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7] 매미의 탈피 관찰기(觀察記)

작성일
2019-07-30 11:38
조회
5572

매미의 탈피(脫皮) 관찰기(觀察記)






안녕하세요. 낭월입니다.

오늘은 매미이야기입니다. 여름에 장마가 길어지자 자꾸 비가 쏟아져서인지, 나무에서 탈피를 하고 노래를 부를 매미유충이 추녀 밑으로 찾아와서 탈피를 합니다. 며칠 전에도 탈피하는 장면의 일부를 사진으로 담아봤는데 처음부터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던 차에 그 기회가 왔습니다. 이에 대해서 관찰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시간을 표시해서 그 과정을 참고하실 수 있도록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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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저녁 8시 23분부터
2019년 7월 29일 아침 8시 51분까지

약 12시간을 지켜본 매미의 탈피모습이다.
처음에는 서너 시간이면 끝날 줄만 알았다.
그런데 막상 현실은 현실대로 진행이 되었다.
번데기로 5시간....
날개에 힘을 올리는데도 대여섯 시간...
그렇게 바쁘지도 느리지도 않게 자신의 일을 했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자연의 한 면을 즐겼다.

전날에 탈피의 중간모습부터 담았던 것의 아쉬움으로 인해서
이번엔 처음으로 시작하는 과정부터 담아보려고 준비를 했다.

그리고 다행히 나름대로 원하는 장면을 볼 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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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28일 20시 23분】


기회는 기다려야 오는 법이다. 며칠 전에 본 중간부터의 탈피장면이 못내 아쉬워서 처음부터 지켜보고 싶었던 차에 그 기회가 왔다. 그저께는 폭우가 쏟아지는 바람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 드디어 매미 유충이 반갑게 찾아왔다. 화장실의 판넬벽을 기어오르느라고 자꾸만 굴러떨어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 나무등걸 하나를 들어다가 놔줬다. 생각하기에는 '적당히 올라가다가 자리를 잡고 우화(羽化)를 하려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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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0시 33분】


그렇게 꼭대기까지 올라간 녀석이 그대로 자리를 잡으려나 보다... 했다. 그런데 뭔가 맘에 안 드는지 자꾸만 꼭대기를 맴돌면서 자리를 찾는다. 아무래도 이 안전한 나무등걸이 맘에 안든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래도 잠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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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28일 20시 39분】


급기야 나무등걸을 버리고 기어이 벽으로 타고 오른다. 녀석들의 천성이 그런 모양이다. 그래서 원하는대로 간섭하지 않기로 했다. 나름 물먹어서 가뜩이나 무거운 것을 낑낑대고 들고 왔는데 성의가 무시당한 듯해서 조금 삐지기도 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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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0시 43분】


벽을 타고 오르기가 마땅치 않은지 계속해서 맴돈다. 그러다가는 드디어 실리콘의 틈사이에 발을 붙일 곳을 찾았는지 나무를 버리고 벽을 택한다. 수직으로 된 벽이 필요했던 걸까? 뭔가 마땅치 않은 점이 있어서였겠지..... 세상엔 이해 못할 것이 너무도 많고, 그것을 다 이해하기에는 낭월의 작은 머리는 너무나 부족한 까닭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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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0시 57분】


낭월이 보기에는 위태롭기 짝이 없었지만, 녀석은 그것이 편한 모양이다. 이름을 녀석이라고 하는 것은 한 번만 보고 말 것이기도 하고, 마땅히 적당한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아서이다. 판넬의 이음새에 발라놓은 실리콘에 위태위태하게 자리를 잡는다. 매미라고 하려니 아직은 매미가 아니고, 매돌이나 매순이라고 하려니 성별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냥 녀석으로 할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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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1시 01분】0시간 0분째


편안한 자리를 구태어 마다하고 저렇게 벽에 아슬아슬하게 붙어있는 꼴이라니, 그것도 팔자려니 싶기도 하다. 제가 좋으면 되는 것이고, 본능이 시키는대로 하는 것일테니 어디 잘 해봐라. 참 기술도 좋다. 그 수직의 벽에도 발을 붙일 틈이 있었다니.... 카운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하면 되지 싶다. 일단 자리를 잡은 시간부터 따지는 것이 타당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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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1시 14분】 0시간 13분째


카메라가 두대인 것은 이런 경우에 매우 유용하다. 연속적으로 찍는 카메라와 이렇게 주변 분위기를 스케치하고 접사도 하는 카메라가 제각기 자신의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삼각대에 얹은 카메라는 10초 간격으로 연속해서 촬영을 시켰다.

