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③ 어청도 가는 길

작성일
2019-10-08 17:46
조회
853

어청도③ 어청도 가는 길


 

 

e20191008-02

연도를 떠난 어청호는 다시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운항을 계속한다.

e20191008-01

통로에 쌓여있던 보따리들은 연도항에서 모두 하선을 하고 말끔해졌다. 이제 1시간 반만 달리면 작년부터 보고 싶었던 어청도에 도달하게 된다.

e20191008-03

파도는 더욱 거세지고 풍경은 망망하다.

e20191008-04

어선이 지나간다. 이름을 보니 어청도의 성복호인가 보다. 어청도에 적을 두고 고기를 잡으러 나온 모양인데 파도가 넘실대니 낙엽처럼 요동을 친다.

e20191008-05

아무래도 바다의 풍경이 심상치 않다. 그럼에도 파도가 더 거세지기를 은근히 바라는 마음이 생기는 것은 또 뭐냐? 멋진 파도 사진을 담고 싶은 생각이 그 안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꾸만 파도가 흩날려서 렌즈에 소금이 생기는 것을 감수하면서도 다가간다. 귀가하면 필히 카메라는 물행주질을 쳐야 할 모양이다.

e20191008-06

그런데.... 갑자기 수평선이 안 보인다. 시계가 많이 짧아졌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맞아, 이게 어청도 가는 길이지.

e20191008-07

어청도 전설에 의하면, 중국 제나라의 전횡일행이 피신하려고 배에 500명이 타고서 동해(중국기준)로 출발했는데 오랜 시간 후에 안갯속에서 갑자기 푸른 섬이 하나 나타났더란다. 그래서 어느 사람이 외쳤다지.

"於靑島(저기 푸른 섬이다)~~!!"

망망대해에서 풍랑과 폭풍우를 견디면서 육지를 찾았는데 안갯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섬이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싶다. 그래서 어청도에는 산동성의 이야기가 자꾸만 묻어 나온다. 제나라는 산동성에 있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해서는 외연도 편에서 나름 상세히 자료를 찾아서 정리했으니 벗님은 참고하시기 바란다.

e20191008-08

그런데, 낭월이 보기에 청도(靑島)는 중국의 산동성에 있는 '칭다오(靑島)'를 말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완전히 같은 글자이다. 그러면 이렇게 되겠지...

"와! 칭다오다~!"

왜? 억지라고 생각이 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청도라니, 이것도 묘하다면 묘한 일이 아니겠느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는 것이잖은가? 아마도 이런 황당한 생각을 한 사람은 낭월만은 아닐걸? 아니, 낭월이나 그런 생각하지 누가 그런 씨잘데 없는 생각을 하겠느냐고? 뭐.... 그럴 수도 있고... ㅋㅋㅋ

e20191008-09

그나저나.... 해무가 너무 심하다. 이등항해사 낭자도 바삐 배의 앞으로 왔다갔다를 반복한다. 아무래도 바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만약에 지나가는 배와 충돌을 하게 된다면? 그러면....

'짙은 안개로 인해서 어청도로 향하던 여객선이 충돌, 아니 침몰했습니다.'

그래 침몰이 낫겠다. 저녁 뉴스에 머리기사로 나오겠구나. 상상력이 풍부해서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도 생각한다는 것이 좀 번잡스럽기는 하다. 그러나 지금 바다의 풍경을 본다면 그럴 가능성은 이미 충분하다고 해도 될 정도이다.

e20191008-10

낭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니 낭월도 아주 쪼오끔 긴장이 되기는 한다. 어청도는 안갯속으로 사라지고 없다.

e20191008-11

만약에 무슨 이벤트가 일어난다면? 찍어야지~! 암. 놓치면 안 되지. 해군함과 충돌한다면? 그래도 찍어야지. 재미있잖여. 아직 물에 빠진다고 해도 죽을 정도의 수온은 아닌 것이 천만다행이다. 그런데 연지님은? 에구~~ 그런 상황이 생기면, 카메라냐 연지님이냐를 선택해야 할 수도 있겠다. 그 짧은 순간에 메모리카드라도 뽑을 시간이 있으려나...?

e20191008-16

일등항해사(왼쪽의 아저씨를 그렇게 부르기로 함)까지 뱃머리에 등장하셨다. 큰일이다. 어청도에 도착할 시간은 각일각 다가오는데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일등항해사 : 아이구~ 심해도 너무 심하구마이라~!
이등항해사 : 시계가 영(0)이예요. 어디쯤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시계(視界)가 영이라는 말을 듣고서 이등항해사라고 하기로 했던 것이다. 만약에 '암것도 안 보여요.'라고 했으면 그냥 선원이라고 했을 게다. ㅎㅎㅎ

e20191008-18

순간, 뭔가 언뜻 보였던 것도 같다. 저 멀리 희끄무레한 것이 혹 어청도일까? 안갯속에서 섬이 나타나기를 바랐는데 이건 좀 심하다. 안개님께서 소원을 들어주신 것은 좋은데, 너무 후하게 들어주셔서 안개를 조절해 주지 못하셨나 싶기도 하다. 기대했던 풍경이 이것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e20191008-19

