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기행⑧] 한탄강

작성일
2020-01-18 04:49
조회
833

[철원기행⑧] 한탄강(漢灘江)


(2020-01-08,09)

 

1. 직탕폭포((直湯瀑布))


jik20200117-19

한탄강은 아주 오랜 옛날 23세 무렵이었나... 동두천의 소요산(逍遙山) 자재암(自在庵)에 살면서 전곡의 한탄강에 놀러 가본 것이 전부였다. 산은 소요하고 절은 자재한다니 얼마나 좋은 이름인가 말이지. 방 구들 공사를 하느라고 바닥을 팠을 적에 두개골이 나왔던 기억도 겹친다. 이미 그 시절에도 전쟁의 상흔이 있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그 유골만 알고 있을 따름이지만....

jik20200117-02

두루미와 놀다가 점심을 먹고는 철원관광에 나섰다. 집에서 일정을 살필 때부터 눈독을 들였던 직탕폭포(直湯瀑布)이다. 특이하게 강에 있는 폭포라기에 관심이 더 갔던 모양이다.

20200118_050525

백마고지역에서 따져도 13km남짓이다. 어제부터 쏟아진 폭우로 인해서 강물은 많이 불었을 것이고, 한여름의 폭포 풍경을 볼 수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살짝 얹었다.

jik20200117-04

막상 직탕폭포를 본 첫인상은.... '폭포? 맞나?' 하는 정도였다.

jik20200117-03

우선 반겨주는 것은 현무암 돌다리이다. 27만년 전의 현무암(玄武巖)이란다. 오전에 둘러 본 도피안사에서 만난 현무암을 보면서 문득 '제주도에서 실어왔나....?'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여기에도 그 언급이 되어 있구나. 철원에는 현무암이 많고, 한탄강은 현무암으로 이뤄진 아름다운 지질공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무암((玄武巖))의 현무는 남주작 북현무의 현무일게다. 현무는 북쪽의 색으로 검은 색이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은 화강암이지만 이렇게 특이한 현무암을 만나면 그것만으로도 신기하다. 주로 화산석이어서 자잘한 구멍이 많은 것이 일반적이다. 암석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ㅋㅋ

jik20200117-05

처음 목적인 두루미를 만나서 재미있는 풍경을 즐겼기 때문에 한탄강 관광은 덤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야말로 '떡 본 김에 제사 지내고, 철원 온 김에 둘러 보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으니까 찬찬히 가보라는 관광지는 대략 둘러봐야지....

jik20200117-01

삼각대를 세워 보는 것은 장노출로 찍어 보려고 한 것인데, ND필터를 챙기지 않아서 결국은 실패를 한 셈이다. 다음에는 언제 쓰일지 모르는 필터도 하나 쯤은 챙겨갖고 다녀야 하겠다는 반성문이다.

jik20200117-06

이것이 '현무암 돌다리'이다. 뭐 별 것은 없다. 그냥 강을 가로지르라고 만들어 놓은 돌다리다.

중간에 연지님을 세워놓는 것은 가늠자이다. 규모를 가늠하는데는 뭔가 기준점이 있으면 훨씬 쉽기 때문이다.

jik20200117-08

렌즈를 10mm로 끼우고 싶어서 다시 차로 다녀오다가 연지님을 보니 사진 찍어 주는 줄 알고 손을 쳐든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한 장 찍었다. ㅋㅋㅋ

jik20200117-09

10mm의 마술이다. 돌다리가 엄청나게 넓어 보이는 마법이다.

jik20200117-11

뛰어라~~!!

jik20200117-07

물살이 볼만 하다. 흙탕물인 것이 아쉽긴 하지만 둘 다 구할 수는 없는 일이고, 물이 많은 것도 볼만해서 겨울한탄강의 폭우로 얻어진 이미지라고 생각하면 나름 괜찮다.

jik20200117-12

이어서 직탕폭포로 내려갔다. 돌다리에서는 폭포가 있는지 없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참 특이한 폭포이긴 하다.

jik20200117-17

폭우 덕분이다. 제대로 폭포를 만났으니깐.

jik20200117-18

이렇게 구경을 하고는 다음 코스로 이동이다.

 

2. 고석정(孤石亭)


직탕폭포에서 고석정도 매우 가깝다. 불과 6km남짓이다.