연속촬영의 카메라에는 55mm렌즈를 물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최소초점거리가 0.5m이다. 그정도의 거리라도 좋기는 한데 매미유충이 너무 작게 보인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그래서 가까이 다가갈 방법을 생각하다가 접사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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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mm 매크로 렌즈에만 부착할 생각을 했던 접사링에서 16mm를 렌즈에 끼워넣었더니 초점거리가 20cm정도까지도 다가갈 수가 있었다. 그러니까 화면에 매미유충이 적당한 크기로 자리를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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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모를 벗님을 위해서 이렇게 접사링을 끼운 모습도 한 장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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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눈썰미가 있는 독자라면 소니55.8을 저렇게 바짝 들이댈 수가 있나? 싶을 수도 있겠다. 그래놓고서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어서 집중했다. 언제 등이 갈라지면서 매미가 나타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이렇게 매미의 유충과 마주하고 자리를 잡은 것이므로 몇분 혹은 몇시간 후에 등장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아무리 그래도 3~4시간이면 대략 마무리가 되어서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장면까지 볼 수가 있을 것으로 생각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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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3시 07분】1시간 46분째 


거의 2시간을 그렇게 꼼짝도 하지 않던 녀석이 몸을 움찔댄다. 아무래도 불안불안하다. 뒷다리를 자꾸만 더듬는 것이 안정되지 못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뭔가 도움을 줘야 할 것같다. 그러다가 굴러떨어지게 되면 카메라도 다시 설치해야 하고, 일이 복잡해지는 까닭이다. 그것보다도 녀석이 원하는대로 해 주고 싶었다. 일단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뭔가 발을 붙일만 한 장치가 필요했다. 그래서 또 바빠진다. 그렇게 해서 조금이라도 사진을 얻게 해 준 값, 그러니까 모델료를 주고 싶었던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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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7월 28일 23시 20분】1시간 59분째 


옳지! 훨씬 나아보인다. 그렇다면 한쪽도 마져 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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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8일 23시 21분】2시간 0분째 


그래도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실은 테이프로 발을 붙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행여라도 그랬다가 발이 빠져나오지 못해서 불구가 된다면 그것이야말로 굴러떨어지는 것보다도 더 불행한 일인지라 그것만은 참았다. 물론 우화가 시작된다면, 그리고 발이 빠져나온다면 그때에 가서 테이프로 발을 붙여서 고정되도록 할 요량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아마도 이제 멀지 않았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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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자리를 확인하는 것을 보면서 산모가 아기를 낳기 전에 자리를 다시 확인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2시간을 기다렸으니 이제 머지 않아서 등줄기가 갈라지면서 아름다운 매미의 모습이 등장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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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0시 55분】3시간 34분째 


참선하는 마음이 되었다. 기다린다는 것, 아내가 분만실로 들어가고 대기실에서 조용히 기다리고 있는 그 마음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순식간에 매미네 가족이 되어버린 셈이다. 앞의 사진과 이 사진 사이에도 간격촬영을 하는 카메라는 부지런히 사진을 찍고 있다. 그것은 분만하는 장면을 타임랩스로 담아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였다. 물론 결과는 아쉬움이 많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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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8,922매였구나. 용량은 341GB이고, 그렇지만 사진을 찍었다고 해서 반드시 타임랩스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만들어 보고 맘에 들면 타임랩스로 만들고, 맘에 안 들면 그냥 삭제를 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기왕 하는 것이므로 찍어놓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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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0시 56분】3시간 35분째 


앗! 드디어 몸체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반짝이는 목부위에 세로로 살짝 갈라지려는 선이 나타난다. 이제서야 뭔가 변화가 일어나려는 모양이다. 8시 반부터는 4시간이 지났나 보다. 그렇게도 조용하던 자태에서 변화가 일어나려니까 갑자기 요동을 치는 느낌이다. 마치, 진통이 서서히 시작되다가 분만 시간이 다가오면 진통이 더욱 잦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싶다.

