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서리

작성일
2019-11-22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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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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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눈내리듯 했다. 무서리만 내리더니 드디어 된서리가 내렸구나. 소설(小雪)이 이틀 후(20일 기준)이니, 눈은 몰라도 서리가 눈처럼 내릴 수는 있을테니 그냥 조금 내린 눈으로 취급을 해도 되지 싶다. '서리가 내린 것이 눈이 조금 온듯 했다.'라고 한들....

실은 19일에 1시간 정도의 진눈깨비가 쏟아졌었다. 그러니까 소설땜을 했다고 봐도 되지 싶다. 그러니까 기해년 겨울의 첫눈은 내렸다고 해도 되지 싶기는 하다. 내리는 눈을 보면서 열심히 셔터를 눌렀음에도 그 분위기를 잡지 못해서 이야기를 할까 말까 생각 중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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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꽃의 품위를 지키고 있었던 금잔화도 자연의 흐름은 피할 길이 없어서 고스란히 서리를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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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잠시 보여줄 풍경은 사진으로 담아둬야 한다. 마치 얼굴의 고운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을 준비하는 모습처럼 애처롭지만 당당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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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리가 너무 진하게 내려서 결정체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서릿발의 그 날카로운 결정체를 기대했는데 뭉개진 듯한 모습이다. 이또한 자연의 한 모습으로 기록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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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여나..... 더 예쁜 그림이 나오려나.... 접사렌즈의 자동초점을 꺼야 5cm를 더 다가갈 수가 있다. 90mm마크로 렌즈의 능력치를 최대로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물론 정확히 몇cm인지는 낭월도 모른다. 그냥 느낌적 거리일 따름이다. 그리고 그만큼의 노력에 서리결정체가 보답을 한다. 서릿발은 햇살이 돋으면 이내 사라진다. 지금 이 시간만 허용하는 그림이다. 사진을 찍고 있는 이 시간에도 계속 얼었던 서리가 녹고 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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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중지화(花中之花)이다. 아니, 화상설화(花上雪花)인가? 눈이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 화상빙화(花上氷花)로구나. 마지막으로 펼치는 최후의 꽃잔치가 되지 싶다. 여름 내내 물을 뿌려준 선물이려니 싶기도 하다. 이것이 물의 음양이다. 물에 의지해서 살아나고, 물에 의지해서 삶을 마감한다. '얼어 죽는다'는 것도 결국은 오행으로는 수(水)의 다름이 아닌 까닭이다. 생사가 물에 있음을 알고 물을 세상의 근원이라고 생각했던 탈레스의  관점도 수긍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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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비춰들면서 서리가 녹아내리는 것을 보면서 만물을 소생시키는 것은 화(火)라고 생각했던 짜라투스트라의 생각도 수긍이 된다. 만물은 생명체로 존재하는 것만 인정한다는 목(木)을 기원으로 봤던 다윈의 생각에도 공감이 된다. 사실 태어나면 시작이고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에는 존재만 인정하는 관점이 내재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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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모든 것은 정신이 주체가 된다는 금(金)의 세계로 본 석가모니의 관점도 공감이 된다. 심외무일물(心外無一物)이라고 한 것은 정신이든 영혼이든 그것 말고 또 뭐가 있느냐는 이야기지 싶다. 금이 왜 주체에 해당하느냐고 묻는 이에게 낭월이 답한다.

금안의의 도

금(金)에는 도(十)가 안에 깊숙하게 내장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 된다고 말이다. 목(木)의 도는 어린애이고, 토(土)의 도는 성인이라면, 금(金)의 도는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내재된 도이다. 이것은 몸을 말하는 것이 아니고, 그 안에 들어있는 본성을 말하는 것이고, 본성을 말한다는 것은 인간의 속에 깃들어 있는 영혼일 수밖에 없음이다. 그래서 경(庚)을 주체로 읽었던 하건충 선생 만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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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조들은 일체 만물은 땅에서 태어나서 땅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토(土)를 만물의 근원으로 읽었던 것일게다. 토(土)는 땅 위의 모든 것(十)이 도(道)라고 한 것임이 분명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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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행학자는 목화금수토(木火金水土)가 모두 만물의 근원이라고 볼 따름이다. 인도인들은 지수화풍을 근원이라고 했고, 「겨울왕국2편」에서도 그 오행의 이야기를 가져다가 땅의 정령, 물의 정령, 불의 정령, 바람의 정령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서 뭔가 빠졌다고 생각했던지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제5의 정령인 엘사를 넣어서 다섯의 정령인 오행 이야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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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1일에 개봉한다는 겨울왕국2편을 금휘가 예매했다고 해서 아름다운 영상에 푹~빠져보기도 했다. 더구나 자작나무 숲을 내달리는 안나의 다부진 열정에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것은 지난 뜬봉샘 나들이와 백두산 여행에서 만났던 그 모습이 떠올라서였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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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겨울왕국2편이 1편에 비해서 훨씬 진화했다는 것을 알았다. 더구나 음양의 화합까지도 밀어넣어서 오행과 음양의 이치를 그림으로 풀어놓은 영상에서 혼자만 아는 즐거움을 누렸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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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야기를 꾸민 사람이 오행과 음양을 알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 원래 진리는 어디에서 무엇으로 만들어도 결국은 오행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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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웬 겨울왕국이냐고? 아니,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뭔데? 겨울 이야기잖은가 말이다. 그러니까 당연히 엘사가 생각나고, 그녀의 마법이 떠오른다. 그의 동생인 안나의 아름다운 강인함은 음(一)의 모델이었고, 주인공이 음인 것도 세상의 출발은 음(陰)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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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양(丨)은? 그야 화면에 움직이는 모든 것들이지 뭘. 특히 댐이 터질 적에 낭월은 폭발하는 양(陽)을 봤다. 양은 폭발이고 파괴이기도 하다. 원래 세계의 전쟁은 수컷들이 만들었으니깐. 그렇게 완고하던 양이 무너져서 사라진 자리에서 음양조화(陰陽調和)의 꽃이 핀다. 그리고 숲속에 비로소 찾아오는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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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서리를 찍어놓고 어영부영 일과에 쫓겨서 그냥 냅뒀는데 「겨울왕국2」을 보고 나서 문득 한 마음이 발동해서 이렇게 생각따라 손끝을 움직여 본다. 서리꽃에 빠져서 손이 시려오는 것도 잊고 맨 바닥에 무릎을 꿇고 그 축제에 동참을 한다. 매 순간순간이 경이로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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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랫소리가 들려온다. 왜냐하면 낭월의 내부에서 흥얼흥얼~ 장단도 근본도 없는 노래가 흘러나오는 것을 봐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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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서리꽃은 허공으로 흩어지는 올라프를 닮았다. 마침 어제 겨울왕국2를 봤기 때문에 서리꽃의 이야기를 할 마음이 일어난 것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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뒹구는 낙엽의 춤을 보면서 햇살의 따사로움에 감사한다. 오늘 햇살을 보고 느낄 수가 있음이 기적일 따름이다. 동백이가 말한다.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기적이 있을 수 있을까?'

낭월이 답한다.
'아무렴, 이 순간 모든 것이 기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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