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전설따라 역사기행 < 천간지지편 >

작성일
2007-09-1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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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계속 머릿속이 복잡해 질텐데, 시작부터 어려운 이야기로 복잡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우선 가벼운 마음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나 한편 들려드리고서 본론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이 이야기는 아득한 옛날 삼황오제에 등장을 한다는 황제(黃帝)시절로 올라간다. 물론 이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는데, 진위(眞僞) 여부를 떠나서 그냥 재미로 한 번 생각해 보는 정도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지나는 길에, 어렵다고 피하기만 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팔괘도(八卦圖)에 대해서도 구경이나 하는 기분으로 설명해 보겠다. 잠시 살펴보고 상식을 넓히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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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천하의 첫 머리에는 언제나 등장을 하는 인물들이 있다. 그 이름은 삼황(三皇-伏羲,神農,黃帝)과 오제(五帝-소호(少昊),전욱(顓頊),제곡(帝嚳),요(堯),순(舜))이다. 이들은 대를 이어가면서 중원을 다스렸는데, 그들의 업적이 위대하다고 해서 모든 기록에는 항상 맨 앞에다 두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음양오행은 중국 철학의 뿌리라고 해야 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니 이 책에도 삼황오제 중에서 누군가는 당연히 등장을 해야 하는 것은 불문율(不文律)이 되는 것은 너무나 뻔한 일이다.

사전적(辭典的)인 해석으로 본다면 복희씨는 고대 중국의 전설적인 왕이라고 한다. 당시의 백성들에게 그물을 만들어서 고기 잡는 방법과 사냥하는 방법을 가르쳤다고 한다. 한대(漢代)의 어느 역사책에서는 그의 어머니가 뢰택(雷澤)에서 거인의 발자국 밟고서 그를 낳았다고 한다. 또 열자(列子)에는 그가 인면사신(人面蛇身), 즉 얼굴은 사람처럼 생겼고 몸은 뱀처럼 생겼다고 했고, 또 우수호미(牛首虎尾), 즉 머리가 소처럼 생겼고 꼬리는 호랑이 꼬리처럼 생겼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조물주로써 한국에서의 단군(檀君)과도 같은 존재로 있다고 하니까 최초의 왕이라고 할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역학자에게는 상당히 친근한 이름이기도 한데, 가장 중요한 일로써는 ‘복희(伏羲)팔괘(八卦)’가 전하고 있다. 이것은 주역(周易)의 두가지 형태 중에서 그 원류에 해당하는 선천역(先天易) 또는 복희역(伏羲易)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주역의 원형을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실의 여부를 떠나서 주역이라고 하는 형태는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할 수가 있겠다. 이 복희역이 나중에 문왕을 만나면서 현재 사용하는 바탕이 된 것인데, 실은 문왕도 복희역에서 새로운 변화를 찾아 냈을 것이 뻔하므로 특히 주역에서는 시조격으로써 존중이 된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참고삼아 주역의 원형을 한번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우리가 공부를 할 것은 명리학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명색이 남들이 보기에는 역학(易學)이라고 하면 모두 같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주역의 기본형인 선천역과 후천역을 몰라서야 답변이 궁색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한번 살펴보도록 하겠다.




   先天 八卦圖 (伏羲)





























이 팔괘도를 살펴보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그림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여기에서는 중심 축에서 건곤(乾坤)이 주재를 하고 있다는 점만 주시하면 된다. 모든 운행은 건곤의 관할 하에서 진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즉 아버지와 어머니가 중심이 되어서 꾸러가는 세상이라고 보면 되겠고, 이것은 복희시대를 이끌어 간 자연법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이 괘상을 보면서 그 당시에는 아버지가 주가 되고, 어머니가 종이 되어서 집안을 이끌어 가는 시대라고 보면 되겠다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석을 하는 것인 순전히 낭월이 맘대로이다. 원칙적으로 해석을 한다면 굉장히 현학적(玄學的)이고 심오한 의미가 엄청나게 들어있기 때문에 정통으로 주역을 공부하신 선배님들이 이 글을 읽으신다면 아마도 ‘댓끼~놈!’ 하고 호통을 치실 것이다. 다행히도 이 정도의 실력을 갖고 계신 선배님이라면 이러한 갑을병정이나 설명하고 있는 책은 보시지 않을 것이므로 맘놓고 헛소리를 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생각을 해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자유라고 하는 점이 중요하다. 모든 철학의 접근 방향을 원리원칙대로만 이해를 하려고 한다면 접근하기에 상당히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무리 쉽게 이해를 한다고 해도 결국 그것도 역시 철학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유로운 사고력으로 연구하고 궁리하는 것이 소위 건방을 떠는 말로 한다면 ‘낭월식’인  셈이다.