매미화석-1

年代: 侏羅紀晚期 (一億五千萬年前) 쥬라기만기(1억5천만년전)
產地: 中國-遼寧 출처 중국 요령성
尺寸: 岩石7.5 x 5.5厘米, 昆蟲 4厘米 암석의 크기 7.5cmX5.5cm
巨型蟬化石,翅膀節肢保存完整,十分罕有 대형매미화석, 보존상태가 완벽


문득 매미의 조상은 언제부터 지구에 존재했는지가 궁금해진 것은 이렇게도 무수한 반복을 거치면서 오늘 이 자리에까지 왔을 것이기 때문이다. 화석으로 발견된 것을 조사해 보니까 쥬라기에 존재했던 것으로 밝혀진 모양이다. 백악기보다 더 오래된 시기에 존재했던 매미의 조상을 보니 과연 그럴만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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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에 모기약에, 테이프에, 나름 챙길 것은 다 챙겨놓고 기다리고 있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모른 채로 기다린다는 것은 지루함과 설렘이 교치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그 일이 생기고 말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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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0시 57분】3시간 36분째 


인간은 250만년 전에 존재했다고 하니, 그야말로 까마득하게 높은 지구의 주인이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된다. 왜 공룡들과 같은 시대에 존재했으면서도 공룡은 멸종하고 매미는 살아남았을까? 참으로 세상은 신기한 것 투성이다. 서서히 등이 벌어지는 것이 보인다. 이와 같은 생명의 순환도 어쩌면 오래도록 살아남을 수가 있었던 묘수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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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0시 58분】3시간 37분째 


3시간이나 쳐다보고 있어도 미동도 하지 않던 녀석이 일단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폭발적인 움직임이 나타난다.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과정을 함께 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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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0시 59분】3시간 38분째 


변화가 보이는 사진을 고르다 보니까 묘하게도 1분 간격이 된 셈이다. 항상 그렇듯이 무엇을 하더라도 늘 아쉬움은 남기 마련이다. 오늘은 이 순간을 놓치고 카메라에게 맡긴 것이 또 아쉬움으로 남는구나. 흙이 온 몸에 덕지덕지 묻어 있는 채로 땅 속에서 보통 7년을 성장해 왔을 것을 생각해 보면, 그래서 빙하기에도 살아남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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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멸종하고 말았을텐데 땅속에서 오래도록 숨어있는 지장술(地藏術)을 터득한 바람에 화산이 폭발해서 지표에는 온통 화산재로 가득해서 모든 생명들이 견디지 못하고 죽은 다음에도 안전하게 땅속에서 생명을 이어가다가 때가 되어 지표로 나와서는 이렇게 탈피를 하였겠지..... 참 생명의 힘이란.... 역시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음이다. 지배자가 강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매미 한 마리를 통해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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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0분】3시간 39분째 


옆에서 보니 그 변화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등이 불룩해졌다. 모든 기운이 등에 모여있다는 의미겠군. 문득 게의 탈각(脫殼)이 떠오른다. 게는 등이 아니라 배로 탈각을 한다. 하긴 그 단단한 등으로 어떻게 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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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게와 매미는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모양이다. 뱀은 머리부터 탈피를 하니 저마다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는 길을 찾은 것으로 봐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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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3분】3시간 42분째 


등이 곤(丨)자로 갈라지려나 했다. 그런데 오늘 자세히 보니까 십(十)자로 갈라진다. 그래서 또 외친다.

"도(十) 봤다~!"

볼수록 몰입하게 된다. 누런 껍질을 밀고 올라오는 힘이 느껴진다. 이렇게 멋진 장면을 혼자 보는 것이 아까울 지경이다. 점점 밀고 올라오는 것을 보면서 다시 접착테이프가 생각났지만 아직은 발이 빠져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옆에다 준비만 해 놓고 더 진행이 되기를 기다린다.

타임랩스를 망한 이유는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서 유충의 등에 초점을 맞춰 놨는데 이 녀석이 탈피를 하면서 앞으로 나오게 되는 바람에 초점의 영역을 벗어나 버렸기 때문이다. 다음에 다시 찍는다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비가 오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솔솔 피어오른다. 뭐든 삼세번이니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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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4분】3시간 43분째 


앞으로 다시 백두산의 화산이 폭발해서 한국이 화산재로 뒤덮이더라도 이 녀석들의 종족은 여전히 그 다음에 노래를 부르면서 대대손손 살아갈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어떻게 그 어둡고 축축한 땅에서 7년에서 17년까지 생존하면서 밖으로 나가서 성체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생각할수록 오묘한 생명의 세계라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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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5분】3시간 44분째 


