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기행②] 철원 가는 길

작성일
2020-01-11 05:47
조회
971

[철원기행②] 철원 가는 길


(여행일: 2020-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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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쏟아지던 빗줄기가 꺼끔하다. 은마(銀馬)는 달리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마부(馬婦)이신 연지님은 아직 준비도 덜 되었는데 낭월은 미리부터 시동을 걸어놓고 보채고 있다. 빨리 출발하면 오늘 중으로 두루미를 만날 수가 있겠다는 계산이 앞선 까닭이다. 10시에 출발할 계획인데 아직 6분이 남았다. 하긴, 정시에 출발만 해도 다행이지. 그걸 마저 까먹으려고 꿈지럭대는 모양이다. ㅎㅎ

"뭐하노~!"
"다 되었다."
"아직 안 나오고 뭐하노?"
"다 되었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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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안 나오니까 다시 들어가서 확인을 한다. 어련히 나올까 봐서... 에구 쯧쯧~!

금휘 : 재미있게 잘 다녀 오세요~!
연지 : 그래, 갔다 올께~
낭월 : 고양이들 밥은 좀 챙겨 주고~
금휘 : 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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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이 10시를 다 채우고서야 출발을 했다. 물론 '중간에 지갑을 두고 출발하셔서 다시 차를 돌리고 금휘가 배달하느라고 바빴다'는 이야기는 안 할 참이라고 하면서 다 했군. 늘 챙겨도 뭔가는 빠지기도 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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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까지는 250km도 안 되네 뭘. 일로북향(一路北向)이다. 목적지는 오늘 밤에 머물 숙소이다. 먼저번에 창원에서 연지님이 소음으로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하는 바람에 큰길가는 제외하고 찾았는데, 특히 '담배냄새'를 주의하라는 후기를 눈여겨 봤다. 휴가나온 장병들이 연초를 얼마나 태워대는지 담배향이 가득했더라는 어느 여행자의 이야기는 신경써서 봐야 했다.

'탄토모텔이 다 좋은데 103호실은 피하세요. 밤새 물소리가 나요.'

탄토모텔을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이다. 몇 개의 숙소를 후보로 올려놓고 꼼꼼하게 살폈다. 여행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뭘까? 맛있는 먹거리라고? 아직 '덜여행자'다. 아늑한 잠자리라고? 맞다. 잠은 여행 중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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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압축한 후보의 숙소들을 카톡으로 저장해 놓는다. 만약에 객실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서이다. '만사불여준비'라지 않은가 말이다. 알 수 없는 곳으로 가면서 잠자리에 대한 변수를 먼저 생각하다가 보면 자연히 이렇게 된다.

그래서 욕조가 있고, 뜨거운 물이 있고, 조용한 환경이 있는 곳이면 충분하다. 먹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물론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 벗님도 있으실게다. 그냥 낭월의 생각이라고 해야 할 모양이기는 하지만 잠농사는 여행객이 첫째로 살펴야 할 항목임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ㅎㅎ

'잠이 그렇게 중요하냐?'고? 물론이다. 여행을 좀 해봤다는 경험자는 누구나 알 수가 있는 음양의 이치일 따름이다. 머리만 붙이면 바로 잠으로 빠져드는 낭월은 그래도 덜 하지만 좀 예민한 연지님과 동행을 하니까 더 신경을 쓰는 것이기도 하다. 연지님의 컨디션이 낭월의 여행컨디션이기 때문이다. 잘 재워드리고, 잘 먹여 드리고, 그 다음에 비로소 잘 구경하면 완벽한 여정(旅程)이 된다.

깊은 잠은 활발한 하루를 보장하고,
설친 잠은 맥풀린 하루를 보장한다.

'휴식도 일이다'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당연하지. 잘 쉬지 못하면 잘 놀 수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구경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잠은 아무렇게나 생각하는 사람도 가끔은 있다. 그래서 여행을 가서는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다음 날에 비몽사몽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여행객은 아마도..... 제대로 기억에 남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론은 잘 자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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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철원이 몇발이나 된다고 「철원가는 길」로 한꼭지를 쓰겠다는 속셈인가' 싶은 벗님도 계실게다. 그래도 끄떡도 않는 낭월이다. 철원에 대해서 공부를 할 것이 많을텐데 그냥 '3시간을 달려서 철원에 도착했다.'라고만 쓰기에는 '사진기행'에 어울리지 않는다.

