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원산도 일주

작성일
2019-09-24 14:42
조회
874

⑤원산도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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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촌에서 점심을 해결하고는 저두항으로 향했다. 저두항에서는 숙소를 고려해 봐야 한다는 것도 지그시 압박한다. 선촌항에서는 마땅히 묵을만 한 숙소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살짝 걱정스럽기도 했기 때문에 우선 오늘 밤의 이슬을 피할 곳을 찾는 것이 발등에 떨어진 급선무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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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항으로 다가가는데 길가에 자갈무더기가 쌓여있는 것이 보인다. 아하~ 해저터널에서 파낸 암석이겠구나. 덤프트럭들이 계속해서 파쇄된 자갈들을 실어나르느라고 먼지를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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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량의 출입에 따라서 통제하는 일이 빈번한 모양이다. 차를 세우고 정리하는 모습들에서 공사는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겠다. 아마도 다음에 원산도를 찾을 적에는 배를 탈 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넌즈시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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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에서 파낸 암석의 처리도 만만치 않겠다. 도로의 포장용으로도 쓰일 것이고, 또 남는 것은 건축자재로도 쓰일테지만 운반하는 문제도 간단치 않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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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렇게 어수선하지만 다음에는 말끔하게 정리가 된 상태에서 아스팔트를 달리게 되겠지. 여행길을 나선 사람들에겐 공사를 하는모습이 풍경을 해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더없이 맑은 날에 포클레인을 조종하면서 바라보는 외지의 차량들은 그야말로 '팔자가 좋은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겠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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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터널입구로구나. 들어가 보고 싶다. 어떻게 생겼는지 얼마나 진행되고 있는지 지금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해서이다. 터널 입구의 반원형 물체는 거푸집이겠군. 뚫어놓은 터널에 저 구조물을 갖다 놓고는 콘크리트 반죽을 퍼부어 대겠지. 그렇게 이어가면서 7km를 가다가 보면 맞은편 출구를 만나게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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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문이 예사롭지 않다. 그냥 출입금지가 아니고 절대 금지란다. 당연하겠거니 싶다. 밤에 살짝 들여다 볼까 싶은생각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그것까지 할 배짱은 없어서 생각을 밖으로 끌어내지는 않았다. 보나마나 연지님한테 혼나고 말 일이려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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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면서 마음으로 안전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조용히 빌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인명이니까. 문득 추풍령휴게소에 새워진 공사중 사망한 사람들을 위한 위령비가 생각난다. 죽은 다음에 위령비를 세워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늘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전사고를 보면 그 시절의 공사 환경은 과연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짐작이 된다. 힘든 사람을 위로해야지 죽은 다음에 위로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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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두항은 선촌항보다도 조촐했다. 식당도 한 군데 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선 가장 급한 것은 민박집이다. 오늘 밤을 해결하지 않으면 다음 일정이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리번 두리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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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민박을 발견했다. 유일한 저두항의 민박이지 싶다. 머뭇거릴 겨를이 없다. 왜 의식주겠는가 말이다. 밥을 먹었으면 잘 곳을 해결해야 하는 것이 시급한 까닭임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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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도 좋다. 「아카데미하우스」그래 오늘 저녁에는 여기에서 하룻밤 인연을 짓자. 참고로 사진의 시간은 참고하지 말고 내용만 따라주시기 바란다. 저두항을 두어 번 오락가락하면서 찍은 사진들을 이야기의 흐름에 맞춰서 정리하는 까닭이다. 그러니까 이 사진은 나중에 찍은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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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을 알아보려고 들어갔더니 용과나무가 반긴다. 그냥 짐작이다. 대만에서 본 용과가 매달렸던 그 나무와 닮아서 그렇겠거니 싶었을 따름이다.

낭월 : 계십니까~!
여인 : 예, 조금만 기다리세요~!

다행이다. 사람이 있는 모양이다. 그리고 잠시 후에 70세는 훨씬 넘어보이는 할머니께서 길손을 반긴다.

할매 : 어서오세요.
낭월 : 안녕하세요. 하루 묵을 방이 있나 하고요.
할매 : 예, 있습니다. 위로 올라가보세요.
낭월 : 얼마입니까?
할매 : 오만원이예요.

