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태을수

작성일
2007-09-1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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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야말로 말로만 들었던 학문이다. 태을수(太乙數)라고 하는 것이 있어서 참으로 신통한 셈을 한다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이 분야에 대해서는 책도 보지 못했고, 누가 한다는 말도 듣지 못했으니 참으로 유감이다. 이 학문은 아마도 상당히 오래 된 학문으로서 인간의 감성이 매우 탁월해야만 응용이 가능한 고등수학(高等數學)일 것이라고만 생각하고 있다. 알지도 못하는 것을 이렇게 증언부언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보면 참으로 가소롭다는 생각도 드는데, 구태여 변명 아닌 변명을 한다면, 이렇게라도 소개를 하면 이름을 전했다는 칭찬(?)을 듣게 되려나 싶은 생각 때문이다.

 사실 이 외에도 수없이 많은 예지학(豫知學)들이 세월의 뒤안길로 스며들었다가 사라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한 학문들은 참으로 상상을 불허하겠지만, 어떤 연유에서인지는 몰라도 무슨 계기로 해서 이 땅에서 전설과도 같은 이야기만 남긴 채 사라져갔을 것이다.

 이렇게 뛰어나다는 학문들이 소문만 남긴 채 자취를 감춘 이유 중 한 가지는 ‘신의 조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너무나 예리한 도구가 되어서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되면 불행을 미리 피해가기보다 반대로 음적인 문제가 더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판단되어 의도적으로 없애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천기를 누설한 연고로 해서 천벌을 받았다는 말일 것이다.

 이 외에도 참으로 듣도 보도 못 한 천문에 관한 학문들이 부지기수일 것이다. 《성경(星經)》이라는 책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것도 책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이 부분에 와서는 오직 “나 자신의 인목이 언제나 우물 안을 면해 보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