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⑦ 한반도 지형

작성일
2019-10-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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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⑦ 한반도 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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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칼날을 걷는 듯한 느낌의 산책로이다. 시야가 툭 터져서 만고에 시원한 것이 언제라도 걸을 수가 있을 것 같은 풍경이다. 좌해우항(左海右港)이다. 왼쪽으로 펼쳐진 바다도 좋고 오른쪽으로 오손도손 펼쳐진 포구의 풍경도 좋아서 아마도 앞으로 가끔은 여기가 생각나지 싶다. 공치산을 지나면 다소 급한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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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에 엉켜 붙은 덩굴이 눈에 들어와서 한 장 담아 둔다. 또 언제 요긴하게 쓰일지 모르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가령 을경합(乙庚合)을 누군가 물으면 참고하라고 덩굴과 바위의 결합을 보여 줄 수도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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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들이 아침부터 속속 입항하고 있다. 피항(避航)하는 어선들이다. 오늘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녁엔 또 어떤 어청도항의 풍경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중국의 어선도 들어오면 그것도 재미있겠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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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군산항에서 여객선이 출항하지 않는다'는 어청도 이장의 방송이 들렸다. 오늘 나갈 예정이었던 사람들은 발이 묶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낭월도 자의반 타의반 갇히게 되었다. 이것은 이미 익숙하다. 대청도에서도 풍랑으로 인해서 하루 더 머물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섬의 여행은 그래서 또 재미있다. 물론 낭월의 예산에는 오늘 배를 탈 생각은 없었는데 바람신께서 그 뜻을 이뤄주시는게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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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의 특별한 가치 중에 하나는 풍랑을 피해서 어선들이 들어올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청도를 벗어나면 망망대해이다. 의지를 할 곳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이다. 자세히 보면 어청도항의 제방이 특이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러한 형태로 되어있는 항구는 처음 보는 까닭이다. 가령 외연도의 제방은 이렇게 겹으로 되어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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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항의 아침 풍경이다. 이렇게 바다와 항의 사이에 제방이 있고 서로 터져있는 풍경이며, 대부분의 항구는 이와 같은 모습으로 되어 있다. 그런데 어청도는 얼마나 풍랑이 거센지를 제방만 봐도 대략 짐작이 된다. 겹으로 된 제방은 풍랑의 진입을 막기 위해서는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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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위치는 한반도지형관측지란다. 미리 살펴본 어청도관련 자료에서도 등장을 해서 대략 짐작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특별히 10mm렌즈를 챙겨봤다. 드넓은 화각으로 보면 어떤 그림이 될 것인지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안내판이 태풍에 넘어갔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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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복구를 못했는지  쇠 파이프로 넘어가는 것을 응급처치 해 놓은 것이 보였다. 이런 것은 그냥 그때는 그랬다는 의미로 찍어보는 사진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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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측지에서 앞을 바라보면 대략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될 정도의 풍경이 보인다. 한반도의 북부지방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나타난다. 다만 목의 부분이 너무 가늘어서 좀 어색하다. 그래서 그 자리보다는 조금 더 내려가서 봐야 그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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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한발 하다가 보니 언덕을 거의 다 내려왔다. 이제 그림이 좀 그럴싸 한가? 그래도 뭔가 어색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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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m렌즈로 담아본다. 어청도항의 풍경까지도 포함이 되는 구나.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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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쪽의 풍경은 이렇게 나온다. 그야말로 어청도항을 감싸고 있는 좌청룡의 혈자리가 제대로 그 역할을 완수하고 있다. 그래서 어청도가 명당이 되는 모양이다. 이러한 형태는 온전히 항구를 만들기에 최적의 환경으로 활용을 할 수가 있는 구조이다. 기묘한 모습이기도 하다. 더구나 덤으로 한반도 풍경까지 보여주니 더 재미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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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영월의 서강에도 있다. 2016년도에 갔을 적에 본 풍경이 떠오른다. 영월의 한반도는 산중풍경이고, 어청도의 한반도는 바다풍경이다. 대한민국은 바다를 끼고 있으니 어청도의 풍경이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겠다. 당시에는 16-35렌즈로 찍었었군. 그런데 뭐한다고 조리개를 F22까지 조였는지 모를 일이군. 풍경은 조여야 한다는 생각만으로 그랬지 싶다. 그러다 보니까 센서에 붙은 먼지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그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요즘은 적당히 조여도 된다는 것을 알고는 센서의 먼지로부터 거의 벗어났으니 그것도 발전이라면 발전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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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시야가 툭 터져서 시원한 것이 좋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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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도는 여전히 안개속에서 뿌연 모습으로 보인다. 아쉬운 장면이다. 