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잘 자라는구나

작성일
2019-08-05 18:23
조회
78

폭염에도 잘 자라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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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저녁에 5시가 넘어가면서 마음이 살짝 동해서 밭으로 나가본다. 궁금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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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출전하는 폼인 것은 모기떼들과 싸우지 않기 위해서이다. 이렇게 하고 나서면 그래도 웬만큼의 공격은 피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그냥 나섰다가는 반드시 돌아와서 촛물찜질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가 없으니 다소 바람이 덜 통하는 것은 감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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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을 화두와 싸우다가 활보(活步)로 영축산 송림(松林)을 떠나가는 마음인기라"

옛날에 경봉스님 회상에서 3개월의 여름 수행을 마치고 저마다의 수행결과를 바랑에 넣고 길을 떠나는 수좌들에게 덕담을 주셨는데, 바랑 대신에 카메라를 짊어지고 언덕아래의 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송림을 빠져서 강호로 향하는 그 마음이 느껴진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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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7일에 만든 하우스파이프이다. 이름은 하눌타리 집이다. 식구대로 동원해서 후딱 지었었는데 그 사이에 분위기가 확 달라졌구나. 자연의 힘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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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하우스 골재를 새운 뜻은 하눌타리를 보자는 뜻이었는데, 보자는 하눌타리는 땅에 붙어서 꽃을 피울 생각이 없는데, 정작 덤으로 심어놓은 객들이 기승을 떨친다. 지붕을 완전히 장악했다. 살아남은 자가 승자이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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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래도 괜찮다. 아무라도 잘 자라면 된다. 못 자라는 것도 저마다의 운명이려니 싶기도 하다. 여튼 호박과 박은 참으로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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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호박들이 조롱조롱 달렸다. 서운해 할까봐서 눈여겨 봐주고 쓰담쓰담 해준다. 그래 너희들도 내가 심은 가족이니 챙겨야지.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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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제멋대로 생긴 모습들을 보여줘서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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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 것만 봐서는 과연 호박인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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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 세력에 비해서는 결실이 좀 빈약하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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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조롱박 하나는 잘 자라고 있다. 제대로 여물면 속을 파내고 소화자 영감처럼 고량주를 가득 채워서 끈에 꿰어 짊어지고 뒷산으로 소풍을 갈까 싶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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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큰 녀석이 달리다니 예상 밖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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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이 널부러진 녀석은 여주이다. 여주의 세력도 엄청 강력하게 뻗어나간다. 조금만 더 있으면 수확을 해서 반찬으로 상에 오를 수도 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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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자랐다. 며칠 있따가 따먹어야지 쌉싸름~한 그 맛이 또 일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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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작두콩도 왕성하게 잘 자란다. 콩꼬투리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것으로 봐서 검객의 칼자루 만큼 자라면 그것도 일품이지 싶은 기대감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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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두콩도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우선 주머니를 키우느라고 여념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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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꽃은 피고, 꽃이 지고 난 다음에는 꼬투리로 변화하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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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깐 말이다. 문제의 하눌타리이다. 자신을 위해서 집을 지어줬건만, 집으로 오를 생각도 없이 바닥만 기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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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고 있는 것은 확실하고, 여전히 자라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게 자라다가 언제 꽃을 피우겠느냐는 질문에는 묵묵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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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기는 많이 심었는데, 어느 녀석도 꽃 한 송이도 피울 마음이 없어 보이는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그런데 다른 것은 1년생이지만 하눌타리는 다년생이란다. 그래서 올해는 뿌리만 키우고 열매는 내년에 달릴 수도 있겠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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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시기는 7~8월이라고 하니까 아직은 더 기다려 봐야 하겠는데, 지금 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다른 이제 8월 5일이니까 바라는 마음은 몇 개라도 열매를 보고 싶은 소박한 욕망이라고 해 두자.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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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끝없이 뻗어나기고 있는 하눌타리이다. 그래도 죽지 않고 잘 자라고 있으니 다행이다. 올해에는 열매를 보지 못하더라도 내년이 있으니깐.

이렇게 한바퀴 휘딱 둘러보고는 서둘러서 종종걸음을 친다. 이내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기 때문이다. 아직은 복중이다. 입추(立秋)가 3일 밖에 남지 않았으니 그러다가 말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