일등항해사 아재가 열심히 앞에서 선장에게 신호를 보낸다. 눈이 여섯 개면 더 잘 보이려나 싶어서인지 모두 앞에서 전방을 노려보고 있다. 와우~! 좋구먼. 아주 좋아~!

e20191008-20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그래도 뭔가를 열심히 살피고 있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팽팽하다. 오른쪽으로 배를 틀라는 신호로 보이기도 하다.

e20191008-21

뭔가 있는 것도 같고.... 분명히 뭔가 보이긴 한다. 어청도에 가까워지긴 한 모양이다. 저게 방파제일까? 등대도 이런 때는 아무런 소용이 없구먼.

e20191008-22

순간! 보였다. 제방에 파도를 막으려고 쌓아놓은 테트라포드가 뱃전에 다가온다. 갑자기 일등항해사 아재가 배를 후진시키라고 소리를 지른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그대로 방파제 벽에 들이받을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이물은 깨어지겠지? 그리고 물이  들어올 것이고.... 연지님은 멀미방지약에 취해서 아직 자고 있을 것이고... 가서 얼른 깨워야 하나? 아니면 이렇게 사진을 찍고 있는 것이 옳은가? 오만 생각이 다 든다는 것은 이런 순간에 쓰라고 있는 말이겠거니 싶다.

e20191008-25

확실하구나. 밝은 날에 다시 현장을 살펴보고서야 이 지점이 어디쯤인지를 알 수가 있었다. 다음날에 그 위치를 확인하고 싶어서 다가갔었기 때문이다.

e20191008-01

밝은 날에 보니까 이렇게 방파제를 들이받기 0.5m까지 다가갔었던 모양이다. '쿵!'하는 느낌이 생기지는 않은 것으로 봐서 부딪친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하겠다. 허둥지둥 후진을 신호하는 일등항해사의 긴박함에서 자칫하면 큰 사고가 일어날 상황을 떠올렸다는 것으로 짐작하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e20191008-26

"후진혀요~~! 부딪치겠구마라우~!!"

이런 드라마를 혼자 보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으니까 연극으로 치면 실화 같은 연극 한 편을 혼자서 감상한 셈이다. 가까스로 충돌은 피했는데 나중에 연지님이 말한다.

'그래서 배가 후진했구나... 왜 그러나 했지.'

아무렴. 모르고 사는 것이 편할 때도 많다는 말이 뭔 뜻인지 알겠구먼. ㅋㅋㅋ 그렇게 해서 일단 배는 자리를 잡았고 다시 천천히 진행을 한다. 근데 제방이 좀 특이하다. 제방을 끼고 계속 배가 진행하는 것으로 보여서이다. 아직도 길을 못 찾고 있나 싶기도 했다.

e20191008-27

이등항해사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리 오늘 집에 갈 수 있는 것은 맞죠?"

그래서 여행이 즐거운 것이다. 과거에도 이러한 정도의 풍경은 흔치 않았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그래서 배를 운항할 수가 있을 것인지를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일단 어청도에 도착하는 것은 가능한 모양이다.

e20191008-30

비로소 하얀 등대가 어렴풋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선녀님 같다. 등대가 이렇게 예쁠 수가 있다니 말이다. 왼쪽에 하얀 등대가 있으니까 오른쪽에 있을 빨간 등대는 아직 보이지 않은 모양이다.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 열심히 오른쪽을 살폈다.

e20191008-31

저 보시라! 이등항해사 낭자의 긴장된 자태를 말이다. 그만큼 긴장된 어청도항의 진입로였다는 것을 낭월의 여행 기록에 남길 수가 있어서 그것도 고마울 따름이다.

e20191008-33

어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만 했다. 그 바람에 배는 두어 번 휘청거리면서 방향을 바꾼다. 물의 작용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야 한다. 오죽하면 「중수감(重水坎)」이겠느냔 말이지. 주역타로의 그 괘가 떠오른다.

29

주역타로 29번 심연(深淵)이다. 데바 파드마는 깊은 물속을 떠올렸나 보다.

위험, 불안전, 압박감, 예측불가, 위급상황, 용기, 음울한 마음, 공포와 두려움.