이렇게 선천팔괘의 그림을 보면서 아버지가 왕노릇을 하던 시대라고 하는 점을 관찰하게 되면 그대로 하나의 이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또 다음 설명을 해본다.




   後天 팔괘도 (文王)





























이번에는 뭐가 달라보이는가? 그냥 대충 본다면 선천괘나 후천괘나 별로 차이점을 못느낄 것이다. 비슷비슷한 모양들이 서로 돌아가면서 나열되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람들의 시각이 아닐까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천간지지에 대한 책을 보실 정도라면 아직은 입문을 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이 되고, 그렇다면 벗님도 역시 그렇게 느끼시지 않을까 싶다.

그럼 여기에서는 무엇을 눈여겨 봐야 할것인지를 말씀드리겠다. 이번에는 감리(坎离)를 눈여겨 봐야한다. 감리는 水火가 되는 까닭이다. 그렇다면 후천시대(즉 현재의 상황)에는 물과 불이 관할을 하는 시대라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가족 중에서는 가운데 아들과 가운데 딸이 해당된다. 이 말은 또 무슨 의미일까? 얼핏 생각해봐도 이 시대에는 자식이 가정의 중심이 되는 시대라는 의미가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사실 현실을 보면서 과연 허망한 생각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언제나 자식에 대한 관심으로 모든 것을 걸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갈수록 이러한 것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자식이 많을 때에도 그런데, 이제는 하나 아니면 둘이다. 이렇게 되다 보니까 어머니의 온 에너지는 그 자식에서 집중이 되어있다. 그래서 그 부담감을 견디지 못한 아이들은 아파트에서 뛰어 내리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어머니들은 자신의 자식은 그럴 리가 없다고 믿는다.

지금은 시대가 그러한 시대이다. 그러므로 자식에게 온 정성을 기울이는 부모를 탓해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냥  고개만 끄덕이면서 ‘그런갑구나...’ 하는 정도면 충분하리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한가지 부언해야 할 것은 어떤 책에서는 이 그림의 모양이 거꾸로 되어있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즉 리괘가 위로 가고 감괘가 아래로 되어있는 그림을 말한다. 그렇다고 해도 결과는 똑같다. 어째서 그러한 차이가 나느냐면 관찰자가 어디에 있느냐 하는 차이점 때문이다. 이 그림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바라다 본 것이다. 그러니까 반대로 되어있는 그림을 만나신다면 이번에는 내가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고(왕이 된것처럼) 관찰한다고 생각하면 혼동이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 두가지면 충분하다고 봐야 할까? 모든 것은 삼세번인데, 이렇게 두 개의 표만 보여주면 뭔가 아쉬운 맛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주역(周易)과 연관된 서적에서는 이 두가지가 전부 다이다. 그러니까 더 이상 떼를 쓰지 마시라고 해야 할 참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나온 어느 학자분이 그 문제의 세 번째 그림을 얻었다고 해서 가슴이 뭉클 해지는 기분이 들었던 적이 있다.

그렇다면 이 그림은 언제 쓰일 그림일는지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가장 일반적인 해석으로는 지축이 바로 서고 나면 사용이 될 그림이라고 하는 말이 가장 지배적이다. 즉 마지막 한 번의 변화가 있는데, 그 후에는 바로 이 새로운제3의 그림대로 시대가 짜여질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 시대를 일부 종교에서는 개벽이 일어난 후라고 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그림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재미있는 일이다. 구경이나 한 번 해보도록 하자.