아직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열심히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쏟아서 밖으로 나오고 있는 중이겠지. 이 녀석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홀한 순간일까.... 부처가 이 장면을 봤다면, 뭐라고 하셨을까 싶기도 하다. '매미가 허물벗듯 번뇌를 벗어나서 허공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매미처럼 살아야 하느니라.'라고 하셨지 싶다. 이것이 바로 그 매미의 허물이다. 수행자의 눈에 보이는 매미의 탈피는 번뇌의 몸을 벗어나서 대자유인이 되는 과정이기도 할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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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말이다. 잠농사도 양보하고 모기떼에게 헌혈도 하면서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이 순간이다. 킬라통을 옆에 놓고 수시로 뿌리다가도 이 장면에서는 다 잊어버리고 탈피의 장면에 빠져든다. 맞아~! 도인은 껍질을 벗어버린 매미이고, 중생은 껍질 안에서 꼼지락대는 번데기로군. 그런 거였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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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0분】3시간 49분째 


아직도 눈은 보이지 않는다. 등이 제법 동그랗게 솟아올랐으니 머지 않아서 머리가 보이지 싶기는 하다. 그래도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노라니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그 작은 몸에서 이렇게 큰 매미가 나와도 되는가 싶기도 하다. 지금 이 순간에 이 녀석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냥 생명의 프로그래밍에 따라서 무념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태아가 자궁을 벗어나면서 하고 있을까? 왠지 이렇게 지켜보고 있는 순간은 모태를 벗어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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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1분 23초】3시간 50분째 


드디어~! 눈이 나타났다. 눈 뒤쪽의 검은 점 두개는 가짜눈일 수도 있겠다. 눈처럼 보이라는 것이겠지. 그렇지 않고 그 자리에 검은 칠을 해 놓은 이유는 없지 싶어서 해 본 생각이다. 조류는 알에서 깨어나면 맨 처음 본 생명체를 엄마로 생각한다는데, 매미도 그렇게 되면 숲으로 날아가버리지 않고 낭월의 손에서 노래를 부르면서 놀텐데....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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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1분 34초】3시간 50분째 


이제보니 등은 갈라지고 옆은 늘어났던 것이로구나. 마치 산도(産道)가 넓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보면 되겠다. 이나저나 벗어나면 버릴 것인데 그냥 터져버리지 않고 신축성이 있는 것으로 잡아두는 것도 상상밖이다. 양(丨)은 갈라지고, 음(一)은 늘어난다는 이유를 하나 덧붙여도 되지 싶다. 그나저나 아무리 봐도 저 누렇게 된 흙덩어리에서 이런 녀석이 태어난다는 것을 보니 한번쯤은 지켜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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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3분 2초】3시간 52분째 


어느 정도 빠져나온 모습이다. 이제 등은 모두 나왔고 그 아랫부분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곤충은 머리, 가슴, 배라고 했는데 배의 뒤쪽은 뭐라고 해야 하지? 그냥 배라고 해야 하나? 꼬리라고 하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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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3분 17초】3시간 52분째 


시간대가 같은 것은 앞모습과 옆모습을 바쁘게 담아서이다. 그래서 초를 표시했다. 이제 발이 나오면 앞발쪽에 테이프를 붙여 줄텐데 아직도 발은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기다리는 마음도 바쁘긴 마찬가지이다. 아니 어쩌면 혼자만 바쁜 것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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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4분】3시간 53분째 


문득, 겉모습과 속모습이 떠오른다. 겉만 보고 판단하지 말라는 선현들의 가르침이 여기에 겹치는 까닭이다. 육조단경의 한 대목이다.

오조 : 넌 어디에서 왔느냐?
혜능 : 예, 북쪽에서 왔습니다.
오조 : 북쪽은 오랑캐라서 불성이 없는데?
혜능 : 몸이야 남북이 있지만, 마음에도 남북이 있겠습니까?
대중 : (지켜보던 화상들이 이구동성) 오호~! 재법인데~~!! 
오조 : 시끄럽다. 주방에 가서 방아나 찧어라~!

