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덤 ①조천앞바다

작성일
2020-09-18 06:28
조회
709

한라산 덤 ①조천(朝天)앞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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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 잤다.
항상 죽어서 잔다.
잠은 죽음이고 깸은 부활이다.
사활(死活)의 일생은 전생과 태어남이다.
사활의 하루는 저녁과 새벽이다.
사활의 순간은 날숨과 들숨이다.
모든 생명체는 죽어야 산다.
첫 숨은 내어 쉬어야 살아난다.
사활이 사활인 이유를 곰곰 생각해 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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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곤하게 잠이 들었나 보다. 아직은 죽음에 잠겨있는 셈이다. 부활을 하니 6시이다. 고맙다. 잠이 깨어주다니. 엊저녁에는 새벽에 잠이 깨지 않으면 그냥 뭉개도 억울할 것이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현의 시계는 어김없이 자명종을 켜놨던 모양이다. 차마 일어나라고 하지는 못 잘지언정 일어나 주기만 한다면 어찌 이불 속에서 뭉기적거리고 있겠느냔 말이지.

소모된 카메라의 배터리가 밤사이에 충전된 것을 카메라에 장착하고는 삼각대를 짊어지고 조천의 앞바다로 급하게 걸었다. 불과 2~300m 정도 될랑강... 데려다 달라고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그런데 채 바닷가에 다다르기도 전에 동녘에 해가 솟아오른다. 급하다. 해가 나오기 시작하면 순식간이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니 현무암 돌담이 들어온다. 옳거니 여기라도 좋다.

길아래의 밭으로 내려가서 급하게 삼각대를 폈다.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다. 3초로 해 놓고서는 다시 해변으로 나갔다. 마음 한편에서는 누가 들고 가면 어쩌려고 그냥 두고 가느냐는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올랐지만 무시했다.

'마 개안을 끼다. 제주도 아이가~!'

제주도라고 모두가 선량하다고 할 수는 없잖느냐는 생각이 다시 되돌아왔다. 그래서 다시 외쳤다.

'대한민국 아이가~!'

그렇게 의심과 신뢰가 대화를 하는 사이에 바다가 나타났다. 첫날은 공항에서 저물게 들어오느라고, 어제 아침에는 어둠을 타고 나가느라고, 어제 저녁에는 또 밤에 들어오느라고 바닷가를 볼 겨를이 없었다. 그래도 더 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쉽지는 않았는데 오늘 새벽에서야 고맙게도 파도 소리를 들을 기회를 선물로 받았다. 이것은 완전히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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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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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공항에서 동쪽으로 대략 3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조천읍의 구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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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돈.... 이 아니고,
시간은 사진이다.
우물쭈물하면 시간이, 사진이 사라진다.
모모를 바쁘게 만드는 시간 도둑들에게 휘말리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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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향해서 두 번째의 카메라를 설치하고는 자동화의 기능을 믿었다. 그렇게 해 놓고서야 정자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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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장이 알려 준 숙소를 찾아오는 표준점이기도 한 정자였다. 이제 기다리면 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대의 카메라는 정자 옆에다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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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높은 만큼 바다가 더 많이 들어오면서 맞은편에도 또 하나의 정자가 있어서 운치를 더해 줬다. 물에서는 고기들이 뛰놀고 두루미는 사냥을 하느라고 여념이 없다. 정중동(靜中動)의 음양이 교차하는 새벽 풍경이 한가롭고도 역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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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할 일이 없다. 그러면 「김현정의 뉴스쇼」를 시청하면 된다. 오늘은 또 무슨 이야기를 들고 왔는지 그녀의 카랑카랑한 음성으로 새벽을, 아니 이제 아침이구나. 아침을 함께 하는 상쾌함도 괜찮다. 법무부 장관이 어쩌고.... 에구 좀 시끄럽군. 음악이나 듣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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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 풍경도 감상하면서 오락가락....

한 영감님이 정자로 올라오시더니 한 바퀴 돌고는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를 들여다보신다. 그런가 보다 했다. 낭월의 폰에서 들리는 음악소리를 조금 줄였다. 카메라의 이름을 보고는 말을 걸었다.

노인 : 좋은 카메라를 쓰시는구먼요.
낭월 : 아, 예. 괜찮은 카메라입니다.
노인 : 나도 같은 장비를 씁니다. 상당히 좋아요.

