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도⑧ 동방파제

작성일
2019-10-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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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⑧ 동방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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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부터 다섯 시간을 홀로 즐기고서 귀가하여 밥을 먹고는 한숨 늘어지게 잤다. 여행은 잠과 구경의 절묘한 조화가 필요하다. 구경에 팔리면 몸이 힘들어하고, 잠에 팔리면 정신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래서 적당히 자야 하고 적당히 구경해야 한다. 그 '적당히'가 항상 어려운 화두이다. 여행자에게는 언제나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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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자는 사이에 피항한 어선들이 열을 지어서 풍랑주의보가 해제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풍경이 반갑다. 오늘 밤에는 어떤 일이 생길 것인지를 기대하게 되는 까닭이다. 옛날의 어청도 전성기에는 어부들과 꽃녀들이 어우러져서 불야성을 이뤘다는데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여행객에게 기대해도 될 만큼의 그림은 얻을 수가 있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배들은 들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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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머릿등을 켜고 올라갔던 계단이다. 신흥상회의 오른편으로 나 있는 길이다. 그냥 지나치면 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 내일 새벽에는 외연도를 포함한 풍경으로 별이랑 놀면서 사진을 찍어야 하기 때문에 다시 여기에 오를 일은 없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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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파제로 가는 길에는 푹 쉰 연지님이 동행을 한다. 모델의 존재가 추가되었다는 이야기이다. 그냥 풍경만 있는 것보다는 움직이는 사람이 하나 있는 것이 훨씬 낫다. 생동감도 있고 눈도 덜 심심해서이다. 특히 풍경의 규모를 가늠할 적에는 더욱 중요하다. 그리고 혼자보다는 덜 심심한 것도 매우 중요한 것 중에 하나이다. 다만 원치 않으면 강요하지는 않는다. 낭월만 즐겁자고 힘들게 할 수는 없는 까닭이다. 그리고 혼자서 놀아도 즐겁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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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내려왔던 길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3구간의 마지막까지 가볼 요량이다. 계단만 썰렁하게 있는 것보다 사람이 앞에 있으니 규모도 가늠하고 경사도의 형태를 참고하기에도 좋으니 참 쓸모가 많은 사람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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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형을 보여주려고 뒤로 살짝 올라갔는데 별 감흥이 없는 모양이다. 뭐, 그럴 수도 있지 낭월은 낭월이고 연지님은 연지님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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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는 샘넘쉼터로 가는 것으로 알려준다. 0.8km를 가란다. 그래 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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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꽃도 만난다. 연지님은 풍경보다 꽃에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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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로는 10월이지만 자연은 저마다 자신의 흐름에 따라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 자연의 시계와 자신의 시계가 서로 엇갈려서 돌아가고 있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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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은 알겠다. '제비꽃'이다. 4월의 춘삼월 호시절에 강남으로 피한(避寒)했던 제비가 날아올 적에 그것을 반겨서 핀다고 해서 제비꽃이다. 그러니까 이런 정보를 다 믿으면 안 된다. 10월에도 피는 까닭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또 제비꽃이 10월에 핀다고 해도 안 된다. 이것은 어청도의 상황일 뿐인 까닭이다. 그래서 항상 자연은 98%를 믿고 따르면 된다. 모든 이론도 딱 그만큼만 따르면 된다. 자평명리학도 그렇다. 100명 중에 1~2명은 맞지 않아야 정상이다. 처음에는 백발백중을 꿈꾸지만 2%의 불합리성을 발견하게 되면 상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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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학문을 접기도 한다. 상처만 잔뜩 받고는 자평 선생과 낭월을 원망하면서 시간과 금전을 허비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가슴 깊이 상처로 새긴다. 그러나 한 번 마음에 새긴 생채기는 언젠가 또 그것을 상기시킨다. 그래서 다시 책을 펼친다. 그리고.... 마침내 그 소식을 알게 된다. 세상의 이치는 98%만 부합하면 그것이 바로 100%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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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제비꽃이랑 놀면서 생각하는 사이에 연지님은 저만큼 가다가 돌아본다. 인생의 동반자가 여행길의 동반자이기도 하니 또한 고마울 따름이다. '혼자 다녀오소~!'