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중국⑥] 승덕에서

작성일
2019-12-24 10:23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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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는 말씀입니다. 본 여행은 2004년에 가족들끼리 배낭여행을 떠났던 중국의 북부여행입니다. 낭월한담의 목록을 만들다가 번호가 빠진 여행기가 있어서 사진기행으로 옮기면서 당시의 컴퓨터 환경을 생각해서 작은 사진으로 올렸던 것을 필름을 스캔한 이미지로 바꿨습니다. 당시의 분위기나 느껴보는 용도로 참고하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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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중국⑥] 승덕에서 왕휘앤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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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여곡절 끝에 피서산장이 있는 승덕 터미널에 도착을 했다. 여기에서는 아는 중국사람을 만나게 된다. 갑천하중국어학원의 선생이었던 왕휘앤이다.

seng20191224-06[터미널의 승덕시 소개, 녹색부분이 피서산장이다.]


seng20191224-05[지옥에서 관음보살을 만나면 저만큼 반가워하겠지... 왕휘앤과 통화된 순간.]

승덕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안내를 해 준 곳으로 도착을 하니, 길가에 왕휘앤(王慧硏)이 소박한 원피스를 입고 기다리고 있으면서도 우릴 몰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승복을 입은 낭월만 봐 왔기 때문에 이미지가 떠오르지 않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퍼떡 들었다. 그래서 불렀다.
seng20191224-04[좋아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왼쪽이 왕휘앤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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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에 다닐 적에는 왕라오스(王老師)라고 했는데 학원의 인연과 별도로 친분이 깊어지면서 거추장스러운 선생님은 떼고 그냥 이름을 부르게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인과는 불과 2일 차라고 하는 생일을 갖고 있어서 둘은 더욱 잘 통하는 모양이다.

마음도 착하고, 영리하며 가르치는 것이 천성이라서 발음을 좋게 해주는데 많은 애를 써 줬는데, 마침 그녀의 고향집이 승덕인지라 이번 여행에서 피서산장을 보기 위함과 다시 만나기 위한 기회로 맞물리게 되었던 것이다. 각설하고, 왕휘앤은 우리 일행을 ‘皇宮飯店’이라고 적힌 호텔 앞으로 데리고 가서는 문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말 했다.

“피아오씨앤쎵 니먼또우 슈어한궈위 뿌커이 찌다오마?”
“웨이쎤머?”
“쩌거핀관 와이궈런쭈쑤뿌커넝 쑤어이워 하우샹중궈런 밍빠이마?”
“오우, 워밍빠이, (일행을 돌아보며) 여러분 모두 호텔에서는 말을 하면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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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가 하시겠다. 낭월이 써 놓고 봐도 정말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해석을 하면 이렇다.

“박선생 모두 한국말 하면 안 돼요 알았어요?”
“왜 그래?”
“이 호텔은 외국인이 투숙하는 것은 불가능해요. 그래서 우리는 중국사람 처럼 보여야 한단 말이예요. 잘 알겠어요?”
“아, 잘 알았어요.”

이런 뜻이다. 사실 외국인은 모두 별 세 개 이상급의 호텔에서 묵어야 하며 그 외의 하급 호텔에서는 불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왕휘앤이 비용절감을 위해서 지금 일종의 작전에 돌입한 모양이다. 적어도 두 밤을 자야 하기 때문에 그것은 적지 않은 경비 절감이 되는 셈이기도 했다. 로비에서 조용하게 수속이 끝나더락 기다렸다. 그리고 2층으로 잡힌 방에 올라가서야 비로소 또 반가운 인사를 나눴다. 상당히 저렴하게 잡은 모양이다. 그래도 휴식을 취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우선 점심 먹으러 가요. 모두 배 고파요.”
“오, 알았어요. 뭘 좋아해요?”
“왕휘앤이 추전하는 것이면 뭐든지 좋아요. 맛있는 곳으로 가요.”
“알았어요. 그럼 모두 가시도록 해요.”


아마도 중국말로 그렇게 했으리라고 짐작들 하셨을 테지만, 천만에, 여기에서는 한국말로 했다 사실 한국에서 2년 머무는 동안에 우리와 한국어에 대해서도 시간을 많이 가졌고, 그래서 우린 한국어 선생노릇을 한 셈이기도 했다. 그래서 한국말로 하니 무엇보다도 아이들의 귀가 편안한 모양이다. 여기서 우리라고 하는 것은 화인과 낭월을 말한다. 같이 학원에 다녔기 때문이다.


낮선 땅에서 아는 사람의 안내를 받는 것은 참으로 편안하고 즐거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다. 한국말로 물으면 한국말로 대답하고, 물론 실력은 좀 어설픈 것이 사실이다. 우리의 중국말보다도 조금 떨어진다고 보시면 틀림없을게다. 그래도 모처럼 한국말을 연습 삼아 말하는 왕휘앤도 즐겁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북경오리 집에서 여러 가지를 시켜 먹었지만 가격은 의외로 저렴했다. 아마도 학교 다니면서 많이 이용한 것이 아닐까 싶었는데, 실은 자신도 처음 오는 곳이고,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모두 이 집을 이야기 하기에 손님이 오면 함께 오려고 생각을 했더란다.


시중을 드는 아가씨들도 예뻤다. 왕휘앤에게 한국인이라는 말을 듣고는 놀라는 표정이다. 우리의 중국어 실력이 그런대로 괜찮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녀가 우리의 한위(漢語) 선생님이라고 말했더니 존경의 눈빛으로 바라다본다. 능히 이야기를 하는데 불편함이 없었다고 해야 하겠고, 근사한 통역(?)도 있으니 불편할 리가 만무했다. 일단 오늘은 늦어서 관광은 내일 아침에 하기로 하고 쉬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 그러기에 우선 사이트가 궁금해서 피시방으로 가자고 했더니 알았다고 한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는 드디어 피시방으로 찾아갔다. 한참 걸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이노무 피시방이 외국어를 설치하도록 용납하지 않는 거다. 낭월닷컴을 찾아냈지만 글자가 보이지 않으니 글을 올릴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도 덩달아서 난감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경덕이가 뭘 하나 다운 받아 보더니만 속도도 엄청 느리다고 한다. 길가의 광고판에는 'ADSL'이 보였는데, 피시방의 상황은 아마도 빠르지 않은 것으로 확인만 하고 10여분 해보다가 나왔다.


그래도 노력은 했다는 것을 벗님들께서 알아주시기 바란다. 특히 낭월학당 지부장님들께서도 많이 궁금하셨을테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나중에 한국어가 되는 컴퓨터를 만나면 안부를 전하기로 했는데 여행을 마치도록 그러한 기회는 오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편안한(왜 그리 마음이 편한지...)마음으로 사이트에 대해서는 모두 잊어버렸다.


seng20191224-16[돌아다니다가 보면 이렇게 모여서 부채춤을 추면서 노는 장면도 만난다.]

과일을 사먹자고 큰 가게로 갔다. 이마트처럼 대형마트인데, 반갑게도 두리안도 있었다. 그래서 한 알 사고, 기타의 과일들과 술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서 즐거운 저녁을 맞이하고 휴식을 취했다. 왕휘앤은 돌아가서 쉬고 내일 아침에 7시까지 오기로 하고 떠났다.
seng20191224-19[두리안은 저절로 벌어진다. 도향선생님의 표정을 보면 요 과일의 맛이 어떨지 짐작이 되고도 남으실게다. 정말 향기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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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식으로 먹은 두리안 하나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seng20191224-21[승덕의 저렴한 호텔에서 분주했던 하루를 마감한다.]

 

6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