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흑두루미

작성일
2020-02-23 07:19
조회
1060

순천만 흑두루미


(여행일: 2020년 2월 17일)

 

du20200222-25

눈길을 뚫고 도착한 순천만에서 든든하게 점심을 먹고는 설렘을 안고 흑두루미를 만나러 갔다.

du20200222-01

습지안내도는 자세히 보지 않아도 되었다.

du20200222-02

이미 갈대로 엮은 울타리 너머에서 우렁차게 들려오는 흑두루미들의 소리가 어디로 가야 할 것인지를 잘 알려주고 있는 까닭이다.

du20200222-75

사람들이 어른대면 철새들이 놀랄까봐 울타리를 멋지게도 만들어 놓았다. 순천만에 대한 정성이 느껴진다. 이번 겨울에 일본에서 머물던 흑두루미들에게서 조류독감에 감염되어 죽은 사체가 발견되었다는 뉴스를 접했다. 그러니 관리자들의 애가 타들어가지 싶기도 하다. 이즈미시에서 북으로 가다가 순천만에 들릴 수도 있기 때문일게다.

20200223_060629

지구에 사는 흑두루미의 90%가 겨울을 난다는 이즈미시는 거리가 멀지만, 수천마리가 찾아오는 순천만은 길만 나서면 두어 시간에 도달할 수가 있는 곳이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하다. 철원도 그 정도의 시간이면 도착할 수가 있었으니 논산은 참 좋은 곳이기도 하다. ㅎㅎ

20200223_061140

아 참!! 창원의 주남지에서도 재두루미를 만났었지. 그것이 발단이 되어서 철원도 가게 되었으니 이번 겨울의 두루미를 만나게 된 효시라고 해야 할 모양인데 그 사이에 잊고 있었군.

20200223_065348

창원의 주남지까지는 277km이다. 시간은 3시간 남짓.....

철원의 두루미를 볼 수가 있는 곳까지는 268km이고, 서울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더 걸린다. 그야말로 북쪽으로 끝이니 그럴만도 하다. 그래도 이번 겨울에 찾아가서 단정학을 봤다는 것이다. 아마도 이번 겨울에 제일 잘 한 일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0200223_061045

그리고, 이번에는 남쪽의 끝까지 갔다. 200km이다. 도심을 통과하지 않아도 되므로 시간은 거의 철원에 비해서 절반이다. 만약에 순천에서 철원을 가거나, 서울에서 순천을 간다고 생각해 보면 논산이 얼마나 여행하기에 적절한 중심지인지를 알 수가 있어서 논산사랑이다. 자리를 잡을 적에는 이런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이렇게 두루미를 보러 가기로 생각해 보니까 그 고마움이 하나 더 추가된다.

du20200222-73

삼각대도 당연히 챙겼는데, 설치를 할 곳도 그럴 필요도 없었다. 날씨조차도 포근하다. 눈발이 흩날리는 순천만에서 가볍게 카메라와 렌즈만으로 흑두루미와 만날 설램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du20200222-06

습지의 울타리를 따라서 걷다가 보면 누군가에 의해서 마련되었을 법한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 나무울타리 사이로 비공식 조망처가 마련되어 있었다. 정식으로 만들어진 조망대에서는 두루미들이 보이지 않아서 부득이 이 자리를 선택할 수밖에 없기도 했다.

du20200222-71

울타리 너머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흑두루미와 기러기들의 모습들이 아른댄다. 하절기라면 아무런 장애가 없이 거닐 수가 있을 농로는 굳게 닫혀있다.

du20200222-37

아무렴. 출입을 하면 안 되지. 그래도 전혀 아쉽지 않다. 내 손엔 100-400mm렌즈가 있고, 두배로 당겨주는 2배 텔레컨버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800mm의 줌이 가능하고, 여기에다가 크롭모드로 확대하는 기능까지 추가하면 1,200mm까지  당겨 준다. 스마트폰으로는 도저히 도달할 수가 없는 곳으로 눈을 데려다 주는 셈이다. 그리고 두루미들의 소리는 여기에서도 잘 들리고, 두루미의 모습은 렌즈의 도움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가 있다.

du20200222-36

지난 해에 200-600mm의 렌즈가 나오긴 했지만, 그 렌즈에 2배 컨버터를 달면 1,200mm는 가뿐하게 도달하고, 여기에 크롭모드를 사용하면 1,800mm의 기능이 추가된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은 아쉽지 않다.

