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기행⑤] 백마고지

작성일
2020-01-16 04:36
조회
717

[철원기행⑤] 백마고지(白馬高地)


(여행일: 2020-0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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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안사에서 백마고지는 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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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에 노동당사가 있군. 북한 노동당에서 삼팔선 시절에 정부청사로 사용했던 건물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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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철원으로 두루미를 보러 가야 하겠다고 계획을 세우면서부터 많이도 본 노동당사 사진이어서 새로울 것도 없을 정도이다. 그냥 보니 알겠군. 근데 앞에 서 있는 구조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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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이란다. 김현선 작가의 작품이고, 2018년 5월에 세웠으니 그 이전에 왔던 여행객은 사진에 담을 수가 없는 작품이기도 했겠다. 숫자는 분단의 기간을 표시하는 시간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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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년의 세월이 흘렀다는 말인 모양이다. 저 숫자가 멈추게 될 날이 언젠가는 오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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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환의 흔적보다는 그 틈에서도 열심히 살아가는 식물들의 흔적에 눈길이 간다. 삶은 살아야 하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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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도 허물어져 간다. 접근하면 위험하다고 금지선을 쳐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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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세워진 철원의 둘레길, 여기에선 한여울길이구나. 한탄강의 옛말인 모양이다. 기왕이면 넓은 여울이나 큰여울이라고 했어야 하는 거 아녀? 반쪽짜리 우리말 같기도 하고....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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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당사 바로 앞에는 민통선 검문소가 기다리고 있다. 직진금지라는 이야기이다. 물론 낭월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긴 하다. 이런 때만 철원주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다음 목적지인 백마고지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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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좌회전을 하면 된다. 그게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직진은 못하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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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이름이 대마리(大馬里)구나. 그래서 백마고지가 된 모양인가? 산의 이름이 백마산이었던 모양이군. 그렇지만 지도에서 나오는 백마산은 백마고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산의 이름은 아닌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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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km만 가면 되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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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상 도착을 해 보니까 백마고지가 아니고 「백마고지 전적기념비」가 있는 곳이었네. 그래서 항상 상상과 현실에서는 차이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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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보병사단에서 백마고지에서 전사한 군인들의 영혼을 위로하는 비를 세웠구나.... 이따금 어딘가에서 포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도 어느 포병부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 시절의 긴박했던 순간을 상상인들 할 수가 있으랴.....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떠올리는 정도로 느껴 볼 따름이다. 목숨과 충정과 두려움과 안타까움의 뒤범벅이 된 그 심경을 어찌 공감한다고 할 수가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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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고지전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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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백마고지 전적지는 보병제5사단 장병들이 선배 전우들의 숭고한 호국정신과 위훈을 영원히 기리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하여 조성 하였음을 여기 기록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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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병제5사단의 마크가 보여서 찾아봤다. 별명은 열쇠부대였구나. 군인의 가슴에 이 표시가 보이면 보병5사단이라는 것을 알 수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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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공군과 마주하고 10일 동안 24번이나 주인이 바뀌었었다니.... 국군 제9사단은 이 전투를 승리한 계기로 백마사단이라고 했구나. 전쟁은 없어야 하는데.... 그 치열했던 전쟁으로 수없이 죽어간 젊은 영혼들이 다시 태어나는 바람에 베이비붐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진즉부터 했다. 낭월도 1957년에 태어났으니 1952년의 전투에서 싸우다가 죽었을 지도 몰라. 어쩌면 중공군으로 참전했을 수도 있겠지....

왜 그런 생각을 했느냐면, 중국어를 배워보니까 전혀 생소하지가 않더란 말이지. 이렇게 조각을 맞춰보면 또 하나의 그림이 완성되니깐. 전생의 고향은 중국 어디쯤일지도....

한국전쟁 → 유엔군, 한국군, 북한군, 중공군 → 베이비붐세대 → 산업전쟁....