라고 하기 전까지는 동행할 힘이 있다는 이야기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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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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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딱 붙어서 제비꽃과 노느라고 얼른 따라오지 않으면 돌아다보고 '노느니 염불한다'고 이렇게 폰을 들어서 한 장 담아놓으면 가끔은 요긴하게 써먹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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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는 봄이다. '10월의 봄'이다. 계절이라고 해서 반드시 춘하추동이어야 할 필요도 없다. 그냥 상황에 따라서 자연은 그렇게 생각하면 그것이 봄인 것이다. 바람에 바싹 말라버린 잎을 보면 겨울이고, 꽃이 바람에 부대기면서도 피어나면 봄인게다. 한국은 사계절이지만 어청도는 5계절일 수도 있는 것이다. 인생은 4단계로 나뉘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10단계로 나뉠 수도 있는 것도 같은 이치이다. 그만큼 굴곡이 많은 인생이 되겠고, 수행의 관점에서는 또 그만큼 진화를 하고 있으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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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가다가 절경이 나오면 또 걸음을 멈추고 즐긴다. 암벽은 흡사 석회암처럼 보인다. 화강암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 것은 그 빛이 하얗게 보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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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구를 내려다보면 해군선과 어선이 정박해 있는 풍경도 보인다. 그리고 제방은 돌로 쌓았다는 것도 아는 이에게는 보인다. 돌로 쌓은 제방을 보신 적이 있는가? 어청도의 안쪽 방파제가 바로 그렇다. 이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길을 가야 하겠군.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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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에서 잘 했다고 칭찬할 일은 안내판이다. 정확하게 위치를 표시해놨다. 지나칠 정도이다. 물론 나그네에겐 아무리 많아도 넘치지 않는 서비스이다. 고마울 따름이다. 여기는 안산이로구나. 다만 봉이라고 해도 전혀 아쉽지 않을 형상에다가 산을 붙여준 것은 좀 어색해 보이기도 한다. 물론 이름은 자연발생적인 것도 많다. 어쩌면 어청도에서 거센 파도와 더불어 살아가던 사람들에겐 이 작은 봉우리도 거대한 태백산백으로 보였을 수도 있을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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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에는 빈 의자가 두 개 있다. 길을 가다가 고단하면 잠시 다리를 쉬라고 만들어 놓았겠지. 전망도 보면서 쉬면 더 좋다. 앞을 보면 망망대해요 뒤를 보면 어청항이다. 그림이 괜찮다. 서두를 길도 없으니 이렇게 여유가 만만히다. 이것도 섬 여행의 묘미이다. 육지에서는 시간이 남으면 한 군데라도 더 가보려고 지도를 뒤적이지만 섬에선 그래봐야 갈 곳도 없고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지금 여기'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섬들이 많아서 너무나 행복한 낭월이다. 다음엔 안마도이다. 안마도를 가면 다시 떠오를 섬도 있다. 가거도이다. 이렇게 이 섬을 떠나기 전에 다음 섬이 기다리고 있다는 이 즐거움이라니....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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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풍경이다. 산천에 새잎이 연둣빛을 발하면서 봄날의 풍경을 맘껏 연출하고 있다. 물론 사진에 10월 5일이 기록되지 않았다면 이렇게 말해도 그런가 보다 할게다. 왜 이러한 풍경을 선물했을까? 그것은 시련을 겪은 까닭일게다. 모진 태풍으로 잎이 다 쏟아진 다음에 다시 봄을 맞이한 까닭일게다. 그러니 태풍의 덕을 보는 것은 여행자들이다. 새로운 풍경을 보여주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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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떡은 알아도 망개는 모를 수 있다. 산골촌사람들만 알 수 있는 것은 시장에서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망개는 과일이 아니다. 열매이다. 식용으로 개발되지 않은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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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개를 따먹으면서 놀던 시절을 생각하며 하나를 따서 입에 넣어본다. 그래봐야 시큼하고 맛도 없다. 옛날의 그 맛일 따름이다. 그래서 추억의 맛이다. 안면도에선 '맹그람'이라고 불렀다. 이렇게 토속어를 하나 써 놓으면 검색기에서 걸려들기도 한다. '깽마람'을 써놨더니 그것도 검색이 되는 것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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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넘쉼터란다. 0.8km를 왔다는 이야기로군. 도처에 몸을 쉴 공간을 잘 만들어 놨다. 칭찬해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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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모두 다 칭찬할 것은 아니다. 길은 이 모양이다. 설마 일부러 둔 것이 아니라면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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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탱이 아니, 말벌보다는 덜 무섭지만 그래도 발 이래를 조심해서 살펴야 한다. 서로 재수없이 만나게 되면 발등에 지네의 이빨자국을 남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삐 제 갈길을 가고 있다. 