지금의 상황이 딱 그만큼이다. 물은 이렇게도 대책 없는 난관에 봉착하게 하는 작용도 한다는 것을 고인들도 살폈을게다. 폭포에 떨어져서 죽은 태국의 코끼리가족이 생각난다. 폭포에 떨어진 새끼를 구하려고 하다가 네 마리의 코끼리가 죽었다는 뉴스를 아침에 봤나....

e20191008-47

아, 이제서야 오른쪽의 빨간 등대가 보이는구나. 구체적인 구조는 모르겠지만 하얀 등대의 반대쪽에 있으니까 필시 빨간 등대일 게다. 이제 그 중간으로 잘 진항하면 된다. 좌로 붙어도 안 되고, 우로 붙어도 안 된다. 중도(中道)의 길로 흔들리면서 치우치지 말고 잘 들어가야 한다.

e20191008-40

혹시라도 이것을 쓸 일이 있으려나.... 했는데 지금의 분위기로 봐서는 사용할 기회를 잃은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기는 한데.... 아무렴. 다행이고 말고. ㅋㅋㅋ

e20191008-50

그런데 아직도 끝난 것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계속해서 수신호로 배를 이끌고 있으며 이등항해사도 그 옆에서 열심히 학습하고 있느 모습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봐서 방심하긴 이르다는 의미로 봐도 되지 싶다.

e20191008-52

왼쪽 방파제의 끝이 보인다. 비로소 항내로 진입하는 모양이다. 쌍수를 들어 올리는 것으로 봐서 '진행을 멈추고 방향을 트시오!'라고 하는 것인가 싶다.

e20191008-55

여전히 시계는 '0'이다. 배가 도착할 예정 시간인 12시 30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자리는 도대체 어디쯤이란 말인가? 다시 바쁜 중에도 폰의 카카오지도를 켰다.

Screenshot_20191004-122344_KakaoMap

놀랍군. 코앞도 안 보이는데 이미 우리 배는 어청도 항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급한 대로 '안 보여'라고 써놨다. 나중에 확인하기 쉽게 하기 위해서이다. 안개가 심하다 심하다 하지만 이 정도의 안개는 처음이다. 그것도 길 위에서가 아니라 배 위에서 만난 풍경이라서 더욱 재미있구먼.

e20191008-60

드디어! 부두가 그 모습을 어렴풋하게 드러낸다. 이제서야 저 언덕에 도착을 하겠구나. 어청도를 어청도답게 찾아왔다. 전설 속의 그 풍경을 상상하면서, 카메라를 버리고 연지님을 부여잡고 죽을힘을 다 해서 헤엄을 치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스럽다. ㅎㅎㅎ

e20191008-62

배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한가롭다. 조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생각도 하지 못할 게다. 그래서 겪은 사람만 아는 법이다. 겪어보지 않으면 죽었다 깨어나도 알 수가 없다는 것을.

e20191008-63

우리 배의 이등항해사 낭자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게 되어서 다행이다. 아마도 어청도를 여행했던 여행자라면 모두 이 낭자를 기억하지 싶다.

e20191008-64

배가 닿기를 기다리면서 승객들은 나오지 말라고 다스린다. 끝까지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사명감이 엿보인다.

e20191008-65

해군들이 많이 보인다. 배를 타고 온 해군은 흰 제복이고, 배를 탈 해군은 검은 제복이다. 육지로 내리는 자는 양이고, 바다로 들어가는 자는 음이라는 뜻인가? ㅋㅋㅋ 궁금하면 찾아봐야지. 어디.....

CD2W7675

흰옷은 하절기의 복장이란다

CD2W7463

[인터넷 자료]


그러니까 검은색은 동절기의 복장이구나. 그렇다면, 배에서 복귀하는 해군은 9월에 휴가를 나갔기 때문에 하복을 입었고, 지금 휴가를 가는 해군은 10월이라서 동복으로 바꿔 입었다는 이야기인 모양이다. 결론은 색깔만 차이가 난다는 것으로. 말이 되든 말든 나름대로 정리해야 머릿속이 개운하니깐. ㅎㅎ

e20191008-67

이 낭자가 뱃줄을 단단히 고정시키는 것을 본다. 자신의 맡은 일은 조금도 소홀함이 없이 수행하는 모습이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e20191008-68

혹시 또 어청도행 배를 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도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해도 되지 싶다.

e20191008-69

배를 단단히 고정시킨 다음에서야 문을 열어준다. 그렇게 해서 어청도의 뱃길은 마무리가 되었다. 이제부터는 어청도의 여정이 시작되었구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에 대한 기대가 되면서 설렌다. 배에서는 계속해서 사람이 내리고 화물도 내린다. 일단, 어청도 가는 길은 여기까지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