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까이꺼~! ②배려

작성일
2020-09-14 05:41
조회
620

한라산? 까이꺼~! ②배려(配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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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황사장은 어데서 기다린다카시더노?
화인 : 찾기 쉽게 밖에서 계신다고 했는데 전화 해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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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장과 연락이 되었다면서 밖으로 나가면 바로 보일 것이란다. 그렇게 공항 밖으로 향했다. 제주공항에 왔던 적은 10년도 더 되었지 싶다. 10년 전에는 배를 타고 왔었고, 그전에도 배를 타고 왔었으니 제주공항에 왔었던 적은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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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왔었던 것은 분명하다. 아득한 옛날에 그야말로 서니암 시절이었던 모양이다. 당시는 하이텔 시절이었지. 한국 PC 통신에서 운영하던 것이었는데 「하이텔 역학 동호회」에 모여서 수다를 떨던 겨를에 바둑을 두느라고 정신을 빼앗겼던 때도 있었다.

더 아득한 옛날에는 서울에 살면서 바둑을 배워보겠다고 기원에 등록을 하고 매일 나갔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며칠 다니다가 그만뒀다. 왜냐하면 오소리를 잡을 양으로 담배연기를 어찌나 피워대는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주 앉은 사람이 국세가 불리하면 피워대고 유리해도 피워대니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통신 바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틈이 나면 모니터에 앉아서 바둑을 뒀다. 물론 기력은 약한 8급이었을 것이다. 그게 마음처럼 좀처럼 늘지 않기도 했지만 천성이 아둔한 탓이었을 것이다. 어쩌면 그쪽 방향으로 사고방식이 맞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을 것이라고 자위하기도 한다. ㅋㅋㅋ

당시에 역학동호회 회원이면서 바둑을 두기도 했던 친구가 있었다. 박군이었는데 그가 마침 제주도에 살고 있었고, 어쩌다 제주도 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이 나왔고, 자신이 편의를 봐주겠다고 해서 차를 렌트하는데 도움을 주면 고맙겠다고 했더니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던 적이 있었는데 문득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러니까 20년도 더 넘었던 시절인가 보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다음에 다시 제주공항을 들리게 된 셈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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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르방도 고생이 많으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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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제주도로 여행을 할 적에는 당연히 완도에서 여객선을 자동차랑 같이 타고 오는 곳인 줄로만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참으로 오랜만에 비행기를 이용했네. 화인이 가리키는 곳을 보니까 낯이 익은 남자가 손짓을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황사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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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 먼 길 오시느라고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낭월 : 반갑습니다. 잘 계셨지요?
사장 : 스님 덕분에 날마다 신명 나게 살고 있습니다. 하하~!
낭월 : 축하합니다. 다행입니다.
사장 : 스님의 가르침을 따랐더니 삶이 즐거워졌습니다.
낭월 : 얼굴을 뵈니 그러신 것으로 보이네요. 하하~!
사장 : 자, 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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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장의 얼굴은 모자이크로 가렸다. 그래도 되지 싶어서이고, 이야기에서 반드시 본인을 밝힐 필요도 없지 싶어서이다. 모자이크를 하느라고 금휘에게 물었다.

'포토샵 → 선택(원형) → 필터 → 픽셀화 → 모자이크'

이렇게 간단한 것도 모르면 물어서 배워야 한다. 그리고 한 번 가르쳐 주면 잘 기억해야 한다. 자꾸 물으면 아버지가 늙으셨구나.... 할까 봐서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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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무사히 차를 타고 목적지로 출발을 했다. 황사장의 표정을 봐하니 참으로 반가운 길손을 만나서 안내하고 쉴 자리를 만들어 줄 수가 있음에 대해서 행복해하는 느낌이 물씬 나서 낭월도 마음이 편했다. 의무적이나 부담감으로 응대한다면 그 순간부터 불편해서 짧은 시간이라도 편치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전국 각처에 인연을 맺은 제자들이 수두룩하지만 절대로 연락하지 않는다. 왜냐면 저마다 자신의 사정이 있을 턴데 불쑥 등장해서 불편하게 해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물론 몇몇 제자들은 밤중에 전화를 해도 잠옷 바람으로 뛰어나올 것이라는 짐작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그것조차도 원치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이야기를 읽고 나서야 그냥 지나쳤음을 알고 서운하다고 연락을 하면 간단히 답한다.