눈이 보는 것, 눈에 보이는 것, 눈이 보는 것을 우리는 많이도 믿는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하니까. 그러나 눈이 전부인 줄만 알고 살았던 사람도 막상 눈을 잃으면 귀가 열린단다. 그래서 천안통(天眼通)보다 한수 위가 천이통(天耳通)인가 보다. 생각해 보라. 텔리비젼에 영상이 보이는데 소리가 안 들리는 것을 보고 앉아 있을 것인가? 아니면 소리만 나오는 라디오를 듣고 있을 것인가? 당연히 눈보다 위대한 것이 귀가 된다. 요즘 육근(六根)과 육식(六識)에 대해서 종종 생각해 보곤 한다.

눈(眼) : 빛을 본다. 빛을 통해서 사물을 본다.
귀(耳) : 소리를 듣는다. 공기의 진동을 통해서 파동을 듣는다.
코(鼻) : 호흡을 통해서 외부[하늘]와 연결된다. 호흡은 하늘과 통한다.
입(口) : 입을 통해서 외부[땅]과 연결된다. 음식은 땅에서 나온다.
몸(身) : 몸을 통해서 수행을 한다. 자손을 번식하는 것도 포함된다.
맘(意) : 마음으로 모든 경계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지혜의 출입문이다.

눈(色)은 귀(聲)을 이기지 못한다. 눈은 장애[벽]가 있으면 그 뒤를 볼 수가 없지만 귀는 산을 마주하고 있어도 그 너머의 소리를 듣는다. 그래서 육근은 뒤로 갈수록 차원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래서 귀는 코(香)를 이기지 못해서 엄마의 체취, 된장국 냄새는 죽을때까지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코는 입(味)을 이기지 못하니 한번 맛을 본 것은 오래도록 몸에 저장이 되어서 고향의 맛을 찾아서 12시간의 비행기도 기꺼이 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입은 몸(觸)을 이기지 못한다. 촉감으로 인해서 연일 이어지는 성범죄를 보면서 요즘들어 이런 생각을 더 자주 해보게 된다. 촉감이라니.... 성욕은 촉감의 영역이다. 몸의 감촉은 자녀를 생산하라고 조물주가 만들어 준 것이지만 그 에너지가 잘못 흘러가면 마약과 성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렇게 엄청난 몸의 느낌도 마음(法)의 벽은 넘을 수가 없으니 모든 동물적인 본능은 여기에서 비로소 그 격랑의 소용돌이를 멈추게 되는 것이다. 마음이 식으면 연인의 손길도 진저리가 나게 되는 이치이기도 하다. 그래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고, 그것이 의식(意識)인데, 의식조차도 없어야 한다는 것은 반야심경의 가르침이거니와, 지금 이 녀석은 의식이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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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사진을 확대해 봤다. 진흙 속에서 보석이 나온다면 이런 장면을 두고 한 말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흑진주 같은 눈, 에메랄드 같은 날개, 황금빛의 몸, 참으로 곱다. 금선(金蟬)이라고 하더니 이제 비로소 왜 번데기에서 깨어난 매미가 황금매미라고 하는지를 알겠다. 이것도 마악 나왔을 때만 황금빛이다. 지금 지켜보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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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17분】3시간 56분째 


아니, 저렇게 작은 번데기에서 참 크기도 한 녀석이 튀어 나온다. 아톰이 허공을 날아오르는 듯한 자태이다.

Astroboy2

어디가 닮았느냐고? 하긴, 기억 속의 잔상이 혼란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그냥 그렇게 보였다. 다만 오른팔과 왼팔을 허리에 대고 날아가는 아톰이 생각났는데 그런 그림이 안 보여서 부득이 이 그림으로 대신한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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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20분】3시간 59분째 


오호~! 이 장면은 이미 구면이구나. 여기에서부터 본 것이 먼저번의 탈피장면이었으니까 이후로는 대략 어떻게 진행이 될 것인지 알겠다. 초면과 구면의 차이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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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21분】4시간 0분째 


초록색의 날개가 앙증맞다.  저 조그만 것이 결국은 날아다니는 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니 매미의 조상은 무슨 공덕을 쌓았길래 쥬라기부터 날개를 갖게 되었을까. 부럽다. 비행기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옆집이나 옆의 나무로 날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매미날개의 황홀함이란 반드시 여인의 몸에 망사속옷이 생각나서만은 아닐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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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24분】4시간 3분째 


이제부터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가 있다. 몸이 앞으로 숙이면서 꼬리가 나오겠지.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도 시간이 좀 남아있을 게다. 여기에서 좀 멈칫거렸던 기억이 나서이다. 땅의 흔적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과정의 막바지 순서이다. 앞으로는 죽어서나 땅에 돌아올 테니까. 그렇게 오랜 시간을 함께 했던 땅의 흔적을 지우는 일도 간단하지 않은 모양이다. 시간도 3분이 지나도록 그대로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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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25분】4시간 4분째 