20200118_052602

고석정도 한탄강이다.

go20200117-01

지질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울릉도에서나 대청도에서나 감탄하게 만든 것은 암석들이다. 여기 한탄강에서도 현무암들의 잔치를 보게 되었다. 여름이라면 푸른 초목들과 함께 보면 더 운치가 있었겠다는 생각만 살짝 스쳐갔다. 모두가 칙칙하니깐. ㅎㅎ

go20200117-02

구조물들 사이로 한 사내가 힘을 쓰고 있다. 느낌으로 '임꺽정인가?' 싶었는데 역시나 그 사내이다.

go20200117-03

주먹으로 돌기둥을 부러트렸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문고리는 뭐지?

go20200117-14

임꺽정의 고향이 철원이었나?

go20200118-01

글자가 묻혀서 읽기가 불편하군. 대략 보니 고석정 일대에서 석성을 쌓고 활동했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그랬군.....

go20200117-13

장성에서는 홍길동을 만났었는데, 철원에서는 임꺽정이로구나. 모두 세월을 잘못 타서 한많은 삶과 부딪쳐야 했던 삶이다.

go20200117-05

경치 좋은 곳, 그러니까 물과 나무와 암석이 어우러진 곳에는 정자가 있어야 제격이다. 그에 따라서 정자 하나 지었으니 고석정이로군.

go20200117-06

몇 개의 나무계단을 내려가면 만나게 되는 정자 고석정이다.

go20200117-09

정자에서 바라보는 풍경이다. 철원에서는 겨울의 큰 행사로 '얼음길 트레킹'이 있다. 그리고 올 겨울에도 철원에서만 보여 줄 수가 있는 한탄강의 얼음길을 위해서 암벽에 물을 뿌려서 얼음벽까지 만들고 추워지기만을 기다렸는데 오라는 눈은 안 오고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일정에 큰 차질이 생기고 말았다는 이야기는 새벽에 강원뉴스에서 접했다. 얼음길을 걸으면서 암석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볼만 했겠는데 이번에는 인연이 아닌 모양이다. 그래서 또 다음을 기약할 이유를 하나 만들었다.

go20200117-10

강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보행로도 폭우로 사용이 중지되었단다.

go20200117-11

북한영역에서 폭우로 불어난 강물에 떠내려 온 얼음조각들이 부교(浮橋)에 부딪치는 소리가 촤르르~ 콰르르~ 한다. 계곡의 고요는 이렇게 해서 깨어진다.

go20200117-12

그렇게 산산조각이 난 얼음조각과 함께 고석정의 특이한 풍경을 보여 준다.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이 다음에는 두루미 평화타운이었는데 따로 소개를 할 것이 없어서 직원과 대화를 한 내용만 앞에서 언급했었다. 그러니까 헛된 길(예를 들면 백골부대의  상징을 찍겠다고.... 예능프로「뭉쳐야 찬다」에서 본 것을 담아본답시고....)을 돌아다닌 것도 생략한다.

철원 동송에서의 이틀째의 여정도 무사히 마무리 지었다.

 

3. 송대소(松臺沼)


sam20200117-03

첫날 저녁에 사 놨던 컵라면으로 아침을 해결할 요량이다. 얼큰한 국물로 어제의 노곤함을 쫓아내는 것으로는 그만이었다. 평소에는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집을 떠나면 이 정도의 아침으로도 고마워할 수도 있는 것이 여행이다. 음식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은 까닭이다. 물론 이른 아침이라는 것을 전제로 한다.

sam20200117-04

그리고 커피믹스 3개를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놓으면 휴대용 커피가 된다. 이렇게 하면 길 떠날 준비는 완료이다. 가방을 다시 꾸려서 차에 싣고는 출발을 한다.

sam20200117-05

원래 계획은 3박까지 잡았었는데 더 있어봐야 눈풍경을 볼 가능성이 없다고 봐서 하루 당겼다. 일정은 이런 것이다. 늘여놓은 일정을 줄일 수는 있지만 잡아 놓은 일정을 늘일 수는 없다. 그래서 항상 여유롭게 잡고 출발하는 셈이다.

sam20200117-01

낭월 : 참, 상품권은 철원에 두고 가야지?
연지 : 그래야죠.
낭월 : 시장 앞에 세워봐라. 뭐라도 바꿔와야지.
연지 : 사과도 좋고요. 
낭월 : 그래 알았다.

사실 뭘 사는데는 서투르다. 그래서 내심으로는 연지님이 사러 가기를 바랬지만 차에서 내리기 싫은 모양이다. 어쩔 수가 없이 내 몫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시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과일가게를 들어갔다.