서로는 자신의 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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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검산봉이다. 검산이면 검산이고 검봉이면 검봉이지 검산봉이란다. 칼이 산을 이루고 있는 봉우리? 여튼 이름은 이름일 뿐이니깐. 그나저나 동방파제 가는 길이 참 멀기도 하다.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가는 길이기도 하려니와, 이렇게 온갖 해찰을 다 하면서 가다 보니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갈 따름이다. 목적지에 목적이 있으면 길손이고, 지금 여기에 목적이 있으면 여행객이다. 낭월은 여행객이니 바쁘면 안 된다. ㅋㅋㅋ 갑자기 앞서가던 연지님의 탄성이 적막을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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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벚꽃이 피었어요~!"

제비꽃을 보고 반가워하더니 이번엔 벚꽃이다. 참 신기한 어청도로군. 이러다가는 매화까지 볼 기세군. 그만큼 열악한 환경이라는 뜻이겠지.... 가끔 늦가을에 피어나는 개나리를 보기는 했지만 시월 벚꽃이라니 그대가 좋아하면 낭월도 좋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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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구경에 가던 길도 잊어버렸지 싶다. 여정은 이런 것이다. '어청도에서는 10월에도 벚꽃이 핌'이라고 적어놓고 또 길을 재촉해야만 해지기 전에 동방파제에 다다를 수가 있지 싶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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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은 낭월이고, 연지님은 아직 벚꽃구경이 끝나지 않으셨다. 실컷 놀게 냅두자. 마치 낭월이 벚꽃을 선물한 것 같기도 하다. 산벚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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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잎도 돋아나고 있다. 어청도의 벚나무가 느끼는 기후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그것이 궁금하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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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쓰러졌는지 모를 나무둥치도 한 둘이 아니다. 요리조리 피해서 길을 가야 한다. 낭월이 어청도에 살고 있다면 날을 잡아서 톱으로 정리를 할 수도 있으련만 지금은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일 따름이다. 만약 어청도에 살고 계신 벗님이 이 글을 보신다면.... 다른 나그네의 길을 열어주는 공덕을 지어보시라고 넌지시 권유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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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여정의 지점이 기다리고 있다. 겨우 100m란다. 독우산. 이름도 참 특이하다. 독은 바위라는 뜻일게고, 우는 뭐지? 집? 아니면 소? 한자가 없으니 뜻을 유추할 방법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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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내려가면 목적지인 동방파제이다. 그런데 여기까지 왔으니 독우산까지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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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해서 독우산으로 몇 걸음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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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길은 토끼길이다. 급하기는 80도는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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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이 앞을 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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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지야, 안 되겠다. 독우산은 다음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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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의 꼭대기에 감도 하나 남겨 놓듯, 어청도에서 독우산은 그런 마음으로 남겨놓자꾸나. 나중에 또 오게 되면 다시 가는 걸로. 그땐 길도 좀 좋아지려니....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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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가 가파른 만큼 방파제로 가는 길도 딱 그만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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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도 뜸했던 모양이다. 낙엽이 비단처럼 깔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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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인다. 빨간 등대의 동방파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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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딱 이 화각을 담고 싶었다. 