바짝 들이대 본다. 꼬리만 남겨놓고 모두 다 빠져나왔다. 이제 앞발을 테이프로 붙여줘야 하는데 그 시간의 포착을 못찾고 어리벙벙이다. 그 사이에 갑자기 변화가 생기면 그 기회를 놓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걱정이다. 물론 잘 붙어있기는 하지만 저렇게 뒤로 버티다가 떨어지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은 그냥 노파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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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26분】4시간 5분째 


봐라~ 이젠 탯줄이 보인다. 설마 저게 탯줄이겠어? 그냥 알고 있는 상식에서 끌어온 지식정보에 그렇게 씌여 있어서 이름을 붙여 본 것일 뿐이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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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자세히 들여다 보자. 아무리 봐도 탯줄처럼 보인다. 배꼽부위에 붙어있잖여? 와우~! 노벨상 감이다. 매미의 탯줄을 발견하다니 이럴 수가 있느냔 말이지. 그 안에서 이렇게 하얀 줄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러고 보면 먼저도 보긴 했을텐데 허둥대느라고 미쳐 살피지 못했을 수도 있겠다. '매미에게도 탯줄이 있다.' 여튼 우기고 볼 일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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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34분】4시간 13분째 


앞발에 테이프를 붙여야 한다고 머리는 말을 하는데 손이 선뜻 나가질 않는다. 여태까지 잘 버티고 있는 것을 보면 괜한 걱정으로 훼방을 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뒷꼭지를 잡아당기고 있어서였다. 사실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맡기는 것이 옳을 수도 있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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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39분】4시간 18분째 


매미는 입이 빨대이다. 빨대를 나무 껍질 속에 꽂고 수액을 흡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과수농가에서는 해충으로 구분이 된다. 나무에게는 백해무익이다. 그렇게 수액만으로 연명하면서 찍짓기를 하고 암컷은 알을 낳고 길면 1개월을 살다가 기나긴 삶을 마무리한다. 황금빛이 영롱하고, 초록날개는 더욱 영롱하다. 안 되겠다. 더 버티다가는 떨어지지 싶다. 그래서 테이프를 붙였다. 소심하게 조금만 붙였다. 경과를 봐서는 그래도 크 도움이 되지 싶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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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49분 28초】4시간 28분째 


그런데, 놀랍게도 테이프를 붙이자 마자 몸을 앞으로 붙이는 것이 아닌가. 마치 그렇게 해 주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말이다. 이제 꼬리까지 분리가 될 시간이 다가온다는 신호로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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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49분 46초】4시간 28분째 


이제 제대로 분리가 되었다. 자신의 껍질에 업혀서 대기의 기운을 흡수하고 있다. 그러니까 온 몸의 기관이 정상적으로 작동이 될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날개는 아직도 잔뜩 웅크리고 있는 것으로 봐서 완전한 매미의 성체가 되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 시간은 이미 잠을 자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나갔지만 오늘은 시간을 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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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는 이렇게 조금만 붙였다.그래도 충분히 떨어지는 불상사는 방지할 수가 있을 것으로 봐서이다. 도대체 어디에 박혀서 있었길래 눈주위에도 온통 흙투성이인지 참 신기한 생명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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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51분 46초】4시간 30분째 


완전히 분리가 되었다. 그래놓고서 다시 살펴보니 매돌이였구나. 가슴에 울음판이 붙어있는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수컷이다. 힘차게 나무에서 사랑노래를 부를 날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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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1시 55분】4시간 34분째 


이제 날개는 그럴싸하게 펴졌다. 다만 아직도 더 커져야 한다. 형체만 갖췄을 뿐이고 아직도 펴지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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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2시 0분】4시간 39분째 


점점 움직임이 느려진다. 다시 시간 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태어나는 것이 도를 깨달은 상황인 돈오(頓悟)라고 한다면, 이제부터는 기다리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점수(漸修)의 단계라고 해도 되지 싶다. 매미 한 마리를 통해서 별별 생각을 다 해 본다. 날개에 초록색이 감돈다는 것은 아직도 날아가는 시간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때가 무르익을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서두르다가는 아무 것도 안 된다는 것을 매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을 게다. 아득한 쥬라기 시대부터 조상이 유전자로 물려준 경험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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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3시 17분】5시간 56분째 


번데기에서 날개까지 대략 갖춰지는데 걸린 시간이 6시간이다. 매미도 고생했고, 낭월도 사서 고생한다. 일단 여기까지 찍고는 카메라에 맡겨놓고 한숨 자기로 했다. 그 다음의 단계는 찍어 봤던 것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이제 볼 것은 다 봤다는 생각을 하니까 미뤄놨던 잠신께서 계산서를 내밀어서 거부할 수가 없었다.