  正易 팔괘도 (一夫)





























여기에서는 여자가 위로가고 남자가 아래로 가는 그림이 되어있다. 여자라기 보다는 어머니라고 해야 하겠다. 그러면 여성상위시대가 된다는 말이 아닌가? 어쨌던 지금은 알게 모르게 이러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지도 모르겠다. 점차로 여성의 위치가 강화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그러한 기분도 든다. 이 시대가 되면 태평성대라고 하는 말이 뒤따라 다니고 있는데, 현재 지구 상에서 벌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을 관찰해 볼적에는 별로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 그러나 알 수 없는 것이 또한 천지자연의 조화인지라 인연따라 구경이나 할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어쨌던 이렇게 많은 의미가 세 개의 그림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낭월이는 이러한 것을 깊이있게 연구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생각을 하고 있으므로 이 방면에 관심이 많으신 벗님이라면 책을 추천 해드릴 테니까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란다. 정역에 대한 책으로는 아세아 문화사에서 나온 《正易과 一夫》라고 하는 책이 있다. 그리고 행림출판에서 나온 《宇宙變化의 原理》라고 하는 책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의미심장한 이야기가 있으므로 살펴보시기 바란다. 다시한번 요약해서 정리를 해본다.




1. 복희역(伏羲易) - 건괘(乾卦)가 上이 되고, 곤괘(坤卦)는 下가 되어서 좌우에 나머지 괘들을 거느리고 배포되어 있다. 여기에서는 천지자연의 원형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본다. 다른 말로 한다면 우주의 체(體)가 된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야말로 하늘은 위에 있고 땅은 아래에 있는 형상을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2. 문왕역(文王易) - 감괘(坎卦)가 上이 되고, 리괘(離卦)는 下가 되어서 이제는 천지(天地)를 바탕으로 삼아서 변화가 무쌍하게 발생한다는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그 변화는 바로 대립 속에서 발전하는 현재의 상황을 나타내는데, 원래 물과 불은 서로 어우러질 수가 없는 형상이다. 이러한 것으로 세상이 이뤄졌다는 것을 표시함으로써 탈도 많고 시비도 많은 세상이라는 암시도 포함한다고 본다. 현재의 주역은 바로 이러한 형상을 담고 있다.




2. 일부역(一夫易) - 곤괘(坤卦)가 上이 되고, 건괘(乾卦)는 下가 되어서 처음의 복희괘에서 보였던 괘가 서로 뒤집혀서 나타나고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 일부의 정역을 중국의 역학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조선시대의 학자에 의해서 발견된 것을 과연 다음의 형상으로써 인정을 해줄런지가 궁금하지만, 어쨌던 흥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어느 책에선가 기억은 나지 않는데, 복희씨가 한반도에서 역의 이치를 배워갔다는 말도 본 듯 하다. 이러한 것을 보면서 어쨌던 우리는 기분나쁠 일은 없으므로 오히려 더욱 열심히 연구하고 정진해서 자신의 몸 속에 흐르고 있는 자연의 통찰력을 빨리 일깨울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게 최초의 대왕이 이미 음양오행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주역의 선천괘상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그만큼 역학의 뿌리가 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봐서 나쁠일은 없다고 하겠다. 그나저나 이야기가 너무 어려워 진다고 책을 덮어버릴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가볍게 이야기를 한다고 해놓고서는 이거 나 자신도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모르는 상황이 되어버려서 난감하다. 얼른 방향전환을 해야 할 모양이다. 밑천이 들통나기 전에 말이다.