장비라고? 카메라를 장비라고 하는 사람은 최소한 카메라 두어 대는 갖고 있는 사람일 게다. 새로운 카메라를 사고 싶어 하는 것을 카메라병이라고 하지 않고 장비병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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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알사(R4)이다. 낭월은 그렇게 부른다. 알삼(R3)을 쓰다가 하나 추가로 들였다. 그리고 또 하나는 엠삼(M3)이다. 모두 저마다의 기능으로 만족스러운 그림을 만들어 준다. 멋진 친구들이다. 노인이 그것을 알고 있다니..... 급 관심이 생겼다. 음악을 듣는 것보다 대략 80년은 더 살아왔음직한 노인의 이야기가 더 유익한 법이다.

낭월 : 아, 그러십니까? 좋은 장비를 쓰시네요.
노인 : 카메라를 소니로 바꿨어요.
낭월 : 그러셨습니까? 이전에는.....?
노인 : 주야장천 캐논을 썼지요. 
낭월 : 사진생활을 오래 하셨구먼요.
노인 : 바디를 바꾸고 렌즈는 어댑터를 쓰니 됩디다. 허허~!
낭월 : 그러면 되지요. 즐겁게 생활하시네요. 하하~!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에 노인도 가던 길을 잊으셨는지 아예 정자에 걸터앉아서는 이야기를 이어가시기에 또 심심파적으로 낭월도 귀를 기울였다. 잘 하면 멋진 사진 포인트라도 하나 얻어들으면 그것도 망외소득인 까닭이다. 사진꾼은 항상 정보가 고프다. 그리고 현지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 어딘지를 알고 싶어서 안달이 난다.

노인 : 사협 회원이시오?
낭월 : 아닙니다. 그냥 혼자만 즐기고 있습니다.
노인 : 어디서 오셨소?
낭월 : 논산에 살고 있습니다.
노인 : 논산이면.... 오 작가가 있는데 혹 아시오?
낭월 : 작품 활동은 하지 않아서 전혀 모릅니다.
노인 : 아, 그러시구나. 

사협은 사진작가협회를 말할 것이고, 늘어놓은 카메라와 삼각대를 봐서는 아마추어의 수준은 넘었다고 판단을 하셨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당연히 사진작가요하고 폼을 잡기 마련일 테고 그러니까 어느 지역에서 나름 작가라고 활동을 하고 있겠지 싶어서 물어보는 말인줄은 알지만 낭월은 그런 것에는 자신도 없고 관심도 없으니 가입을 할 마음도 당연히 없을 따름이다. 그냥 내가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한 취미사진가인 까닭이다. 인연의 고리를 찾다가 실패한 노인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살짝 읽었다. 화제를 전환할 시점이다.

낭월 : 어르신께서는 어떤 일을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노인 : 나는 제주도 내려온 지 8년째 되었나 봅니다.
낭월 : 아, 그러셨습니까? 그럼 일을 쉬고 자유롭게 즐기시네요?
노인 : 그렇지요. 처음에는 2년 반 동안 낚시질만 했구려.
낭월 : 좋은 취미를 즐기셨습니다.
노인 : 집 앞이 포구라서 제방에서 낚시만 넣으면 되었거든요.
낭월 : 어복이 많으십니다. 하하~!
노인 : 그래서 냉장고를 새로 사기도 했습니다만 지금은 없어요.
낭월 : 고기가 안 잡힙니까?
노인 : 주변이 오염되어서인지 배를 타고 나가야 해서 그만뒀어요.
낭월 : 좋은 시절을 즐겁게 보내셨으니 축하합니다.
노인 : 축하라니 뭘 말이오?
낭월 : 아니, 건강하신 몸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시니 축하지요.
노인 : 아, 그렇지요.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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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자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러더니 배낭에서 명함을 한 장 건넨다. 과연 「한국사진작가협회」고문이시란다. 작가라는 이름을 보고서 그냥 취미가 아니라 직업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가늠했다.

낭월 : 아니, 작가셨습니까? 멋지십니다.
작가 : 언론계 기자로 오래 생활했었지요.
낭월 : 열심히 일하고 한가롭게 쉬시니 최고입니다.
작가 : 네이버 작가 페이지에 가면 내 작품도 많이 있어요.
낭월 : 알겠습니다. 꼭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작가 : 난 제주도는  찍지 않아요.
낭월 : 왜 그렇습니까?
작가 : 제주도에도 사진작가가 300명이나 되거든요.
낭월 : 아, 그렇습니까? 그럴 만도 하겠습니다.