"카메라~ 매미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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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3시 57분】6시간 36분째 


이제 시간이 널뛰기를 한다.  잠을 자려고 들어갔다가 잠이 얼른 오지 않아서 또 나와서 확인하고 카메라는 혹시 비가 내려도 안전하게 비닐로 씌워놓고 다시 한 장 더 찍어놓고는 잠으로 빠져들었다. 매미랑 하룻밤 논다는 것도 참 보통 일이 아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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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6시 3분】9시간 42분째 


두어 시간 자고 일어났다. 평소에 일어나는 생체자명종이 울린 모양이다. 일어나자마자 허겁지겁 매돌이에게 갔다. 보통 번데기에서 나와서 2~5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아직도 그대로이다. 대신에 초록색이 많이 사리지고 짙은 갈색으로 변해간다. 비로소 성체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 모습이다. 행여 날아갔어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꿋꿋하게 그 자리에 붙어서 낭월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반갑구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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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6시 5분】9시간 44분째 


날개가 많이 투명해졌다. 그리고 핏줄같은 선도 검은색으로 짙어졌다. 아직 날개의 위쪽에 초록색은 남아있지만 바로 날아오른다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날개가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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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6시 13분】9시간 52분째 


등쪽도 점점 짙어져 간다. 나무에 붙어서 나머지 삶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나무의 껍질에 가까운 색으로 변해가는 것이려니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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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6시 41분】10시간 12분째 


매미는 종종 부활(復活)의 상징으로도 인용된다. 고인들도 매미의 모습에서 많은 의미를 찾았던 것인가 싶기도 하다. 땅속에서 하늘까지, 날개가 있다는 것이 또한 천지인의 이치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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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만 확대해서 보기도 한다. 이렇게 투명한 것이 실은 두겹이라는 것도 놀라울 일이다. 날개도 많지만 매미날개의 투명함은 볼수록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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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7시 31분】11시간 2분째 


머리에는 왕관을 쓴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모습이 웅장해 보이기도 한다. 더듬이는 매우 짧구나. 목에는 목도리를 두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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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8시 30분】12시간 5분째 


약간의 초록빛만 날개에 남겨두고 거의 마무리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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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는 더욱 투명해졌다. 혈관은 모두 검은 갈색을 띈다. 완성이 되었다는 뜻일게다. 이제 작별할 시간이 멀지 않았음을 느끼겠다. 마지막 날아가는 장면은 담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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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8시 50분】12시간 25분째 


이제 마지막 사진을 정해야 한다. 이 장면 다음에는 첫비행을 했기 때문이다. 날개를 한번 움직여 보지도 않고서 어쩌면 그렇게 힘찬 소리를 내면서 옆의 벗나무로 날아가는지 그 소리가 상쾌하다. 하룻밤의 역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다. 섭섭하면서도 앞날에 축복을 빌어준다.

"함께 해서 즐거웠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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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8시 50분】12시간 25분째 


그렇게.... 주인은 떠나가고, 흔적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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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29일 8시 51분】12시간 26분째 