20200223_062906

물론, 100-400mm렌즈가 없었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구입을 했을 게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쉬움이 없으니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따름이다. 희망사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알사(R4)의 6,100만 화소는 맘에 든다. 사진을 찍어서 손톱만큼만 잘라내도 선명한 그림을 남겨 줄 것이기 때문이다. 이 효과는 200-600mm의 렌즈가 무슨 필요가 있느냐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물론 저 렌즈를 1,800mm로 담은 다음에 손톱만하게 잘라서 본다면? 에구~ 그만그만~ ㅎㅎㅎ

du20200222-03

서비스이다. 연지님께 우선권을 제공한다. 눈길을 뚫고 빙판을 달려서 데려다 준 고마움의 표현이다. 그리고 실은 연지님도 새와 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래서 절대로 거절당하지 않는 출사지가 딱 두 가지이다.

"새 보러 가자"
"꽃 보러 가자"

그렇다면, 거절당하기 딱 좋은 출사지는? 물론 있다. 야경을 찍으러 간다거나, 새벽의 풍경을 찍으러 간다고 하면 시큰둥하다. 꽃도 보이지 않고, 새도 보이지 않기 때문일게다.

du20200222-07

"자, 이제 전시장을 둘러보고 배도 뜨는지 한바퀴 돌아보셔~!"

그렇게 한차례 흑두루미의 군무를 관람하고는 자리를 넘겨 준다. 이제부터는 낭월이 흑두루미들과 만나는 시간이다. 야호~~!!

du20200222-53

'와우~ 장관이다~!!!'

흑두루미들의 비상이다. 철원의 두루미들은 이렇게 많지 않았던 것을 생각하니까 개체수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다.

두루미 → 천연기념물 202호. 개체수 3,000여 마리(기준연도는 몰라) 멸종위기1급
재두루미 → 천연기념물 203호. 개체수 6,500여 마리 (기준연도는 몰라) 멸종위기2급
흑두루미 → 천연기념물 228호. 개체수 3,000여 마리(순천만2019기준) 멸종위기2급

멸종위기종에도 급수가 있었구나. 흑두루미는 순천만에만 이번 겨울에 3천여 마리가 왔을 것이라고 하니까 아직은 그래도 여유가 있는 모양이다. 어쩐지.... 두루미가 많아보이지 않았던 이유가 있었던 모양이다. 1급이라잖여. 언젠간 볼 수 없을 지도.....

du20200222-54

예쁘기도 한 두루미는 왜 개체수가 적을까? 아무래도 옷이 예뻐서 많이 잡혔기 때문인 것도 한 이유일게다. 아마도 박제된 두루미의 종류를 본다면 압도적으로 단정학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너무 잘 입고 다니면 그것도 위험하다는 것을.....

du20200222-63

이제 고향으로 돌아갈 날이 다가오고 있구나. 그래서 마음들이 설레지 싶다. 고향에 돌아가야 새끼를 키울테니까 말이다.

du20200222-64

흑두루미의 고향은 바이칼호 주변이란다. 중국의 동북지방에서도 서식한다니까 치치하얼의 습지에 두루미를 보러 가면 흑두루미도 볼 수 있을지 모르겠군.

du20200222-69

그렇지만, 두루미가 알을 품고 있는 것을 볼 요량이 아니라면 그렇게 먼 길을 수고롭게 가지 않아도 된다. 겨울만 되면 이렇게 창원으로, 철원으로, 순천으로 찾아와 주니까 말이다.

du20200222-42

날아오르는 모습이 멋져서 동영상으로도 담고 싶었다. 비록 바람소리가 우렁차게 들리긴 하지만 원본 그대로 담아 놓으면 또한 기념이 되지 싶어서이다.



멋지다~!

du20200222-48

바람이 불어오면 바람을 타면서 즐겁게 노는 것이 보인다. 부지런히 고향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겠거니.... 싶기도 하다.

du20200222-49

눈발이 날리는 들판에서의 흑두루미 춤이다. 생각으로는 눈이 덮인 들판에서 이렇게 노는 것을 보는 것이었지만 오늘의 날씨를 봐하니 눈이 쌓이기는 어렵겠다.

du20200222-50

눈발이 날려주는 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냥 멀쩡한 날보다는 분위기가 좋아 보여서이다. 원본을 조금 잘라냈다.

du20200223-01

아니, 좀 많이 잘라 냈나? 망원으로 당겨서 담았지만 더 이상 당겨지지 않으면 이렇게 잘라내면 된다. 알삼(R3)의 화소는 4천만이 넘기 때문이다. 대략 봐서 2,000mm렌즈로 찍은 효과는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6천만 화소가 부러운 것이기도 하다. ㅋㅋㅋ

du20200222-51

신명나게 사랑놀이를 즐기는 모습이니 오늘의 작품이다. ㅋㅋ

du20200222-52

아마도 5월이 되면 두 녀석은 갈대가 가득한 바이칼 호수 옆에서 알을 품고 있지 싶다. 이렇게 사랑이 넘쳐나는 것으로 봐서 어렵지 않게 그려지는 풍경이다.