물결은 점점 거세지고 하얀 파도의 포말이 부서지는 것도 점점 거칠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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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쪽에는 나무도 한 그루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민둥산으로 바람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 어청도의 사연을 보여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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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들어오던 배에서 봤던 항내의 바위는 저것이었구나. 마치 단양의 도담삼봉을 떠오르게 하는 모습으로 옹기종기 모여서 운치를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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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봐도 낮은 능선인데 그곳에 가보니 이렇게도 허물어진 낭떠러지의 형태로 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언젠가는 서로 떨어져서 또 하나의 섬이 되는 것이 아닐까 싶은 세월감을 떠올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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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시각각으로 잠시도 멈추지 않는 거센 파도들이 몰아쳐대니 바위도 견딜 재간이 없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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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 걸어온 길을 돌아다본다. 이제 슬슬 아침을 먹으러 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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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목넘쉼터다. 여름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면 천하의 명당이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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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넘쉼터까지 왔으니 바닷가의 풍경도 좀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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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를 지키고 있는 바위들이 고생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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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십만 년은 거뜬하지 싶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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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구름으로 덮여있고 바다는 더욱 짙푸른 색으로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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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아침에는 맑은 풍경이 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을 담아두고 발길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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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연도의 포구 안의 풍경이 어떠한지는 이미 작년에 담아놓은 기억 속에 고스란히 잠자고 있어서 언제라도 꺼내 볼 수가 있으니 또한 외연열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택한 어청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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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산책로와 연결이 되는 목넘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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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을 직통으로 훑고 지나간 링링의 영향은 어청도의 구석구석에 그 상처를 남겼다. 아마도 고목이 바람에 쓰러지면서 계단의 난간을 덮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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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내의 물이 얼마나 맑은지 어청도(於淸島)라는 말이 실감난다. 아, 맑을 청이 푸를 청으로 바뀌었구나. '물이 맑아 어청도'라는 말은 바꿔야지. '물이 맑은 어청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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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의 암석이 맥을 이루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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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구간의 나머지인 동방파제는 오후에 연지님이랑 가볼 요량이다. 물론 가기 싫다고 하면 또 혼자서 가보면 된다. 특이한 어청도의 방파제이므로 끝까지 가봐야 한다는 생각이 숙제처럼 저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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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선을 따라서 만들어 놓은 산책길이 멋지다. 이렇게 해 놓는 것조차도 환경파괴라고 할는지는 모르겠지만 환경도 즐기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길이 없으면 만들면 된다. 중국의 잔도들을 보면서 과연 자연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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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지다. 태곳적부터 그래왔을 풍경들을 보면서 산책할 수가 있는 길이 집 근처에 있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도 이런 경우에는 생긴다. 그렇다고 어청도에서 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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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에는 이렇게 동그라미도 만들었다. 여유가 만만이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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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에도 다섯 시간의 사진놀이를 즐겼으니 수지가 맞았다. 더구나 하루가 더 주어졌으니 더욱 고마울 따름이다. 봉수대도 가보고 내일 새벽에는 하늘의 상황에 따라서 별이랑 놀아보려고 그 자리도 봐 뒀다. 팔각정 아래의 바위이다. 외연도를 찍은 위치에서 새벽에 별과 놀면 되겠다는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물론 하늘이 돕지 않으면 새벽의 타임랩스로 전환하면 될 것이고, 일찌감치 잠이 깬다면, 천문박명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별과 놀다가 새벽의 태양과 놀아도 될 것이다. 이렇게 훑어보면서 다음의 계획까지도 세우면서 지나간다. 아침을 먹고는  쉬어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