명함을 받았으니 그냥 말기도 뭣해서 낭월도 혹시 몰라서 몇 장 넣고 다니던 명함 한 장을 건넸다. 그것을 들여다보던 작가. 표정으로 봐서 오행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 본 적이 없지 싶었다. 느낌이 바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싱거운 소리로 대화를 하다가 손님이 온다는 전화를 받고서야 삼각대를 접었다.

낭월 : 오늘 뵙게 되어서 즐거웠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작가 : 그래요. 좋은 작품 많이 담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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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란, 첫날 저녁에 식당에서 함께 했던 사람이고, 원래 이 집을 짓고 살다가 팔았던 사람이고, 제주도민이고, 그 후로 황사장과 인연을 잘 이어가고 있는 부부였는데, 황사장이 술자리에서 무슨 수다를 떠셨는지 낭월이 제주도에 온다는 말을 듣고는 꼭 한 번 뵙고 싶다고 한다기에 마련한 시간이었던 셈이다. 부인과 동행해서 이야기를 나눴고 마침 화인과 터를 보면서 엘로드가 움직이는 신기한 장면도 목도했으니 그 부부도 새로운 안목을 하나 얻은 셈이지 싶다.

낭월 : 한 번 해 보시겠습니까?
남자 : 그게 아무나 됩니까?
낭월 : 되기도 합니다. 어디 이렇게 잡고....

실은 엘로드를 들고 오락가락하는 것이 장난하는 것처럼 보기 십상이라서 직접 해 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게 맘대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나면 놀라움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과연 직접 해 보고 나서야 경이로운 표정을 짓는다. 궁금하다는 이야기를 다 들어주고 다음에 또 뵙자는 말로 작별했다. 황사장의 인연이 아니라면 만날 턱도 없지만 또 인연이 그렇게 이어지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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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하루를 푹 쉰 연지님도 오늘은 몸이 가벼운지 준비를 하고 나선다. 호연도 바삐 씻고는 화인이랑 준비가 다 되었다면서 어제의 피로는 어디로 갔는지 다시 생기가 넘친다.

낭월 : 어디로 가노?
호연 : 그냥 차만 타시면 됩니다. 다 알아 놨습니다.
낭월 : 그래도 동서남북은 알아야 나도 계획을 세울 거 아니가?
호연 : 아, 모슬포 쪽입니다.
낭월 : 그래? 제법 멀리 떨어졌구나.
호연 : 1시간 조금 더 걸릴 겁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낭월 : 그야 믿는다만 어디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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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라산도 백록담도 다 만났기 때문에 오늘의 여정은 덤이었다. 그래서 어디를 가던 눈에 보이는 것을 즐기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모슬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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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오늘도 맑음이로군. 호연이 이렇게 놀다가 돌아가는 것이 못내 서운했던지 직장에 전화를 했던 모양이다. 오늘 저녁에 9시 30분 비행기를 내일 저녁으로 물렸단다. 하루를 더 얻은 셈이다. 그것도 좋은 소식이다. 그래서 또 덤으로 하루를 벌었다. 수지맞는 일정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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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계속해서 대정을 앞에 두고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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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가 산방산 이정표가 보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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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산방산의 실루엣이 보일 무렵에서야  길을 바꾸는 모양이었다. 그럭저럭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기도 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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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다 왔습니다. 내리시면 됩니다.
낭월 : 도대체 뭘 먹으러 가는 겨?
호연 : 가보시면 압니다. 만족하실 겁니다.
낭월 : 그래?

사실 낭월 같은 사람은 만고에 편한 법이다. 물론 먹는 것에 한해서 하는 말이다. 무엇을 먹자고 하든 거부하는 법이 없다. 다만 음식의 재료가 자연에 가까울수록 더 좋다는 정도일 따름이다. 냄새가 나든, 짭쪼롬하든, 슴슴하든, 굽든, 찌든, 삶든, 날것이든 일체 군말이 없다. 사실 내 몸으로 들어오는 것은 내 몸이다. 그래서 먹는 것으로 심하게 불평하는 것은 결국 음식으로 독을 만드는 꼴인 까닭에 전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주의이다. 크게 불결하지만 않다면 전혀 개의치 않는데 이것은 화인의 깔끔으로 인해서 항상 마음을 놓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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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게 앞장을 서는 호연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다. 이것도 만고에 편한 일이다. 어디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다. 이래서 여행 궁합도 중요한 법이다. 서로 주장이 강해서 메뉴 문제로 토닥거리면 그것이야말로 짜증이 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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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승이란다. 작년에 호연이 누님들이랑 여행하면서 들렸던 모양이다. 그리고 그 맛이 괜찮았기 때문에 다시 찾았겠거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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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 : 와~! 오징어다~!
낭월 : 그렇구나.
화인 : 갑오징어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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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고기의 종류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그냥 요래 생겼으면 오징어겠거니.... 할 따름이다. 나중에 주인에게 물어보니 '무늬오징어'란다. 한치 계통이냐고 물으니 갑오징어 계통이란다. 그런가 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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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를 덧씌웠나 보다. 여행지의 식당에서는 메뉴를 꼭 찍어 놓는다. 이름들이 재미있고 여행 당시의 가격도 좋은 정보라고 생각이 되어서였다. 객주리, 벤자리, 멜국이 낯설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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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아직 정오가 안 되었는데 술을 마시는 겨?
호연 : 어제 고생한 몸을 위해서 보상을 해 줘야 합니다. 
낭월 : 이유야 뭐든 못 붙이랴. ㅎㅎㅎ