그래서 얼른 계산을 끝냈다. 방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민박집의 그 모습이다. 외연도에서 묵었던 집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높이는 2층이라서 전망이 좋았다. 연지님에게 올라가자고 하고서 주변 풍경을 살펴봤다. 그리고 저녁밥을 미리 이야기 해 놓는 것이 좋지 싶어서 할머니를 찾았다.

낭월 : 저녁을 예약해도 될까요?
할매 : 뭘 드시게요?
낭월 : 회도 좋고요.
할매 : 아들에게 물어보고요.  
낭월 : 준비된 재료는 없나요?
할매 : 고기 잡으러 갔는데 저녁꺼리가 있나 물어볼께요.
낭월 : 시간은 늦어도 5시 반이면 좋겠는데요?
할매 : ..... 6시까지 해드리면 안 될까요? 아들이..
낭월 : 알겠습니다. 그럼 6시에 먹을 수 있도록 부탁드립니다.

밥을 먹고 밤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이 한가찔 것으로 보여서 미리 밥도 예약을 했다. 그런데 할매라고 늙은이 취급하면 안 된다. 어찌나 조용하게 음식을 준비하고 일을 하시는지 20대 여성을 보는 것 같아서이다. 수다가 많은 할매를 떠올리면 안 된다. 멋진 할머니셨다. 맘에 쏙 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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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서 놀고 있는 갈매기들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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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기 직전인 석축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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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지 얼마 되지 않은 것같은 화장실도 봤다. 옛날에는 음양의 표시를 검정과 빨강으로 했다. 그 이유는 먹물과 경면주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대체로 붉은 빛을 내는 것으로 주사를 많이 사용했다기에 해본 생각이다. 그래서 '붉은 빛은 주사를 바른 듯'하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라는 말도 추측을 뒷받침한다. 그래서 청홍과 흑홍은 같은 뜻이라는 이야기이다. 음양이 보이면 음양타령을 하고 지나간다. 참새방앗간이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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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님이랑 방을 확인하고는 다시 움직였다. 이제 원산도의 남서쪽을 훑어볼 요량이다. 숙소가 마련되고 나니까 밤이슬은 피했고, 밤의 놀이를 위해서 낮잠을 자면 되겠는데 우선은 한바퀴 둘러보고 와서 한숨 자도 되겠다는 생각을 한 끝에 먼저 둘러보기로 한 것이다. 사실 새벽부터 나서느라고 좀 고단하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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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위치는 이 부근이었지 싶다. 원산도의 남쪽이라고 보면 되겠다. 맑은 날의 오후에 바닷물이 반사되어서 눈이 부신 풍경을 둘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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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보석을 깔아 놓은 것처럼 일렁이면서 반사되는 빛들을 보고 있으니 눈이 부시다. 저 멀리 보이는 섬들이 손짓을 한다. 놀러 오라는 거겠지. ㅋㅋㅋ 언제까지 여기에 서서 바라보고 있을 수 만은 없다.  대략 분위기만 느끼고는 걸음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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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검은 승용차들이 먼지를 일으키면서 들어온다. 봐하니 여행의 분위기가 아니라 돈냄새를 풀풀 풍기는 분위기임을 느꼈다. 그냥 직감적이다. 시커먼 제네시스급 차량 서너대가 줄을 지어서 이 고적한 해변으로 들이닥치다니.... 설마 낭월을 잡으려고 국정원에서 파견된 사람들일 리도 없고.... ㅎㅎㅎ

나누는 이야기들이 바람결에 실려와서 귓가에 살포시 내려 앉는다 듣지 않으려고 해도 들리는 소리들이었다. 다만 사람들은 조오기~ 소나무 숲아래에 숨겨 놓았다. 괜히 세무서에서 보고 찾아내면 그것도 미안한 일이잖겠느냔 말이지.

사람1 : 아니, 며칠 전까지도 땅을 판다고 해 놓고 왜 안 판답니까?
사람2 : 누가 바람을 넣었던 모양입니다. 계속 설득하고 있습니다.
사람3 : 터널이 개통되기 전에 끝내야지요. 그 다음에는 더 어려워질 겁니다.
사람4 : 돈을 더 얹어달라는 겁니까?
사람2 : 아마도.... 그런 것 같구먼요.
사람5 : 이야기를 더 자세히 해 보시고 얼마나 원하는지 알려주세요.
사람2 : 그래야지요. 오늘 저녁에도 좀 만나보겠구먼요.
사람1 : 자꾸 질질 끌지 못하게 마무리를 지어주세요.
사람2 : 그야 물론이지요. 땅값이 자꾸 들썩여서요. 그때 결정하셨어야는디...
사람3 :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까 힘 좀 써주세요. 부탁합시다.