빨간 등대의 동방파제와 하얀 등대의 서방파제의 사이로 난 어청도항에서만 볼 수가 있는 특유의 물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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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 본 사람은 안다. 이렇게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문득 그 장면들이 그리워지고 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사과를 깎다가 베인 손가락의 상처에 피가 뭉클뭉클 스며나듯이 그렇게 아스라한 추억 속으로 잠겨드는 것을 말이다. 그리움이란 사진이다. 옛날엔 그리움이 그림이었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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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mm의 렌즈가 필요한 것은 이런 장면을 만났을 때를 위해서이다. 포구와 제방과 바다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을 수가 있다는 것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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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의 그리고 지금도 시골 중국식 변소가 되었군. 저기에 처억~ 앉아서 시원한 파도 소리를 들으면서 근심을 해결한다면 또한 즐거운 일이지 싶다. 그러니까 태풍의 어청도와 어울리지 않는 허술한 화장실이라니.... 이것은 이미 예정된 인재였다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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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화장실의 건물에게는 휴식이 주어졌다. 매우 편안한 자세로 하늘을 보고 누워있는 모습이다. 어청도에서 만남직한 진풍경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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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구먼~! 그냥 좋다. 어청도의 한가로움이라니. 그 여유로움에 제대로 빠져든다. 맑디 맑은 물과 구름 가득한 하늘조차도 멋져 보이는 것은 아마도 느낌이란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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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에 왔다고 간식을 챙긴다. 그래서 도반인게야. 혼자 왔으면 물이나 한 모금 마시고는 부지런히 둘러 볼텐데 그 사이에 상을 차리고 있는 동무가 있다는 것은 나그네에게 큰 행복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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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준비해온 따끈한 커피를 한 잔 마시는 여유를 누린다. 어청도 동방파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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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어제 어청도를 오면서 아찔했던 장면의 현장도 본다. 산의 채석한 흔적은 제방으로 옮겨진 돌들이 만든 상처겠군. 동방파제를 둘러본 여유로움은 모두 사진으로 올리면 보는 이의 눈만 피곤할 따름이다. 그래서 사진은 이렇게만 남기고 추억은 가슴에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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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는 그 모두를 간직하지만, 여행기를 보는 벗님은 낭월이 보여드리는 것만 보게 된다. 어쩔 수가 없다. 그래서 언젠가는 어청도행을 하시라는 부채질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그래야 '백문이불여일견'아니, '백견이불여일행(百見而不如一行)'이로구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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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항 전경이다. 이때에 항구로 들어오는 배가 있었더라면 태워달라고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렇지만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되짚어가는 길을 걷는다. 이미 한 번 거닐어 본 길은 훨씬 빠르다. 뭐든 그렇지 해본 것은 이미 익숙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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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으로 가는 길은 백사장이란다. 어청도에서 유일하게 있는 백사장이기도 하다. 원산도에서는 그렇게도 많던 백사장이지만 여기에서는 그것조차도 파도가 남겨두지 않는 모양이다. 하긴 섬을 뺑뺑 돌아봐야 가파른 암벽뿐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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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봐도 좋고, 어디에서 봐도 멋지다. 이것이 어청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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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다음에 오게 되면 동방파제까지 이렇게 멋진 산책로를 따라서 걸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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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의 끝에서 보여주는 싸인이 '완료'가 아니고, '진행중'이라는 암시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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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맑은 것도 맑은 것이지만 바위에 그 흔한 굴껍질도 하나 붙어있지 않는 모습은 참 특이하다. 