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가계-23] 장가계의 아침

작성일
2019-06-14 17:07
조회
948

[장가계-23] 장가계(張家界)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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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의 마지막 날이다. 양광주점(陽光酒店)은 시내에서 떨어져 있어서 시내로 구경을 나가기는 어렵다고 보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주변의 풍경을 밝아오는 아침과 함께하자는 생각으로 주섬주섬 챙겨서 나섰다.

20190613_204307양광주점

지도를 보면 장가계북참(張家界北站)에서 가까운 동부지역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가 있다. 당시에 위치를 알았더라면 새벽의 역을 구경하러 갔을텐데 아쉽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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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km만 가면 되는 것이었는데.... 주변이 하도 변두리로 보여서 움직일 생각을 못했구먼. 철길에 떠오르는 태양의 빛이 반사되어 방광하는 풍경을 담았어야 하는데... 이렇게 써놓는 것도 또한 후에 누군가에게는 참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자락 깔아놓고 안내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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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은 13층이었던 모양이다. 맨 윗층으로 가서 계단을 찾았다. 그래야 밖으로 통하는 문을 만날 수가 있을 것으로 짐작을 해서다. 비상구를 열어 뒀으면 다행이고 안 열어뒀더라도 일단 시도는 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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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옥상으로 통하는 문을 찾은 순간,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숫자식으로 된 도어락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번호를 누르면 나갈 수는 있는데 번호를 알 방법이 없다. 혹시나 머리나쁜 관리자가 어디에 힌트를 적어놓지 않았을까 싶어서 주변을 훑어봤지만 그런 것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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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최선이 안 되면 차선으로 가장 높은 층에서 일출이 보일만한 창문의 커텐을 열었다. 그러니까 첫번째 사진을 담기 전까지의 이야기였던 셈이다. 창문이라서 반사가 되더라도 일출은 일출이니까, 그렇게 장가계의 일출을 카메라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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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에서 일출을 본다는 것이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별스러울 것도 없다. 그러나 장가계는 항상 흐리고 비가 오는 날이 훨씬 많은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흔하지 않은 풍경이라는 것을 능히 헤아리고도 남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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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망설였다. 얼른 방으로 가서 망원렌즈를 챙겨와서 해를 당겨서 찍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그런데 막상 그래봐야 이미 해는 솟어버리게 될 것이고, 또 주변의 풍경을 봤을 적에 태양을 당긴다고 해서 특별히 산의 능선 외에는 볼만한 것이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는 그냥 이대로 놀아도 되겠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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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완전히 떠오른 다음에는 다시 반대쪽으로 바삐 움직여야 한다. 아침 햇볕을 담기 위해서다. 이 호텔의 이름이 양광주점(陽光酒店)이지 않은가. 영어로는 선샤인호텔이다. 그야말로 아침햇살호텔이지 않으냔 말이지. 그러니까 동서로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일출을 본 위치는 호텔의 동쪽일테니 반대로 서쪽으로 가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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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근데 유리창이 좀.... 할 수 없는 일이다. 밖에 묻은 것은 어쩔 수가 없으니 안쪽이라도 닦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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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안경수건이 고생이다. 입김을 불어가면서 닦아봐도 큰 효과는 얻지 못했다. 그래도 할 수가 있는 것까지만 하면 되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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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선샤인으로는 괜찮구먼. 그렇게 바라보고 있는데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고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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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침상을 치라느라고 분주하구나, 과자며 먹을 것들을 가득 싣고는 안으로 들어갔다가 빈 수레를 끌고 나오기를 기다려서 말을 건넸다.

낭월 : 안녕하세요~!
직원 : 좋은 아침입니다~!
낭월 : 뭣좀 물어봐도 될까요?
직원 : 예, 말씀하세요.
낭월 : 옥상에 가보고 싶은데 갈 수 있나요?
직원 : 아 예, 가능합니다. 이리 올라가시면 됩니다.
낭월 : 근데, 번호로 된 잠금장치가 있어서요.
직원 : (잠시 생각하더니...) 카운터에 가시면 됩니다.
낭월 : 카운터에 가서 번호를 알려 달라고하면 되나요?
직원 : 그럼 알려 줄 겁니다.
낭월 : 아, 그렇군요. 고맙습니다.
직원 : 뭘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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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 배웠다가 밥만 사먹는데 쓰는 건 아니다. 이렇게 아무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을 때도 요긴하게 써먹는다. 안 되면 한중번역기라도 돌리려고 설치는 해 놨지만 특별히 그래야 할 정도는 아니라서. 아줌마도 바삐 움직인다. 그래서 또 인사 하고...