다만, 지루하신 벗님은 그냥 휘리릭~ 훑으시면 될 일이니 그건 낭월의 알 바가 아니다. 그보다도 철원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싶은 (사랑하는)식신형 벗님들을 위해서, 그리고 낭월의 알찬 여행을 위해서일 따름이다. 1편에서 두루미에 대한 공부를 했으니 2편에서는 철원에 대한 공부를 하는 것이야 당연한 일인 것을 말이다. 이나 저나 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노느니 철원공부라도 하면서 가자는 이야기이다.

우선 지리적인 철원(鐵原)에 대해서 부터 살펴봐야지. 평소에는 별로 생각을 할 일이 없는 철원이지만 막상 목적지가 되고 나니까 좀더 알아봐야 하겠다는 지식욕구가 뭉클뭉클 솟아난다. 이런 때에 찾아보라고 있는 것이 지식백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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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의 새가 두루미였군. 당연하다는 생각으로 끄덕끄덕~ 잣나무도 이해가 되네. 북방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이니까. 인구는 5만이 채 안 되는 구나. 지도.....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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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의 행정구역을 보니 중국지도와 흡사하구먼. 길쭉하게 동으로 뻗은 것은 김화군의 남한 부분을 철원군으로 편입해서 생긴 형상이다. 그러니까 현재의 철원 군은 분단 이전의 철원군과 김화군의 남한 부분을 묶어서 철원군이 된 것이다. 김화도 철원도 두동강이 난 지형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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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은 이렇게 생겼구나. 그래서 4읍7면이라는 것도 지나는 길에 적어 놓는다. 철원읍, 동송읍, 갈말읍은 원래의 철원이었고, 김화읍, 근북면, 서면부터 동쪽은 김화군의 영역이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북한의 철원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까 그것도 궁금해져서 지도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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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지형이 휴전선 이북의 철원군이다. 남한은 김화를 붙여서 동서로 길쭉하게 되어 있는 것에 반해서 북쪽은 김화군이 따로 있어서 형태가 사자머리를 하고 있다. 휴전선이 중간을 자르고 지나갔군. 그렇다면 지리적인 철원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적인 철원으로 넘어가게 된다. 휴전선과 삼팔선의 인연이 처절하게 진행되었던 곳이기도 한 철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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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쳐박아 뒀던 지도책도 쓸모가 있다. 인터넷 지도에서는 경위선이 표시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철원에 해당하는 영역을 들여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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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군의 북한과 남한의 영역이 잘 나와있다. 확실히 경계선이 기형적으로 생긴 것이 맞네. 정치적으로 이념적으로 나뉘어진 흔적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림이다. 그나저나 이런 지도는 어디에서 구입했느냐고? 안 물어 봤다고? 그래서 물어봐 달란 말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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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쓸 일이 있지 싶어서 사 둔 지도책이다. 왜 샀느냐면 묘향산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이다. 자유관광의 문이 열리면 제1순으로 신청하려고 잔뜩 기다리고 있는데.... 점점 그 문이 닫혀가고 있는 것도 같고..... 아직 잘 모르겠지만 때가 되면 움직이려고 준비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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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묘향산은 평안북도와 자강도의 남쪽 경계선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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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가 되면 가 보는 거지만 아직은 기약이 없군.... 또 엇길이다. 철원은 언제 가노?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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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과 삼팔선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그림이 있어서 다행이다. 소련과 미국이 판문점의 탁상에 앉아서 30분만에 잘라버린 남북이 38도선이다. 그 바람에 철원과 속초 양양은 고스란히 북한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대신에 개성은 남한으로 들어왔다. 아마도 땅굴의 표시를 위해서 그린 그림이었던 모양이다. 아무렇거나 이렇게 사용하면 된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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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그림에서 나타난 북철원과 남철원이 더 명료해 보인다. 북쪽과 남쪽으로 인접한 지역끼리 연결도로를 만들자는 설명에 덧붙여진 그림이다. 아마 맘대로 잘 되진 않을 것으로 짐작만 해 본다. 한국의 현대사를 관통하고 있는 철원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충분하지 싶다. 다음엔 타임머신을 타고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어떨까...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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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원을 뒤지니까 궁예(弓裔)가 등장을 한다. 궁예를 떠올리면 탈렌트 김영철이 떠오른다. 드라마『태조왕건』의 영향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궁예와 철원은 어떻게 연결이 될 수 있을지 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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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고려에 묻혀서 희석되어버린 궁예를 이렇게 철원 여행을 통해서 다시 확인하고 되살려 본다. 