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옥마산의 어청도

작성일
2019-11-18 09:43
조회
83

[보령] 옥마산(玉馬山)의 어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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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낭월은 복도 많다. 특히 사진복은 더 많은 것같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옥마산에서 어청도를 볼 수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치동서원에서 바로 옥마산으로 향했던 것도 그러한 목적이 있었는데 그날은 하늘이 돕지 않아서 뜻을 이루지 못하고 차일피일하다가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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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에서 옥마산일 것으로 짐작이 되는 육지를 봤기 때문에 당연히 옥마산에서도 어청도가 보일 것이라는 생각을 한 것은 합리적인 추론이었지.... '하늘만 돕는다면 말이지'라는 것을 덧붙이기는 해야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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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꺼리를 찾아서 비상하는 까마귀들은 항상 그 자리에 있는 터줏대감들이다. 21번 국도의 한가로운 모습도 나무에 듬성듬성 남아있는 낙엽을 떠올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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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 보이는 것은 21번 국도이다. 장항선 철로도 실제로는 잘 보이지 않고 더 멀리 있는 고속도로는 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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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는 원산도이다. 지금 저 앞바다 어디쯤에서는 이미 관통이 된 해저터널을 다듬고 있을 사람들도 상상으로나마 그려본다. 그리고 아직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머지 않아서 「원산안면교」로 이름이 되지 않을까 싶은, 그리고 분명히 두어 달 전에 그 다리를 통과한 경력이 추가된,  아직은 솔빛대교도 완성된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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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은 화장으로 완성되고, 사진은 라이트룸에서 완성된다. 카메라에서 옮겨온 파일은 왼쪽이고 화장을 마친 사진은 오른쪽이다. 파일과 사진의 느낌에서 주는 차이점을 생각해 보면 같지만, 실은 서로 다른 것이라고 해도 되지 싶다. 배워야 할 것은 촬영법만이 아니라 화장법도 배워야 한다는 것을 차차로 알게 된다. 그래야 사진을 찍으면서 봤던 그 장면을 찾아 올 수가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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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은 서쪽으로 서서히 기울어 간다. 언젠가는 포물선의 곡선을 그리면서 떨어지지 않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사진도 찍어보고 싶다. 그러려면 하지(夏至)날에 대만의 북회귀선에서 일출과 일몰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로움을 아끼지 않으면 된다. 타임랩스로 그 장면을 찍어보고 싶으니까 내년 6월 22일을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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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저기에는 추수를 끝내고 볒집을 태우는지 저녁 연기가 운치를 더하는 풍경이다. 어청도가 보일까 싶어서 눈을 가늘게 뜨고 이마에 손을 얹어보지만 석양의 빛이 너무 강해서 잘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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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많이 줄이니까 어렴풋하게나마 어청도의 실루엣이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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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를 가보지 않았다면 저것이 섬인지도 구분하지 못할 것이지만, 일단 2박3일을 구석구석 발자국을 남기면서 누볐기 때문에 그 윤곽만 봐도 그 안의 풍경들이 소상하게 되살아 난다. 권오철 사진가가 일본에서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주장을 뒤집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한 다음에 드디어 태양으로 감싼 독도를 담았다는 것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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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몰입해야 답을 얻는 법이다. 이 한 장의 사진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료를 수집했을 것이며, 정확한 포인트를 확인하기 위해서 또 삼각대는 얼마나 많이 들고 다녔을 것인지를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짐작이 된다. 물론 낭월은 그 정도의 열정은 없다. 다만 기왕에 주어진 환경이라면 최대한 후회없는 사진놀이는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정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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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장면만 자꾸 찍는 것도 싱거운 일이다. 그래서 날아오르는 까마귀를 따라서 옥마산의 송신탑을 구경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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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차가워지는 기온이 느껴진다. 조용한 산마루에는 무심한 까마귀들의 비상하는 모습들도 심심함을 달래준다. 그것도 지루하면 또 친구가 없는가.... 두리번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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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샷이다. 억새도 이제 꽃은 다 피어서 거의 날아가고 앙상한 꽃대만 남았다. 늦가을을 지나서 초겨울을 암시하고 있는 풍경이다. 석양의 빛을 받아서 금빛으로 치장한 억새꽃의 마지막을 지켜본다. 그런데 갑자기 웅성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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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어느 사이에 지는 태양과 함께 할 패러글라이드를 타러 온 손님이 계셨던 모양이다. 젊은 부부로 보이는 사람이 날아오를 준비를 마치자마자 즉시로 아내부터 하늘을 향해서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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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머머~!! 어떡해요~~!! 발을 들어요? 달려요???? %%%$#^@@"

그녀의 반은 제정신, 반은 나간정신으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지 싶은 소리와 함께 내달리는 훈련된 패러글라이드 안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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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탄성이다. 그리고는 허공과 하나가 된 채로 두둥실 떠올랐다. 그것을 바라보던 남편도 출발준비를 하고 내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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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렇게 조연들의 활약으로 인해서 낭월의 사진놀이가 풍부해졌다. 그래서 사진복이 많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공감하실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적막감조차 감돌던, 까마귀들의 노랫소리만 허공을 메웠는데 이제 순식간에 한 쌍의 인조(人鳥)가 출연해주니 어찌 고맙지 않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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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내지 않는 소리는 울음소리뿐만이 아니라 감탄사도 포함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두려움인지 감탄인지 알 수가 없는 채로 그렇게 묵묵히 하늘로 날아서 아내와 하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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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저것을 타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냥 사진에 협찬해 주는 것만으로 감사할 따름이다. 다만 헬기는 타보고 싶다. 헬기에서는 사진을 찍을 수가 있겠지만 패러글라이드에서는 그럴 시간이 없지 싶어서이다. 물론 동영상을 찍을 수는 있겠지만 일단은 너무 부산하지 싶어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도착하는 곳이 저 아래 땅이 아닐 수도 있다'는 무서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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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추억을 담고, 낭월은 사진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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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사범은 나름 저물어가는 시간이 바빴던 모양이다. 웬만하면 한바퀴 선회를 하고 착지할텐데 오늘은 곧바로 날아서 거의 직선으로 하강하는 것을 보면서 시간에 따라서 체공시간도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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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도 해는 계속해서 수면으로 다가간다. 이제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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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를 당겨본다. 붉은 실루엣 사이로 콘택트를 떠올렸던 송신탑이 모습을 보여준다. 문제는 해무의 협조가 좀 부족해 보인다는 것이다. 오전에 한 번 봐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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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림은 이것이 최선인 것으로 봐야 할 모양이다. 좀더 선명했으면 싶은 바람도 있었지만 이렇게라도 보이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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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어청도의 산마루에 살짝 내려앉는 태양이다. 태양이 송신탑에 걸렸으면 싶어서 왼쪽으로 최대한 다가갔지만 오늘은 어쩔 수가 없었다. 동지가 다가오는 보름쯤 후에 다시 본다면 태양이 송신탑을 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만 했다. 여기에서 더 왼쪽으로 가면 숲속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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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늘의 놀이터도 문을 닫을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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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함께 놀아준 친구가 집에 잘 들어가는지 끝까지 지켜봐 주기는 해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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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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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티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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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일락 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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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돌아갔다.
나도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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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마산은 어둠 속으로 잠겨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