"바빠서 시간이 안 났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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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태양이 서해로 떨어지는 그 시간에 우리는 동쪽을 향해서 출발했다. 한편으로 운전하면서 한편으로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집터를 닦아놓고서 지맥이 흐르는 곳에 자리를 잡을 생각하니까 흥겨웠는가 싶기도 하다.

사장 : 지금은 퇴근시간이 딱 걸려서 시간이 좀 걸립니다.
낭월 : 제주도에 이렇게 차가 많은 것은 처음 봅니다.
사장 : 퇴근시간이면 이렇습니다. 오전에 오셨으면 구경도 하셨을 텐데...
화인 : 그러고 싶었는데 오전에는 비행기가 없어서 못 왔어요. 
사장 : 아, 태풍 하이선 때문에 그랬던가 보군요.
화인 : 그랬던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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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한라산의 실루엣이 보여서 또 한 장~! 부디 내일도 오늘 같기만을~~!!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도 황사장의 흥겨운 마음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장 : 저는 내일 오전에 파주로 가야 합니다.
화인 : 아, 그래요? 그럼 땅은 언제 봐요? 저녁에 볼까요?
사장 : 전혀 그럴 필요 없습니다. 마침 참관할 사람이 있으니까요.
화인 : 그럼 내일 봐도 되겠네요?
사장 : 내일 보셔도 되고 언제든 편한 시간에 그 친구와 약속하면 됩니다.
화인 : 그래도 함께 봐야 하는데 아쉽네요. 호호~!
사장 : 쪼맨한 공간이니까요. 많이 복잡하지도 않을 거예요.
화인 : 아, 그렇군요.
사장 : 그냥 편히 쉬신다고 생각하고 바쁘지 않으면 한 보름.
화인 : 에구, 그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건 다음에요.
사장 : 그럼요~! 다음에 새로 집을 잘 지어 놓을게요. 한 달 푹 쉬세요.
화인 : 정말 그렇게 여유로운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사장 : 어렵지 않아요. 집이 다 되면 바로 연락 드릴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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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몰 후의 풍경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이런 풍경을 두 시간만 미리 제주도에 왔더라도 타임랩스로 담았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지금 이대로만으로도 충분히 좋았다.

사장 : 차는 편하게 타고 다니시다가 집에 두시면 됩니다.
화인 : 아, 고맙습니다. 
사장 : 기름은 가득 채웠으니까 가시는 시간까지 크게 부족하지 않을 거고요.
화인 : 그건 우리가 해결해도 되는데요. 마음 쓰셨네요. 호호호~!
사장 : 당연히 그래야지요. 귀하신 분들인데 찾아주시는 것만으로도 즐거운걸요.

진심 그렇게 보였다. 그래서 낭월도 부담감은 갖지 않아도 되지 싶었다. 고량진미보다, 안락한 자동차보다도 마음이 불편하면 그것은 견딜 수가 없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업하는 사람인지라 손님을 대하는 것이 몸에 배어서 그럴 수도 있을 게다. 그렇지만 낭월도 세상을 이만큼 살았으니 진심으로 반기는 것인지 정도는 가늠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믿기로 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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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답답했지만 급할 일은 없었기 때문에 느긋했다.