궁예의 영토가 이 정도였었구나.... 의외네..... 그러니까 처음에는 고구려의 후예임을 의미해서 고려(高麗)로 했다가 후에 '마진(마한-고구려+진한-신라)'을 거쳐서 '태봉(泰封)'으로 자리를 잡았더란다. 후세의 역사가들이 왕건의 '고려'와 구분하기 위해서 '후고구려'라고 했다는 말도 전한다. 마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처럼 신라가 쪼그라들면서 지도는 크게 달라졌던 모양이다. 웅주까지도 태봉의 영역이었다면 공주를 포함했다는 이야기잖아? 대단했었네. 철원의 북쪽인 평양 바로 아래까지부터 공주와 상주를 경계로 했다니 생각보다 큰 힘을 갖고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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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인지는 모르지만, 그놈의 관심법 때문에 결국은 망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은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약간의 능력을 갖고 나대다가 보면 자기의 최면에 걸려서 나라도 망치고 자신도 망친다는 교훈을 남긴 것으로 보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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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철원에 있었던 태봉의 도성이다. 규모가 경복궁은 저리가라고 해야 할 모양이다.  철원의 역사에는 이러한 흔적도 있었구나.... 그나저나 그 불편한 철원에 자리를 잡은 궁예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후백제를 세운 견훤()과도 치열하게 싸웠던 모양이다. 견훤의 묘는 논산 연무대 부근에 있는 것을 예전에 한 번 들러 봤던 적이 있는데 왕릉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아쉬운 모습인데 아마도 망한 나라의 군주라서 그렇겠거니 했는데 태봉의 지도를 보니까 새삼스럽게 '견훤왕의 능이나 한 번 더 가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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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가 쉬지도 않고 퍼붓는다. 두 사람이 북을 향해서 길을 간다. 그리고 두 사람의 생각은 각각이다. 한 생각은 '웬놈의 비가 이리도 오나....'일테고, 또 한 생각은 '아싸~ 여기는 비가 되지만 철원에 가면 눈으로 변할 껴~'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생각을 속으로만 간직하고서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북으로 북으로 치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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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싶은 것만 믿는게 맞다. 낭월은 이 뉴스를 믿기로 했다. 오늘 밤부터 폭설이 내릴 예정이라는 복음을 들었기 때문에 아무리 비가 쏟아져도 그것이 눈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룰루~랄라~'를 할 수가 있었던 것이다. 다 믿는 구석은 있기 마련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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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도로는 얼어붙지 않아서 다행이다. 감속하면서 빨리 가기도 해야 한다. 그 중간 어디쯤에서 우리 차는 열심히 달리고 있을 게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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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중간에서 심심풀이 삼아서 카메라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다. '판소리 명창은 하루를 노래하지 않으면 자신이 알고, 삼일을 노래하지 않으면 관객이 안다'고 했던가? '사진가는 하루를 카메라와 가까이 하지 않으면 손이 알고, 삼일을 카메라와 떨어져 있으면 사진이 안다'고 했다. 누가? 그야 모르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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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수시로 스쳐지나는 풍경이라도 담아 보는 것은 꼭 사진이 중요해서만은 아니다. 이러한 풍경도 때로는 요긴하게 쓰일 수도 있으므로 '노느니 사진찍기'이다. 이미 길눈이 밝으신 벗님은 정보도 보일게다. 죽전휴게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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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내휴게소는 낯설군. 서울을 벗어났다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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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쉬어서 점심이나 먹고 가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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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음산하고 비까지 쏟아지니 메뉴는 뭐가 좋으냐고 물을 필요도 없다. 눈에 띄는 대로 교동짬뽕으로 합의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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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교동 짬뽕이란다. 분점인 모양이다. 강릉에 가면 본점의 맛을 볼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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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은 좀 흉칙(?)해 보여도 맛은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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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뚝딱~!! 짬뽕 한 그릇을 비우고 다시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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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소흘분기점? 문득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아련하게 떠오르는 추억 조각 하나가 있었구나....