du20200222-40

작년 겨울에는 천수만에 모였었다는데 올해는 그냥 지나쳐서 순천만으로 간 모양이라고 아쉬워하던 서산의 버드랜드 관리 여성의 표정이 떠오른다. 부남호에서 보지 못했던 흑두루미를 맘껏 보고 즐거워하니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잊는다. 오가는 사람들이 가뭄에 콩나듯 보이는 것도 조용해서 좋기만 하다. 저마다 자신의 행복은 갖고 있는 모양인가 싶기도 하다.

du20200222-29

이 많은 식솔들에게 먹이를 주려면 겨울 한 철의 비용도 만만치 않겠다. 그렇게 해서 사료비용으로 겨울의 나그네들을 잡아두고 있는 셈이기도 하겠거니....

du20200222-30

오호~! 역시 흑두루미도 두루미과인 것이 틀림 없네. 무리 속의 가족이 보인다.

du20200222-32

흑두루미 부부가 지난 여름에 얻은 새끼를 열심히 돌보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두루미나 재두루미보다는 가족적인 분위기가 덜하다. 그래서 많은 무리를 이루는데 성공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du20200222-17

열심이다. 고향까지 날아가려면 많이 먹어야지. 도중에 힘이 떨어지면 큰일이니깐....

du20200222-18

다시 바람이 일어나고 눈발이 날린다. 바람이 불면 바람타기를 하고 논다. 마치 어려서 바람이 부는 겨울 날에는 연을 날리면서 놀았던 장면이 겹치기도 한다. 여기에서의 연은 흑두루미이다. 말하자면 흑두루미연을 낭월이 날리고 있는 것이라고. ㅋㅋㅋ



생기가 넘쳐난다.

du20200222-27

'날개가 있다는 것은 땅에 내려온다'는 이야기다. 추락은 왜? 세상을 그렇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잖아?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말이 떠올라서 생각해 본다.

du20200222-28

자유자재로 땅과 하늘을 오가면서 이 순간을 즐기는 흑두루미들의 모습에 낭월의 마음을 싣고 함께 떠다닌다. 참 좋구나~!

du20200222-46

앞산이 뿌옇다. 눈발이 날리고 있는 모양이다.

du20200222-78

다시 눈과 하나가 된 흑두루미들이다. 흩날리는 눈보라로 인해서 카메라도 자동초점이 오락가락한다. 그러면 수동으로 전환해야 한다.

du20200222-79

눈이 오는 장면은 정지화면으로는 제맛이 나질 않는군. 그래서 다시 동영상 기능을 켠다. 순천만에 올 겨울 들어서 보기 드문 눈이 내리고 있으니 이러한 영상도 기념이 될만 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ㅋㅋ



카메라에 동영상을 넣은 것은 참 잘 한 것으로.

du20200222-41

눈이 지나가면 지나가는대로 즐겁게 논다. 눈이 아니라 비였더라면 또 어쩔 뻔했느냔 말이지. 카메라에 빗물이 들어가면 걱정이 되니까 우비를 씌워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사진놀이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눈이 내려주는 것은 참으로 고마울 따름이다.

du20200222-47

이제 그만놀고 갈까... 하던 차에 다시 한바탕 눈보라가 앞산을 감돌아서 흩날린다. 그래 여기까지 담고서 가는 것으로 하자.



멋지다~!!

du20200222-81

오늘의 순천만 나들이는 90점이다. 아무래도 10점은 깎아야 하겠다. 바닥에 눈이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ㅋㅋㅋ

du20200222-84

흑두루미와의 놀이를 마치고는 배턱으로 가 봤다. 배를 탈 사람이 6명은 되어야 출발한댔는데, 네 사람이 부족하다. 그리고 배를 탈 필요를 간절하게 느끼지도 못했다. 이미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du20200222-86

오리떼들이 물에서 둥실둥실 겨울나기를 하고 있다.

du20200222-90

물가에는 잠에 빠져든 녀석들도 보인다.

낭월 : 그만 돌아 갈까?
연지 : 다 놀았어?
낭월 : 볼 것을 다 봤으니 순천에서 잠을 자지 않아도 되겠네.
연지 : 오늘은 못가. 아까 도로를 보고서도 그래?
낭월 : 그야 서해안으로 타고 가면 되지 뭘.
연지 : 그쪽은 괜찮을려나?
낭월 : 물론이지. 또 가다가 막히면 쉬면 되는 거고.
연지 : 그럼 가자.

du20200222-91

일단, 광주로 방향을 잡고 출발했다. 원래는 하루 묵으면서 저녁노을과 새벽풍경을 타임랩스로 담을 생각도 했었는데 하늘을 봐하니 그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귀가를 서두르게 되었던 것이다. 보고 싶었던 것은 다 본 것같으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