사장 : 잠시 집에 들러서 간단히 둘러보시면 됩니다.
화인 : 예. 그리고는요?
사장 : 저녁을 드셔야지요. 저넉 먹고 쉬시면 됩니다.
화인 : 그럼 저녁을 먹고서 이야기 나누시면 되겠네요.
사장 : 아닙니다. 저는 친구 집에서 자고 일찍 서울 갑니다.
화인 : 그럼요?
사장 : 그냥 편하게 쉬시고 내일 한라산에 다녀오시면 늦을 겁니다.
화인 : 아마도 그렇겠지요?
사장 : 그러니까 내일 저녁에 잠시 봐주셔도 됩니다. 
화인 : 아무리 그래도 제주도 나들이 목적이 있는데요.
사장 : 뭔 상관입니까. 그냥 편히 쉰다고 생각하시고요.
화인 : 정말 너무 많이 신경을 쓰셨네요. 미안하잖아요.
사장 : 아니, 아닙니다. 미안하시면 안 되고요. 하하하~!
화인 : 그래도 목적은 챙겨야잖아요. 호호호~!
사장 : 현관 암호는 1234로 해 놨으니까 잊어버리지 않으실 거고요.
화인 : 정말 그런 것도 마음을 써 주셨네요.
사장 : 차는 운전자를 30세 이상 누구나로 했으니까 편히 운전하시고요.

아마도 배려를 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관 문의 암호까지 생각해서 바꿔놓은 것은 쉽게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 시간이 나면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해볼까 싶은 생각도 했었는데 그것도 이렇게 쉽사리 인연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말이다. 여하튼 좋은 땅에 집을 짓고 사업은 잘 유지되기만을 바랄 따름이다. 더 번창은 황사장도 원치 않는단다.

사장 : 스님께서 말씀해 주신 대로 앞으로 5년만 사업할 겁니다.
낭월 : 대단하십니다. 하하~!
사장 : 그리고는 별장처럼 제주도와 서울을 오가면서 쉬려고요.
낭월 : 축하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천복입니다.
사장 : 돈 벌고 사업하는 것도 모두 머슴살이라고 하셨잖습니까.
낭월 : 그랬습니까? 왜 그런 말을 했지?
사장 : 꼭 맞는 말씀이라서 하나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낭월 : 고맙습니다. 시덥잖은 말도 귀를 기울여 주시고.
사장 : 제 인생은 스님을 만난 후로 생각이 달라졌거든요.
낭월 : 참으로 그보다 고마운 말씀도 없지요.
사장 : 다음에 집이 완성되면 언제라도 전화만 주십시오. 
낭월 : 든든한 말씀이시네요.
사장 : 전화 주시면 바로 차 끌고 공항으로 나가겠습니다.

그렇게 수다를 떠는 사이에 길이 뚫리고 목적지인 조천(朝天)에 도착했다. 아침에 유튜브를 봤더니 덕자전성시대의 덕자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시작했다면서 영상 한 편이 올라왔었는데 분위기가 대략 이랬는데...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녀의 핑크포터를 만나면 아는 체를 해 줘야 하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집에 들러서 간단히 현관 문을 열고 들어가서 한 바퀴 둘러 보고는 다시 재촉해서 저녁 먹으러 나섰다. 시장하실 테니 어서 저녁 먹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거절할 이유가 없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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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둘러보고는 다시 몇 분 인가를 가니 함덕해수욕장 부근에 있는 한 식당에 도착했다. 선장과 해녀란다. 아마도 남편은 배를 타면서 고기를 잡고, 아내는 해녀로 물질을 하면서 운영하는 곳인가 싶은 상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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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 낮에 보면 경치도 괜찮습니다. 저쪽이 함덕해수욕장입니다.
낭월 : 지금 봐도 좋습니다. 아름답네요.
사장 : 자, 들어가시지요. 2층으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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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연이 기념사진을 찍어달란다. 그래서 또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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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많이 찍어주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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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긴 여행이랄 것도 없다. 불과 두어 시간 전에 청주에 있었으니까. 집에서부터 출발한 것을 따지면 그래도 한나절은 되는구나. 여하튼 출출할 시간이기는 하다. 부지런히 가져다주는 것을 손이 가는 대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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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 : 내일 한라산에 가시려면 잘 드셔야 합니다. 많이 드세요.
낭월 : 잘 먹겠습니다. 덕분에 호강합니다. 하하~!
사장 : 호강이라니요. 마음에 감사함을 갚으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하하~!
화인 : 잘 먹고 내일 산행을 잘 할게요. 호호~!
사장 : 화인선생 여기 차 키입니다. 저는 바로 친구네로 갑니다.
화인 : 예, 잘 알았어요. 
사장 : 맘대로 다니시다가 가실 적에는 현관 안에 던져놓으시면 됩니다.
화인 : 그럴게요.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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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가져다주는 대로 든든하게 저녁을 먹었다. 그러는 사이에 식객이 늘어났다. 오늘 저녁에 자기로 한 후배와 원래 집의 주인이었던 제주도민이 동석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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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는 이씨인데 국내 굴지의 네크워크 회사인 땡이땡 회사도 다니고, 돈도 많이 벌었는데 이리저리 뜯기고 그나마도 눈치가 빨라서 제주도에 땅값이 오르기 전에 사놓은 건물이 있어서 지금은 쉬면서 다음의 일을 도모하고 있는데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소개를 들었다.