낭월 : 쟈오(早)~!
여인 : 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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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중국어로 인사하라고 하면 열이면 아홉은 "니하오(你好)~!"라고 한다. 물론 그래도 된다. 그러나 이건 외국인 티를 낼 적에만 도움이 된다. 현지인은 절대로 그렇게 인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는 더더구나 "쟈오~!"로 끝이다. 우리식으로 풀이하면, "일찍 일어나셨네요~!"정도 되겠다. "안녕하십니까~!"보다 훨씬 현지화가 되어 있는 인사라는 것을 지나는 길에 언급하고 넘어간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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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솟아 오르니 풍경이 심심해졌다. 그래서 밖으로 나가볼 요량으로 1층으로 내려갔다. 이런 것도 여행기에 포함되어야 한다. 태국이나 미얀마라면 어린 사미승들이 탁발하는 장면을 담을 수가 있겠지만 장가계에서는 조용한 새벽 풍경이 어떨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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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 로비에서는 종교단체인 듯한 곳에서 안내하고 접수하는 책상과 단체의 이름이 세워져 있네. 아마도 호텔에 묵는 사람들 중에 관련된 일인 모양이다. 단체 이름은 전등으로 가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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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는 벌써부터 아침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 바삐 음식을 담고 있다. 어제 우리가 움직였을 그 시간이다. 오늘은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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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 핵심가치관을 홍보하고 있는 판이 호텔 로비를 지키고 있다. 이런 것도 여행에 포함이 된다. 그러니까 2019년 5월 22일의 중국은 이러했다는 이야기니까 말이다. 여행은 현장의 풍경과 문물은 물론이고 사회와 정치에 대해서도 참고를 할 것이 있으면 살펴보는 것도 포함이 된다. 이런 것은 물론 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대체로 12가지의 기치관을 강조하고 있는 모양이다.

부강, 민주, 문명, 화해, 자유, 평등, 공정, 법치, 애국, 경업, 성신, 우선.

경업(敬業)은 직업을 차별하지 말고 존중하라는 뜻이겠고, 우선(友善)은 좋은 벗이 된다는 의미인데 이런 것은 자리를 채우려고 써 넣은 것일 수도 있지 싶다. 중요한 것은 부강, 법치, 애국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민주, 자유, 평등, 공정은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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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증명사진도 한 장 찍어놔야지. '이곳에 머물렀었노라'의 뜻이다. 규모는 상당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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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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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정차하라고 표시한 것인가 보다. 위의 검은 부분은 전광판으로 보이는데, 전광판의 불이 꺼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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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적시대 결불윤허흑악세력 유장신지지」
'새로운 시대이다. 흑악세력이 숨어있는 땅은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
거보열선 : 0744-8596297(흑악세력을 발견하면 전화줄것)


어디를 가나, '흑악세력'이 보인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많이 긴장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솔솔 피어난다. 그러고 보니까 어제 유리다리에서도 봤던 것이 생각난다. 내용이 별반 다르지 않아서 사진은 넣지 않았는데 도처에서 이렇게 강조하고 있음을 본다. 이것이 2019년의 중국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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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교하는 학생이 그쯤을 가고 있는 장면을 찍으려고 잠시 기다렸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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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텔의 상징은 코끼리였던 모양이다. 양쪽으로 코를 높이 쳐들고 기세등등하게 서 있는 것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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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의 풍경은 항상 희망이 있어서 좋다. 오늘도 보험을 많이 팔아야 하겠다는 마음으로 일찍 문을 열고 청소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 왼쪽의 연채초시는 어젯밤에 과일을 사러 들렸던 곳이다. 나중에 이 글을 보신 벗님이 양광호텔에 머물게 된다면(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30%는 될수도 있다) 과일사러 가셔도 좋다고 하는 정보를 하나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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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앞으로는 대로가 시원하게 뻗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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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맑은 하늘을 장가계에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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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소낙비가 한줄기 지나간 모양이다. 청소하러 나온 여인의 모습이 렌즈 안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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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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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아침의 풍경을 둘러보고는 다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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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에서 내다 본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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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여름의 싱그러운 풍경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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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장가계의 아침 구경을 잘 했다. 물론 배경이 천자산이었으면 더 좋았을테지만 항상 그렇듯이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