그런데, 놀랍게도 탯줄이 밖으로 나와있다. 오늘 또 새로운 것을 하나 발견했다고 할 참이다. 짙은 갈색 사이로 하얀 선은 달리 생각을 할 단서가 없어서 그냥 매미의 탯줄이라고 이름을 붙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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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뒷청소는 낭월이 해야 하겠다. 빈집은 떼어 내고 원상태로 되돌려야지. 하룻밤이 또 흘러갔고, 사진을 정리하면서 짧지만 길었던 하룻밤의 인연을 이렇게 정리해 본다.
아쉽지만 그래도 찍은 공을 생각해서 타임랩스도 만들었으니 소개해 드리는 것이 좋겠다. 초점이 맞지 않은 부분을 제외하면 그런대로 탈피하는 장면을 이해하는데는 도움이 되지 싶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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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8월 1일 16시 24분】날아간지 3일 하고도 7시간 후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우화해서 날아간 다음의 소식이 궁금했다. 매미가 우화를 한 후에 3일 경부터 짝짓기 구애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오늘이 3일째이다. 그래서 날아간 나무를 자꾸만 바라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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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위해서 사진에 표시를 넣었다. 이렇게 가까운 나무로 날아갔던 것인데, 일단은 가까운 곳으로 날아간 다음에 다시 맘에 드는 곳으로 멀리 날아갔으려니... 했다. 그런데 오후가 되자 나무에서 우렁찬 매미 소리가 들린다. 그래서 땡볕을 무릅쓰고 매미를 찾았다. 그냥 맨눈으로는 안 보여서 망원렌즈로 당겨서 나무줄기를 모두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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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마침내 발견했다. 녀석~! 반갑다. 집을 나간 자식을 다시 만난 느낌이랄까? 마음 한편에서 조금 미안했던 것이 있었다. 밤새도록 조명을 비춰서 혹시라도 녀석의 삶에 안 좋은 영향을 준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한켠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렁찬 녀석의 노래를 들으니까 마음이 날아갈듯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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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위치를 파악한 다음에는 다시 망원렌즈로 그 모습을 당겨서 찍어야 했다. 이것은 설명을 위한 사진이다. 나뭇가지에 저렇게 붙어있었더라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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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mm로 당기니까 매미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될 정도로 다가온다. 그렇다면 다시 더 당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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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 초록빛은 완전히 사라지고, 짙은 갈색으로 변했고, 초록은 오히려 검은색이 되었네. 발에는 노랑무늬가 추가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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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짝짓기까지 보기는 어렵지 싶다. 일단 이 친구와의 인연은 여기까지인 걸로 해야 할 모양이다. 문득 우렁찬 소리를 남기고 싶었다. 카메라는 동영상도 된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삼각대를 세우고 손떨림방지를 해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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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녀석~!


소리도 상쾌하다. 평소에 익숙하게 들었던 숫매미의 힘찬 사랑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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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짝을 만나서 행복한 나머지의 시간을 누리거라~!

 

★ ★ ★ ★ ★ ★【짝을 이루는 암매미의 출현】 ★ ★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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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시원찮은 매미를 발견했다고 연지님이 들고 들어왔다. 매미와 노느라고 즐겁게 시간을 보낸 것이 생각나서 들고 들어온 것이다. 그런데 아직 죽진 않아서 움직이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나무로 데리고 가서 사진을 남겼다. 어쩌면 영정사진일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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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매미 인증이다. 가슴에 울음판이 없는 것과 크기가 수매미보다 많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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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붙여 놓으니까 조금만 소홀히 살펴보면 눈에 띄지 않을 옷으로 완전무장을 하고 있다. 어쩌면 날개의 모습으로 봐서 우화를 지켜본 매미와 다른 품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품종까지 알아볼 안목은 부족하니 생략하고 암수만 확인하는 것으로 정리를 하는 것이 좋겠다. 자료를 잠시 본 것으로는 이 암매미는 털매미가 아닐까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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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도 다르고, 날개도 달라서 같은 품종이라고 하기는 좀 자신이 없긴 하다. 수매미는 쓰르라미일 수도 있겠지만 말매미에 더 가깝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다가 매미품종을 찾아서 숲속을 누비게 될지도 모르겠군. 매미채라도 들고 채집하러 나설 마음까지는 생기지 않도록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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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의 모습도 담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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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의 모습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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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날개에도 털이 나 있으니 털매미가 맞는 걸로 봐도 되지 싶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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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음양의 이치를 거스르지 않는라고 나타나 준 암매미가 반갑다. 행여 우화하는 장면을 만난다면 더욱 좋겠지만 일단 이렇게 추가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요량이다.

 




이렇게 매미와 하루를 보냈다는 이야기를 생각나는대로 써 봤습니다. 자세히 보면 안 보였던 것이 보이고, 계속 지켜보면 또 새로운 것을 생각하게 되는가 싶습니다. 이제 장맛비는 그치고 폭염으로 이어진다지요? 그러니까 저녁에 매미유충이 찾아오기는 어렵겠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매미의 우화(羽化) 과정에 동참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활기가 가득한 하루이시기 바랍니다.

 

2019년 7월 30일 낭월 두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