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가 없으니 지붕에라도...

작성일
2019-08-16 07:25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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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가 없으니 지붕에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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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마당에 서면 하늘을 본다. 모두가 가만히 있는 곳에서 유일하게 변화하는 것은 하늘 뿐인 까닭이다. 그리고 하늘빛이 예쁜 날에는 지붕을 바라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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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은 눈비만 피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한서만 피하라고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론 촬영장소가 되기도 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하늘이 예쁜 날이면 사다리를 찾는다. 계속해서 날이 예쁘면 아예 사다리를 고정시켜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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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mm 광각렌즈를 단 카메라를 들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뒷산으로 가면 뒤가 안 보이고, 우거진 수풀 속에 뭐가 있는지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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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 올라가면 새가 된다. 높이도 얼마 되지 않지만 그래도 길이는 수평과 수직의 느낌이 전혀 다르다. 3m만 올라가도 시야는 화악 넓어진다. 사실 처음에는 지붕이 필요치 않았다. 그냥 마당에 서있어도 앞뒤가 잘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무들은 자꾸만 자라고 마당은 높아지지 않으니 달리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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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대를 하나 만들어야 겠다. 5층높이 정도로 만들어 놓고 나무들이 도달하지 못할 곳까지 올라갔으면 좋겠다. 그러나 그것은 내일의 일이다. 지금 당장의 시원한 풍경은 사다리를 찾는 것이 최선이다. 아침 풍경을 보려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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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쁜 풍경을 담으려면 촬영포인트로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감로사의 촬영포인트는 바로 지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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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의 해가 저문다. 노을이 석양에 깔리면 일운합작(日雲合作)의 그림을 앉아서 볼 수가 없다. 그래서 또 지붕으로 향한다. 마음이 향하면 몸이 따른다. 그래서 마음이 음체이고 몸이 양체이다. 마음이 움직이지 않으면 몸도 움직이지 않는다. 음정양동(陰靜陽動)이다. 아니, 음동양동(陰動陽動)이다. 음이 동하니 양이 동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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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깐. 하늘이 가린다. 왼쪽의 숲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벌목허가를 신청한다고 해서 사유지의 나무를 베어내라고 할 까닭도 없다. 그러니까 지붕으로 올라갈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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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도 또 올라간다. 하늘이 예뻐서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수가 없는 까닭이다. 언젠가 다리가 흔들리고 수전증이 와서 사다리를 오를 수도 없고 카메라를 들 수도 없을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는 어쩔 수가 없이 지붕을 올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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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만들려고 연지님에게 카메라를 하나 맡겼다. 말보다 한 장의 사진이 설명을 더 잘 한다는 것을 아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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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는 자연의 풍경임을 너무도 잘 안다. 그래서 그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코드로 사용되는 사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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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본 뒷산도 바라보면 또 다른 풍경이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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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가만히 있으니 변화하는 하늘과 구름이랑 놀면 된다. 지붕이 가만히 있으니 지붕에 올라가면 된다. 또한 음양의 흔적을 본다. 아, 저 앞의 사다리를 걸쳐놓은 컨테이너도 사진포인트이다. 마당과 집을 포함한 사진은 저곳에 올라서 찍는다. 그냥 봐서는 2m남짓의 높이지만 올라가보면 시야가 달라진다. '보는 것'과 '해 보는 것'의 차이이다. 해보지 않으면, 겪어보지 않으면, 체험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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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오랜만에 반가운 가족이 백중행사를 참석하러 오셨기에 차 한 잔 나눴다. 벽에 붙여놓은 장가계 사진을 보면서 장가계 갔었던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장가계 다녀온 사진첩을 꺼내서 보여드렸다. 그리고는 재미있는 풍경을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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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가계를 다녀오신 부인은 바로 사진속의 터널을 통해서 장가계를 누비시고, 가보지 않은 자녀들은 그냥 흔한 이미지의 나열만 보고 있음을 보면서 체험의 소중함을 새삼 느끼기도 했다. 그 느낌을 한 장의 사진으로는 도저히 전할 방법이 없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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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또 내일의 풍경이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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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컨테이너 지붕에서 아쉬운 한 장을 남긴다.
5층 높이의 전망대를 만들라는 허락을 얻을때까지.
나는 내일도 지붕을 바라다 볼 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