후배 : 스님의 명성은 사장님을 통해서 많이 들었습니다. 반갑습니다.
낭월 : 인연이 되셨네요. 반갑습니다.
후배 : 앞으로 많은 가르침을 받기를 원합니다.
낭월 : 그럼요~! 힘이 된다면 도와드려야지요. 하하~!
후배 : 궁금한 것이 많지만 별도로 시간을 내주시겠지요?
낭월 : 내일 산에 갔다 와서 저녁에 이야기를 나누도록 합시다.
후배 : 정말 고맙습니다. 짧은 일정이신데도 배려해 주셔서요.
낭월 : 황사장의 인연이니 특별한 인연이시잖습니까.
사장 : 정말 많이 도와주고 싶은 후배입니다. 부탁드립니다.
낭월 :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만 서도 말씀이야 못 드리겠습니까.
사장 : 사소한 한마디라도 저희들에게는 큰 빛인데요. 하하~!

그리고, 제주도민인 고선생과도 인사를 나눴다. 고선생의 부인께서 낭월스님에 대해서 꼭 한 번 뵙고 싶다고 한다기에 그것은 또 모래 아침으로 일정을 잡았다. 밖에서 만들지 않는 인연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황사장의 인연이기에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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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 이것은 제주도에서만 맛을 볼 수가 있는 딱새우입니다.
연지 : 닭새우인가요?
직원 : 아니에요. 제주도에만 있는 딱새우예요.

흘려서 듣는 바람에 이름이 생각나지 않아서 검색했다. 연지님이 울릉도에서 드셔봤던 닭새우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아무렇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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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이름일 뿐.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열심히 먹고 기운을 충전해야 내일 하루를 무사히 잘 버틸 수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양하지 않고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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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화인을 위해서 튀김도 등장을 했구나. 이렇게 해서 내일의 준비를 잘 했다.

사장 : 그럼 집으로 가셔서 편히 쉬시고 산에 잘 다녀 가시기 바랍니다.
화인 : 고맙습니다. 터는 후배님과 이야기해서 전해 드릴게요.
사장 : 예, 그러시면 됩니다. 그럼 즐거운 산행 되시기 바랍니다.

낭월의 일행을 위해서 최대한의 배려를 하는 모습에서 필히 그 터는 보지 않아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 해서가 아니라 마음을 잘 쓰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숙소로 돌아와서 내일을 위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루에 20km를 걷는다.
20대 초반에 사자산 법흥사에 갔을 적에 걸었지
장마에 폭우로 차가 끊겼다는 바람에.
법흥사에서 주천까지 50리 길을 걸었었군.

문득, 그 시절의 생각이 떠올랐다. 추억의 조각들은 이렇게 깊은 창고에 들어있다가 가끔 떠올라서 양념이 되어주곤 한다. 그때 중간에서 먹었던 초코파이의 맛이라니.... 내일은 또 어떤 공부를 하게 될까....

가는데 4시간 반이랬지....?
왕복 9시간이라면.... 마음 단디 묵어야지...
연지님은 집에서 쉬기로 했다.
그러니까 산에 갈 사람은 셋이로군.

天인 하늘의 날씨는 최선이다.
地인 땅인 한라산은 최악이다.
人인 낭월의 상태는  최고이다.

천지인에서 둘이 좋으면 다행이지.
그럼 내일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