낭월 : 연지야, 소흘에서 살던 시절이 생각나나?
연지 : 소흘에서 살았었나?
낭월 : 아, 옛날에 포천에서 살았었잖아?
연지 : 그게 소흘이었던가는 잊어버렸네.
낭월 : 아, 어머니랑 이동막걸리에 취해서는...
연지 : 그랬었나?
낭월 : 퇴근한 내게 밥을 하라고 했잖여.
연지 : 기억에 없는데. 호호~!
낭월 : 그때가 언제였지?
연지 : 모르지. 찾아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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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9월 30일에 전입을 했던 모양이다. 벌써 30년 전의 이야기였구나. 참 세월도 많이 흘렀다. 그러니까 떠돌이 시절의 거의 막바지를 포천까지 와서 살았었다. 그러다가 경산으로 갔고, 다시 어찌어찌 해서 논산까지 흘러왔으니..... 그 시절의 풍경이 조각이 난 채로 기억의 강을 떠다닌다.

그 해는 기사년(己巳年)이었구나. 무진(戊辰)과 더불어 빈곤의 극을 치닫고 있었던 시절이다. 어머니께서 식당 일을 봐주시고 얻어 온 누룽지를 끓여먹던 시절이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도 삶은 누룽지는 먹기 싫었던 모양이다. 세월이 흘러가니 역사가 된다.

연암 선생은 북경으로 가면서 '하룻밤에 아홉의 강을 건넜다(一夜九渡河)'지만 낭월도 5개월 동안에 이삿짐을 세 번 쌌다는 것은 그에 못지 않은 여정이었다고 봐도 되지 싶다. 식솔들과 함께 이삿짐을 꾸리다 보니까 짐을 싸는데는 도가 텄는데 이제는 써먹을 곳이 없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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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번 고속도로의 끝인 신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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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훈련하다가 다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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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가 점점 많아진다. 그야말로 '최전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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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송시외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자리한 탄토모텔에 잘 도착했다. 날씨 때문이었는지 네 시간이 더 걸렸군. 그야 아무렴 워뗘! 무사이 목적지에 잘 도착했다는 것이 중요할 따름이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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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103호가 아니다. 203호로군. 어서 짐을 풀어야지. 시간은 아직 여유가 있다. 서두르면 어두워지기 전에 두루미를 만날 수가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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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은 수수하다. 있을 것은 기본적으로 다 있다. 적어도 동송읍에서는 일류급이라고 했는데 과연 그만하면 며칠 묵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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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 풍경도 한가로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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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보기 어려운 비치품도 보인다. 육개장 사발면과 검은 양말 한 켤레이다. 이게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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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한 국군 장병을 위한 모텔 쥔장의 배려인 모양이다. 군화 속의 땀내 나는 양말도 갈아신고, 허기진 배는 컵라면으로 달래라는 뜻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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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옮기고는 물을 끓여서 믹스커피 한 잔 마셨다. 그리고는 서둘러서 길을 나섰다. 1층에 내려가니 주인장 아저씨가 앞을 서성인다.

낭월 : 하루 묵게 되었습니다.
쥔장 : 잘 오셨네요. 편히 쉬세요.
낭월 : 그런데,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쥔장 : 뭡니까?
낭월 : 모텔 이름이 왜 탄토인가 해서요.
쥔장 : 별 뜻 없어요.
낭월 : 예사롭지 않아서 무슨 뜻이 있나 싶었지요.
쥔징 : (원 별 것을 다 묻는다는 듯....) 그냥 지은 겁니다.
낭월 :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영어로 검색을 해 보니까 tanto는 '지나치게, 너무, 그렇게' 등의 부사로 된 뜻이란다. 다시 연결을 시켜봐도 좀 어색하기는 하다. 지나친모텔, 너무모텔, 그렇게모텔... 거 참.... 문득 여우와 지네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괜히 편히 잘 살고 있는 쥔장에게 탄토의 뜻을 묻는 바람에 오늘 저녁 쥔장은 또 그것을 생각하느라고 잠이라도 못자면 우짜노 말이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