다음으로 나타나는 왕은 신농씨이다. 이 왕은 농사를 짓는 방법에 대해서 가르쳤다고 《맹자(孟子)》에 전한다고 하니까 처음(복희시절)에는 사냥을 하다가 다음으로 농사를 지었다는 흐름이 서로 통한다고 생각된다. 신농씨의 모습은 간혹 한의원에 가보면 결려있는 경우가 있다. 실은 신농씨의 가장 빛나는 유업은 한의학(漢醫學)의 시조라는 점이다. 농사를 가르치고 환자가 발생하면 약이 되는 풀을 먹여서 치료를 했다고 전하는데, 그래서 한의학은 이론적으로는 역학에 바탕을 두고서 신농씨의 실험정신에 의해서 개발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물론 약을 먹어보면서 효력을 실험했다고 하니까 아마도 그 중에서는 독초도 상당부분 드셨으리라고 예상된다. 그래서 또한 성인으로서 존경을 받을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모습은 앞에서 복희씨가 사람 머리에 뱀의 몸이었다고 말하는데, 실은 신농씨의 그림은 소의 머리에 사람의 몸인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앞에서 우수호미(牛首虎尾)라는 설명은 신농씨에 대한 설명이 잘못 적힌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마지막으로 황제(黃帝)가 등장을 한다. 황제는 기원전 3세기 경부터 이름이 전해진다고 하는 것으로 봐서 비교적 역사에 나타나는 사람인 모양이다. 실은 한의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책 중에 ‘황제내경(黃帝內經)’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에 보면 황제라고 하는 이름이 나오고 상대방으로는 기백(岐伯)이라고 하는 의성(醫聖)이 등장을 한다.

중요한 업적으로 기록되는 것 중에는 옷과 집을 짓는 방법을 가르쳤고, 의술을 더욱 발달시켰다는 점이다. 그래서 문화생활을 처음으로 시작하게 한 왕이라고 전하는데, 도가(道家)에서도 노자(老子) 이전에 있었던 시조로 여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치우(蚩尤)라고 하는 싸움꾼의 난을 정벌하여 다스린 공로도 인정이 된다. 그러고 보면 이미 황제의 시절이 되면 전쟁이 발발했었다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이것은 삼황(三皇)의 흐름을 볼적에 처음에는 사냥을 하던 수렵시대에서 농사를 짓는 농경법으로 전개되어서 어느 정도 부유한 생활을 누리게 되니까 이번에는 자연발생적으로 전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은 참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필히 거치게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삼황에 대한 설명을 늘어놓고 있는 이유도 바로 치우와의 전쟁을 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하는 속셈이다. 치우라고 하는 사람은 매우 대단한 능력을 갖고 있었던 사람인 모양이다. 그래서 탁록 이라는 벌판에서 황제와 더불어서 대단히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가 보다. 그럼 이제부터 본론으로 들어가서 전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하자.




★ 탁록 벌판을 피로 물들인 전쟁




황제가 천하를 다스리고 있을 시절인데, 처음에는 혼자서 다스려도 사람들이 순진하고 인구도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천하가 편안하였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가면서 인구가 늘어나고 그 중에서는 말을 잘 듣지 않는 사람도 발생하게 되자, 혼자서 모두를 감당하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단다.

그러던 와중에 치우라고 하는 망나니가 전쟁을 일으켜서는 호시탐탐 황제가 다스리는 천하를 건드려 오는데 이것이 그렇게 만만하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처음에는 그냥 활과 창으로 대항을 했지만, 그렇게 해서는 도저히 승산이 없다고 판단한 황제는 하늘에다가 기도를 하게 된다. 그러자 하늘에서 열명의 전사들이 내려왔다. 이름하여 갑을병정무기경신임계(甲乙丙丁戊己庚辛壬癸)의 전사들이다. 甲장군의 공격력과, 庚장군의 수비력, 壬장군의 지모와 丙장군의 용맹력 등등 각기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해서는 모두 황제를 도와서 일시에 치우를 섬멸하고 태평천하를 만들었다. 그래서 황제는 앓던 이를 뽑아버리고 다시 중국천하는 태평시대가 전개되는데, 이때의 싸움으로 인해서 탁록은 피바다가 이뤄졌다는 말이 있는 것으로 봐서 얼마나 치열한 전쟁이었는지를 짐작케 한다.