이런 것을 보면서 진풍경이라고 느끼는 사람은 바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봐도 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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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봐도 이끼 하나 붙어있지 않은 말끔한 해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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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백사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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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사장이라고 해도 수영을 할 조건이라고 하기에는 좀 거칠어 보인다. 그래도 백사장인 것은 맞다. 손바닥만한 모래밭도 모래밭인 것은 틀림없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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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안산책로가 썩~ 맘에 든다. 2코스로군. 집 주변에 이러한 곳이 있다면 하루 세 번은 산책을 할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더 감동일 수도 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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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해당화? 여긴 또 여름이네. 해당화는 여름에 피는 꽃이니깐. 그래서 봄, 여름, 가을의 꽃을 모두 보게 된 동방파제의 여정이었음을. 문득 하늘을 본다. 이런 상황에서 눈까지 내려주면 겨울꽃까지 보는 셈이 될 테니 금상첨화, 아니 해당첨설(海棠添雪)인데 말이다. 참 언감생심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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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해당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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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서 나그네를 보고 있는 순둥이 강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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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집으로 유명한 양자강이지만 오늘은 쉬는 날이란다. 나중에 들으니 육지로 갔는데 어제 배로 돌아오지 않았단다. 오늘은 풍랑주의보로 배가 뜨지 않으니 올 수가 없어서 가게도 하루를 쉬게 되고 나그네도 맛있다는 짜장면도 먹을 수가 없다. 이것도 환경재해이다. 보험을 신청해야 할까 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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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청도에 왔으니 생선회를 맛보지 않을 수도 없잖여? 그것도 하늘의 뜻이겠거니... 그래서 군산식당을 찾아서 걸었다. 앞의 세 사람은 피항온 어선에서 내린 선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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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를 담아들고는 식당마다 들린다.

식당 : 얼마?
선원 : 삼만원.
식당 : 안사.
선원 : 얼마?
식당 : 만원.
선원 : 못팔아.

아마도 풍랑을 피해서 들어온 어선과는 늘상 있는 흥정인 모양이다. 말이 짧은 것은 한국의 선원들이 아니어서이다. 그들은 이것을 팔아서 저녁에 술값을 만들고 싶은 것이고, 식당은 이것을 팔아서 손님의 입맛을 돕고 싶을 것이다. 서로 궁합이 맞으면 거래가 되는 것이고, 안 맞으면 그냥 지나가면 된다. 문득 송장재판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또 길어지는데.... 그냥 생략하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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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다. 어제저녁을 사먹은 포차집 주인이 사기로 한 모양이다. 선원들은 팔아서 즐겁고 주인은 헐하게 사서 즐겁겠구나. 저만치 군산식당이 보인다. 꼭 군산식당을 찜한 것은 미리 본 정보에서 어선을 부리고 있어서 신선한 회를 먹을 수가 있다는 글을 읽어서였다. 손바닥만 한 어청도항은 어디를 가던 금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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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월 : 뭘 좀 먹고 싶어서 왔습니다.
주인 : 뭘 드실라고요?
낭월 : 회도 됩니까?
주인 : 회를 드실라고라..... 두 분이세요?
낭월 : 예, 둘입니다. 
주인 : 회가 비싼디요....
낭월 : 얼마입니까?
주인 : 8만원요.
낭월 : 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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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도 없다. 그냥 숭덩숭덩 썬 광어를 수북하게 내어 놓는다. 시장하던 김에 잘 드시는 연지님을 보니 또 행복해진다. 저쪽에서 혼자 밥을 먹던 새벽에 본 그 비박텐트, 전날 저녁에 구유정에서 본 그 나그네가 떠나자 아지매가 다가와서 말한다.

주인 : 아까는 일부러 비싸게 부른겨요.
낭월 : 예? 
주인 : 저 손님이 회를 달라는데 안 된다고 했걸랑요.
낭월 : 왜 그러셨어요?
주인 : 고기를 1인분만 잡으면 나머지를 처리할 수가 없싱게요.
낭월 : 아하~! 그렇겠네요.
주인 : 5만원만 내시고 매운탕은 생략하면 미역국을 드릴께라~!
낭월 : 좋~습니다~!!

그니까, 먹는 것도 식복이 따라야 하는 것이다. 그 손님이 우리보다 늦게 왔더라면 맛있는 어청도 회를 먹을 수가 있었을텐데 아무래도 식복에서는 낭월 승이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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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또 이렇게 하루를 즐기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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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나오니 어청도에 어둠이 밀려온다. 이제는 야경놀이를 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그래서 동방파제 이야기는 여기쯤에서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