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의 우화(羽化)
작성일
2019-07-27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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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의 우화(羽化)
연지 : 어서 나와봐요~~!!
낭월 : 왜?
연지 : 빨리요~!
주로 사진꺼리가 있을 적에 연지님의 외침이다.
우물쭈물하다가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그래서 허둥지둥 뛰어나간다.
화장실의 추녀 아래에서는 매미의 역사에 대한 마무리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가 하도 오니까 나무에서 우화를 못하고 비를 피해서 추녀 아래로 찾아든 모양이다.
그야말로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요, '땡큐~!"이다.
매미들의 역사는 나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쉽사리 보기 어렵다.
나무에서 찍짓고, 나무에서 알낳고, 나무에서 부화하고,
땅으로 들어가서 나무뿌리를 갉아먹으면서 6~7년을 변태한다.
종류에 따라서는 17년을 구더기와 번데기를 오간다고도 한다.
그런데 이제 그 긴 여정의 마무리가 막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긴~ 여정의 막바지에 와 있는 녀석과 만난 인연이 고마울 따름이다.
초록빛으로 보이는 돌돌 말린 것은 날개겠구나...
초록빛으로 감싸인 것은 나름 보호색이겠거니....
다만, 지금은 나뭇잎이 아니라서 보호색이 위험색으로 바뀌었다.
차츰차츰 탈피(脫皮)를 해 나간다.
매미는 탈피가 맞을 것이고,
게는 탈각(脫殼)이 어울리지 싶다.
차츰차츰 날개가 펴진다. 영판 꽃잎이 피어나는 것같다.
한 송이의 매미화(蟬花)가 피어나고 있는 장면이다.
오호~!
거의 펴졌구나. 점점 매미다워진다.
저 작은 껍질을 뚫고 나와서 얼마 되지 않은 사이에 두 배로 커졌다.
신생아가 태어나는 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구나.... 신기하다.
그러나 아직도 꼬리부분은 벗어나지 않았다.
서두를 일도 아니다. 어차피 시간이 해결해 줄테니까.
앗,
순식간에 껍질을 빠져나왔다.
어느 사이에 매미처럼 변해간다.
참 오묘하게 생겼다. 수컷일까?
우는 소리로 구분하지만 지금은 울 상황이 아니니....
확실하게 담아 놓기라도 하자. 나중에 알아봐야지....
몸이 빠져나와서도 여전히 껍질에 붙어있다.
영양분을 흡수하는 걸까?
그런 것으로 보이진 않는데...
그냥 체내의 압축시스템이 풀리는 중일게다....
오호~!
배에 울음판이 있네. 그럼 수컷이 맞구나.
어쩐지 꼬리의 하얀 선이 성기 같더라니.... ㅋㅋ
며칠은 이 녀석의 사랑가를 듣게 생겼구먼....
3~4일 후부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니깐.
점점 색이 짙어진다.
그러다가 흙갈색이 되면 날갯짓을 하겠지.
오죽하면 매미날개라고 했을까 싶다.
여인의 잠옷을 어디에선가 그렇게 비유한 것을 봤지 싶다.
점점 매미로 변해가는데....
이 사진은 다음날 아침에 찍은 것이다.
그러니까 앞의 친구는 밤 사이에 날아갔다는 이야기....
그 옆에서도 밤사이에 탈피를 한 흔적이 남았구나.
도대체 어젯밤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흙이 묻은 채로 땅에서 나와서는 이렇게 흔적만 남겨놓고..
실체는 하늘로 날아갔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금선탈각(金蟬脫殼)'이라는 말이 생겼나보다.
흔적을 남겨두고 그것에 신경쓰는 사이에 위기를 벗어난다는.....
점차로.... 색이 짙어지더니.....
드디어 위로 기어오른다.
그런데 사진을 망쳤다. 이런~~!! ㅋㅋㅋ
녀석이 날아가고 껍질만 남겨졌다.
타임랩스를 찍을 것이라고 준비만 잔뜩 했는데....
결과물은.... 망했다.
초점을 수동으로 한다는 것이.... 쯧쯧~!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여산(如山)이다.
하나, 둘, 셋, 넷.
간 밤에서 아침까지 매미로 변신한 친구는 넷이구나.
오늘 밤에는 초저녁부터 좀 지켜봐야 하겠다.
처음에 등을 가르는 장면부터 타임랩스로 담을 기회가 주어진다면...
오늘도 비가 온다고 했으니깐.....
그래서 또 기다림과 설렘의 하루가 되었다.
언젠가 요긴하게 쓰지 싶어서 사둔 삼각대인데
제대로 개시는 했다. 비록 사진은 망쳤을망정.
오늘 저녁엔 또 어떤 일이 일어날지.....