여기에서 바로 중요한 십간(十干)이 등장을 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을 해본다. 그 이전에는 단지 복희가 만들어 놓았던 선천팔괘만 있었는데, 이렇게 십간을 얻어서는 역학의 세계가 일시에 대단한 발전을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전사들의 특성을 살펴서 다시 황제가 연구하던 의학에 접목을 해본 결과 인체에서도 이와 같은 원리가 그대로 존재한다는 점을 알게 되어서 비로소 의학이 의학다워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하늘이 내려준 전사들을 연구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십천간(十天干)의 처음이라고 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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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세상이 편안해지자 이번에는 가만히 있지를 못하는 전사들이 자기내들끼리 싸움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원래 전사라는 것은 싸움을 해야 신명이 나는 법인데, 이렇게 허구헌날 테레비젼의 야구나 보면서 열을 내려니까 도무시 좀이 쑤셔서 견딜 수가 없었더란다. 특히 병장군은 시비를 걸고 싶어서 온 몸이 근질근질 했는데, 그렇게 춤벙대다가는 언제나 임장군에게 야단을 맞고서야 수그러 들었다. 하루는 자기네들끼리 티격태격하다가 묘안을 내게 되었다. 이렇게 생산성 없는 소모전만 할게 아니라 아내를 얻어서 가정을 꾸비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힘을 쓰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황제를 찾아갔다.

“황제님, 우리에게도 사랑스런 짝을 구해십시오.”

황제가 생각해보니 과연 그들도 남자들인데 어찌 여자를 보고 싶지 않겠는가 싶어서 여자를 골라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들이 어디 보통 사람들인가? 모두 신들이 아닌가 말이다. 그래서 보통의 여인네는 이들에게 어울리지가 않았다. 그러한 사실을 본 황제는 신통력을 발휘해서 땅의 기운을 이용해서 열 두명의 여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들의 이름은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子丑寅卯辰巳午未申酉戌亥)이다. 그 열두명의 여자들은 각기 전사들에게 붙여줘서 싸움이 없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황제님은 결정적인 실수를 하신 모양이다. 여자도 열명을 만들었으면 아무 탈이 없으련만 이 녀석들이 싸움쟁이들인지라 하나씩 차지를 하고서도 만족을 못하고서는 나머지 임자가 없는 두명의 여자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또 싸움을 계속 하더란다.

이들은 甲장군이랑 子여인이랑 짝을 이루고  乙장군은 丑여인과 짝을 이루는 식으로 壬과 申이 짝이 되고, 癸와 酉가 짝이 되었다. 그런데 나머지 戌亥여인은 짝이 없었다. 이들은 자기네들은 짝이 없다고 불평을 하면서 화를 내었다. 그리고 잘 사는 자매들에게 가서 이간질을 하고 시비를 붙이게 만들자 그 피해가 결코 만만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황제는 다시 돌아가면서 그 여인들을 소유하게 하였다. 그렇게 해서 불평이 없도록 만들었는데, 처음에는 갑장군이 둘을 차지했다가 다음에는 을장군이 차지하는 식이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그냥 재미삼아서 만들어진 내용인 듯 싶고, 그냥 10천간과 12지지가 만들어지게 되었다는 설명으로 할인해서 이해하면 충분할 듯 싶다.

그렇게 해서 결국은 60 쌍의 짝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이것도 실은 각기 반복해서 차지하는 것이라기 보다는 각기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별개의 결합이라고 생각이 된다. 물론 그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전개될 것이니까 생략을 하겠지만, 앞의 짝짓기 내용은 나중에 공망(空亡)1)이라는 것으로 남아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가 책의 한쪽 모서리에서 보이기도 하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황제시절에 이미 천간지지(天干地支)에 대한 자료가 나왔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이러한 경위를 생각해 봤으니 본격적으로 공부에 들어가도록 하겠다. 우선 천간의 원리를 배우도록 하는데, 천천히 하나하나 이해를 하면서 접근하여 가능하면 완전히 이해를 하도록 하는 것을 권한다. 어설프게 이해하면 나중에 다시 해야하고 또 혼란이 발생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