목이나 축이자고 따라놓은 환타를 들고 축하했다. 어제의 피로가 아직 얼굴에 덕지덕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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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 : 사부님 덕분에 운이 좋았습니다.
낭월 : 또 뭐가?
호연 : 태풍 때문에 조업을 못하다가 어제서야 나가서 한치를 잡아 왔답니다.
낭월 : 아, 이게 한치구나. 
호연 : 덕승호 선장이 잡아온 것만 팔고 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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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은 특히 비린 것에 대한 편애가 심하다. 지옥에 회가 있다고 하면 아마도 그곳으로 가겠다고 할 지경일 게다. 아무렇거나 식도락이잖은가. 먹을 것을 즐기는 것에 대해서 탓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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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갈치찜이 이 집의 명물인 모양이다. 야들야들한 갈치찜은 맛에 둔한 낭월도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음식은 상하지만 않으면 된다는 주의이기도 하기 때문에 맛을 위해서 돈을 쓰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한 고개만 넘어가면 다 같어~!'

혀끝을 위해서 지출을 하는 돈은 쪼매 아깝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특별히 맛집을 찾을 일도 없다. 맛에 대해서 신명나게 이야기를 하는 호연을 보면 낭월은 안수정등(岸樹井藤)이 떠오를 뿐이다. 혀끝에 떨어지는 꿀 한 방울에 취해서..... 보자... 어딘가 그런 그림도 있지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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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사나운 코끼리에게 쫓기다가 오래된 우물을 발견하고 그 속으로 뛰어들어서 등넝쿨을 잡고 버티는데 그 아래에는 독사들이 떨어지면 물려고 혀를 날름거리는 풍경이다. 설상가상으로 흰쥐와 검은 쥐가 줄기를 갉아대고 있는 장면이다. 그런데 벌집에서 똑똑 떨어지는 꿀방울이 혀끝에 닿자 모든 것을 다 잊어버리고 그 맛에 취한다는 불경의 에피소드이다. 물론 다분히 염세적인 냄새가 풀풀 나기는 하지만 의미는 명쾌하다. 우물쭈물하다가 후회하게 된다는 말이지 뭘.

호연 : 어떻습니까? 드실 만하지요?
낭월 : 그래 맛이 좀 다르긴 하다.
호연 : 이런 곳은 찾기 어렵습니다. (우쭐우쭐~!)

'그럼 뭐하노 한 고개 넘어가면 다 같은걸.'

튀어나오려는 말을 얼른 삼켰다. 한껏 기분이 좋은데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가만뒀다가 엄청 맛이 없다고 투덜대걸랑 그때 써먹어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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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걸스럽게 생긴 녀석들이 낭월을 구경하고 있었다. 생긴 모습이 알록달록해서 잠시 움직이는 것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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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리인가? 마름모가 아닌 것으로 봐서 홍어는 아닌 모양이고.... 낭월의 어류 상식은 고작 이 정도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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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녀석의 꼬리가.... 잘려나간 것처럼 무엇에게 뜯어 먹혔는지 속살이 드러났다. 이건 또 무슨 까닭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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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에 그 까닭을 알 수가 있었다. 이 녀석들이 뜯어먹은 것이다. 좁은 공간에서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수족관에서조차도 천국과 지옥은 있더라. 또한 음양의 이치려니....

호연 : 이제 사부님의 시간입니다. 어디로 모실까요?
낭월 : 송악산~!
호연 : 옙~! 홍기사~ 송악산 부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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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호연은 애주가인데 화인은 술을 못 마시니 말이다. 이러한 것도 천생연분이라고 할밖에. 부부의 인연에는 같이 즐기는 것도 있고 서로 보완하는 것도 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