더 일찍 왔더라면 멋진 풍경을 담았을텐데....
욕심은 끝이 없다. 그게 인간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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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철새는 저녁을 먹으러 날아가고....
낭월은 이렇게 금강변을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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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지난 봄인가?
타임랩스를 찍는다고 새벽의 금강변을 찾았었구나...
물이 이렇게 맑으니 그것만으로도 좋다.
동해바다의 풍경이라고 해도 되겠잖아....
그 때,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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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이게 뭐냐~!!
그러니까 아직은 포기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마지막 기회는 카메라의 전원을 끄고 가방에 담을 적에 온다잖여.
놀라워라~! 허둥지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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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새 사진을 찍는 사람은 새를 보지 않고 렌즈로만 본다'던가?
무슨 소리야? 이렇게 생생한 삶의 현장을 보고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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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속에서 정어리떼들이 몰려다니는 것보다도
가창오리의 군무는 더 감동적이지 싶다.
이것을 보는데 특별한 장비가 필요치 않은 까닭이다.
그냥 바라보면 된다. 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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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재라면 이런 것이겠지.
망외소득이라면 또한 이보다 더 큰 소득이 있을까?
혼자서 자문자답을 하면서 순간을 만끽한다.
금강의 백제보에서는 이러한 기적이 일어나고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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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으는 새의 모습을 최대한 또렷하게 담아보려고
셔터는 1/2000초로 높이고, 대신에 밝아야 하니 이소는 5000이다.
조리개도 더 열 수가 있지만 가장 선명하다는 하한선인 F5.0까지 열었다.
이렇게 갑자기 나타나게 되면 기본실력이 나올 따름이다.
어리벙벙한 실력 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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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이것만이라도 어디냐.
길가다 황금을 줍는다더니만....
이런 장면을 볼 수가 있었다니
그것만으로도 이미 차고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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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쉬운 것은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이렇게 한바탕 멋진 풍경을 선사한 겨울의 진객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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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갑자기 주위가 깜깜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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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다시 오마....
혼자서 조용히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