결국 전쟁으로 죽은 베이비붐세대는 다시 태어나도 산업혁명의 전쟁에서 일만 하다가 늙어버린 슬픈 세대들인가 싶기도 하다. 고무공장, 제철공장, 신발공장, 섬유공장.... 어쩌면 낭월의 전생에 끌고 다녔던 뼈도 이 어딘가에 묻혀 있을런지도 모르지.... 한강의 기적을 이루고서 이제 다들 늙어가면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해 가는 세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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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려.... 태극기는 이런 곳에 달아야 하는 겨.... 존엄 존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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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에 심어진 나무는 자작나무로군. 아마도 백마고지를 상징하기 위해서 이곳에 심어야 할 나무는 이미 정해졌던 것이겠지. 줄기가 하얀 나무여야 했을 테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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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에 멈춰진 시계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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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을 던져서 함께 피흘린 전우들의 그 모습들이 잊혀지는 것이 못내 안타까워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남겨 놓은 전쟁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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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자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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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이 읽어 줄 수는 없어도 마음에 맺힌 한은 모두 풀어버리고 전쟁이 없는 곳에서 태어나셨기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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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어쩌면 공감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은 짧은 순간의 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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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두 마리가 태극기를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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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는 까치를 안 잡아 먹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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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날개를 가진 녀석은 남북을 왕래하는데 걸림이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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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적비가 없는 전적비네? 위에 올라있어야 할 비가 어디론가 이사를 한 모양이다. 아마도 더 멋진 전적비를 세워놓고서 없앤 모양인데 그래도 흔적이나마 남겨놓고자 그냥 뒀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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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전생의 전우였을지도 모를 연지님도 왠지 숙연해 보인다. 이 시대를 살아 온 세대들의 마음에는 누구나 예외없이 마음의 빚이 있다. 전쟁을 겪지 않고 안락하게 살았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그들의 피로 얻어진 자유로움일 것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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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각(常勝閣)에 종이 매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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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여기가 백마고지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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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을 치지 말란다. 왜? 뭐하러 종을 매달아 뒀지? 종은 치라고 있는 거 아녀? 누구라도 통일의 염원을 담아서 뎅~~~~ 뎅~~~~ 뎅~~~~ 울려야 하는 거 아녀? 깨질까봐? 까짓꺼 종이 깨지는데 대수여? 또 녹여서 만들면 되지.... 하는 짓도 참.... 관료들은 생각이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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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바쳐 나라를 지킨 영혼들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종을 쳐야지 그래.... 범종은 불교의 사물(四物) 중의 하나다. 법고(法鼓), 운판(雲板), 범종(梵鐘), 목어(木魚)가 사물인데, 이 중에서 범종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영혼들의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런데도 종을 치지 말라니..... 이건 아니잖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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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또 부득이 포토샵의 도움을 받아야 겠군.... (사부작 사부작....)

맘대로

그려.... 이게 위령종이지..... 나무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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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自由)의 종(鍾)」이었구나. 「위령(慰靈)의 종(鐘)」이라야 하지 않나? 너무 우울한가? 그렇게 기려달라고 만든 전적기념지가 아니던가? 종(鍾)은 술잔이고, 종(鐘)은 쇠북인데, 술잔종이면 자유의 술잔이란 말여? 그럼 샴페인잔이네? 그렇거나 말거나 백마고지 전적지에서 자유의 종은 너무 한가롭지 않나? 바락바락~ 왜 싸우고 싶지? 그 시절의 영혼들에 빙의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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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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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을 보고서야 백마고지는 저 앞의 비무장지대에 있는 산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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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곳이 바로 그곳이란 말이군.... 유해발굴을 해야하는 곳... 이미 한쪽 어딘가에서는 하고 있다는 곳이... 아, 우선은 화살머리고지부터 한다고 했던가....?  화살머리고지는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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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화살머리고지는 백마고지의 왼쪽으로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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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395고지였다는 이야기네. 백마가 누워있는 형상이라서 백마고지라고 했다면 전쟁 후에 백마고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는 뜻인가? 민둥산의 모습이 백마였다니까 그런 모양이네 하긴 기억하기에는 395고지 보다는 백마고지가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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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사의 설명은 귓가로 흘려들으면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의 풍경을 바라본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아니면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어봐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다음 기회가 또 온다면 그때를 기다려야지. 아니 그보다는 북한 여행을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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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의 추위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나라를 지키고 있을 군인들을 따뜻하게 쉬도록 해 줄 건물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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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에 망원렌즈를 달고서 상념에 잠긴 분의 표정으로 이 곳이 어떤 역사를 간직한 장소인지를 짐작하기에 충분하지 싶어서 살짝 담았다. 희희낙락 할 수가 없는 것은 모두가 같은 마음일 게다. 한국인이라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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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곤감리청홍백.....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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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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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 향하는 길목을 바라보는 연지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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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연지야, 우린 전쟁없는 세월을 살았으니 다행이지?
연지 : 앞으로도 없기를 바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