여인 : 어서오세요.
낭월 : 귤 1만원어치 주세요.
여인 : 예~

아마도 방금 개봉을 했음직한 귤 박스에서 검은 봉지에 자꾸만 담고 또 담고 자꾸 담는다. 아니, 귤 1만원어치를 저렇게 많이 줘도 되나....

sam20200117-02

여행지에서는 귤이 최고이다. 칼이 없어도 먹을 수가 있는 것은 바나나와 귤인데 그 귤을 봉지에 가득 얻었다. 아이들 말로 '득템'이다. 연지님에게 칭찬을 듣겠군.... 잘 사왔다고 말이지....

연지 : 뭐 샀어?
낭월 : 귤~!
연지 : 아니, 1만원어치를 모두 귤로 샀어?
낭월 : 많이 주더라. 먹기 좋고 몸에도 좋은 귤 아이가.
연지 : 아니 뭐야? 겨우 그걸 만원 줬어?
낭월 : 뭐라카노? 이렇게 많이 주던데 여긴 최전방이라는 걸~!
연지 : 7천원이면 한 상자를 사는데 겨우 그거야?
낭월 : ..........

 

오늘 일진이 뭐냐? 왜 내게 이런 시련이 생기는 겨~ 그래서 입을 다물었다. 뭔가 크게 잘못 한 것 같은 느낌은 뭐지? 그냥 버릴 뻔한 것을 나름 생각해서 귤로 바꿔왔는데 그걸 구박하다니... 쳇, 쳇, 쳇...

연지 : 어디로 가?
낭월 : 좋은 곳~~ 

오는 말이 더러분데 가는 말이 고울리가 없다. ㅋㅋㅋㅋ

20200118_061359

송대소(松臺沼)는 직탕폭포 가까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갔던 길을 또 가고, 다시 갔던 길도 또 갔더라는 이야기이다. 그렇게 오락가락하면서 철원바닥을 누볐던 셈이다.

sam20200117-06

숨겨진 계곡이라는데 잘 모르던 계곡이라면 몰라도 숨겨지긴 뭘.... ㅋㅋㅋ

sam20200117-07

옆에서는 흔들다리를 공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런 장면은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여정에서의 역사가 되는 까닭이다. 앞으로 개통을 하고 나면 다시는 담을 수가 없는 풍경이니깐.

sam20200117-08

줄은 이어놨고.... 발판을 만들어야 할 순서인 모양이다. 그런데 저쪽 절벽에서 공사를 하는 사람들의 흔적이 아른거린다. 이런 때를 위해서 망원렌즈가 존재하는 것이지. 암.

sam20200117-09

앞으로 다리를 지탱할 힘을 여기에서 다 받아야 하는 모양이다. 일견 매우 튼튼해 보이는 기초공사가 열심히 진행되고 있었다.

sam20200117-10

이른 아침부터 날도 쌀쌀한데 수고들이 많은 모습도 한 장 남긴다. 근데 뒤의 벽이 왠지 부실해 보이네.... 암벽 맞아? 바위에 박아야 할텐데... 괜한 걱정도 해 본다.

sam20200117-11

기러기들이 고맙게 모델을 해 준다. 송대소이다.

sam20200117-12

암벽들.... 현무암이 맞나....?

sam20200117-13

여성 : 놀러 오셨는데 비가 너무 와서 어떡해요...
낭월 : 하늘의 뜻이니 어쩔 수가 없지요.
여성 : 부교도 잠겨서 통행을 못해요.
낭월 : 아, 해설사 님이시구나. 
여성 : 축제도 망치고 철원에 난리가 났어요.
낭월 : 축제는 언제부터 하나요?

여성 : 원래는 1월 11일부터 19일까지 인데 비가 와서 연기했죠.
낭월 : 그럼 언제부터 하는 거지요?
여성 : 1월 18일부터 27일까지로 미뤘어요.
낭월 : 기다렸던 행사라서 안타까움이 크시겠습니다.

