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따라 산책

작성일
2019-11-19 12:02
조회
101

옛길따라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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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놈의 초겨울 비가 100mm도 넘게 오느냔 말이지. 그렇게 밤새도록 쏟아진 비가 꺼끔해서 산책이나 가볼까 하고 카메라를 챙겼다. 문을 나서니 녀석들이 똘망똘망한 눈빛을 보냈다. 삼발이 대신 얼룩이가 찾아와줘서 깜순이는 외롭지 않겠는데 요즘은 얼룩이 녀석이 바람이 났는지 저녁에는 사라졌다가 아침에 들어오기를 며칠 째 반복하고 있지만 깜순이는 그냥 모른 체하고 받아들이는 모양이다. 어쩌면 모르고 사는 것이 최선이라는 이치를 깨달았나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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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풍경이나 올려볼까.... 하고 사진을 보정해 봤더니 전체적인 분위기가 울긋불긋이다. 이것이 자연의 풍경이려니 싶은 생각으로 화면을 캡쳐해 봤다. 노랑노랑한 풍경이 가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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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쏟아진 비에 은행잎도 모두 귀근(歸根)하고 앙상한 뼈대만 남았았구나.... 이렇게 가을의 흔적들이 하나 둘씩 지워지고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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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갱이들이 조롱조롱 맺혔구나. 꽃이 피는 것도 모르고 지났나 싶다. 지식인에게 물어야 할 모양이다. 글이 완성되기 전에 답이 올라오기를 기대하면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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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롱조롱 맺힌 열매가 참 곱기도 하다. 그냥 흘려 지나가던 것도 눈여겨 보면 볼품이 많은 것이 자연이 만든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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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구나. 노박덩굴 열매였구나. 고마운 지식인님 복 받으실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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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모진 비에 흔들렸지만 단풍잎은 쏟아지지 않고 더욱 빛을 발하는구나. 올해의 단풍이 션찮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예쁜 단풍이 되어줬으니 사진으로 남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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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으로 변한 송엽이 길을 덮었다. 그래서 송엽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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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단풍이 고울 줄 알았으면 더 사다가 심어놓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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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가을빛을 그대로 품고 있어서 산책길이 심심하지 않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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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 밭의 강아지풀도 씨앗을 땅으로 돌려보내고 대궁만 남았다. 여름달의 이슬머금은 모습은 찾을 길이 없구나.... 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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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날 아침에 안개가 자욱했던 날의 모습이군. 불과 3개월도 지나지 않았는데 어디에서 만나면 전혀 못 알아볼 모습으로 변했구나. 이것이 자연인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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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말이 없는데, 인간만 요란스럽다. 보톡스, 주름제거, 박피... 무슨 짓을 다 동원해도 흐르는 자연의 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는 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앞으로 가면 돌아오지 못할 낭떠러지가 있음을 알기 때문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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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산책길이 참 좋다. 보면 보이고 찾으면 나오는 풍경들에서 천태만상의 모습들로 저마다 자신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의 편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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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찔레? 찔레 열매 치고는 너무 주황색이로군.... 가시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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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찔레는 네가 찔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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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딱딱한 열매가 조금 더 물러지면 산새와 들새들이 반겨서 찾아올게고 그러면 또 외롭지 않은 한 순간을 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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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다니던 길이다. 감로사 터를 고를 적에 연지님이 프라이드에 점심을 싣고 오르던 길이고, 컨테이너를 싣고 통과하느라고 소나무가 몇 그루는 잘려나갔던 그 길이다. 샘을 파려고 들어오던 콤프레샤를 실은 트럭은 고랑에 빠져서 포크레인의 신세를 졌던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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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던 길이 추억의 길이 되었다. 여름에는 수풀이 우거져서 발걸음 내딛기도 꺼려졌었는데 이제 초목에 서리가 내리고 나니까 산책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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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자라 본 억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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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덮고 있는 나무들.... 대기오염을 정화하는데 분명히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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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산책을 다니던 길이었던 것도 오랜만에 찾으면 생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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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도 참 좋은 솔숲길이다. 멋진 단풍은 아니라도 괜찮다. 이대로 여유로운 풍경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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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로사가 생기기 전부터 자리잡고 있던 집이다. 그리고 이집에서는 노부부가 살고 있었다. '있었다'라고 하는 것은 예전에 그랬었다는 의미이다. 지금은 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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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을 잃은 집 안마당에는 낙엽과 잡초가 자리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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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연락을 나누지 않았으니 지금은 어떻게 하고 계시는지 알 방법이 없다. 다만 봄이었던가..... 아들이 된다면서 태우고 남은 양초를 갖고 와서 괜찮으시다면 절에 드리고 싶다면서 부친의 건강이 안 좋아서 다시 오시긴 어렵지 싶다는 소식이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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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떠나고 없는 빈집에 누군가 찾아왔었던가 싶다. 지나가던 바람이 잠시 쉬면서  달력을 읽다가 가버린 모양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역사는 마무리가 되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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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할머니가 계셨을 적에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당시에 감로사에서 머물면서 공부하던 어느 제자가 차를 천천히 몰지 않고 가속해서 지나쳤던 모양이다. 나름대로 오르막 언덕이라서 그랬었다는데 할머니가 감로사에 쫓아 오셔서 호통을 치는 바람에 사과했던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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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나눴던 길을 혼자 차지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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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지 않은 사이에 도토리 나무가 뿌리를 내렸구나. 앞으로는 좀더 자주 거닐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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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옛길을 한바퀴 돌면서 지난 시절의 한조각을 떠올려 보는 것도 초겨울의 탓이려니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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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며칠 후면... 그 자리에 하얀 눈이 쌓이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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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결같은 자연의 한 귀퉁이에 삶의 흔적이 덕지덕지 세월을 쌓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