아마도 원산도의 개발에 힘쓰는 사람들로 짐작이 되는군. 그냥 지나는 길에 흘려들었다. 남의 일에 개입할 마음도 없고... 땅을 사 놓을 형편도 안 되고, 그럴 마음도 없고. 그야말로 남의 일이지만 지나는 길에 이것도 원산도의 한 풍경이구나.... 싶어서 한조각 얹어 놓는다. 그 사람들의 계획이 크게 성공해서 원산도 발전에 이바지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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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서쪽으로 나가본다. 길은 좁은 오솔길을 겨우 면한 정도로 된 곳이 많다. 그나마도 나무가 꺾어져서 길을 막고 있는 바람에 되돌아서 다른 길을 찾아야 했다.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훑고 지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던 것이다. 여유롭게 원산도에서 살고 있다면 톱을 찾아다가 정리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으니 그냥 빠져나갈 길만 폰을 켜고서 열심히 찾는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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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배가 두어 척 매여있는 곳이 초전항이다. 포구의 전체를 담지 않았구나. 아니, 전체를 담기는 했는데 (속칭)사장교와 같이 담으려고 렌즈를 살짝 틀었던 사진이 선택되었다고 해야 할 모양이다. 지도에서는 그럴싸하게 초전항이지만 막상 도착해 보니까 저두항보다도 더 보잘것이 없는 그냥 시골마을의 포구였다. 그래도 오천항에서 연락선이 들어오는 곳이니까 원산도 사람들이 면사무소에 볼일이 있으면 반드시 여기로 와서 배를 타야 한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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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로 갈 수가 있는 곳까지 가보자고 계속 직진을 했더니 거의 끝으로 보이는 곳까지 왔다. 고춧대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한가로운 어촌풍경의 여유로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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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결이 점점 거칠어지고 있다. 배를 탄 사람들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겠지만 낭월에게는 반갑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잔잔한 바다도 좋지만 거칠게 휘몰아치는 파도를 보는 것은 더 좋은 까닭이다. 여긴 경포대 해수욕장이 아닌바에야 거친 바다풍경을 보는 것도 일미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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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봐하니 저 멀리 보이는 섬은 고대도겠군. 그 너머로 장고도가 겹쳤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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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재미이고,  원산도의 매력이다. 아기자기한 섬들로 둘러쌓인 원산도의 풍경이다. 저 멀리 보이는 섬들은 서로 마주보고 무슨 이야기가 저리도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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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너 섬을 망원으로 당겨보기도 한다. 어선이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풍경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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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방향을 바꾸면 사장교 아래로 내달리는 낚싯배도 보인다. 오늘 조황은 좋으셨는지 모를 일이다. 바다가 거칠면 고기들은 더 잘 잡힐랑강.... 그것을 해 보지 않아서 잘은 모르겠지만 더 잡힌다에 100원을 건다. 왜냐하면 낚시와 사진은 매우 유사한 점이 많은데, 거친 풍경에서 그림이 나오는 사진의 관점에서 보면 거의 틀림이 없을 게다. 뭐가 유사하냐면,

조사는 고기를 건지고 진사는 작품을 건지기 때문이다.

'좀 건지셨습니까?'라는 말을 어부에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사진가끼리 주고 받는 안부이기도 한 까닭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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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점이 있다면 낚시꾼이 잡은 것은 배를 채우고, 사진꾼이 잡은 것은 마음을 채운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다리 뒤로 보이는 공장은 보령항의 그 유조선이 공급해준 기름을 때면서 뭔가 하고 있는 모양이다. 망원렌즈는 공간을 좁혀버리는 효과가 있어서 저 멀리 있는 것도 바짝 붙어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가 있다. 그래서 사진을 믿으면 안 된다.

'사진은 참이 아니다.'