주차장에 차를 대는데 옆차에서 내린 여성의 말이었다. 가슴에 달린 명패를 보니 해설사라는 것을 알 수가 있었는데 낭월에겐 그냥 폭우가 그들에겐 축제를 망친 엄청나게 나쁜 비였던 모양이다. 한탄강 얼음길을 진행할 수가 없어서 큰일이란다. 일단 18일로 연기를 한 모양이다. 그렇게라도 잘 되었으면 좋겠다.

sam20200117-14

석벽을 보니 과연 얼어붙은 강 위에서 감상하는 것도 겨울에만 가능한 진풍경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sam20200117-15

주상절리가 되다가 말았군....

sam20200117-16

차를 타고 조금만 이동하면 한반도 지형의 전망대가 있다. 또 뭔가.... 하고 지나는 길에 눈도장을 찍어 둔다.

sam20200117-17

한반도...? 물 한반도? 여튼... ㅋㅋㅋ

 

4. 삼부연(三釜淵) 폭포


20200118_062856

송대소에서 삼부연폭포는 15km이다. 제법 먼 거리인 셈이다. 그리고 한탄강에서도 벗어나는 곳인데 철원에서 가볼만 한 곳으로 되어 있어서 가는길에 들려 보기로 했다.

sam20200117-20

솟이 셋이 모여 있는 폭포라서 삼부연이라나.... 궁예 이야기도 있고.....

sam20200117-18

폭포다운 폭포이다.

sam20200117-19

다만 그냥 폭포다웠을 뿐이다. 여름에 물놀이를 할 것도 아니고 보면 그냥 지나가는 풍경 정도로 보면 되지 싶다.

sam20200117-21

그 위에는 옛날의 터널과 새로 뚫린 터널이 나란히 있는 것은 특이했다. 그래서 일없이 걸어서 통과해 봤다. 터널 천정의 고드름이 석회암 동굴의 종유석처럼 보이기도 했다.

 

5.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으로 가는 길에 눈에 띄는 이정표를 만났다.

meng20200118-01

"직진~!!"

협곡이라는 이름을 보고 방향이 바뀌었다. 멍우리....? 두들겨 맞아서 나타나는 흔적이 멍우리? 이름도 참.....

meng20200118-02

그러나, 들어가 보고서야 알았다. 차로 갈 곳이 아니라는 것을....

meng20200118-03

캠핑장이 있는 모양인데, 그렇게 한가롭게 놀이를 나온 사람들에게나 찾아 가볼 곳이었다.

meng20200118-04

구석구석 시설은 잘 해 놨다. 철원은 관광에 공을 많이 들였다.

meng20200118-06

여전히 한탄강이다.

meng20200118-08

한국의 그랜드케년? 그런 말은 할 필요가 없지.... ㅋㅋㅋ

meng20200118-07

역시, 멍우리협곡은 얼음길 코스였던 것으로. '괜히 들어왔어~' ㅠㅠ

 

6. 비둘기낭과 하늘다리


20200118_064208

멍우리협곡은 철원인데 비둘기낭은 포천이다.  이제 철원을 벗어난 셈이다.

bi20200117-01

이름이 비둘기낭이란다.

bi20200117-02

포천시라는 것을 떡~~

bi20200117-03

한탄강은 참 볼 것이 많다. 물론 폭포도 많고.....

bi20200117-04

드라마에 영화에 많은 촬영지였다는 표시도 붙어있다.

meng20200118-01

선덕여왕, 추노 등등....

ha20200118-01

비둘기낭 전망대에서 보면 하늘다리가 보인다.

bi20200117-05

걸어서 가기는 좀 먼 거리이다. 물론 차로 이동하면 금방이다.

bi20200117-06

그래서 건너갔다가 돌아 왔다.

bi20200117-07

내려다 보니 주상절리(柱狀節理), 아니 판상절리()가 예쁘다. 세로로 되면 주상이니 기둥모양이고, 가로로 되면 판상이니 널판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뭐니뭐니 해도 주상절리는 제주도 중문 가까이에 있는 지사께 해변의 주상절리지.... 요즘은 대포주상절리라고 하는 모양이더구먼시나. 관광지의 이름도 세월따라 바뀌니깐.... ㅎㅎ

한탄강으로 시작해서 한탄강으로 끝나는 철원 기행이 된 셈이군. 이 한탄강은 흘러서 임진강으로 합류가 되고, 임진강은 다시 한강을 만나서 하나가 되겠구나..... 그리고 다시 흘러서 서해로....

jib20200117-01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기흥휴게소에서 잠시 쉬었다가. 집으로 향했다.

jib20200117-03

그렇게 해가 다 빠질 무렵이 되어서야.

jib20200117-04

공주에 도착했다.

즐거운 철원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를 하거니와, 항상 그렇듯이 다시 또 가봐야 하겠다는 여운이 남는 여행이었던 것을 보면, 분명히 괜찮은 나들이였던 것으로 마무리 해야 하겠다. 올 여름엔 흑룡강성의 치치하얼로 가서 두루미가 알 품는 것이나 보고 올까? ㅋㅋㅋ

동행해 주신 벗님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