참이 아니면 거짓인가?
누가 거짓이라나? 그냥 참이 아니라고.
참이 아니면 거짓인거 아녀? 
그건 또 무슨 논리여. 그냥 참이 아니라고요.
알기 쉽게 말해 봐요. 빙빙 돌리지 말고.
어떻게 더 쉽게 말을 혀....
그봐요. 할 말이 없잖여~!
굳이 말하자면 사진은 마음이라고....
그건 또 무슨 궤변이슈?
지금 내 마음은 참일까요?
내가 그걸 어찌 안단 말여?
그봐. 말할 수가 없는 것도 많다니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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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섬도 건너다 본다. 집이 한채만 있는 섬인가 보다. 시루왕국이로군. 형편이 되면 저 섬은 사고 싶구먼. 한가롭게 살기에 딱이네.

에고~ 그나저나 3시가 다 되어가네. 그만 둘러보고 낮잠이나 자러 가자~! 아, 가는길에 초등학교나 보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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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도에 있는 초등학교이다.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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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광명초등학교구나. 엉? 원산초등학교가 아니고? 그것참 이름에 대한 연유가 궁금하지만 그것을 알아볼 마음까지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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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는 꽤 큰 편이다. 섬마을 학교 치고는 초라하지 않은 규모를 보여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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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곳에서 공해에 시달리지 않으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은 복이 많은 게다. 나뭇잎이 온통 갈색으로 앙상하게 매달려 있는 것은 필시 링링의 영향일 게다. 얼마나 흔들어 대고 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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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에 떨어지는 가을의 햇살을 보고 있자니 졸음이 살살 찾아온다. 어여 가서 한 숨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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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잠을 자고 났더니 바다에는 물이 철렁하다. 파도는 더욱 거칠어지고 갈매기들은 파도를 피해서 뗏목에서 한가로움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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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녁이 해결되지 않은 녀석들은 먹거리가 파도에 쓸려오는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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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포장하는데 사용되는 재료를 싣고 왔다가 가는 모양이다. 터널 공사가 마무리 되어야 배를 타지 않을텐데 아직은 이렇게 큰 차량이 통과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을 이렇게 흘러가는 정보를 통해서 읽을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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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선이 떠나면서 여객선이 들어온다. 파도가 제법 심해도 배는 뜬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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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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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저분들은 틀림없이 여행객들이겠군.... 가방을 봐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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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한 국도77번 연결선은 또 그렇게 떠나간다. 슬슬 저녁먹을 준비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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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를 같이 담았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은 센서 사이로 빠져나가고 파도만 걸렸다. 저녁 햇살에 빛나는 허육도, 육도, 월도(지도보고 집작컨대)의 풍경이 궁금하다. 그러니까 10여 년전에 천북에서 봤던 그 배를 샀어야 한다니깐. 1,800만원이면 된다고 했는데... 그 돈이 없어서 못산 것이 이런때만 아쉽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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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망원렌즈로 실루엣이나마 구경한다. 그것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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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 올라가서 내다보는 풍경도 좋다. 안에서 보나 밖에서 보나 같은 풍경이다. 그래서 다 좋다. 바다는 항상 옳다. 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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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보니 큼지막한 거울이 걸려있다. 그래서 자화상도 하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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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저녁이다. 우럭이란다. 특별히 장식도 없다. 그야말로 집에서 먹는 느낌이다. 방금 바다에서 물결을 헤치면서 놀다가 미끼에 걸려서 저녁 상에 올랐으니 이것은 또 무슨 인연이란 말인지 그래서 미안함에 잠시 다음생에는 물고기로 태어나지 말기를 빌었다. 아니, 잘못 빌었나? 그래도 물고기로 태어나는 것이 산골의 노루로 태어나는 것보다 나쁘다고 할 수는 없잖여? 그래서 기도를 바꿨다.

'다음생엔 물고기로 태어나되 줄에 묶인 코앞의 먹이는 되도록 먹지 말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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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글바글 끓인 우럭매운탕까지 해 주셨다. 밥 한공기는 뚝딱하고 든든하게 속을 채운 다음에 비로소 밤놀이를 떠난다. 밥을 먹고 나니 마음이 바빠진다. 일몰의 시간이 코앞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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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폰을 들여다 본다. 일몰은 18시 38분이다. 저녁을 먹느라고 6시 반이 되었으니 지금 바로 해가 넘어가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아이구~~~~

"바쁘다 바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